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이 오지 않는 밤 *..만........상..*



마음이 조급하면 얽힌 실을 풀 수 없다. 맺힌 곳을 풀고 한 쪽을 살살 당겨 느슨해진 매듭 사이로 실이 나오게 해야 하는데, 그 순간 다른쪽에 매듭이 생겨버린다. 한 번 참고, 두 번 참아보지만 번번히 한 쪽을 당길 때마다 다른 쪽에 매듭이 지어진다면 끝내는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심사를 감당하기 어려워진다.

눈에 보이는 실꾸러미를 푸는 것도 이렇게 어려운 법인데 하물며 마음 속에 맺힌 짜증을 풀려면 얼마나 힘이 들겠는가? 한쪽을 당기다보면 당긴 곳에 매듭이 생기는 경우를 떠나 아예 손도 대지 않은 곳에도 매듭이 생기는 것이 생각 속의 실꾸러미가 하는 짓이다.

A와 B를 엮어서, 아무 관련도 없는 것들을 짝 지어서 욕 보이는 행태를 보고 있노라면, 그 A와 B가 실상 나와는 아무 관련도 없는 일인데도 화가 난다. 더구나 나의 일이라면 어떻겠는가?

예의를 모르니 예의를 모른다고 말한들 소용이 없고, 논리를 모르니 논리가 없다고 말한들 소용이 없다. 이것이야말로 인간의 탈을 쓰고 행하는 제3종 근접조우이다.

석가가 왜 허구많은 때 중에 아들이 태어난 날 궁을 빠져나갔는지 이제 이해가 된다. 또한 그 아들의 이름을 왜 '라훌라'라고 지었는지도. 대표성을 만들어내서 구체적인 형태에 얹어놓는 일이야말로 마음 속에서 분노와 번뇌를 몰아내는 제일 쉬운 방법이기 때문이다. 그것이 잠시의 도피라 할지라도, 피안의 진리를 찾기까지 숨을 쉴 수 있는 여유를 마음에 가져다주는 방법이기도 하다.

세상의 엉킨 실꾸러미는 인내를 가지고 풀어낼 필요가 있겠지만 마음속에 얹힌 실꾸러미는 알렉산더처럼 단 칼에 잘라버리거나, 아니면 마음에 품어 녹여버려야 할 것이다. 그 실들은 풀어낸다 해도, 그것으로 무엇을 잣겠는가? 분노와 비탄과 안타까움과 슬픔이 뒤범벅이 된 그 실로 그 무엇을 만든다 해도 그 안에 깃든 원망이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잊어버리지 않는다면, 그것은 영원히 눈앞에서 흔들리는 깃발이 될 것이다. 사랑이 아니라면 소리없는 아우성은 필요없다.



덧글

  • sharkman 2010/06/06 02:03 #

    건강을 위해서 주무세요.
  • 한도사 2010/06/06 09:53 #

    넌 왜 안자니.
  • blue 2010/06/06 03:28 #

    뜬금없는 덧글이지만, 사기의 '전경중완세가'에 보면, 비슷한 일화가 있습니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제양왕의 처 군왕후(이름은 알려지지 않고 이렇게만 언급되어 있네요)인데, 그당시 최강자였던 진(秦)의 소양왕이 제민왕의 실정후 몰락한 제를 떠보기 위해서 풀기 어려운 고리를 보내서 이것을 풀면 예를 표하겠다고 합니다.(사실상 위협) 그러자 군왕후는 망치를 가져오게 해서 깨트린다음 진 사신에게 풀었다고 하면서 건네줬다고 합니다. 다른 시대, 다른 지역에 비슷한 이야기가 전해지는 것보면, 일견 복잡해보이는 문제를 어떻게 접근하느냐는 시대를 초월한 주제였나 봅니다. 저는, 복잡하게 생각하기 보다는 간단하게 생각해보자 라고 이해 했습니다. 너무 이리저리 고려해보고 하다보면 답은 바로 옆에있는데 놓치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물론 너무 거두절미해서 문제의 본질도 잘라내면 안 되겠습니다만.
  • pientia 2010/06/06 11:34 #

    저는 풀리지 않는 일이 있을 때는 일의 순서를 정해 본답니다. 하나씩 해 나간다면 짜증나는 실타래도 결국 풀릴꺼예요. 기운내세요./^^/
  • 2010/06/06 19:35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초록불 2010/06/06 19:57 #

    저는 가요 자체에 별 관심이 없습니다. 하시는 일이 잘 되길 바랍니다.
  • 들꽃향기 2010/06/06 20:38 #

    "예의를 모르니 예의를 모른다고 말한들 소용이 없고, 논리를 모르니 논리가 없다고 말한들 소용이 없다. 이것이야말로 인간의 탈을 쓰고 행하는 제3종 근접조우이다."

    경우는 다르겠지만 일상에서도 이런 일은 너무나도 상당한 것 같습니다. =_=;
  • 초록불 2010/06/06 20:58 #

    네, 그렇지요...
  • 2010/06/06 20:54 #

    비공개 덧글입니다.
  • 초록불 2010/06/06 20:58 #

    물론 내용은 살펴보았습니다...^^

    걸그룹에 관심이 있는가 문의하셨기에 걸그룹에 관심이 없다고 말씀드린 것입니다.
  • 롱츠바 2010/06/06 23:40 #

    마음에 엉킨 실타래를 무슨 수로 단칼에 잘라낼 수 있을 까요.
  • 초록불 2010/06/06 23:47 #

    대개 고승들은 실타래를 꺼내 놓으면 내가 잘라주마...라고 이야기하고,

    꺼낼 수 없습니다...라고 답하면,

    왜 못 꺼내느냐! 라고 고함지르는 순간 득도... (먼산)
  • 롱츠바 2010/06/07 00:33 #

    아하하
    생각보다..

    재치가.... 넘치시는데요?!?!?
  • 초록불 2010/06/07 00:48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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