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우스6 - 그림 없는 그림책 *..문........화..*



오늘 오전에 케이블에서 하우스 시즌6을 보았다.

보고 있다가 저거 그대로 유사역사학에 대입할 수 있는 이야기로구나, 하고 무릎을 쳤다. 할 수만 있다면 장면들을 캡춰해서 패러디를 하나 만들고 싶었지만, 이미 방송은 지나갔고, 노트북으로 컴을 바꾼 후로 내게는 컴에서 캡춰할 방법이 없고...

그래서 그냥 글로 쓰기로 생각해 버렸다. 따라서 이것은 시즌1화에 대한 에누리없는 스포일러를 담고있다는 점을 밝힌다.

언젠가 그런 단편소설을 읽은 기억이 있는데, 누구 작품인지는 생각이 나지 않는다. 자신을 백만장자라고 생각하는 미치광이 이야기다. 그는 종이에 백만원, 천만원 마구 적어서 뿌리며 즐거워하는데, 화자인 의사는 그를 제정신으로 돌려놓아야 한다. 그 광인은 실제로는 빚더미에 깔려 파산한 사람으로 현실은 암담하기 그지없다. 의사는 그를 제정신으로 돌려놓는 것이 과연 그를 위한 일인가 괴로워한다...는 내용이다.

그 내용만 보면 그럴싸하기도 하다. 하지만 그 단편소설을 읽은 뒤 나는 불편했다. 그 미치광이가 병원에서 "행복한 삶"을 누리기 위해서 누군가가 그 비용을 지불하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것이 가족이든, 사회복지단체든, 국가든.

그러나 하우스에서는 좀 더 본질적인 문제를 다뤘다.

자신을 슈퍼맨이라고 생각하는 미치광이가 정신병원에 들어왔다. 하우스도 현재 그 병원에 "감금"되어 "치료"받고 있는 중이다. 병원 측은 슈퍼맨에게 현실을 인식시키고자 한다. 슈퍼맨은 의기소침해지고 만다. 하우스는 선량한 슈퍼맨을 의기소침하게 만드는 것이 못마땅하다. 결국 "탈옥"을 감행한 하우스는 슈퍼맨을 데리고 놀이동산에 가서 즐겁게 같이 논다. 하늘을 날고 힘을 과시하게 하고... 슈퍼맨은 다시 자신감을 찾는다.

그리고 그는 빌딩에서 뛰어내린다...-_-;;

하우스는 유사역사가라 할 수 있다. 그는 현실을 좀 왜곡하면 어떻냐고 말한다. 행복하면 되지. 우리 민족이 킹왕짱 훌륭하다고 말한다고 해서 뭐가 문제냐고 항변한다.

슈퍼맨은 유사역사학 신봉자다. 그리고 도를 넘은 미친 짓을 하고 마는 것이다. 불합리한 것을 믿을 수 있는 사람은 현실에서도 불합리한 일을 할 수 있다, 라고 과학자들은 이미 경고하고 있다. 바로 그런 것이다.

하우스가 못마땅해하는 정신병원 의사들은 역사학자들이다. 현실을 받아들이고 그것을 그대로 인정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바라고 있다.

특히 인상적인 사람은 원장이었는데, 하우스가 잔꾀를 부려 모두를 속여넘겼다고 생각한 순간 등장해서 하우스의 조작을 벗겨버린다. 마치 消爪耗牙님이나 소하님이 유사역사가의 허황함을 발각해내는 것처럼.

하우스는 원장에게 맹목적인 미움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행동하기도 하는데, 이 역시 유사역사가가 역사학자에게 갖는 맹목적인 증오를 연상시키는 등, 오늘 하우스는 유사역사학과 씽크로 100%였다고 하겠다.

처음 단편이나 이번 슈퍼맨이나 마찬가지인데, 단지 자기자신이 다치는 것 이상의 결과도 충분히 가져올 수 있다는 사실이야말로 왜 현실을 정확히 인식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일이라 하겠다.

이런 재미있는 패러디를 만들지 못해서 글자로 소개함이 심히 유감이다.



그런데 보낼 밸리가... 역시 만만한 역사 밸리로...

핑백

  • 초록불의 잡학다식 : 유사역사학이 대체 왜 문제인가 2010-07-25 22:00:22 #

    ... 또한 말도 안 되는 예언 같은 것을 믿게 되기도 합니다. 단의 예언 [클릭] 그리고 이런 결과를 빚을 수도 있습니다. 대체로 비유를 들어서 설명한 것들입니다. 하우스6 - 그림 없는 그림책 [클릭] 전문가 [클릭] 망상 뇌를 가진 사나이 [클릭] 환Q에게는 땅이 얼마나 필요한가 [클릭] 어느 마약 중독자의 항변 [클릭] 현실을 죄 부정하게 되기도 ... more

덧글

  • muse 2010/03/02 23:04 #

    님 하우스 까지 마시라능...이란 건 농담이고, 철저하게 '결과'만을 중시하는 하박사가 상당히 충격적인 캐릭터긴 하지요.
  • 초록불 2010/03/02 23:08 #

    마지막 장면에서원장이 일생을 남을 구하고 진실을 추구해온 당신이 무슨 짓을 한 건지 보라고 하고 떠나려 하자, 하우스가 "도와달라"고 말하는데, 확실히 하우스의 정신에 심각한 문제가 있기 때문에 만들어진 에피소드라고 저는 보았습니다.

    남이 행복해하는 것을 보고 즐기는 하우스...라는 건 존재할 수 없다능...^^
  • nuel92 2010/03/02 23:05 #

    그리고 이 글을 본 분들 중에 한분은 그 화를 캡쳐해서 패러디를 만들것 같군요.
  • 초록불 2010/03/02 23:09 #

    TV카드만 있었으면... 쩝...
  • 아브공군 2010/03/02 23:05 #

    들어올 때 부터 '닥터 하우스인가?' 라고 생각했는데 맞네요......
  • 초록불 2010/03/02 23:09 #

    ^^
  • 消爪耗牙 2010/03/02 23:11 #

    샤실 그 에피소드는 跛선생의 Role이 기존의 그의 것과 반전된 것이었죠.
    평소에 그가 얼마나 악랄하게 다른 사람들에게 가혹한 '진실'을 강요해왔는가를 생각해보면, 시즌 6의 컨셉이 '역지사지' 라는 것을 추량할 수 있다능.

    하지만 선량해지고 사람다워진 跛선생따위...

  • muse 2010/03/02 23:17 #

    맞습니다 '선량한 하과장'이라니 상상조차 할 수 없어요. 인성을 버리면서까지 '진실'을 추구하는 하박사가 하우스라는 시리즈의 아이덴티티 중의 하나죠.
  • 초록불 2010/03/02 23:20 #

    절묘한 한자입니다...^^ (선량한 하우스는 필요없다능!)
  • 네리아리 2010/03/02 23:18 #

    하우스 6 보고 싶은데 TV가 없어서리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 초록불 2010/03/02 23:20 #

    OCN이 안 나오는 것도 아니고... 아예 TV가 없다니...ㅠ.ㅠ
  • tore 2010/03/02 23:26 #

    이청준소설인 조만득씨! 분명 고교때 문제집에서 본 지문(or 교과서일지도 모릅니다)이란 것까지 기억해내고 글을 노려보다가 겨우 생각났습니다.
  • 초록불 2010/03/02 23:34 #

    아, 이청준 소설이었나요. 다시 찾아보고 싶군요.
  • sharkman 2010/03/02 23:28 #

    미드를 왜 TV로 보나요?
  • 초록불 2010/03/02 23:34 #

    저는 그 방법밖에...
  • 마무리불패신화 2010/03/02 23:31 #

    환빠를 환Q라고 하는 이유가 설마 아Q 같다고 환Q라고 하는건가요??

    이 글을 읽고나니 갑자기 궁금증이 생기네요.
  • 초록불 2010/03/02 23:38 #

    대체로 Q라고 부르는 이유는 노신의 아Q에 그 근원이 있지요.

    특히 제 경우에는 http://orumi.egloos.com/3057697 를 참조하세요.
  • 을파소 2010/03/03 00:00 #

    그런데 하우스는 원장과 19금하는 환각도 겪은 바 있는데요. 그렇다면....(꺄아아악!)
  • 네비아찌 2010/03/03 01:13 #

    정신과 일 하는 입장에서는 참 슬픈 에피소드로군요.
    제가 전공의 때 몰래 나가서 투신해 버리신 환자분 일이 생각나네요.
  • 초록불 2010/03/03 01:15 #

    저런...
  • 라세엄마 2010/03/03 06:11 #

    헐 하우스 까면 사살임...이랄까 하우스랑 원장이랑 친해지는데요[..]
  • 초록불 2010/03/03 12:25 #

    살려주세요. 그런데 사실 시즌5를 못 봐서 잘 모르겠네요.
  • 라세엄마 2010/03/04 16:00 #

    헐 하우스 까고 생존을 바라다니 늦었음 헉헉[...]
  • 초록불 2010/03/04 16:03 #

    그런데, 이게 왜 하우스 까는 글이 되나요... 살려주셈.
  • 라세엄마 2010/03/05 15:54 #

    원래 빠에게는 이유가 통하지 않아요[...]
  • 잠본이 2010/03/27 14:18 #

    환빠를 뛰어넘는 하빠의 등장!
  • 라세엄마 2010/03/28 04:59 #

    하우스 만세 헉헉
  • 위장효과 2010/03/03 12:18 #

    이청준씨가 병원 소재로 해서 그런 작품들 많이 남겼지요. 대표작인 "당신들의 천국"도 그렇고.

  • 초록불 2010/03/03 12:25 #

    그렇군요.
  • 프레디 2010/03/03 15:02 #

    저는 저 에피소드를 보면서 시미즈 레이코의 '비밀' 의 한 에피소드를 떠올렸습니다. 한 여성이 백주대낮에 칼부림을 해서 닥치는 대로 죽이다가 죽은 사건이었는데, 조사결과 그 여성은 자신이 공주라는 망상에 빠져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망상덕에 가난한 삶, 병걸린 아버지를 수발하는 괴로움, 늙어가는 자신 등의 괴로운 현실을 겨우겨우 버틸 수 있었던 것이죠. 그런데 우연히 친하게 된 정신의학도가 친구가 그런 망상에 빠져 있단 걸 알고 망상은 무조건 나쁘고 현실을 직시하는게 옳다는 생각으로 약을 몰래 먹여 상태를 호전되게 했던 겁니다. 망상이 사라지자 괴로운 현실을 정면으로 직시하게 된 여성은 완전히 절망하여 약을 먹인 친구를 시작으로 근처에 있던 사람들을 마구 찌르다 죽은 것이죠. 망상을 가지고 사는 것은 분명히 문제입니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 중에는, 그것만이 유일한 버팀목인 경우도 있지요. 위의 여성은 공주처럼 차려입고 다니며 주변 사람들의 시각에 테러는 했겠지만, 그 외에는 열심히 벌어 병든 아버지를 간호하는 선량한 사람이었던 것이 망상이 사라지자 살인마가 되었지요. 사실 천천히 현실을 인식시켜 자기 힘으로 망상을 떨치게 하는 게 제일이었지만, 그런 생각을 못하고 무조건 망상이 사라지면 다 될 것이다라며 약을 먹인 친구가 가장 나쁜 사람이긴 합니다. 선의로 한 행동이라 더 비극이었죠.
  • 네비아찌 2010/03/03 20:27 #

    딴지를 거는 거 같아 죄송합니다만, 소설과 현실은 또 다릅니다.
    실제 망상이 있는 환자분들은 그 망상 자체가 자신과 주위 사람들을 괴롭게 만드는 현실입니다. 망상이 있으신 분들은 대부분 정상적인 직업이나 사회생활을 하기가 어렵습니다. 치료받지 않은 환자분들 중에 그 소설 속 사람처럼 열심히 벌어 병든 아버지를 간호할 정도인 분은 매우 드뭅니다.
    그리고 현실을 인식시켜 자기 힘으로 망상을 떨치게 하는 게 제일 좋은 방법이긴 합니다만,
    망상이 있으신 분들은 망상을 현실이라고 굳게 믿고 계시기 때문에, 그 현실 인식 자체가 잘 안됩니다. 약물치료를 통해 망상을 가라앉히면서 현실을 인식할 실마리를 찾은 후에야
    스스로도 망상을 망상으로 인식하고 거기서 벗어날 수 있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하지만 그 소설 속 친구가 약을 몰래 먹인 것은 잘못입니다.
    정신의학도라면 충분히 알았을 텐데. 약물치료는 반드시 환자에게 충분히 설명을-환자가 당장 동의하지 않더라도-하고 최대한 환자의 동의를 얻어서 시행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환자 몰래 약을 먹이는 것은 환자를 속이는 것이고, 이것을 환자가 알게 되면
    망상이 더 강화되고 치료로부터는 더 멀어져 버리니까요.
  • 프레디 2010/03/04 13:27 #

    예. 현실은 분명 그러하겠죠. 어디까지나 픽션이니까요. 그래도 꽤 재미있는 얘기였습니다. 친절하게 가르쳐 주셔서 고맙습니다.

    그와는 별개로 시미즈 레이코의 '비밀' 은 소설이 아니라 만화입니다. 미래에 개발된 시체의 뇌에 저장된 기억을 읽어내는 기계를 통해 인간의 가장 은밀한 비밀을 정면으로 직시하는 수사관들의 이야기죠. 꽤 재밌습니다.
  • 두기 2010/03/04 02:26 #

    그래도 하박사는 현실을 직시하고 다시 일어나죠. 새로운 정보가 들어왔을 때 이를 받아들일 수 있는지 아닌지의 차이가 '유사'와 '진짜'의 차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 초록불 2010/03/04 13:28 #

    좋은 말씀입니다.
  • 잠본이 2010/03/27 14:22 #

    본문과는 좀 다른 얘기지만 자신을 슈퍼맨이라 믿는 남자 얘기를 그린 영화를 본 기억이 나서 트랙백 보내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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