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글쓰기의 예의에 대해서 *..만........상..*



1.
자신이 보기에 잘못 되었다고 생각하는 포스팅이 발견되었다. 어떻게 해야할까?

2.
매우 명백하게 틀린 글 - 즉 일반적으로 이야기하는 팩트 오류에 대한 지적의 경우에도,

(1) XXX님, 말씀하신 사항은 AAA를 잘못 아신 겁니다.

라고 말하는 것과

(2) XXX는 AAA를 모르고 있다.

라고 말하는 것, 그리고...

(3) 온갖 잘난 척 떠드는 XXX가 AAA와 같은 것도 모르고 있다니, 이거야말로 개가 웃을 일이다.

라고 쓰는 것은 전혀 다르다. 지적한 것은 다 똑같은 "팩트"인데, 무엇이 이것을 전혀 다른 것으로 만들었을까? 나는 그것을 "예의"라고 생각한다.

3.
저런 지적을 받은 XXX는 어떻게 행동하게 될까?

(1)번의 경우처럼 점잖게 이야기를 해도 화를 내는 사람은 분명히 있다. 그러니 (2), (3)번의 경우는 더 말할 것이 없겠다. 그럼 화를 내는 사람들은 어떤 반응을 보이게 될까?

자료를 찾아보고 자신이 명백하게 틀렸다는 것을 알았다 해도 빠져나갈 방법이 있을지 궁리해본다. 그가 화를 내는 이유는 대개 다음과 같다.

(ㄱ) 1. 점잖은 척 가식을 떨면서 지적질을 했다. 정말 예의가 있는 인간이라면 비밀글로 조용히 알려줬을 것이다. / 2. 안면도 없는 인간이 반말로 지껄이고 있다. / 3. 욕을 해대는 것만 보아도 순수한 의도가 없었음이 명백하다.
(ㄴ) 지적한 사항은 전체 논지에서 없어도 그만인 사소한 부분이다. 굳이 그런 걸 캐내서 전체 주제에 대한 설득력을 감소시키고 있다.

위 (ㄱ)과 (ㄴ)은 모두 맞는 말일 수도 있다. 그런데도 자신이 틀렸다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는다. 더구나 처음에 상황을 오해하고 논전을 거친 뒤에 자신이 틀렸다는 것을 알게 되면 더더욱 난처한 상황에 처한다.

이런 상황은 사실 당황스럽다. 특히 그 전에 상대를 핍박하거나 혹은 조롱하거나 했다면 문제는 더 심각할 것이다. 인간이란 동물은 이런 순간에 쿨하게 이야기하기가 정말 쉽지 않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XXX가 예의바른 사람이라면 위 1, 2, 3번의 지적에 대해 이렇게 나올 것이다.

(1) 지적에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수정했습니다.
(2) 수정했습니다.


(3)번의 경우는 블로거의 성격에 따라 대응이 달라질 것이다. 나라면 댓글은 차단하고 본문에 수정을 고지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4.
댓글을 차단한다는 말이 나왔다. 왜 댓글을 차단할까? 두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블로그를 24시간 감시 운영할 수 없기 때문에 악플(3번은 사실 지적 여부를 떠나 인격에 모독을 가하는 악플이다)에 대해서 실시간으로 반응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나는 정신 건강을 위해서 댓글 차단이라는 방법에 찬성하고 있다. 악플은 블로그의 주인뿐만 아니라 구경오는 다른 방문객에게도 불쾌감을 안겨 준다. 또한 이제 쓸 두번째 이유에도 속하지만, 주인장에게 인격적 모독을 가하는 것은 대화하겠다는 의지가 없는 것이다.

둘째로, 나는 나를 인격체로 대하지 않는 사람과는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생각이 거의 없다.

누군가를 설득한다는 것은, 그 누군가에게 인간적인 신뢰를 얻는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그런데 처음부터 네가 하는 말은 개짖는 소리로 간주한다고 시작한 사람과 논쟁을 벌일 이유가 있을까?

그런데 논쟁을 거기에서 접어버리지 못하고 서로 상대의 인격을 헐뜯는 댓글을 남발하면서 토론을 지속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아마 나 자신의 키배를 되돌아보면 나 역시 분명히 그런 적이 있었을 것이다. 진심으로 말하건대 나는 일부러, 상대의 인격을 모독하기 위해서 그런 발언을 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것은 내가 나의 입장에서 상황을 보기 때문에, 빠져드는 주관적 판단일 가능성이 있다. 사람의 감정이라는 것이 그렇게 쉽게 조정되지는 않기 때문이다.

때문에 제일 좋은 방법은 확실히 의견이 갈리는 부분에서, 서로 더 이상의 타협점을 찾을 길이 없는 시점에서 토론을 종결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나는 생각하고 있다. 그가 나와 생사를 같이할 사람이라면 모르겠지만, 평생 온라인 이외의 장소에서 만날지 못 만날지 알 수 없는, 더구나 상대방을 물어뜯으려고 혈안이 된 사람의 설득에 나선다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라고 생각한다.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사람이라면 그런 상황에서의 종결을 비록 미진한 마음이 든다해도 대개 받아들인다.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보면 그렇다. 물론 받아들이지 못하고 그것을 일방적인 축객령처럼 이해하는 경우도 있겠다. 하지만 그 후 양자 간에 감정의 에스컬레이트로 인해 서로를 모욕하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보다는 이쪽이 나을 것이라, 나는 생각한다.

5.
나는 이른바 공인公人(여기서 공인의 범위가 무엇인지는 그냥 상식적인 차원에서 보도록 하자)에 대한 부분과 일반인에 대한 부분은 다르다고 생각하는데, 공인에 대한 비판을 넘어선 비난과 조롱도 공인인 이상 감수해야할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그 책임이 위로 올라갈수록 더 그렇다고 보고 있다. 왜냐하면 권력이 큰 사람일수록 우리가 살고 있는 공동체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그 영향력이 적어질수록 관심도 적어지고 그에 대한 비난의 소리도 줄어들기 마련이다. 동일한 이야기를 했다손 치더라도 이명박 대통령이 한 말과 어느 중소도시 시의원이 한 말이 같은 비중으로 보일 리는 없는 법이다.

6.
그러니 일개 블로거 - 그가 오프라인 상에서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블로거라면 문제가 좀 달라질지도 모르겠지만 여기서는 보통의 블로거를 대상으로 이야기한다 - 라면 문제가 많이 다르다.

인간은 다소 모순적인 동물이라 어떤 원칙을 표방한다 해도 그것을 그대로 지키면서 살아가기 힘든 경우가 많다. 속된 말로 유도리를 가지고 살아가는 것이다. 공자도 인생 칠십에서야 마음이 따르는 대로 해도 거슬리는 부분이 없어졌다고 말할 정도로 원칙을 내재화해서 자신의 언행을 일치시킨다는 것은 성인聖人의 경지에서나 가능해지는 것이라 하겠다.

따라서 우리는 우리 모두가 실수를 저지를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을 인정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것이 바로 "예의"라 불리는 것이다.

실수를 덮고 가자라든가, 실수도 할 수 있는 거니까 따지지 말자는 이야기가 아니라 그에 대해서 지적할 때 비밀글로 달아준다거나, 또는 그 영향력이 큰 부분이라서 공개된 댓글로 지적해야 하는 경우라 하더라도 불필요하게 감정을 자극하는 인신공격 발언은 않는 것, 그것이 예의라는 말이다.

대체 그 지적의 목적은 무엇인가? 지적의 이유에는 다음의 세가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1) 올바른 지식의 전파
(2) 상대방의 가치관 변경
(3) 상대에 대한 조롱

(3)번이 아닌 다음에야 무례한 언사를 할 이유가 없다. 그리고 이 포스팅의 목적은 (3)번과 같은 일을 하지 맙시다...라는 것이다. 상대 블로거가 이미 충분히 내게 무례함을 보였는데, 내가 왜 참아야 - 아니 왜 나만 참아야 하느냐고 말할 수 있다. 사실 나도 때때로 참지 못한다. 하지만 가능한 한 참아보자.

인터넷을 통해서 즉각적인 자기 의견의 표명이 가능해진 뒤부터 점점 더 빨리 분노 게이지들이 차버리는 것 같다. 마치 고슴도치처럼 누군가 건드리기만 하면 즉각적으로 가시를 세우는 일을 예전보다 훨씬 더 많이 본다. 다른 사람의 의견은 들을 여유도 없이, 나와 같은 의견인가 다른 의견인가만 따지고 상대를 흑과 백 사이에서 결정지어버린다.

백이라 판단한 블로그에서는 예의바르다가 흑이라 판단한 블로그에서는 이빨을 드러내는 행위는 낯간지럽지 않은가? 그러나 그렇지 않으니 문제다. 문제 의식이 없으니 문제라는 이야기인 셈이다. 그러니 이들과 이야기를 나눠야 하는 사람은 전문적인 상담심리학자들이겠다. 따라서 제일 좋은 방법은 역시 트롤에게 먹이를 주지 않는 것이다. 관심을 끊어줘야 그도 살고 나도 살 수 있다. 문제는 그 개인이 아니라, 그 개인이 그렇게 행동하게 만드는 사회병리학적 문제일 것이다. 관심은 그쪽으로 가져가야 마땅하다.

인자무적仁者無敵이라 했다.

인자란, 상대의 반응에 즉각적이고 즉물적인 반응을 보이는 사람이 아니다. 일단은 참아보자. 마크 트웨인이 한 말처럼,

"화가 나면 천천히 열까지 센다. 그러고도 화가 나면? 다시 열까지 센다."

덧글

  • sinis 2010/02/16 10:55 #

    차단의 이유중 하나가 더 있습니다.
    [자신의 글의 잘못을 남에게 알리고 싶지 않다]입니다.
    이 경우는 상대방을 차단함과 동시에 해당 댓글을 삭제합니다.

    더 웃기는 경우는, 자신의 결정적 미스가 지적되기전에 자신이 우세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의 댓글만(주로 자신의 글중 '...하다면 답변해 보시죠?'라는 대목까지만) 남겨두고 글을 삭제하는 인간들도 있다는 것입니다...

    트랙백을 달았더니 트랙백있음을 알리는 알림마저 삭제...핑백을 달았더니 핑백이 있음을 알리는 것마저 삭제...

    그래놓곤 "아, 이제 저 반론은 없는 것이니, 나의 승리야~"하며 정신승리를 주장하는 자들이 참 많습니다...
  • Niveus 2010/02/16 10:56 #

    아아... 공감갑니다 ㅠ.ㅠ
    이건 정말 답이 없지요 ㅠ.ㅠ
    문제는 이렇게 차단건 사람들중 나중에 쓰는 글들 보면 또 잘못된 자료를 바탕으로 설을 풀어놓는데 이미 차단걸렸으니 리플도 못달지~ 하하하... OTL
  • 초록불 2010/02/16 11:06 #

    맞는 말씀입니다. 그런데 그런 인간은 이 글의 대상이 아닌지라... (먼산)
  • 초효 2010/02/16 11:37 #

    사론곡필을 이야기 하시는 듯...
  • sinis 2010/02/16 11:39 #

    초효 / 사론곡필은 아닙니다.
    그 자와 저는 직접적으로 싸운 적이 없어서...

    http://griones.egloos.com/4306371

    의 이야기입니다.
  • Niveus 2010/02/16 10:55 #

    ...생각해볼만하군요.
    이제 솔직히 여유가 없어져서 틀린 정보를 퍼트리는걸 보고도 어지간하면 그냥 넘어가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가끔가다 내키면 지적해주고 논란이 될 확률이 9할을 넘지만 그렇게 되면 그냥 그 다음은 씹어버립니다.
    보통 지적할때 레퍼런스를 제시하거나 검색만 하면 바로 나올정도의 내용으로 다는데도 그것도 안찾아볼정도면 아무리 손아프게 쳐봐야 내 시간과 열량만 아까워지던(...OTL)
  • 게으름뱅이 2010/02/16 11:16 #

    저는 지식이 없어 지적을 잘 안하는 편인데 가끔씩 할 때 생각해보면 점잖게 말하는 편은 아니군요. 반성해야겠습니다.
  • luxferre 2010/02/16 11:33 #

    반말로 혼잣말하듯이 남겨놓는 경우도 있구요...지적은 감사한데 기분은 참 나쁘더군요...
  • 야스페르츠 2010/02/16 11:51 #

    공감합니다. 저도 3번 연타 크리(...)를 한 적이 많아서... ㅡㅡ;;;;;

    저도 요새는 악플이 달리면 일부러 답글을 바로 달지 않고 오래 생각했다가 답을 하곤 합니다. 그게 더 이성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것 같아서요. ㅎㅎ
  • sharkman 2010/02/16 12:16 #

    다들 정력도 좋으시군요.
  • Allenait 2010/02/16 12:20 #

    이오공감 보면 3번 같은 일이 마구 일어나더군요...(...)
  • hyjoon 2010/02/16 12:37 #

    네티즌들이 읽었으면 하는 글입니다. 공감합니다.
  • 온푸님 2010/02/16 17:14 #

    이오공감 보내고 싶지만,
    이 포스팅도 이글루스의 (3)번을 숭앙하는 세력들의 조롱거리가 될까봐 못하겠습니다...
    5,6번은 정말 공감합니다.
  • 드래곤워커 2010/02/16 19:37 #

    좋은 말씀입니다.
    저도 본받아야겠습니다.
  • 들꽃향기 2010/02/16 21:30 #

    잘 읽고 갑니다. ㄷㄷ

    사실 저는 상대방이 자기의 주장을 '정론'이니, '상식'이니로 말하는 순간에 퓨즈가 끓겨서리(...)
  • 마무리불패신화 2010/02/17 00:30 #

    아얘 첨부터 주장이 틀리면 이상한 사람으로 몰고가는 경우도 있죠...
  • 2010/02/17 00:46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초록불 2010/02/17 09:15 #

    그런 것 같네요. 수정하도록 하지요...^^
  • 2010/02/17 09:54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초록불 2010/02/17 10:40 #

    힘내세요.
  • Marcus878 2010/02/17 11:14 #

    서로 사실관계로 다투든 의견을 나누든 그 사건 자체에 대해 예기하고 감정싸움으로 번지지 않게 예방하는게 예의라는 것이겠죠. 근데 (3)번의 경우를 그런 예의를 어긴 것이 아니라 '솔직한 감정의 발산이고 이런 욕풀을 자유롭게 다는 나야말로 진정한 자유인ㅋ 너처럼 온갓 매너 다 지켜가며 글쓰는 인간은 가식덩어리 ㅄ임ㅋㅋㅋㅋㅋ' 라는 태도를 보이는 사람을 보면... 그런 욕플을 즐기는 사람끼리는 즐겨도 상관 없지만 다른 사람 글에까지 와서 난리피우는게 당연히 좋아보이지 않더군요.
  • 초록불 2010/02/17 11:21 #

    맞는 말씀입니다. 그러니 굳이 상대할 필요가...^^
  • Marcus878 2010/02/17 11:33 #

    예의를 지키는 게 무슨 자신을 틀 안에 가두어두고 할 말을 못하게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할 말을 다 하기위해 지키는 거죠. 특정한 사안을 가지고 논의를 한다면 주제에 대한 논리, 사실, 자신의 의견을 가지고 대화를 주고받아야 그 사안에 대한 상호간의 이해나 의견이 발전하고 대화가 유의미한게 되는 거겠죠. 하지만 그냥 욕이나 하면서 서로 감정싸움을 하면 그건 그냥 길거리를 오가다가 ‘어, 너 뭐 꼽냐? 눈이 왜 그따구야?’라며 사람패고 다니는 깡패랑 별 차이가 없어 보입니다.

    그래서 ‘좆선일보’ ‘한걸레’ ‘빨갱이’ ‘국개’ ‘꼴마초’ ‘꼴패미’ 같은 식으로 논의를 감정싸움으로 날려버리는 단어들에 조금씩 거리감을 느끼게 되더군요. 왜 그런 인격체들이 그런 생각을 하고 행동하는지 이해하고 대안을 마련하는데 방해가 되는 것 같습니다.
  • Marcus878 2010/02/17 11:23 #

    [누군가를 설득한다는 것은, 그 누군가에게 인간적인 신뢰를 얻는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라는 말이 와 닿네요. 반대로, 누군가를 설득한다는 것은 그 누군가가 내 말을 경청해줄 수 있고, 내 말에 동의해주지는 않더라도 대화가 가능한 인격체라는 신뢰를 가져야 할 수 있는 행위겠죠.
  • 초록불 2010/02/17 11:34 #

    맞습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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