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는 기술이다 *..문........화..*



책 읽는 거야 문자만 알면 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쉽다. 사실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면 왜 소설을 읽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일까? 아니, 그런 사람이 어디 있느냐고?

그런데 있다. 무협이나, 공포소설이나, 판타지 소설을 읽지 못하는 사람도 많고, 본격문학을 이해할 수 없다고 내팽개치는 사람도 많다. A장르의 글은 잘 읽지만 B장르는 읽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다. 왜 그럴까? 문자만 알면 읽을 수 있다면 말이다.

그러니, 답은 자명하다. 소설은 문자만 안다고 읽을 수 없는 것이다. 하긴 다른 글도 마찬가지다. 수학을 공부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수학자의 논문을 읽기가 어려울 것이다. 물리학과 같은 경우도 마찬가지겠고. 철학에 대한 공부가 없다면 철학 논문을 읽는 것도 쉽지 않을 것이다. 이런 말은 참 당연한 말이겠다. 그런데 소설도 그렇다.

그렇게 사람을 가린다면 그게 어떻게 소설이냐는 말도 나올 수 있겠다. 소설이라는 게 어디 특정 독자만의 말이냐고 물을 수도 있겠다. 그런데, 그것도 대충은 그렇다.

가령 판타지소설을 읽으려면, 물론 소설가가 앞부분에서 설명을 하기도 하지만(그래서 반지의 제왕 1권이 그렇게 지루하다는 사람이 많은 것이지만) 대개 그 세계를 책의 문자를 통해 이미지화해낼 수 있어야 그 내용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어디 판타지 소설만 그러겠는가? 그래서 로맨스 소설을 보면 닭살 돋아 못 읽겠다는 사람들이 그리도 많은 것이다. 이처럼 문자를 이미지화하는 것은 훈련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이 훈련이라는 것이 특출나게 어려운 것은 아니다. 그저 자꾸 읽어나가면 되는 것인데, 문제는 배움이라는 게 늘 그렇듯이 일정한 때가 있게 마련이다. 어려서 유연한 두뇌를 가진 시절에 이 세계를 받아들이지 못하면 대개는 커서도 받아들이지 못한다. 더 이상 훈련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나이를 먹어서도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이미 어린 시절에 문자를 이미지로 바꾸는 훈련에 길든 사람들이다. 그리고 우리 사회에는 이런 사람들이 점차 더 적어지는 것 같다.

한편으로 보면, 글을 쓰는 작가들 역시 문자를 이미지화 하는 훈련이 덜 된 경우가 간혹 있다. 의성어, 의태어를 통해서 묘사를 땜빵하려 한다거나 간결하게 쓸 수 있는 대목에서도 관형어와 부사어를 주렁주렁 달아 누더기 문장을 만들어내는 사람들이 많다. 또한 묘사를 통해서 이미지를 추출해내지 못하면, 그냥 선언을 통해서 독자에게 판정을 내려버리는 경우도 종종 본다. 문맥상 호흡의 문제로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경우도 물론 있겠지만, 대개는 이른바 "필력"이 딸려서 생기는 일이다.

그 원인은 한결 같다. 이미지를 문자로 바꾸는 능력이 부족한 것인데, 그것은 문자를 이미지화해내는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일어나는 일이다. 그냥 간단하게 말한다면 독서량이 부족한 것이다.

이렇기 때문에, 자기 문장에 대해서 끝없이 머리를 싸매고 없는 밑천을 파내려가며 좋은 문장이 나오기를 바랄 것이 아니라 좋은 문장이 있는 책을 읽는 것이 훨씬 나은 것이다.


덧글

  • Allenait 2010/02/12 00:26 #

    잘 읽었습니다. 좋은 걸 배웠군요
  • leopord 2010/02/12 00:27 #

    결론은 다독. 그리고 자신이 책을 많이 읽었다고 자만하지 않는 것일 겝니다. 초록불 님 포스팅 볼 때마다 전 반성을...OTL
  • 초록불 2010/02/12 00:31 #

    특별히 쓸 의미를 갖지 않아 포스팅에는 적지 않았지만 저도 다른 분들을 보며 늘 제 독서량이 부족하다고 반성합니다.
  • 마무리불패신화 2010/02/12 02:47 #

    역시 전 독서량이 부족하군요.ㅠㅠ

  • 두기 2010/02/12 06:37 #

    요즘 논문 때문에 고민인데 역시나 책 읽기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네요. 고민 중 초록불님의 글이 도움이 됐습니다. 그럼 이제 영어로 잘 쓰여진 책을 찾는 문제가... orz
  • sharkman 2010/02/12 07:46 #

    저는 영상으로 전환해서 봅니다.
  • sharkman 2010/02/12 07:48 #

    하지만 읽을 책이 없다...책 살 돈이 없다. 읽고 싶은 책은 마음껏 살 수 있을 정도의 돈은 벌어야 할텐데...이런 소박한 희망을... 아 나도 점점점이 너무 많다. 다 날씨 탓인가 봐요.
  • 한도사 2010/02/12 08:24 #

    근처 공공도서관에 구매를 의뢰해서 대출해 보면 되지. 나는 요새 그렇게 하고 있는데. (특히 비싼책은). 보고싶은거 구매신청 넣으면, 한두달이면 웬만하면 들어오더라구.

  • 루드라 2010/02/12 17:49 #

    한도사 // 지방 도서관에 과도한 걸 요구하시는군요. ^^
  • sharkman 2010/02/12 19:20 #

    관람자의 의견을 받아들여서 책을 구입해서 갖출만한 규모의 도서관까지 가는데 버스로 1시간. 꼭 찾아봐야 하는 책이 있는데도 안가는 내가 그런 걸 요구하기위해서 도서관까지 갈리가 있나. 어떻게든 돈을 모아서 집안에 사서 갖춰야지.
  • 어릿광대 2010/02/12 07:55 #

    저도 요즘 읽는 책권수가 줄어들어서 왠지 뜨끔하네요 ㄷㄷ
  • 2010/02/12 08:43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게으름뱅이 2010/02/12 10:08 #

    전 읽는게 시사지밖에 없군요...
  • 바벨 2010/02/12 10:32 #

    다작하는 수 밖에 없군요.
  • 다복솔군 2010/02/12 11:19 #

    음 뜨끔해집니다.;;
  • hyjoon 2010/02/12 11:35 #

    책을 읽었으면 책을 쓰라는 것이 생산적인 독서라고 한 글을 읽은 적이 있는데 그와 일맥상통하는 것 같습니다.
  • 회색인간 2010/02/12 12:48 #

    오오 진짜 존경합니다 ㅠㅠ신작 역사속으로 숑숑(매번 살때마다 서점 직원의 눈치를 받지만 ㅠㅠ)도 잘 읽었습니다. 초록불님 말이 맞는 것 같습니다. 이미지화를 너무 간과하는 것 같아요....일본 작가 니시오 이신이 그런 게 강하지만 요즘 그 작가의 작풍(작풍이랄까 습작품을 보는 느낌이라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을 따라하는 습작생들도 생기는 것 같아 씁쓸 합니다.

    읽는 능력이란 말에 정말 동의 합니다.
  • 초록불 2010/02/12 18:03 #

    고맙습니다. 그리고... 눈치보게 해서 죄송합니다...ㅠ.ㅠ
  • 매화 2010/02/12 15:54 #

    요새 책들을 읽으면서 너무 쉬운책들만 읽었나 싶습니다.
    원래 죽죽죽 나가면서 다 이해하는 스타일인데
    요새는 다시 되넘겨서 읽게되니...
    작가가 너무 어렵게 해놨다는 생각을 잠시한 자신이 부끄러워집니다..
  • 초록불 2010/02/12 18:03 #

    알맹이도 없이 어려운 책들도 있지요...
  • 소시민 2010/02/12 17:45 #

    중고등학교때 책을 안읽은게 뼈져리게 후회되는군요...
  • 초록불 2010/02/12 18:03 #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
  • 루드라 2010/02/12 17:49 #

    닭살 돋아서 로맨스 소설 못 읽는 1인... -_-
  • 초록불 2010/02/12 18:03 #

    ^^
  • sharkman 2010/02/12 19:21 #

    전 로맨스도 소시적에 파름문고로 단련했어요. 에헴. 근데 그거도 읽을 것이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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