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사역사학의 영향력 시리즈 008 *..역........사..*



유사역사학이 어떻게 얼마나 우리 사회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는지 실감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한 시리즈.
이 시리즈는 유사역사학의 영향력을 확인시키기 위한 것이므로 개인에 대한 비난 댓글은 자제해주시기 바랍니다. 임의 삭제가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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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덟번째입니다.

이번에는 좀 다른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인도사에서 종교와 역사 만들기 - 10점
이광수 지음/산지니


이 책에 대한 소개는 따로 또 하게 될 것입니다. 이번에는 이 책의 제4장 가락국 허왕후 도래 설화의 재검토에 대해서 이야기하겠습니다.

삼국유사 가락국기에 허왕후가 아유타에서 수로왕에게 시집 왔다는 내용이 적혀 있습니다. 이 설화가 후대에 어떻게 윤색되고 그것이 현대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를 이 책에서 설명하고 있습니다.

허왕후 설화는 <가락국기>에 처음 등장한 이래 최근까지 다른 민속 신앙의 여러 요소들과 끊임없이 섞이면서 확대되었다. (중략) 확대재생산된 허왕후 설화는 1970년대 이후 일부 학자들의 무책임한 가설 남발과 검증을 거치지 않은 연구 양산 그리고 일부 언론의 무차별적인 띄우기 등의 영향으로 더 심화되었다. (위 책 102쪽)

이광수 교수는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 책으로 아동문학가 이종기의 <가락국 탐사>(일지사, 1977)를 지목합니다.

이종기 씨의 작품은 김해부터 인도 아요디야Ayodhya까지 수많은 현지를 답사하고 조사한 노작임에는 분명하지만 전적으로 아동문학가의 상상력에 입각한 창작물이다. 그런데 이 분야에 대한 역사학적 연구가 깊이 이루어지지 않은 당시 상황에서 대단히 큰 영향을 미치게 되고 이후 상당한 기간 동안 학계에서는 변변한 반론 하나 제대로 내지 못하였다. (위 책 103쪽)

그리고 이종기의 주장은 김해 한 병원 원장이었던 허명철의 <가야불교의 고찰>(종교문화사, 1987)로 확대되고 그것을 고고학자 김병모가 다시 정교하게 다듬어서(1991년) 새 역사를 창조하기에 이르렀다는 것.

이후 일부 학자들은 이종기나 김병모의 가설을 아무런 검증없이 따르는 오류를 범함으로써 후대에 만들어진 설화를 그것이 다루고 있는 시기의 것으로 오해하여 설화를 역사적 사실로 인정하는 경향이 널리 받아들여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위 책 103쪽)

이광수 교수는 이후 아요디야가 5세기 이전에는 실재하지 않은 도시라는 점을 밝히고 허왕후의 아유타국 출자 설화는 7~8세기 이후에 발생한 것이라는 점을 논증한다. 또한 설화가 시기에 따라 변하고 있는 모습을 면밀하게 추적하여 그 의미를 해석하고 있다. 가령 처음 등장할 때는 허왕후의 아우였던 장유가 오라비로 바뀌는 이유라던가 허왕후가 경남 지방의 기복 신앙과 연결되는 등등.

그리고 이 역사만들기는 이런 형태로까지 발전한다.

이러한 현상은 최근 1995년 김해에서 만들어진 가락불교장유종의 예를 보면 더욱 잘 드러난다. <가락불교장유종불조사창건비>에 의하면,

왕은 왕비의 오라버니인 보옥조사를 국사로 봉하였다. 보옥조사 일명 장유화상은 서쪽 불모산에 가람을 짓고 수도하면서 국정의 자문에 응하셨다. 수로왕과 왕비 사이에 열 왕자와 두 공주가 태어나서(중략) 제 3왕자는 자姉씨 공주를 따라 왜국으로 건너가 여왕국을 세웠다.

장유화상이 수로왕의 국사였고, 나아가 허왕후의 공주가 일본에 가서 여왕국을 세웠다는 설화는 그 성격이 매우 국가적이다. (중략)일연으로부터 약 900년 후 허왕후-장유 화상에 의해 시작된 가락불교는 김용채 가락불교 장유종단 이사장의 <창건비건립사>를 통해 구국, 애국, 조국 통일의 사역을 담당하는 국가주의의 첨병으로 자리 잡는다. (위 책 125~126쪽)


이광수 교수는 이렇게 결론을 내린다.

허왕후 설화가 사찰에 의해 현대까지 확대되어 이어져 왔지만 그것이 본격적으로 심화된 것은 1977년 한 아동문학가에 의해 창작된한 이야기가 관련 학자들의 무관심과 일부 학자들의 치열하지 못한 학문적 태도와 언론의 상업적 포퓰리즘으로 인해서였다. 그로 인해 가야의 설화는, 특히 일반인들에게는 역사로 - 그것도 매우 신비롭게 채색되어 - 자리잡았다. 이는 설화를 연구하는 학자에 의해 설화가 왜곡된 역사로 만들어질 수 있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점에서 볼 때 과거에나 지금이나 '역사 만들기'는 사제와 학자들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주목할 만하다. (위 책 128쪽).

저 결론이 바로 이 책을 소개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환단고기>와 같은 엉터리 책 역시 관련 학자들의 무관심과 일부 학자들의 치열하지 못한 학문적 태도로 일반인들에게 역사로 자리잡히고 있다는 것이지요. 아직 그 과정 중에 있기 때문에 더욱 이런 움직임에 브레이크를 걸어야만 하는 것입니다.

그렇지 못한 결과 일어난 일에 대해서도 이광수 교수는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허왕후 설화는 최근 김해김씨가락중앙종친회에 의해 설화의 모태라고 할 수 있는 인도 아요디야로까지 역수출되기에 이른다. 2002년 북부 인도 웃따르쁘라데시 주에 있는 아요디야시를 흐르는 사라유 강가에는 가락중앙종친회에 의해 검은 대리석으로 화려하게 만들어진 허왕후 탄생 기념비가 세워진다. (중략) 허왕후 탄생비를 아요디야의 사라유 강가에 건립한 것에는 2002년 집권 여당인 인도국민당(바라띠야 자나따 파티)의 적극적 후원하에 이루어졌다. 그런데 인도국민당은 힌두 민족주의를 중심으로한 극우 파쇼적 정치를 표방하고 있는 정당인데 그 정치 이데올로기 중심을 아요디야에 두고 있다. (중략) 인도 극우 패권주의 세력들에게 한국의 '아요디야에서 온 허왕후'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정권 정당성의 근거가 될 가능성마저 있다. (위 책 128~129쪽)

위에 나온 극우 파쇼 인도국민당의 역사관에 대해서는 이 책 8장과 9장에 자세한 설명이 있습니다. 이 문제는 따로 이야기하기로 하겠습니다.

허왕후 설화의 발전 과정은 유사역사학이 어떻게 영향력을 넓혀가고, 그 과정 속에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또한 학자들이 이런 현실의 문제에 눈을 감아서는 안 되는 이유를 보여주는 것이라고도 하겠습니다. 더 늦기 전에 이런 감염을 막아야 하겠습니다.



덧글

  • 아브공군 2010/05/21 14:35 #

    돌고 돌아서........... OTL (김해 김씨인데.....ㅠㅠ)
  • hyjoon 2010/05/21 14:38 #

    사학자들의 무관심+치밀하지 못한 학문적 태도+포퓰리즘=OTL의 결론
  • 야스페르츠 2010/05/21 15:09 #

    서울을 포함해서 지역사 쪽에서는 흔한 일인 것 같습니다. 요새 강화도에서 만드는 전시관에서도 그런 일을 보았죠. 드라마 조선왕조500년에서 순수하게 창작된 전설(?)이 실체화되어서 "유적지"까지 만들어지는 아슷흐랄한 일이.... ㅡㅡ;;;
  • Allenait 2010/05/21 22:10 #

    ..아니 그런 일이 있단 말입니까(...)
  • moduru 2010/05/21 15:26 #

    이번에도 잘 봤슴니다.
  • 들꽃향기 2010/05/21 17:05 #

    결국 유사역사학의 범람을 허용하면, 아쉬운 돈만 낭비되는 결과가 생긴다는 것이군요. (으잌) 거기에 인도의 빳쇼들과 손잡는 진정한 국제연대까지...(쿨럭)

    나중에 이런 유사역사학 때문에 낭비되는 돈내역이나 한번 계산해볼까요....(먼산)
  • hyjoon 2010/05/21 17:49 #

    이미 천문학적인 액수가 낭비되는 중입니다. (도주)
  • shaind 2010/05/21 19:11 #

    역시 유사역사학은 단지 나라 안의 문제만이 아니라는 거군요. 하긴 환단고기 같은 건 성립시부터 일본 극우 유사역사학과 깊은 관련을 맺고 있었지만...
  • Picketline 2010/05/21 20:24 #

    우타르 프라데시주. 네팔 접경 내륙지방이군요. 배타고 건너와서 인도 동부 어느 해안가 마을에서 왔을 것 같았는데. 그나저나 허씨들은 어쩌란 말인지. 허허.

    허경영. "허허허"
    김윤옥. "아 할머니의 나라"
  • sinead 2010/05/21 23:50 #

    그래서 결국 허씨의 처음은 허왕옥이 아닌 건가요? 전 그렇게 알고 있었거든요...;
  • 초록불 2010/05/22 00:35 #

    그것은 설화라는 이야기입니다. 역사가 아니라...
  • santalinus 2010/05/22 00:06 #

    별로 상관없는 얘기이긴 하지만... 이광수 선생님이 "인도국민당" 이라고 번역하신건... 조금 위험해 보이네요. 인도 국민의회랑 혼동될 소지가 있지 않을까용? 바랏잔따파티를 번역하면 "위대한;;;인도당"정도가 될 것 같은데.. 가이드북 같은 데서는 극우힌두당으로 번역하기도 하지요. 인도 국민당은 아무래도;;;;
  • 초록불 2010/05/22 00:36 #

    네이버에서 검색해보시면 알지만 BJP는 인도국민당으로 번역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나라에도 국민회의도 있었고 국민당도 있었지요.
  • santalinus 2010/05/23 07:00 #

    흠... 미묘하군요....
  • 삿갓이요 2010/05/22 02:06 #

    혹시 패온라인이라고 아시나요? ;ㅇ; 그거랑 환단고기 세계관을 배경으로 한 칼온라인인가 뭐시긴가도 있었는데
  • 데미노스 2010/05/22 08:43 #

    패온라인 포스터가 가관이었죠
  • 초록불 2010/05/22 08:56 #

    http://orumi.egloos.com/4379212

    이 시리즈 네번째에서 언급한 바 있습니다.
  • 위장효과 2010/05/22 08:43 #

    마봉춘의 다음번 제작 예정인 사(기)극이 "김수로"-처음에는 제목 보고 배우 김수로 연대기 제작하는 줄 알았...-입니다. 어떻게 나올런지 원...
  • 역사 까면 즉사 2010/05/22 09:31 #

    몇 년전에 저 설화를 재현하는 행사가 있었습니다. 행사에는 인도 대사도 참석했고, 대략 "한국과 인도는 형제국이고 앞으로도 이런 우애가 지속되기를 바란다"라는 코멘트를 남겼습니다 -_-
  • 초록불 2010/05/22 09:33 #

    그런 일도 있었군요. 터키나 몽골 문제도 그렇고 이런 헛짓거리들이 결국은 죄 우리 부담으로 돌아오게 될 겁니다.
  • 루드라 2010/05/22 15:59 #

    김해 한 병원 원장이었던 허명철의 <가야불교의 고찰>(종교문화사, 1987)로 확대되고 <--- 제가 다리 때문에 자주 찾아뵙는 선생님이시네요. 주제와는 상관없는 얘기지만 의사로서는 실력도 인품도 훌륭하신 분입니다. ^^
  • 초록불 2010/05/22 16:04 #

    이런 데 낚여도 자기 분야에서는 멀쩡한 분들이 많죠. 제 주변에도 여럿 있습니다.
  • 2010/09/13 19:50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초록불 2010/09/13 20:24 #

    뭐 이미 이 동네는 막장 인증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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