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에 대해서 알기 *..만........상..*



저 사람은 나를 배신하지 않을 사람인지 알 수 있다면 참 괜찮은 일일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 추사 김정희도 그래서 세한도를 그리지 않았던가. 시련이 오기 전에는 다 그렇고 그렇게 좋은 사람일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어느날, 붙잡고 기대야 하는 순간이 왔을 때, 도움이 절실한 그 순간에 믿었던 사람이 홱 돌아선다. 돌아서기만 하면 좋겠는데 때로는 다른 사람과 함께 밟기도 한다. 다른 사람들의 눈치가 보이면 더 심하게 밟는다. 나는 이 사람과 친하지 않다. 그건 너희들의 착각이었을 뿐이라고 보여주듯이. 그래서 카이사르는 쓰러지며 부르투스의 이름을 불렀던 것이다.

나는 몇 년 전에 관상을 배운 적이 있다. 나야 역사소설을 쓰는데 도움이 되겠거니 해서 배우러 다닌 것이지만, 다른 사람들은 이것을 왜 배우는지 궁금했다. 사람의 운명을 알아낼 수 있는 도인이 되기 위해서?

절반 쯤의 사람들은 밥벌이를 하기 위해 관상을 배우고 있었다. 이미 은퇴한 뒤의 남은 생을 여기에 기대보려고 배우는 것이다. 그외에는 여러 잡다한 이유로 관상들을 배우고 있었는데 두번째로 큰 그룹은 의외로 "사장님"들이었다.

사업을 하다보면 필연적으로 사람들을 만나야 한다. 저 사람을 내 파트너로 삼아도 될 것인가? 저 직원을 신뢰할 수 있을 것인가? 이번 거래를 해야 할 것인가? 이런 모든 문제에 기댈 방법은 자신의 안목 밖에 없는 소규모 기업의 사장님들이 관상을 배워 그 난국을 헤쳐 나가겠다고 그 자리에 앉아있었던 것이다.

하긴 삼성의 이병철도 관상쟁이를 옆에 두고 사원들을 뽑았다는 "전설"이 있지 않던가. 물론 이 세계에는 그 관상쟁이가 누구인지까지 다 이야기된다.

이러이러하고 저러저러하게 생긴 사람은 배신의 상. 또 요로요로하고 조로조로하게 생긴 사람은 돈이 없는 상이니 금전 관계를 갖지 않아야 한다는 그런 이야기들.

의지할 곳이 없는 마음은 서글프다. 그래서 종교가 있고, 마찬가지로 미신도 있는 것이겠다.

덧글

  • leopord 2010/02/11 00:44 #

    <꼴>이 왜 그토록 비난을 받으면서도 계속 세간의 입에 오르내리는 기반이 바로 그건가 봅니다.

    끝내 사람에 대해서는 모른다는 것. 숱하게 관상과 운명을 엮어보지만, 보이는 것은 사람의 전체가 아니라 사람의 욕망 뿐인지도 모르겠군요. 물론 욕망이 줄곧 그 사람 자체가 되어버리는 경우도 왕왕 있는 것 같지만 말입니다.
  • 초록불 2010/02/11 10:00 #

    한길 사람 속은 모르는 법이니까요.
  • 네비아찌 2010/02/11 00:54 #

    그런 일들을 보거나 듣거나 당하는게 거듭되면 결국 사람을 믿지 않는게 최선이다...는 결론에 다다른다죠.
    고대 이집트 파라오 센워스레트 1세의 교훈서에도 "형제도, 친구도, 신하도 믿지 마라,"라는 내용이 있다니까요.
    아무튼 서글프네요.
  • 초록불 2010/02/11 10:00 #

    사람을 믿지 않고서야 어떻게 세상을 살아가겠습니까? 그 믿는 정도의 문제이겠지요.
  • 2010/02/11 00:55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초록불 2010/02/11 10:01 #

    그것 참...ㅠ.ㅠ
  • blue 2010/02/11 01:14 #

    기억에 의존해 쓰려니 정확하지는 않겠지만, 사기열전의 '맹상군 열전'에서 맹상군이 실각했을 때 그의 빈객들이 다 떠나버렸다가 그가 다시 권세를 얻자 돌아오려는 부분이 있습니다. 맹상군은 그들에게 모욕을 주려고 했는데 맹상군이 다시 기용되는데 큰 기여를 한 풍환이라는 사람이 이렇게 말합니다.

    "시장은 아침에는 북적거리고 저녁에는 한산한데, 그것이 사람들이 아침을 좋아하고 저녁을 싫어하기때문이겠습니까? 그저 바라는 물건이 없을 뿐입니다."라고 했다는데 이 말이 맞는지도 모르겠네요.
  • 초록불 2010/02/11 10:01 #

    여러가지 생각을 해볼 수 있는 일화군요.
  • pientia 2010/02/11 01:15 #

    제 관상은 어떨 지 궁금해지네요.
  • 초록불 2010/02/11 10:02 #

    잘 생긴 사람이 관상도 좋다...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 김현 2010/02/11 01:20 #

    세상에서 제일 힘든 일이 아닌가 싶습니다. 사람을 안다는 것...
  • 초록불 2010/02/11 10:02 #

    김현님께는 앞으로 많은 기회가...
  • 치오네 2010/02/11 01:47 #

    자신에게 사람 보는 눈이 없음을 절감하더라도, 또 시작하게 되는게 사람이라 힘든 것 같습니다. 전부 다 포기할 수 있으면 편할텐데, 그게 되지가 않더라고요.

    말씀하신대로 마음이 의지할 곳을 찾지 못하면 종교에 매달리게 되는 것 같아요. 요즘 갈피를 잡지 못할 때면 금강경을 읽고 있습니다. 읽고 있노라면 세상 모든 이를 다 용서하고, 또 내 모든 잘못에 대해 참회할 마음이 생기더군요. ...그런데 그 마음이 그 날 밤을 넘기지 못해서 문제입니다.
    하긴 그 마음을 열흘 이상 유지할 수 있으면 그냥 출가해야 하는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 ^^;
  • 초록불 2010/02/11 10:03 #

    그것이 꼭 종교일 필요는 없겠지요. 저한테는 그것이 소설일 수도 있습니다.
  • 치오네 2010/02/11 18:49 #

    제게도 그것이 창작이던 시절이 있었는데... 종교라는 아편이 좀 더 쉬워보여요...
  • 매화 2010/02/11 01:51 #

    차우차우를 닮고 무섭게 생긴 제 친구가 있습니다 =_=;
    입학식 같은반이 되고 멀리 했었는데, 지금은 둘도 없는 친구로 지내고있죠.

    사람에게 마음을 줄때는 항시 그만큼 버린다는 마인드를 가지고 있습니다.
    애초부터 제것이 아니라고 생각하면 상처도 받지 않을테니까요.
  • 초록불 2010/02/11 10:04 #

    사람마다 나름의 방법이 있는 것이겠지요.
  • Allenait 2010/02/11 09:37 #

    역시 사람을 안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군요...
  • 초록불 2010/02/11 10:04 #

    어려운 일이지만, 점점 깨달아 갈 수 있는 일이기도 하겠지요.
  • 풍신 2010/02/11 17:38 #

    뭐...가장 중요한 순간에 믿던 사람에게 발등 찍히고 친하던 사람이 인생의 최종 보스로 급부상하는 것만큼 정신적 타격을 주는게 없으니까요. 그런 일 한번 겪으면 정말로 인간 불신에 깊이 빠지게 되죠.
  • 모든경계에는꽃이핀다 2010/02/12 03:29 #

    믿을 만한 사람이거나 혹은 그렇지 못한 사람으로 구분되기에는
    저를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이 복잡하고 모순적인 존재라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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