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 증오, 위로 *..만........상..*



파리13구님의 포스팅에서 이런 좋은 글을 보았다.

증오 와 분노 의 차이는? [클릭]

증오는 오래된 감정이며 집단적인 문제이고 증오를 품은 사람에게 고통이 생기지 않지만
분노는 순간적으로 폭발한 문제이며 개인적인 문제이고 고통스러운 것이라는 이야기.

아리스토텔레스의 책을 읽고 싶어졌다. 생각해보면 원전으로는 하나도 본 것이 없다. 소크라테스는 그렇게 여러편을 보았는데 아리스토텔레스는 왜 읽어본 것이 없을까?

분노가 오래 되면 증오로 변하게 될까? 내 생각으로는 그런 것 같다.

나는 종종 이해할 수 없는 분노를 품은 사람들을 보았는데, 이제 와 생각해보면 그것을 증오로 바꿔서 이해할 수 있겠다. 이미 증오에 사로잡힌 후에는 정상적인 이성 판단이 불가능해지는 것이다.

증오는 무차별하게 발산된다. 상대를 자기 마음대로 재단하고 규정한 뒤에 그 틀에 집어넣고 공격한다. 분노가 아니라 증오이기 때문에 더 냉정하게 그리고 계획적으로 상대에게 도발할 수 있다.

예전에 이런 글을 썼다.

누군가 자신을 미워할 때 [클릭]

누군가에게 미움을 받는다면, 그것은 견디기 쉬운 일은 아니다. 그것이 그에게 나를 미워할 자격이 없다 하더라도. 가령 예전에 썼던 이런 글처럼.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 [클릭]

시야를 조금 더 키워보는 것이 좋겠다.

증자가 사는 곳에 월나라 군대가 쳐들어왔다. 증자는 재빨리 달아났다. 군대가 물러난 뒤에 증자가 돌아오자 사람들이 비난했다. 모두 증자를 위해주었건만 위기가 닥치자 혼자 달아났다고 비난한 것이다. 그러나 증자는 자신이 있어서 그들과 맞서게 되면 자신을 따르는 이들이 피해를 입게 되리란 점을 알고 있었기에 몸을 피한 것이었다.

누군가가 나를 미워한다면, 견디기 어렵다면 다른 사람에게 하소연하는 것이 좋다. 혼자 그것을 안고 끙끙댈 일은 아니다. 하지만 증오를 품은 상대와 맞서는 것은, 그 일에 그만한 가치가 있는지 잘 생각해보는 것이 좋다.

맞선다면, 혼자 맞서지 않게 된다. 친구들도 함께 "참전"하게 된다. 상처를 같이 나누게 된다. 그 일이 나의 친구들에게 피를 흘리게 하는 일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내가 올바른 입장에 있다고 해도 싸우면 상처를 입을 수밖에 없다. 그것이 인간이다). 물론 친구들은(친구라면) 함께 싸워줄 것이다. 자발적으로.

다시 생각해본다. 자발적으로 나를 위해 고통을 분담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그 고통을 주려는 이는 누구인가?

친구로부터 위로를 원하지 않고, 친구를 고통에 동참시키고자 하는 이는 누구인가?

나를 증오하는 적인가, 아니면 나 자신인가?

우리 사회에는 너무나 많은 분노가 떠돌고 있다. 분노가 절망이 되고 증오로 변하고... 그리고 증오를 퍼부을 대상을 찾아 떠난다.

따라서 누군가를 적대시하는 것은 참으로 위험한 일이다. 니체가 말한 것처럼, 아니 우리 옛날 속담처럼 미워하면서 배우게 되는 그런 일만은 막아야 하겠다.




어쩌면 다른 이야기일지도 모르겠지만, 내게는 결국 같은 문제인 유사역사학 문제.

유사역사학 신봉자들을 보면서 나는 늘 생각한다. 아니, 생각하려고 노력한다. 저들을 미워하지 말고, 저들을 측은하게 여겨야 한다고. 수오지심은 측은지심과 떨어지면 그저 증오에 불과한 것이라고.

덧글

  • 야스페르츠 2010/04/08 09:45 #

    그들을 측은히 여기면서도, 종종 분노가 치미는 것을 참기는 어려운 것 같습니다. 인터넷에서 만나는 평범한(?) 그들은 웬만하면 분노하거나 증오하기보다는 측은하게 여기게 되는데, 이덕일 같이 컨텐츠를 생산(?)하고 퍼뜨리는 인간에게는 참기 어려워요. ㅠㅠ
  • 초록불 2010/04/08 09:48 #

    화를 낼 때는 내야하겠지요...^^

    우리가 성인군자는 아니잖아요. 하지만 그 정도를 넘어서지 않는가를 돌아보는 마음가짐이 있어야, 그 "화"에게 우리가 잡아먹히지 않을 것 같아요.
  • hyjoon 2010/04/08 09:49 #

    마지막 문장이 제일 와닿습니다.
  • 초록불 2010/04/08 09:51 #

    고맙습니다.
  • 한단인 2010/04/08 09:50 #

    하지만 측은하게 여긴다는 것조차도 저들은 자신의 존재가 부정당하는 기분이 들어서 정신승리를 한 후 반발하겠지요.
  • 초록불 2010/04/08 09:51 #

    그럴수록 더욱 긍휼히 여기는 마음을...
  • Niveus 2010/04/08 10:21 #

    ...머지않아 다들 득도할 태세(;;;)
  • 초록불 2010/04/08 10:27 #

    잘 안 되니까 문제죠... 득도가 그렇게 쉬우면 얼마나 좋겠어요...
  • Allenait 2010/04/08 11:10 #

    사람이란 진짜 미워하면서도 배우게 되는 것 같더군요.
  • 초록불 2010/04/08 13:20 #

    수렁에 발을 들여놓은 이상 진흙이 묻는 것을 꺼릴 필요는 없는데, 어느 순간 더러움을 평이하게 바라보게 된다면 그건 또 그것대로 문제죠... (답글이 어쩐지 안드로메다 행이네요)
  • 이무기 2010/04/08 11:19 #

    네가 옳았다면 화 낼 이유가 없고, 네가 틀렸다면 화 낼 자격이 없다네요. 간디님 말씀입니다만 지키기는 힘들더군요.
  • 초록불 2010/04/08 13:20 #

    어려운 경지입니다...
  • 2010/04/08 12:58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초록불 2010/04/08 13:21 #

    즐거운 일이 많이 생기기를 기원합니다...^^
  • catnip 2010/04/08 15:51 #

    그렇게 생각하려고 노력하는것도 어려운 일이지요...;
  • 초록불 2010/04/08 15:52 #

    네, 생각 자체가 어려운 일이더군요.
  • 2010/04/08 16:15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초록불 2010/04/08 16:24 #

    싫어하는 것과 미워하는 것에 대해서는 비밀글님의 말씀에 공감합니다. 이 문제는 죄책감하고 연관되는 것이 아닐까 싶어요.

    가령 드라마에서 흔히 볼 수 있지만 순간적으로 분노해서 배우자를 때리거나 하고 흠칫 놀라게 되는 그런 것이요...^^

    흔히 이런 분노의 표출은 대체로 회한의 감정으로 남게 되더군요. 더 잘 대응할 수도 있었다는 식이거나, 내가 그런 야만적인 행동을 하다니, 라든가 하는 식으로요.
  • 2010/04/08 17:30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초록불 2010/04/09 02:05 #

    ^^
  • 파리13구 2010/04/09 00:19 #

    변변치 않은 저의 포스팅을 소개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을 한번 읽어 봐야 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좋은 책 추천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
  • 초록불 2010/04/09 02:05 #

    천만의 말씀입니다...^^
  • highseek 2010/04/09 05:29 #

    분노하고 화내서 얻을 게 없다는 걸 깨닫고 나서는 무슨 일이 생겨도 그다지 끓어오르지는 않더군요 :)

    물론 그래도 해야 할 때는 해야겠지만요.
  • 초록불 2010/04/09 08:53 #

    다른 사람에게는 하찮은 가치로 보이는 일도 자신에게는 목숨과 같은 일일 때가 있지요. 그런 경우에는 참아서는 안 되겠지요...^^
  • 2010/04/09 07:10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소하 2010/04/11 09:27 #

    더욱 무서운 것은 증오를 가진 집단은 기본적인 윤리조차 망각해버리는 것이죠. 아니 집단이 지속적으로 발전하게 되면 그렇게 나아가더군요. 집단의 불의한 권력(영향력)에 대항하다 사라진 사람들을 볼 때마다, 절로 고개가 숙여지고 부끄럽기도 합니다.
  • 초록불 2010/04/11 10:31 #

    그 역시, 불합리한 것을 따르면서 합리적인 정신을 잃어버리게 되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런 함정에 빠지지 않도록 늘 조심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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