삼국유사와 환단고기 *..역........사..*



잘 알다시피 <환단고기>는 이유립이 만들었을 때는 주목 받지 못했다가 일본에서 유사역사가 가지마 노보루가 출간한 후 국내에서도 주목 받았고 임승국을 비롯해 여러 사람이 번역 출간했다.

그런데 <삼국유사>도 같은 길을 걸었다는 것을 아는가? 나도 오늘 그 사실을 알고 깜짝 놀랐다.

도쿠가와가 사랑한 책 - 10점
고운기 지음/현암사


위 책은 <삼국유사> 한 권으로 한일의 굴곡진 역사를 따라간다. 아래 내용은 대부분 위 책에 의거했다. 역사책 하나가 역사에 어떤 흔적을 남겨놓는가, 그를 통해서 우리가 어떤 이야기를 할 수 있는가, 들을 수 있는가를 알고 싶다면 일독의 가치가 있는 책이라 하겠다.

<삼국유사>는 1512년 임신년에 경주에서 재간되었다. 1592년, 그러니까 80년후 일어난 전쟁으로 이 책은 바다를 건너가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 책은 1624년 고미즈노오 천황에게 대여되었다가 돌아왔다. 그후 천황이 열람한 책으로 소중하게 간직하게 되었다. 이 책을 약탈한 사람은 가토 기요마사였다고 한다.

<삼국유사>는 한질만 빼앗긴 것이 아니었다. 우키다 히데이에도 한 질을 약탈해서 자신의 애첩을 치료해 준 의원 야나세 쇼린에게 보답으로 건네주었다. 이 책은 후에 간다 다키하라 남작에게 넘어갔고 식민사학자로 유명한 시라토리 쿠라키치와 이마니시 류도 이 책을 보았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전해지지 않는다.

시라토리는 1894년에 이미 <단군고>를 내놓았다. 나가 미쯔요가 그보다 조금 먼저 단군에 대해 언급하기는 했지만, 본격적인 연구로는 시라토리가 처음이다.

본래 일본인들은 <삼국유사>에는 큰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시라토리의 선배이자 유럽 유학생인 쓰보이 구메조는 사료 정리 차원에서 <삼국유사>도 간행했다. 그때가 1904년. 1512년 재간된 후 처음으로 <삼국유사>가 다시 간행된 것이다. 일본 동경에서. 이것은 영인본이 아니고 새로 조판한 활자본이다.

그리고 이해에 최남선이 일본 유학을 왔다. (최남선은 1906년에 다시 한 번 도쿄 유학을 온다.) 위 책의 저자는 이때 최남선이 <삼국유사>를 보았다고 주장한다.

최남선은 1927년, 자신이 발행하던 잡지 계명 제18호에 <삼국유사>를 게재했다. 국내에서는 415년만에 재간된 셈이었다. 이때 1904년 도쿄제국대학 문과대학 사지총서 중 하나로 나온 <삼국유사>를 저본으로 사용한 것이 분명하다.

이후 <삼국유사>는 끊임없이 재간된다.

이마니시 류는 안정복이 가지고 있던 순암수택본을 가지고 있었다. 이 책은 경주부윤이었던 김연金緣(1487~1544)의 것이었다가 안정복에게 전해졌다가 1916년 인사동에서 이마니시 류가 구했다고 한다. 그리고 1925년 교토대학에서 영인되었다. 이것은 1904년의 활자본이 아니라 영인본이다. 영인본이라는 것은 원본을 그대로 찍어내는 것을 가리키는 말이다. 최남선이 1927년에 <삼국유사>를 낼 때 이 두 책을 모두 가지고 있었다.

재미있는 것은 1904년 도쿄본에 환인桓因이 桓國으로 인쇄되었다는 점이다. 일본인들도 囯자를 國으로 잘못 읽었던 것이다. 이런 사실을 알면 일관되게 환국桓國을 일본인들이 환인桓因으로 고쳤다고 주장하는 유사역사학 신봉자들은 무슨 생각을 할지 궁금하다.

최남선이 조선사편수회의 회의에서 "천인의 망필"이라고 이야기한 배경에는 역시 이런 것들도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마치 国처럼 보였던 글자 위에 안정복은 大를 덧칠해 버렸고 그 흔적은 순암수택본을 영인한 교토대학 본에 분명하게 남아있기 때문이다. 오늘날 인터넷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바로 이것이다.

마치 일본에서 출간되고 우리나라에서 재출간되면서 확대해석된 <환단고기>처럼, <삼국유사>도 "환국"이라는 점에서는 그 확대해석을 벗어나지 못했다.

묘하게 싱크로를 보이는 두 책은 우리 역사학의 굴곡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다. 더불어 맑스의 다음과 같은 금언도 다시 떠오른다.

역사는 두 번 되풀이 된다. 한 번은 비극으로, 다음 한 번은 희극으로...



덧글

  • anaki-我行 2009/12/14 20:43 #

    이 분야는 알면 알수록 기기묘묘하고 재밌네요...;;;;
  • 초록불 2009/12/14 20:46 #

    그래서 16년간...(가만 이젠 더 됐나) 까고 까고 또 까도... 깔 게 남는군요. (헉헉)
  • 2009/12/14 21:01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초록불 2009/12/14 21:44 #

    감사, 감사...^^
  • 진성당거사 2009/12/14 22:01 #

    이 책 정말 재미있게 읽었었습니다.
  • 초록불 2009/12/14 22:20 #

    그러고보니... (이하 생략)
  • 소하 2009/12/14 22:29 #

    삼국유사에 이런 비밀이...
    사본과 판본의 역사를 추적하다보면 생각보다 재미난 일이 많더라구요.
  • 초록불 2009/12/14 22:47 #

    그렇더군요. 제가 보기엔 환인 문제만 해도 제대로 정리한 연구자가 거의 없어보입니다. <역주 삼국유사>를 한 번 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 야스페르츠 2009/12/14 23:13 #

    그럼 桓仁은 어디서 나온 거죠? ㅡㅡ;; ㅎㅎ
  • 초록불 2009/12/14 23:19 #

    그건 중국 지도에서...
  • Allenait 2009/12/15 00:23 #

    허. 정말 기묘하군요. 어떻게 두 책이 저리 비슷한 운명을 걸을 줄은..
  • 초록불 2009/12/15 08:37 #

    기묘합니다...^^
  • Null 2009/12/15 02:43 #

    아.. 머리가 나빠서인지 잘 이해가 안되네요ㅠ
  • 초록불 2009/12/15 08:37 #

    궁금한 게 있으면 물어주세요.
  • 네리아리 2009/12/15 11:21 #

    진짜 이 노래 가사가 생각나네요.
    ㄴ세상은 요지경~ 요지경 속이라~
  • blue ribbon 2009/12/15 14:09 #


    삼국유사도 앞부분부터 거의 마지막까지 판타지라.
    상상력을 동원해서 봐야되는듯.
    일본인보다 한국인이 더 안좋은 순간이다.
  • 배둘레햄 2009/12/15 14:22 #

    이거 전에 마봉춘에서 나온 듯...

    오래되어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덧칠한 것은 일본이 한 걸로 주장한 듯 하네요...ㅎ
  • 들꽃향기 2009/12/15 20:03 #

    유시민 역시 '내 머리로 생각하는 이야기'에서 환국을 환인으로 바꾸었다는 떡밥을 다루었었는데, 말씀하신 도쿄본에서는 정작 환인을 환국으로 바꾸었다는 얘길 들으면 개정이라도 낼련지 모르겠습니다. ㄷㄷ
  • 초록불 2009/12/15 22:49 #

    유시민은 공부는 잘 안하고 책을 막 내는 것 같아서... 정치가면 정치가다운 비전으로 승부했으면 좋겠습니다.
  • 경언o 2012/06/24 21:48 #

    음... <삼국유사>의 상고사의 사료적 가치는 신뢰성이 있는것일까요..?
    저는 <동사강목>의 말대로 과연 스님이 쓴 상고사가 역사적으로 신뢰성있는지가 궁금해서요..

    보아하니 한사군과 대방군도 구별을 못하고
    대방도 남대방과 북대방.? 으로 나누어두고
    부여도 졸본에서 일어나고
    고구려도 졸본에서 일어나고. .... ㅋㅋㅋ

  • 초록불 2012/06/24 21:50 #

    여러가지로 중요한 가치를 가지고 있습니다. 향가만 해도 엄청난 것이지요.
  • 경언o 2012/06/24 22:28 #

    ㅇㄹ.. 그렇군요.. 제가 잠시 헛생각 한듯합니다.. ㅜ;
    그나저나 초록불님은 <지도로 보는 한국사>등을 저술하신 김용만 선생님에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 책한권을 사려하는데 .
    한국사인지 역한국사선생인지 모르겟네요 ...

    어떤 분꼐선 고구려빠이고 실질적으로 박사학위가 없는사람이라 조심해서 보시라기에
  • 초록불 2012/06/24 22:43 #

    글쎄요. 어떤 분의 글이든 조심스럽게 보는 것이 좋습니다.
  • 깨알같은 하프물범 2017/06/17 13:35 #

    어떤 근거로 안정복이 환인이라고 덧칠했다고 하는지 알수 없군요. 안정복에게는 그럴만한 이유가 전혀 없습니다. 그는 황당무계한 내용으로 보았기 때문이죠. 아래 글을 보아주세요
    내가 생각하기에, 동방의 고기등에 적힌 단군에 관한 이야기는 다 허황하여 이치에 맞지 않는다. ... 내가 이처럼 이치에 맞지 않는 이야기를 일체 취하지 않는 것은 그릇된 것을 답습하여온 고루한 버릇을 씻어버리고자 하는 까닭이다. [동사강목, 제1상]
    즉 因 자로 덧칠할 이유가 그에게는 전혀 없었습니다. 이 책자를 얻은 이마니시류가 덧칠해서 영인을 했다고 봐야 합니다. 이마니시류는 단군고에서 "일부에서 환국이라 하고 있으나 위제석야에 의하면 이를 환국이라 볼수 없다"고 하고 있죠. 그에게는 이 사항이 매우 중요했던 것입니다. 정확한 근거가 없는 이야기를 사실처럼 쓰지 마시기 바랍니다.
  • 초록불 2017/06/17 14:13 #

    님은 아마 평생 알 수 없을 것입니다. 알려고 하지 않는 사람이 알 수 있게 되지 않으니까요. 이마니시가 그거 덧칠하면 환국이라고 읽을 수 있을 것 같은 책이 몽땅 사라지기라도 합니까? 그런 식의 바보머저리 같은 위조 행위를 하게요.

    이 글은 옛날 글이죠. 그 사이에 더 오래된 판본이 발견되었고 그 판본에 因으로 되어 있는 것도 다 확인이 되어 논문도 발표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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