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감록>이 유행하자 이 책을 없애야 한다는 논의가 조정에서 일어났다. 그때 영조는 이렇게 말한다.
영조 50권, 15년(1739 기미 / 청 건륭(乾隆) 4년) 8월 6일(경진) 3번째기사
함경 감사에게 하유하여 이재형 부자를 찾아보고 성의를 유시하게 하다
함경 감사(咸鏡監司)에게 하유(下諭)하여 이재형(李載亨) 부자를 찾아보고 성의(聖意)를 유시하게 하였다.
이재형은 경성(鏡城) 사람인데 뜻을 도타이 갖고 학문에 힘쓰며 문사(文辭)가 순정(純正)하여 이름이 서울에 알려졌고 전후의 도신(道臣=함경감사)이 조정에 천거하였으므로 여러 번 벼슬을 제수받아 사헌부 지평(司憲府持平)에 이르렀으나 나이가 늙었다 하여 부름에 나아가지 않았고, 그 아들도 문명(文名)이 있었다.
이때 서북 변방 사람들이 정감(鄭鑑)의 참위(讖緯)한 글을 파다히 서로 전하여 이야기하므로 조신(朝臣)이 불살라 금하기를 청하고 또 소문의 뿌리[言根]를 캐내고자 하기에 이르렀는데, 임금이 말하기를,
“그것이 어찌 진시황이 서적을 지니는 것을 금한 것과 다르겠는가? 바른 기운[正氣]이 충실하면 나쁜 기운[邪氣]은 실로 절로 사라질 것이다. 바른 기운을 도우려면 학문이 아니고서 어찌하겠는가?”
하고, 이어서 수백 마디 말을 하교하여 북백(北伯=함경감사)을 시켜 이재형 부자를 찾아보고 징소(徵召=벼슬을 주어 부름)하는 뜻을 유시하게 하였다.
영조의 말이 올바르다. <환단고기>와 같은 엉터리 책이 세상에 널리 퍼진 것은 실로 역사에 대한 이해가 이 땅에 부족하기 때문이다. 좋은 역사책이 많이 나오고, 역사를 보는 눈이 바로 잡힌다면 어찌 이런 나쁜 책이 세상에서 힘을 얻을 수 있겠는가. 그러나 이제 그 해독이 너무 깊어 그 책의 잘못을 짚고 그 책이 왜 엉터리인지 증명하지 않을 수 없는데, 이것은 이른 바 대증요법에 지나지 않는다. 단순히 그 증세만 짚는다고 해서는 속살이 이미 썩은 것을 고칠 수 없으니 원칙만으로도 대할 수 없고, 피부의 상처를 달래는 것만으로도 대할 수 없는 상태라 하겠다. 다만 그 원칙은 영조의 저 말, "바른 기운을 돕는 것은 학문뿐"이라는 말을 명심해야 하겠다.
정조는 이렇게 말한 바 있다.
정조 14권, 6년(1782 임인 / 청 건륭(乾隆) 47년) 12월 10일(임신) 3번째기사
죄인 안필복·안치복 등의 방면을 명하다
이른바 《정감록(鄭鑑錄)》에 있어서는 가령 분명히 그의 집에 있더라도 그가 스스로 지은 것이 아니니, 그에게 큰 죄가 되지 않는다. 대체로 예로부터 서적 중에 반드시 예언의 서적을 금지하였던 것은 바로 백성들을 현혹시키는 것을 금지하려고 한 것이다. 어찌 정정 당당한 조정에서 이를 듣기 싫어서 숨기겠는가? (중략) 내가 매우 두려워하는 것은 예언의 서적에 있지 않고 다만 교화가 시행되지 않고 풍속이 안정되지 않아 갖가지 이상한 일이 본도에서 발생할까 염려하는 데에 있는 것이다.
아무리 엉터리 책이라 해도 그 자체를 말살하는 일이란 애초에 불가능한 것이다. 두려운 것은 <환단고기>가 아니라 그 책을 읽고 황망한 생각을 가져 엉뚱한 일을 벌이는 사람들이다.
정옥자 국사편찬위원장은 이런 말을 한 바 있다.
그리고 전두환 대통령 시절에 재야사학이 붐을 이룬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 재야사학의 특징은 굉장히 애국적이에요. 그런데 너무 극우로 해서 일본의 극우가 일본에 미치는 영향이 빛과 그림자가 있습니다. 일본에서도 굉장히 애국적인데 대신 일본을 세계 여러 나라로부터 비판받게 하는데, 우리도 바로 이런 재야사학 하는 분들이 아주 애국적이면서도 한편으로는 좀 위험한 것. 구체적으로 말씀드리면 만주를 다 답사하고 여기도 우리땅, 그러고 태극기 꽂고 거기서 의식 같은 걸 치르는데 정말 애국적이고 감격스럽고 가슴 뛰는 일이지만, 중국은 그걸 보고 동북공정을 시작한 거죠. 안 되겠구나. 더군다나 연변 쪽에 조선족도 많고. 그래서 우리가 재야사학의 빛과 그림자에 대해서 생각해볼 때가 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 대한민국 60년, '역사, 미래와 만나다' 60일 연속 강연 중에서 (2008.8.11)
이런 일들이 문제가 되는 것이다.
이재형은 벼슬에 나서는 것을 사양하고 이로부터 2년 후에 죽었다. 그는 함북 경성 출신으로 김창협(1651~1708)의 제자였다. 김창협은 숙종 때 영의정을 지낸 김수항(1629 ~ 1689)의 아들이다. 김창협이 함경북도병마평사로 있을 때 스승으로 모셨다고 한다.
유사역사학과 동북공정의 연관성 문제는 예전에도 한번 포스팅했었다.
국수주의자들이 불러온 동북공정 -2006년 12월 30일 [클릭]
정옥자 위원장의 강의 전문은 여기서 볼 수 있다.
대한민국 60년, '역사, 미래와 만나다' 강연4 - 국사편찬위원회 정옥자위원장 [클릭]
위 링크에는 8월 14일에 강연한 것으로 나오지만 실제 강연은 8월 11일날이었다.
덧글
그리고 스케일 큰 판타지소설이 다들 그렇듯이 덕후들이 꼬이지요.
문제는 그 덕후들 성향이 어떻느냐에 달린 겁니다.
...제가 잘 이해한 거 맞죠?
이 시리즈를 읽어보면, 사실은 잘 쓴 판타지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퐝당고기 3.0v 를 진지하게 보려면, 생물학+천문학을 뜯어고쳐야합니다.
그러니까 우리는 유사역사학을 보지말고, 확실하게 믿을 수 있는 애니머스 1.0v도입이 시급힙니다. (!?!?)
퐝당괴기에 쓸 돈이 있으면, 그런거나 만들어서 각개인의 선조의 기억을 추적하면 이유립이 또라리인지, 세계의 역사가가 또라이인지 금방 알 수 있으므로, 우리모두 비디오게임의 중독자가 되는게 낫습니..(어?)
※현지 학교의 혹자는 '유사역사학은 잘 짜놓은 비디오게임 설정집'이라고 깐 적이 있으니..'ㅅ';;;
결국 문제는 "돈"이지 않겠습니까. -ㅅ-
좋겠지만 그렇게 되면 아마 90%이상 환빠들에게 돈이 흘러가겠죠(.....먼 눈)
여유를 가져야겠네요. 포스트 잘 보았습니다.
우리 조상님들도 이미 한번씩 다 겪어보신 일이군요. 역사속에 이렇게 명답이 있었을줄은 몰랐습니다.
(뭐, 문학을 사료라고 판단해서 분류, 보전하면 문제지만....)
보통 왕 같으면 저러한 책을 가지고 있거나 저런 소문을 내었다는 이유만으로 죽이거나 귀양을 보냈을 텐데.....
아니 굳이 조선시대 뿐만 아니라, 불과 수십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특정 책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남산에 끌려가던 시절이 있었는데 말이죠.
다만 필요한 부분만 적절히 잘라 쓰는(....)
그래서 그런 용도의 책을 하나 낼 생각입니다.
살아있는 우리신화를 권해드립니다.
http://www.aladdin.co.kr/shop/wproduct.aspx?ISBN=898431126X
열심히 이것저것 공부해서 환단고기가 왜 거짓인지 아무리 알려줘도
환단고기 내용을 가지고 반론을 하니...(그사람들은 그게 환단고기의 내용인지도 모르더군요....)
아니면 다른나라는 없는신화도 만들어내려 하는데 왜 막쟈며 민족반역자 취급을.....
세계에서 수준급의 지식인이라는 대한민국이 이정도일 줄은 몰랐습니다.
창조과학보다 더한 환빠들....그사람들이 가정에서 우리는 치우의 후손이고 세상의 원천인 민족이다. 라고 말할걸 생각하니..... 정말 심각한 문제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