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있었던 일 *..만........상..*



공원을 지나가는데 청년과 노인 사이에 시비가 붙었다.

청년의 목소리는 잘 들리지 않는데 노인의 목소리는 쩌렁쩌렁하다. 청년이 뭘 잘못했는가, 걸음을 멈췄더니 이건 좀 황당하다.

"그러니까 제가 쓴 뒤에 도로 갖다 놓겠다고 말씀 드렸잖아요."

청년의 말이다. 노인이 바로 버럭 화를 낸다.

"그게 문제가 아니지! 젊은 사람이 어르신이 말하면 곱게 받아들일 것이지, 어디에다 대고 토를 달고..."

청년이 운동하는 기구를 옮기려다가 노인에게 한 소리를 들은 모양이다. 별 것도 아닌 일에 왜들 저러나 싶다. 주변에 한 사람, 두 사람 사람들이 모여드는데, 다 노인 양반들이다. 청년의 말은 공허한 메아리.

"제가 뭘 잘못했다고 이러시는지 도무지 모르겠네요."

사실 나도 처음 상황은 못 보았으니, 청년이 뭘 잘못했는지는 모른다. 그러나 그 상황에서도 침착성을 그리 많이 잃지 않은 청년이 뭔가 특별히 잘못했을 것 같지는 않았다. 그런데 뒤 이은 노인의 말이 걸작이다.

"자넨 말이 많아. 말이 많으면 나쁜 사람이야."

말이 많으면 나쁜 사람. 결국 그런 것이었던가.

왜 그 노인은 그런 가치관을 가지게 된 것일까? 무엇 때문일까?

공원을 한바퀴 돌고 왔을 때는 모든 상황이 정리되어 청년도 노인도 보이지 않았다.


덧글

  • MrNoThink 2010/03/04 16:10 #

    말이 많으면 나쁜 사람이라니. 결국 말대꾸 하지마, 라고 혼을 내고 싶었던 거로군요. 말씀대로 걸작입니다.
  • 초록불 2010/03/04 17:29 #

    그렇죠. 어른이 까면 까는대로 조용히...
  • 슈타인호프 2010/03/04 16:12 #

    제가 어릴 때 어른들이 꾸짖을 때 반쯤 농담으로 종종 하시는 멘트가 있었습니다.

    "말 많으면 공산당"이라고 말이죠.
  • 네비아찌 2010/03/04 16:50 #

    저도 어릴때 주변 어른들에게 종종 들은 말이군요^^;
  • 초록불 2010/03/04 17:29 #

    그 생각은 못했군요. 우리 동네에선 그런 말을 안 썼는데...
  • ⓧA셀 2010/03/04 18:28 #

    전 그 대사 요즘도 가끔 어머님께 듣곤 합니다 orz
  • NOT_DiGITAL 2010/03/04 16:13 #

    청년이 사람이 좋았던 모양이네요. 원래 저런 노인들이 만만한 사람들(특히 젊은 여성)에게나 그러지, 그렇지 않은 경우는 절대 안 그러거든요.

    NOT DiGITAL
  • 초록불 2010/03/04 17:30 #

    처음 시작을 못 봐서... (아, 그나저나 키보드 정말 바꿔야 하나...-_-;;)
  • rumic71 2010/03/04 16:13 #

    "말 많으면 공산당" 이 이상하게 변질이 되었군요.
  • 초록불 2010/03/04 17:30 #

    자주 사용하는 말이었군요.
  • Niveus 2010/03/04 16:18 #

    ...저런노인은 무시하거나 더 큰 권위(대개 경찰서장, 검사급)를 갖다대면 깨깽하지만말이죠(...)
    솔직히 마주치면 x밟았다 하면서 보통 무시하지만 -_-;;;
  • 초록불 2010/03/04 17:31 #

    거기서 그런 말 하기는 좀... 그냥 운동기구를 놓고 벌어진 말다툼이니까요.
  • sharkman 2010/03/04 17:01 #

    사람봐가면서 하죠, 저런 깽판은.
  • 초록불 2010/03/04 17:31 #

    공원에서 공연히 여자나 어린 학생들에게 고함을 치는 노인이 있긴 하죠.
  • T-ara 2010/03/04 17:07 #

    저기서 "너 이노무섀끼 내 아들이 누군줄 알어?"가 나올 확률이 몇 퍼센트나 될까요-_-;;
  • 초록불 2010/03/04 17:31 #

    제가 떠난 뒤에 나왔을지도...
  • Leia-Heron 2010/03/04 17:09 #

    분명히 청년 못지 않게 노인도 말이 많았겠죠.... 오히려 더 많았다든지
  • 초록불 2010/03/04 17:32 #

    대부분은 노인의 말이었죠.
  • 이준님 2010/03/04 17:13 #

    1. 너 이노무새퀴 내 아들이 누군줄 알어?

    답: 미국 세탁소 주인
    미국인과 결혼

    실제 본 케이스... --;;;

    그러니 상대방의 대답

    足下, 조밥 가튼 주제에
  • 초록불 2010/03/04 17:32 #

    청년이 경우가 있어서 험한 말은 안 나오더군요.
  • 들꽃향기 2010/03/04 17:20 #

    그 노인분께서는 '불립문자'의 가치관을 가지신 분이 아니었을가 싶기도....(도주)
  • 초록불 2010/03/04 17:32 #

    불립문자는 서로 말을 안 해야 가능...
  • 허안 2010/03/04 19:41 #

    옛말 그른 것이 없지요 늙으면 죽...........을 써야 합니다.
  • 초록불 2010/03/04 21:40 #

    그게 뭔가요...라고 달다가 알았습니다. 그냥 곱게 늙는 걸로 하세요...
  • Ezdragon 2010/03/04 21:19 #

    씁쓸합니다.... 나이 많으면 장땡이라는 의식구조가 빨리 사라져야할텐데... 예의와는 분명 다른 문제라는걸 좀 알아줬으면 할 뿐입니다.
  • 초록불 2010/03/04 21:42 #

    글쎄말입니다...
  • 比良坂初音 2010/03/04 21:39 #

    ......요즘 늙은 것들은.....-_-
  • 초록불 2010/03/04 21:42 #

    헉...
  • Allenait 2010/03/04 21:59 #

    진짜 여러모로 씁쓸합니다.
  • 초록불 2010/03/04 22:07 #

    그런데 오늘도 그런 노인들을 보았습니다. 이거야, 원...
  • 표류소녀 2010/03/04 22:30 #

    그러게 어른이 야단치면 아무리 내가 옳더라도 절대 토달지 말고 "예, 예, 잘못했습니다, 어르신 말씀이 옳습니다"하는 게 빨리 끝나요.
  • 초록불 2010/03/04 22:47 #

    그렇게 버릇 들인 결과... 피해는 엉뚱한 곳에서 보는 게 아닐까요...
  • rumic71 2010/03/04 22:55 #

    노인들은 '버릇을 들일' 수 없는 존재입니다.
  • 아르니엘 2010/03/05 00:06 #

    요즘은 얌전히 듣고 있으면 '왜 대답이 건성이야!'하고 더 욕먹던가, 아니면 주구장창 별 상관도 없는소리가 3시간 33분쯤 지속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대체로 술취한 어른들이 저러죠.
  • 표류소녀 2010/03/05 00:59 #

    음... 저로서는 "어른은 변하지 않는다"는 전제가 있어서요.
    기분 나쁘셨다면 죄송합니다.
    (변하지 않는 어른이 가까이에 있어서 이렇게 됐는지도... -_-;;)
  • 초록불 2010/03/05 01:03 #

    아니. 그런 건 아닙니다. 그냥 의견이었을 뿐입니다...^^
  • 역사돌이 2010/03/04 23:18 #

    노인 공경은 한국의 필수 예절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만

    몇 년 전 남대문 사건이나 ... 가끔씩 보이는 저런 이야기들을 보면

    ... 흔들리네요 헝헝
  • 초록불 2010/03/04 23:21 #

    언제나 그렇듯이 이런 일을 일반화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죠. 더불어 왜 이런 일이 생기는가에 대해서 생각해보는 것도.
  • 마무리불패신화 2010/03/04 23:34 #

    역시 요즘 노인들은 철이 없습니다.(응??)
  • 2010/03/05 00:57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초록불 2010/03/05 01:21 #

    어디에나 있습니다. 인간이란 그렇게 사는 것이죠.
  • Ruum 2010/03/05 00:57 #

    제 친구가 겪은 경우에는...

    어떤 어르신이 친구가 예약한 자리를 빼앗아 앉은 다음에, 항의하는 친구에게 예의가 없다는 둥.. 큰소리 빵빵치시던 어르신도 계셨지요. 그 어르신도 유교를 언급하고 그러셨던데, 단순히 예전 가치관이 그릇되게 작용하는 부분인지는 모르겠습니다.
  • 초록불 2010/03/05 01:21 #

    목소리 크면 이긴다는 진리를 신봉하시는 거겠지요.
  • 우기 2010/03/05 04:59 #

    TV 토론 프로그램을 함께 시청하다보면, 대체로 한쪽 정당이 밀리는 경우를 보곤 하는데,
    그럴때마다 근처에 어르신들은 '입만 살아가지고!' 하며 화를 내시더군요.
    결국 논리적인 토론=입만 살은 것=빨갱이 라는 등식이 성립되곤 하더라구요.
  • 초록불 2010/03/05 08:49 #

    전반적으로 사회 자체의 습성이 개개인에게도 적용되고 있다고 보아야 하겠지요.
  • 뱀  2010/03/05 08:36 #

    참 우스우면서도 웃기 어려운 얘기네요. ㅎㅎ
  • 초록불 2010/03/05 08:50 #

    말이 많은 작가들은 다 죽어야 한다는...
  • 취한배 2010/03/05 09:27 #

    아아 인간에 대한 희망을 앗아가는 존재가 거기 하나 더;;;;
  • 말코비치 2010/03/05 10:24 #

    예 예 하고 고분고분해야하는데 '토'를 달았다는 것이 핵심인 모냥입니다. 다른 분들의 지적처럼 "말 많으면 공산당"이라는 생각이 기저에 있었을지도 모르고요.

    하여간 예의라는 것은 나이가 많은 사람이 적은 사람에게도 지켜야 하는 것일 겝니다. 저도 예전에 어떤 환갑 넘은 아저씨가 지하철에서 시비를 걸어온 적이 있었습니다. 왜 내가 서있는데 자리를 비켜주지 않느냐 등등이었습니다. 초록불님의 글과 비슷한 상황이 연출되었고, 결국 예의좀 지키시라, 나보다 나이가 2배도 넘는것 같은데 젊은 사람들이 당신 행동보고 뭘 배우겠느냐 일갈해주고 걍 내렸습니다.
  • rumic71 2010/03/05 10:55 #

    원래 "말많으면 공산당"은 잔소리쟁이를 까는 이야기인데 쓰임새가 변질된 듯합니다...
  • sinis 2010/03/05 10:35 #

    저도 저 비슷한 경우가 있었습니다.

    지하철 서울역에서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터에 서서 내려가는 사람들(특히 여성들)에게 계속 욕을 해대는 노인이 있었는데, 내려가면서 뒤를 한번 쳐다봤더니 저보고도 "뭘봐? 눈깔을 확뽑아버릴라~"하고 욕을 하더군요...

    내려갔다가 다시 뛰어올라가서 왜 저한테 욕을 하고 그러시느냐고 따졌습니다.

    그동안은 내려간 사람들이 '에이, 미친 영감..."하고 말지 설마 내려간 사람이 다시 올라오는 케이스가 있으리라고는 생각을 못했던지, '어,어,어'하고 올라오는 저를 보고 있다가 제 항의를 들으시고는 전가의 보도를 휘두르시더군요...

    "너 몇살이야?"

    바로 맞받아쳤습니다.

    "자랑할게 나이밖에 없는 인간이 되지 말랬다고 했습니다. 그게 제 눈을 뽑을 사유가 됩니까?"

    다음 레파토리...

    "넌 애비애미도 없냐?"

    "저희 부모님은 아무에게나 욕하지 않으시거든요?"
    .
    .
    .
    .

    결국 역사 직원이 와서 "나이가 많다고 함부로 욕하면 안된다"고 이야기해도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어디 젊은 놈이 눈 똑바로 뜨고..."하면서 이번에는 지하철 직원을 상대로 싸우고, 나중에는 경찰까지 와서 "나이가 많다고 함부로 욕하면 안된다"고 이야기해도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어디 젊은 놈이 눈 똑바로 뜨고..."하면서 이번에는 경찰을 상대로 싸우고...

    결국 경찰이 데리고 갔습니다....어디 사람없는 곳에 데리고 가서 풀어놨겠지요.
    .
    .
    .
    .
    더 화가 나는 것은 한참을 실랑이질하는데 구경꾼들이 몰려오더군요.

    그런데 그중 일부 여성들은, 오히려 재미있어 하면서 폰카를 꺼내 동영상으로 그 실랑이를 찍고 있습니다.
    찍지 말라고 하니까, 오히려 도망치면서도 찍고 있더군요...

    "주로 여성 등의 약자를 대상"으로 하는 노인의 행패에 대항해 주었더니, 오히려 그것을 구경거리로 삼으면서도 "니 여동생이 그꼴 당하면..."운운할 자격이 있을까요?

    역으로 "니 남동생이 분연히 나서주었는데, 오히려 그 모습을 보고 웃으면서 사진이나 동영상을 찍고 있다면, 그 꼴을 당하면서도 나서달라고 이야기 하겠냐?"고 묻고 싶습니다.

    그런 말을 들으면, 주위의 다른 여성들이 "이보세요, 학생, 찍지 말라는데 찍지 마세요"라고 말하면서 '나서주는'사람은 없으면서, 남성들보고는 나서달라고 요구하는 것을 보면, 노인이나 여자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 T-ara 2010/03/05 15:39 #

    그렇게 찍은 사람이 나중에 블로그에 <노인에게 욕하는 젊은 놈>이란 식으로 동영상을 올려버리면 정말 한 순간에 인터넷에서 마녀사냥을 당하게 되겠네요 ㅎㄷㄷ;;
  • sinis 2010/03/05 18:05 #

    그렇죠...

    그런데도 "요즘 사람들은 왜 여자들이 희롱당하면 외면하냐?"면서 목청을 드높입니다....

    주위의 다른 여성들 가운데 "이보세요, 학생, 찍지 말라는데 찍지 마세요"라고 말하면서 '나서주는'사람이 없었던 것은 괜히 나섰다가 '아줌마가 무슨 상관이예요?'하는 욕먹기 싫어서일 것입니다.

    자기는 욕먹는 것조차 싫어하면서, 남보고는 폭력에 당당히 맞서라라고 주장하니....누가 나서려 할까요?



    PS : 저는 계속 나서고 있습니다.

    금연지구에서 담배피는 사람보고 "여기 금연지역인데 담배피시면 안됩니다."하고 이야기 했더니 "니가 뭔데 내 담배피우는 것보고 그래?" 라는 답변이 돌아오더군요...

    그래서 저는 "그럼 댁은 뭔데 금연지구에서 담배피는건데?"하고 맞받아칩니다...

    저를 향해 뭐라고 하려던 사람이, 주위 사람들이 제 편을 들어주자 조용히 꼬리를 내리고 "재수없네~어쩌네~"하면서 사라집니다.

    이런 상황에서 누군가가 나서서 이야기하면 최소한 그 사람의 편이라도 들어준다면, 점차 더 좋은 사회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 초록불 2010/03/05 19:52 #

    용기있는 행동에 박수를 보냅니다.
  • 나야꼴통 2010/03/05 15:53 #

    재미난 것중 하나는 노인분들 끼리도 시비 붙으면 민증까듯이.. 몇살이야로 시작해서

    '나이 를 X 로 쳐 먹은넘이.... ' 라던가
    '곱게 늙어...' , '안뒤지나...' 등등의 상욕이 난무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그 경우의 대부분이 지하철의 노약자 석에서 약주 거하게 드신 분들끼리 싸우더군요.

    ^^;;
  • 초록불 2010/03/05 16:39 #

    어제는 그런 경우를 당했습니다. 하마터면 봉변을 당할 뻔 하기까지...
  • 샤도우 2010/03/10 19:00 #

    노인이 된다는거... 실제적으로 뇌의 화학성분의 변화로 인해 신경질적이 될수도 있는것 같습니다. 원래 성격이 괴팍할수도 있지만, 노화에 의해 성격이 이상해질수도 있는거죠 뭐...뭐 옛날 유럽에선 나이든 노파를 마녀라고 불에태워 죽이지 않았습니까? 뻘짓하면 그렇게 되는거죠...
  • 초록불 2010/03/10 19:07 #

    걸리버여행기에도 불사의 노인들 행패가 나오지요...^^
  • santalinus 2010/03/14 18:38 #

    나이가 들어서 추해지는 사람이 있다기보단... 그냥 원래부터 추했던 사람이 늙어가는 것일 뿐이라고 생각하고 싶습니다....ㅠ.ㅜ
  • 초록불 2010/03/14 18:40 #

    충분히 그럴 수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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