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외로웠던 것일까? *..문........화..*



그렇게 한 줄의 관심이 그리웠던 것일까?
시 한수 떠오르는 이 밤.





<길>

정희성




아버지는 내가 법관이 되기를 원하셨고

가난으로 평생을 찌드신 어머니는

아들이 돈을 잘 벌기를 바라셨다

그러나 어쩌다 시에 눈이 뜨고

애들에게 국어를 가르치는 선생이 되어

나는 부모의 뜻과는 먼 길을 걸어왔다

나이 사십에도 궁티를 못 벗은 나를

살 붙이고 살아온 당신마저 비웃지만

서러운 것은 가난만이 아니다

우리들의 시대는 없는 사람이 없는 대로

맘 편하게 살도록 가만 두지 않는다

세상 사는 일에 길들지 않은

나에게는 그것이 그렇게도 노엽다

내 사람아, 울지 말고 고개 들어 하늘을 보아라.

평생에 죄나 짓지 않고 살면 좋으련만

그렇게 살기가 죽기보다 어렵구나

어쩌랴, 바람이 딴 데서 불어와도

마음 단단히 먹고

한 치도 얼굴을 돌리지 말아야지



덧글

  • 사발대사 2010/05/03 23:29 #

    정희성 선생님은 제가 다녔던 고등학교에서 국어 고문(古文)을 담당하셨고 제가 학교 다닐 적에 시집 "저문 강에 삽을 씻고"를 출간 하셨지요. 아마 이 시도 그 시집 중의 한 수인 듯 하네요.

    당시에는 이런 분에게 배운다는게 얼마나 큰 행운인지 몰랐지요. ^^;;
  • 초록불 2010/05/03 23:31 #

    오호, 이런 일이...
  • ArchDuke 2010/05/04 00:26 #

    우리는......홀로서기를 쓰신 시인께서 강연을 오셨을때 떠들어서 선생님이 나가셨다죠;
  • 네비아찌 2010/05/03 23:31 #

    "우리들의 시대는 없는 사람이 없는 대로 맘 편하게 살도록 가만 두지 않는다"
    이 구절이 가슴에 와 닿네요. 문명의 탈을 쓴 야만의 시대인가 봅니다...
  • 초록불 2010/05/03 23:31 #

    참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하는 구절이죠.
  • 스푼맨 2010/05/03 23:46 #

    고3이 되서 언어 공부를 하다보니 예전과 다르게 감명을 받는 시들이 늘어나게 됬습니다. 저 시도 그중 하나고요. 가장 좋아하는 시는 고2때 배웠던 황지우의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와 김영랑의 '독을 차고'입니다만 계속 마음에 드는 시는 늘어갑니다.
  • 초록불 2010/05/03 23:48 #

    황지우 선생의 시, 참 좋지요. 김영랑도 물론...^^
  • 스푼맨 2010/05/03 23:51 #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시를 감상하는 방법은

    줄긋고
    동글뺑이치고
    이건 대조고
    수미상관이고
    역설이다.
    이건 반어법.

    이런 상황이 역설이고 반어라면 좋겠네요.
  • 초록불 2010/05/03 23:57 #

    스푼맨님의 댓글이야말로 "詩"군요...
  • 별가사리 2010/05/05 14:21 #

    학교 교육이 그렇다고는 해도 그냥 원하시는대로 감상하셔도 좋을텐데요^^*
    전 그냥 시를 마음으로 느끼며 시인과 감정을 공유하려고 노력했는데요
    이렇게만 꾸준히 해도 따로 시 공부를 하지 않아도 수능에는 문제가 없었습니다.
    교육과정이 그렇다고 해서 굳이 그걸 따르실 필요는 없을 듯 합니다...
  • hyjoon 2010/05/04 00:06 #

    제가 고등학교 때 처음 읽었는데 참 와닿는 시였어요. 제가 관심을 가진 인문분야가 돈과는 거리가 있으니까요.....
  • 초록불 2010/05/04 11:15 #

    돈은 열심히 하다보면 아무튼 보답으로 돌아오더군요.
  • 드래곤워커 2010/05/04 00:19 #

    좋은 시네요.
    저도 문과라서....
  • 초록불 2010/05/04 11:15 #

    ^^
  • 破滅のani君 2010/05/04 08:27 #

    아침에 와서 좋은 시 읽고 갑니다.
    마음에 좋은 울림을 좋은시 감사합니다. ^^
  • 초록불 2010/05/04 11:15 #

    즐거운 하루 되세요.
  • 맑음뒤흐림 2010/05/04 09:54 #

    그냥 시를 보이는 대로, 느끼는 대로 읽으면 된다고 배웠으면 좋았을 것을. 고등학교때 시를 해체 분석하는 '문학' 과목을 못해서 이과로 갔는데, 지금 제가 하고 있는 일을 보면 오히려 문과를 가는 게 적성에 맞았을 거란 생각이 듭니다.
  • 초록불 2010/05/04 11:16 #

    시를 깊이 이해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공부도 필요하다고 생각하긴 합니다. 하지만 지금 중등 교육에서 하는 시 공부는 확실히 문제가 있지요.
  • 스푼맨 2010/05/04 19:36 #

    우리나라는 시를 감상하는 태도가 아니라 시를 해제해서 문제를 푸는 방법을 배우니까요.
    핫핫핫핫.........

    책 읽는거 좋아해도, 고등학교 언어라는 걸 격하게 싫어하는 이유입니다.
  • 라피에사쥬 2010/05/05 21:04 #

    중, 고등학생 시절 일일이 시를 해체해놓고 필기한 걸 외우는데만 몇년을 지새우는데 지쳐서 졸업후엔 국문학의 국자만 들어도 치를 떨었는데..

    그런 문제를 조금이라도 멀리 벗어나서 이렇게 시를 다시 읽으니, 비록 문학에 대해선 아무런 앎도 지혜도 없으나 참으로 읽는 맛이 나는군요.

    지은 이도 아마 저처럼 아무 것도 모르는 사람에게도 공감을 일으키게끔 하고 싶어 시를 지었을 법한데 우리들의 시대는 없는 사람이 없는 대로 맘 편하게 시를 읽도록 가만 두지 않는 모양입니다.
  • 초록불 2010/05/05 21:10 #

    좋은 말씀입니다. 요즘에는 편하게 읽을 수 있으면서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시, 마음에 위안이 되는 시들이 좋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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