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랜디 - 믿음의 세가지 유형 *..역........사..*



제임스 랜디는 마술사다. 몇 년 전에 SBS에서 <도전 백만불! 초능력자를 찾아라>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해서 국내에도 익숙한 인물이다. 초자연현상에 대한 증명이 불가능함을 몸소 보여준 사람이다.

우리나라에서도 한바탕 굿을 했던 유리 겔라의 속임수 같은 경우도 랜디에 의해 파헤쳐진 바 있다. 그가 신앙치료라는 거대한 사기극에 대해서 쓴 책 <폭로>에는 믿음에 대한 세가지 유형이 나온다. 철학자 폴 쿠르츠의 정의에 의해 나누었다고 하는데, 이 철학자가 누군지는 모르겠다.

제1유형 - 타협을 모르는 믿음
아무리 강력한 반대 증거가 나와도 전혀 영향을 받지 않는다. - 중증 유사역사학 신봉자가 여기에 속한다.
랜디가 든 예는 섬뜩하기까지 하다. 랜디는 두 사람을 가짜 초능력자로 위장해서 연구소로 보냈는데, 모든 테스트가 끝난 후 거짓말이었음을 두 사람이 밝혔음에도 연구원들은 이들이 진짜 초능력자라고 우기기 시작했다는 것.

이렇기 때문에 이병도의 기고문을 직접 읽어보고도 거기에 환단고기를 지지하는 글이 있다고 주장하거나, 한사군이 중국에 있었다고 주장하는 글이 있다고 우기는 인간이 등장하는 것이다.

이 유형에 속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믿음을 거의 대부분 버리지 않는다.

제2유형 - 믿고자 하는 의지
이성적 판단을 내릴 만한 증거가 불충분하거나 전혀 없는 상황에서 발생하는 의도적인 믿음.
믿어야 하는 이유가 확실하지 않은데도 믿기로 마음먹는 것을 가리킨다.
제임스 랜디는 우리 식으로 이야기한다면 "진영논리"가 여기에 속한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환단고기도 잘 검토하면 사용할 수 있는 게 있을지도 몰라, 라든가
무조건 배척하면 안 돼, 라든가
동북공정이나 일본의 왜곡 교과서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우리도 이런 것을 이용해야 한다, 라고 주장하는 유사역사학 동조자들이 이 유형에 속한다.

이 유형에 속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믿음과 배척되는 책을 읽으려 하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다고 한다.

제3유형 - 증거에 기초한 가설
관찰에 기초하여 가설을 세우고, 그것을 검증하여 이론으로 만드는 일련의 과정을 제3유형이라고 한다. 과학자들의 행위가 여기에 속한다. 이 믿음은 반대되는 증거나 이론이 나오면 철회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역사학을 올바로 연구하는 사람들은 이 유형에 속한다.

이 책에는 칼 세이건의 추천사가 있다.

과학은 다양한 선물을 선사한 대신 일종의 부담을 안겨주었다. 우리는 자신마저 과학적으로 생각해야 하고 최선을 다해 우리의 희망과 바람 그리고 믿음을 극복해야 하며, 또한 우리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바라봐야 한다. 각자의 깊은 내면을 들여다보면서, 이 세상의 온갖 역경에 직면했을 때 커다란 위안을 주는 개념을 의심해야 할지 모른다. 인생이란 덧없고 불확실하며, 의학적으로 치료불가능한 질병이 주요 사망 원인이 되고 있다. 이러한 시기에 과학이 인간의 고민을 해결해주지 못하면서 미신이 주는 위안마저 빼앗아간다면 너무 잔인한 일이다. 그렇다고 잡동사니 과학을 받아들여 우리가 안전하다고 느끼는 부분에서만 그것을 활용하고, 위협을 느낄 때 무시하면 안 된다. 그것은 위선이자 자기 기만이며, 위험하게 강요당한 미래다.

저 말은 역사학에도 차용할 수 있다. 이렇게.

역사학은 다양한 선물을 선사한 대신 일종의 부담을 안겨주었다. 우리는 우리의 역사마저 과학적으로 생각해야 하고 최선을 다해 우리의 희망과 바람 그리고 믿음을 극복해야 하며, 또한 우리 역사를 있는 그대로 바라봐야 한다. 역사의 깊은 내면을 들여다보면서, 우리 민족이 온갖 역경에 직면했을 때 커다란 위안을 주어온 개념을 의심해야 할지 모른다. 역사란 허무하고 불확실하며, 아직까지 밝혀내지 못한 것들이 수두룩 하다. 이러한 시기에 역사학이 한국사의 실체를 모두 밝혀주지 못하면서 민족의 영광이 주는 위안마저 빼앗아간다면 너무 잔인한 일이다. 그렇다고 유사역사학을 받아들여 우리가 영광스럽다고 느끼는 부분에서만 그것을 활용하고, 타국을 깔아 뭉개서는 안 된다. 그것은 위선이자 자기 기만이며, 위험하게 강요당한 미래다.


핑백

  • 초록불의 잡학다식 : 유사역사학이 대체 왜 문제인가 2010-07-25 22:00: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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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dunkbear 2010/03/29 09:09 #

    http://en.wikipedia.org/wiki/Paul_Kurtz

    언급하신 폴 쿠르츠에 대한 위키피디아 내용입니다. 대충보니 세속적 인간주의 협회 (Council for Secular Humanism) 창시자이자 회장이고 제임스 랜디처럼 초자연적 현상에 대한 비판자로 이에 대한 책도 여러권 낸 것 같더군요. 네이버 검색하니 제임스 랜디가 태클을 걸었던 유리 겔러에게 명예훼손으로 소송을 당했지만 겔러가 오히려 엿 먹었다고 하네요. ^^;;;
  • 초록불 2010/03/29 09:11 #

    고맙습니다...^^
  • 야스페르츠 2010/03/29 09:24 #

    종교에 심취한 사람들은 주로 1과 2 유형이겠죠. 예수천국 불신지옥을 외치는 자들이 1유형이려나요?
  • 초록불 2010/03/29 09:38 #

    광신도는 1유형일 수밖에 없죠.
  • 잠본이 2010/03/29 10:49 #

    그리고 그 광신도를 이용해먹는 이들이 2(혹은 2로 위장한 불신자) OTL
  • DOSKHARAAS 2010/03/29 09:24 #

    제임스 랜디. 예전에 마술을 독학했을 때는 위대한 마술사 랜디로만 알고 있었죠. 텔레비전에 나오는 모습을 보고 얼마나 놀랐는지 모릅니다. 사기꾼을 잡아내는 사람으로 나오다니, 하고요.
  • 초록불 2010/03/29 09:38 #

    위대한 마술사였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으리라 생각합니다...^^
  • 고독한별 2010/03/29 09:39 #

    제임스 랜디 같은 마술사들이 오히려 과학자들보다 초능력으로 사기를 치는
    사람들을 더 잘 잡아내죠. 왜냐하면, 초능력 사기꾼들의 수법들 중에는 심리
    마술사들로부터 배운 트릭이 많거든요. 심리 마술사들과 초능력 사기꾼들의
    차이점은, 전자는 자신이 일종의 트릭을 쓰고 있음을 인정하는데 반해, 후자
    는 전혀 인정하지 않는다는데 있습니다.

    초능력자들의 수법을 파악하는데 마술사들이 더 적임자인 것과 비슷한 원리
    로, 유사 역사학자들이 쓰는 '소설'을 비판하는데에는 어쩌면 초록불님 같은
    역사 소설가분들이 더 적임자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문득 듭니다. (하핫)
  • 초록불 2010/03/29 09:40 #

    제 경우는 좀 그렇지만, 학문이 아니기 때문에 학자들이 대처하는데 어려움이 있는 건 사실일 것 같습니다...^^
  • 少雪緣 2010/03/29 09:41 #

    솔직히 말하자면 제임스 랜디옹도 심히 머리가 굳었달까...예전에 오디오 케이블 논란때 '초능력이라면 과학적 스펙은 똑같은 케이블이여야지 않겠음?'이라던가 내기를 성립시켜놓고 전문가랑 상의한 다음 말을 뒤집는다던가 했었죠. 그외에도 내기가 성립되지 않은 건에대해서 '상대가 사기가 탄로날까봐 도전하지 않는다!'면서 광고를 해대는 바람에 논란만 가중되고 실제 밝혀진것은 아무것도 없었죠. 재밌는것은 '역시 오디오 케이블얘기는 사기다!'라는 쪽으로 흐른 사람들의 반응이었습니다만(...)
  • 초록불 2010/03/29 09:47 #

    어떤 이야기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싸우면서 닮는다는 함정이 이 계통에 존재하는 건 사실입니다. 저도 그렇게 되지 않나 싶어 자꾸 뒤돌아보려고 노력합니다.
  • Allenait 2010/03/29 10:32 #

    딱 들어맞는 분류인것 같군요
  • hyjoon 2010/03/29 11:46 #

    덕분에 유용한 정보 얻고 가네요. 사람의 심리를 이용하는 마술사여서였는지 저런 점을 명쾌하게 잡아내셨네요.
  • 회색인간 2010/03/29 13:26 #

    갑자기 딜버트의 한 장면이 떠오르네요. 제임스 런디 패러디 캐릭터가 나와서 주인공 주변에 열광처럼 퍼지는 컬트에 대해 모든건 속임수입니다. 리고 말하면서 마법을 쓰죠.....손에서 불사조가 나온다던가 순간 텔레포테이션을 한다던가....딜버트가 이건 마법, 초능력 아닙니까? 물으니 제임스 런디 왈....."물론 이건 속임수입니다만, 마술사로써 트릭은 밝힐 수 없다.".........그때 그 캐릭이 결국 컬트에 의해 희생양으로 선택되어 화산으로 던져지는 내용이 진행됩니다만 갑자기 그 이야기가 떠오르네요.
  • 시나브로 2010/03/29 16:42 #

    마지막에서 피식했습니다.
  • 진성당거사 2010/03/29 19:31 #

    제가 세상에서 제일 존경하는 사람 중에 한 사람이 제임스 랜디인데, 문득 여기서 보니 반갑습니다. 마지막 부분에서 저도...........;
  • 레드칼리프 2010/03/31 20:38 #

    저도 저분을 TV에서 보고 정말 감명받았습니다. 말씀을 듣고보니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네요.
  • 아롱범 2010/08/14 23:55 #

    책에 대한 칼 세이건의 추천사가 많은 것을 깨닫게 해주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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