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이런 저런 생각 *..만........상..*



본래 대중은 영리하지 않은 법이지만 그래도 그들은 영리하지 않다는 것이 오히려 방어막이 된다. 그래서 비겁한 지식인이 되는 것이 훨씬 더 큰 문제다.

영리한 사람은 쉽게 무모해지지 못하고, 그래서 물러서는 속도도 빠르게 된다. 진정한 용기는 본래 희생을 바탕으로 탄생하는데, 나이가 들수록 희생할 수 없는 끈들이 줄줄 생겨나고 결국 그런 이유로 좀 더 보수적이 되어버리는 것 같다.

어렸을 때 이광수의 <마의태자>를 읽고 마음 속으로 제법 분했던 적이 있다. 세상이 아무리 어렵기로소니 일국의 재상들이 줄줄이 어쩔 수 없다는 소리나 하고 책임을 회피하는 걸 보고 한탄스러웠던 것인데, 나중에 나이가 좀 더 들어서는 그럴 수도 있었겠거니 생각하는 나를 보고 소스라치게 놀라 혀를 찼다.

현실이 그러니 어쩔 수 없다는 말을 참 싫어한다. 현실은 원래 그런 거고, 그런 거 마음에 안 들어할 수도 있고 고치려고 노력할 수도 있다. 아니, 안 고치고 그냥 그렇게 살 수도 있다. 그건 그게 마음에 드는 거다. 그래서 그러는 것이라면 나는 얼마든지 인정해줄 수 있다. 물론 인정하는 것과 동의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고.

하지만 내 마음도 너와 같은데, 하지만 이게 현실이니까 그냥 그렇게 살아라...는 건 문제가 다르다. 이게 현실인데, 이게 타당성이 있는 거야라고 말해야 옳지 않은가?

그런 생각을 할 때면 최서해의 <탈출기>가 생각난다.

이 분위기 속에서는 아무리 노력하여도, 충실하여도, 우리는 우리의 생(生)의 만족을 느낄 날이 없을 것이다. 어찌하여 겨우 연명을 한다 하더라도 죽지 못하는 삶이 될 것이요, 그 영향은 자식에게까지 미칠 것이다.

김군! 나는 더 참을 수 없었다. 나는 나부터 살리려고 한다. 이때까지는 최면술에 걸린 송장이었다. 제가 죽은 송장으로 남(식구들)을 어찌 살리랴? 그러려면 나는 나에게 최면술을 걸려는 무리를, 험악한 이 공기의 원류를 쳐부수려고 하는 것이다.

나도 사람이다. 양심을 가진 사람이다. 애정을 가진 사람이다. 내가 떠나는 날부터 식구들은 더욱 곤경에 들 줄도 나는 알았다. 자칫하면 눈 속이나 어느 구렁에서 죽는 줄도 모르게 굶어 죽을 줄도 나는 잘 안다. 그러므로 나는 이곳에서도 남의 집 행랑어멈이나 아범이며, 노두에 방황하는 거지를 무심히 보지 않는다. 아! 나의 식구도 그럴 것을 생각할 때면 자연히 흐르는 눈물과 뿌직뿌직 찢기는 가슴을 덮쳐 잡는다. 그러나 나는 이를 갈고 주먹을 쥔다. 눈물을 아니 흘리려고 하며 비애에 상하지 않으려고 한다. 울기에는 너무도 때가 늦었으며 비애에 상하는 것은 우리의 박약을 너무도 표시하는 듯싶다. 어떠한 고통이든지 참고 분투하려고 한다.

나는 이러다가 성공 없이 죽는다 하더라도 원한이 없겠다. 이 시대, 이 민중의 의무를 이행한 까닭이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빈곤문학이라는 처절한 문학을 개척한 그가 문단의 인정을 받은 후, 생활이 안정되자 바로 필력이 떨어지면서 목적성만 남은 글을 쓰다가 요절하고 마는 그런 뒷이야기도 쓰게 남는다.

[하나 더 추가]
목적성이라 하면 또 생각나는 글이 하나 있다. 심훈의 <상록수> - 분명히 계몽주의 소설에 불과한 이 소설이 참 따뜻하다. 그럴 수가 있나, 여주인공이 죽어버리는 이런 소설이 따뜻하다니... 그런데, 그렇다.

나는 그래서 이 작가를 좋아하나 보다.


덧글

  • Allenait 2010/03/07 20:53 #

    아.. 탈출기.

    읽으면서 여러모로 씁쓸해 했었죠.
  • rumic71 2010/03/07 20:57 #

    "제에길 두번 다시 못 올 청춘을 이딴 시골 구석에서 썩여야만 한단 말이냐!" 저는 비뚤어진 탓인지 상록수라면 이 대사부터 떠오르더군요.
  • 역사돌이 2010/03/07 21:12 #

    최서해 단편집을 예전에 구입해서 읽었었는데 ...

    읽으면서 ... 허헝 ㅠㅠ 죄다... 세드엔딩

    작가의 인생이 고된 인생이었다는게 절실히 보이더라구요.
  • 2010/03/07 22:46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초록불 2010/03/07 22:49 #

    그렇게 하세요...^^
  • 치오네 2010/03/08 00:51 #

    감사합니다. ^^
  • catnip 2010/03/07 23:03 #

    음음음...역시 잘 모르겠어요...
    그런데 상록수는 왜 여태 안읽어봤을까요. 안읽었다는것도 방금 인지했으니 말이지요..
  • sharkman 2010/03/08 00:06 #

    상록수라면 살롱에서 마담이 애들을 거느리고 노는 장면만 생각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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