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밀레 종의 비밀을 찾아서 2 *..역........사..*



역사스페셜에서 얼마 전에 에밀레 종을 다룬 모양이다. 요즘은 그 프로그램을 보지 않아서 몰랐다. 주된 내용은 연초에 포스팅한 것과 거의 동일했던 것 같다...고 상상했는데, 에밀레종 전설에 대한 과도한 해석을 감행한 모양이다(알려주신 네비아찌님에게 감사). 전의 포스팅은 아래 링크를 클릭하면 볼 수 있다.

에밀레 종의 비밀을 찾아서 [클릭]

위 포스팅의 내용을 요약하자면,

성덕대왕 신종에 붙은 에밀레종 전설은 신라시대의 전설이 아닐 가능성이 높고, 보신각종에 붙어 있던 전설 같으며 그런 전설이 생긴 이유는 권력자에 대한 비난이 주목적이었던 것 같다는 것이다. 또한 이런 에밀레종 전설이 성덕대왕 신종의 가치를 훼손하고자 일제가 만들어낸 것도 아니라는 점도 같이 증명했다. (단 친일파가 이런 인식을 확대시킨 것은 사실일듯.)

그때, 나는 성낙주의 책에 나오는 중국 전설 부분에 대해서 물음표를 달아놓았었다.

또한 위 책에는 중국에도 이런 인신공양 이야기가 있다고 하면서 주종장의 딸 고은애高恩愛가 자진해서 가마에 뛰어들어 이후 종을 치면 고은애라는 소리가 들린다는 전설을 소개하고 있다. (위 책, 29쪽)

그러나 이 전설을 인용한 것도 우리나라 책자인지라, 실제로 중국에 저런 전설이 있는지 모르겠다. 일단 내 미약한 힘으로는 중국 검색으로 위 전설을 찾아내지는 못했다. 위 책의 저자 성낙주는 에밀레 종 전설이 중국에 역수출된 것 같다는 추측을 한다. 아무튼 후일을 위해 출전을 달아놓겠다.

홍사준, 봉덕사종고, <범종>1, 한국범종연구회, 1978, pp.14~15


그런데 이런 논문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에밀레종 전설의 근원과 전래, 황인덕, 어문연구 제56권 (2008년 4월) pp.289-322, 어문연구학회, 2008

위 논문에 의하면 중국 감숙성 무위시 대운사大云寺의 종에 에밀레 종과 같은 전설이 전래되고 있다고 한다.

무위시는 이른바 서량에 있는 도시로 실크로드와 연결되어 있다. 외부의 문물이 중국으로 전래되는 통로에 있는 곳으로 오호16국시대에는 "량"자 돌림 국가들의 수도이기도 했다.

무위에 있는 대운사는 본래 이름이 굉장사宏臧寺라고 했고 전량前凉 때인 363년에 창건되었다가 측천무후가 미륵불을 자처하며 전국에 대운사를 세우고 대운경을 외우게 하는 통에 대운사로 이름이 바뀌었다고 한다. 이때가 690년.

이 절에 있는 종은 당 혹은 오대 시절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하는데, 양주8경의 하나로 꼽힐만큼 유명했다고 한다.

에밀레종과 흡사한 이곳 전설은 종이 만들어지 후 "낭아娘呀~ 낭娘~"라는 소리, 혹은 "응당應當, 응당應當~"이라는 소리가 난다고 한다.

저 "낭娘"이라는 말은 "어미"를 가리키는 말이므로 위 논문의 저자인 황인덕 충남대 교수는 에밀레종의 "에밀레"라는 소리는 종소리에 빗대어 만들어진 "낭"을 번역한 말이라고 주장한다. 당시 신라는 중국으로부터 문물을 계속 수입하고 있던 중이었고, 그런 문물수입과정 중에 이 전설도 흘러들어왔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또한 성덕대왕 신종을 제작하면서 겪은 백성들의 어려움이 중국에서 비롯된 전설을 우리 쪽에도 감응하기 쉽게 만들었을 가능성을 논하고 있다. 이런 점은 나 역시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 생각한다.

에밀레종 전설은 부당한 권력에 대한 이야기로 읽는 것이 올바를 것이라 생각하는데, 이에 대해서는 학계에서 더 깊은 연구가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이런 점을 깨닫게 코멘트해주신 김한종 교수님께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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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네비아찌 2009/12/24 10:20 #

    역사 스페셜 해당 프로를 봤는데, 초록불님 포스팅하고는 방향이 좀 달랐습니다.
    일단 과학적 분석을 통해 실제로 아이를 희생한 것은 아님을 증명했는데,
    에밀레종 전설을 백성의 어려움을 은유한 것이 아니라, 혜공왕의 죽음을 은유한 것으로 해석하더군요.
    많이 알려진 "어머니가 바칠 것이 없다고 했다가 아이를 뺏긴" 설화는 후대 변형이고,
    원전은 "종 장인이 주조 실패로 괴로워하자 과부인 종 장인의 누이가 아이를 희생으로 바쳐 종을 만들었다"라는 설화 쪽이고, 희생된 아이가 혜공왕, 아이 어머니는 혜공왕을 섭정하던 모후, 아이의 외삼촌인 종 장인은 실제로 혜공왕의 외삼촌 시중 김옹을 뜻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더군요.
    그리고 전설에 대한 내용은 전반 2/3이고, 후반 1/3은 신라 종의 용을 닮은 음통 디자인의 분석에 할애했습니다.
    중국, 일본 종에는 그런 음통이 없고, 고구려 벽화의 종에도 음통이 없는데,
    신라 종의 용 모양 음통은 "용이 되신 문무대왕이 보내오신 만파식적"을 상징한다고 해석했더군요.
    절에서 울리는 종 소리가 바로 백성을 위무하는 만파식적의 소리....이런 식으로요,
  • 초록불 2009/12/24 10:26 #

    그렇군요. 고맙습니다.
  • 진성당거사 2009/12/24 21:13 #

    저건 지나치게 과도한 해석인거 아닌가 싶습니다. 아니 그런데 만파식적은 지금도 존재하는데요. 왜 다들 무시하는건지 말입니다. 그 음통을 암만 봐도 만파식적으로 보이지는 않는데 말입니다.
  • 초록불 2009/12/24 21:15 #

    진성당거사님 / 만파식적이 지금도 존재한다는 건 무슨 말씀인지요?
  • Allenait 2009/12/24 11:14 #

    ..네비아찌님이 다 말씀하셨군요.(...)

    하기야, 종을 만들기 위해 아이를 희생한다 라는 이야기는 세계 어디에서도 나올 법하지 않은 인신공양이더군요. 역사스페셜에서도 그런 이야기가 있었고..

  • 消爪耗牙 2009/12/24 13:15 #

    유이를 갈아넣...
  • 초록불 2009/12/24 13:26 #

    흐미...
  • 들꽃향기 2009/12/24 23:07 #

    흐미...(2)
  • moduru 2009/12/24 14:58 #

    이 전설의 근원(?)이 30년대 조광에 실린 전설 채록이라고 알고 있는데...
    솔직히 그 전설의 채록도 좀 의심스러워요.
    이전에는 안보이던 전설의 채록이라서..
    물론 기록이 안되었다고 구전 전승 자체를 무시할 수는 없겠지만요.
  • 초록불 2009/12/24 15:00 #

    링크된 1편을 보세요...^^

    19세기말에서부터 채록되었습니다.
  • moduru 2009/12/24 15:24 #

    19세기네요. 음.. 이 또한 처음 듣네요.ㅎ
  • 만슈타인 2009/12/24 15:30 #

    그래도 한국군 군사무기를 두드리면 공밀레 공밀레 거리는 건 진실일 따름 (...)
  • 졸라맨K 2009/12/24 19:48 #

    얼마전 과로사와 포신 폭발사고로 돌아가신 ADD연구원 몇몇 분들이 생각나네요.. 쓸데없이 사령부만 단뜩 늘려 별들 월급에 버릴 돈으로 병사와 연구원 복지를 늘려야 할텐데 말이죠.
  • 만슈타인 2009/12/24 19:52 #

    ADD 세미나 갈 때마다, 부소장님, 주임연구원 누구님 부음 소식을 들을 때 마다

    가슴이 아픕니다.


    다락대 폭발사고때, 연구원분들 부상 입으셨죠. 참...


    그리고 좀 직급이 높으면 예산 때문에 있는 술 없는 술 자꾸 마시면서

    정치인들한테 데꿀멍해야 하죠... 참... 이 나라는 공밀레입니다.
  • 배둘레햄 2009/12/24 18:59 #

    그래도 한국군 군사무기를 두드리면 공밀레 공밀레 거리는 건 진실일 따름 (...)....2인
  • highseek 2009/12/24 21:02 #

    재밌네요 :)
  • 들꽃향기 2009/12/24 23:08 #

    개인적으로는 19세기 말부터 채록되었다면, 역시나 중국의 '태평광기' 등의 책에서 나오거나 유사한 이야기들을 채용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있네요;; 실제로 다수의 지방전설이나 괴담(?)이 그러한 중국의 태평광기 류 책의 영향을 받았던 것을 생각하면 ㄷㄷ
  • 초록불 2009/12/24 23:10 #

    저도 자세히 알지는 못하지만, 기존 연구자들이 태평광기를 언급하지 않는 것을 보면 그쪽은 아닌 것 같습니다.
  • 들꽃향기 2009/12/24 23:15 #

    그렇군요. 다만 중국의 문학이나 전설에 대해서 조선 후기서부터 접근성이 비교적 높아지는지라, 개인적으로 그런 추론을 해보았습니다. 광망한 추정에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 NoLife 2009/12/25 18:26 #

    어릴적 듣고 자란 불교 용어 중에 소신공양이라는 단어가 있습니다.
    자기 몸을 구워서 석가모니에게 바친 토끼에 대한 설화(출처는 잘 모르겠습니다)도 본 기억이 있으니 에밀레종의 전설도 권력에 대한 비판보단 불교의 영향을 받은 것이 아닐까...라고 생각합니다.

    ...동종에 바쳐졌다는 애가 어떻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없으니 소신공양보다 간장막야에 가까운 것 같기도 하지만(...)
  • 초록불 2009/12/25 18:28 #

    소신공양과는 거리가...

    소신공양한 스님이 원귀가 되었다는 이야기인 셈인데... 글쎄요...
  • NoLife 2009/12/25 18:31 #

    그런데 재미있는건 제가 읽었던 불교동화에는 에밀레종의 이야기가 미담으로 실려있었습니다(...)

    ...이제 와서 떠올려보면 해골바가지 썩은 물을 마시는 원효대사의 이야기도 나와있었으니 잔혹동화에 가까운 것 같기도 하군요(...)
  • 초록불 2009/12/25 19:15 #

    네, 그런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저 역시 어려서 참 당혹스러웠지요. 조만간 나올 제 동화책 역사 속으로 숑숑 5권에서 한 챕터를 할애해서 이 문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 Sanai 2010/01/03 22:52 #


    이미지 하나로 초록불님을 경악시켜드리기 위해 찾아왔습니다.

    http://pds15.egloos.com/pds/201001/03/88/b0040388_4b4093988d2ce.gif

    ..............
  • 초록불 2010/01/04 09:45 #

    경악할 일이라기에는 중량감이... 없지요.

    진짜인지도 모르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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