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마 니콜라와 체벌 *..문........화..*

국내 번역된 꼬마 니콜라 시리즈 13권을 독파한 결과, 놀랍다면 놀라운 사실은...

이 엄청난 악동들에게 체벌이 가해지는 법이 없다는 사실입니다. 물론 학교에서.

<꼬마 니콜라의 여름방학>에는 이런 이야기가 나옵니다. 아이들의 장난에 지칠대로 지친 체조 선생님(아마도 호텔에서 고용한 아르바이트생일 듯)이 한 말입니다.

"얘들아, 우리 예쁜 꼬마 친구들아. 앞으로 내가 시키는 대로 하지 않는 사람은... 나한테 볼기짝을 맞을 거다. 아주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만큼!" (꼬마 니콜라의 여름방학 54쪽)

그러자 어떤 반응이 나왔을까요?

"선생님은 그럴 권리가 없어요. 내 볼기짝을 때릴 수 있는 사람은 우리 아빠하고 엄마하고 삼촌하고 할아버지뿐이라고요!" (꼬마 니콜라의 여름방학 55쪽)

물론 체조선생님은 체벌을 가하지 못합니다.

이 아이들은 학교 공사를 위해 쌓아놓은 모래를 다 흩어놓고, 학교 유리창을 깨뜨리고, 벌을 받고도 똑같은 잘못을 금방 되풀이합니다. 그리고 거의 매일 주먹질을 하고 있지요. 학교에 룰렛을 가져오고, 학부모 사유서를 위조하고, 단체로 커닝을 하고, 전학온 외국인 학생에게 욕만 잔뜩 가르쳐주고, 학교 담장 너머로 아이스크림을 사먹고, 학급 사진을 찍으러 온 사진사가 도망을 쳐버리고, 영화 상영을 하다하다 결국 실패하고, 운동장 공사를 왔던 인부들도 달아나버립니다. 시달리던 선생님은 몸살이 나기도 하죠. (더 많은 사건들 생략)

심지어 한 선생님은 이렇게 말합니다.

"늘 그렇죠. 어쩌겠습니까. 비라도 왔으면 좋겠는데, 아침에 일어나 날이 맑은 걸 보면, 아주 끔찍합니다." (꼬마 니콜라 186쪽)

얼마나 악동들의 말썽이 심한지, 꼬마 니콜라에는 이런 이야기도 들어 있습니다.

장학사 선생님이 우리 담임 선생님 곁으로 다가갔다. 그리고는 우리 선생님의 손을 꼭 잡았다.

"선생님, 선생님이 무척 존경스럽습니다. 선생이란 직업이 이렇게 성스러운 것인지 정말 몰랐어요. 오늘에야 그것을 알았습니다. 용기를 갖고 계속 열심히 가르쳐보세요! 힘내세요!" (꼬마 니콜라 56쪽)


장학사 뿐이 아닙니다. 사나운 맹수를 다스리는 서커스 조련사도 선생님한테 말합니다.

"공연하는 틈틈이 선생님을 지켜보았습니다. 정말이지, 존경합니다. 저라면 도저히 그렇게 못 할 것 같습니다. 교사라는 직업을 선택할 용기가 없어요!" (선생님은 너무해 65쪽)

아이들에게 내려지는 벌은 눈을 부릅뜨고 야단치는 것, 교실 뒤에 세워두는 것, 반성문을 쓰게 하는 것, 반성문에 문법 규칙을 적용해서 쓰게 하는 것, 방과 후에 남게 하는 것, 쉬는 날인목요일에 학교에 오게 하는 것, 정학을 내리는 것, 퇴학시키는 것으로 구분됩니다.

퇴학은 단 한 번 등장하는데, 니콜라의 단짝 알세스트가 학생주임 선생님에게 욕을 했을 때, 내려진 처분입니다. 그러나 다음날 바로 취소되지요(꼬마 니콜라의 쉬는 시간 - 퇴학 당한 알세스트).

이 학생주임선생님 - 별명이 부이용인 이 선생님은 한번은 아이들을 군대식으로 행진시키고자 했던 때가 있습니다. 물론 이 말썽꾸러기들은 전혀 말을 듣지 않습니다. 통제불능. 결국 완벽한 저격병 상사였던 부이용 선생은 폭발합니다.

"너희들 때문에 정말 못 살겠다. 이 감옥에 갈 놈들! 야만인들!"
선생님이 큰소리로 고함을 지르자, 우리들 가운데 몇몇은 무서워서 울기 시작했다. (꼬마 니콜라의 쉬는 시간 112쪽)


그러자 교장 선생님이 달려와 말했습니다.

"뒤봉 선생님. 내 방에서 다 들었습니다. 이건 어린 학생들에게 쓸 방식이 아닌 것 같군요. 선생님은 지금 군대를 훈련시키고 있는 게 아니란 말입니다."

그리고 행진을 그만두게 한 뒤, 아이들을 좌석에 앉힌 상태에서 행사를 진행했습니다. 열 받은 부이용 선생은 그날 행사에 참석하지 않았다고...

아이들은 종종 정학을 당합니다. 그러면 집에서 간식을 먹지 못하게 되거나, 외출을 금지 당하죠. 그러나 그것 뿐입니다. 참으로 부럽게도 이런 악동들에게도 체벌은 가해지지 않습니다. 교장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그런 짓을 하다간 범죄자가 되어 감옥에 갈 거라고 고함을 치죠. 역시 그것 뿐입니다. 꼬마 니콜라의 시대적 배경은 1960년대와 70년대입니다. 집집이 전화와 TV가 있지는 않던 시절입니다.




덧글

  • 차원이동자 2010/06/13 19:28 #

    왠지 와닿는 부분이 너무 많습니다.(한두줄로 되지 않을 정도로 말이죠...)
  • 사발대사 2010/06/13 19:28 #

    같은 유럽이라도 영국에서는 체벌이 심했던 걸로 알고 있습니다.

    모 영국 소설가가 학교 다닐때 교장실로 불려가서 엉덩이를 맞던 기억을 리얼하게 묘사한 글을 읽었는데 항상 그렇듯 소설가 이름이 기억나지 않습니다. -_-;;
  • 곧은나무 2010/06/13 20:06 #

    어렸을 때 본 모험왕 인디아나 존스라는 소설에서도

    체벌에 대한 언급이 잠깐 나왔던 것 같네요.

    회초리로 때린다고 했던가, 채찍으로 때린다고 했던가.
  • sharkman 2010/06/13 22:13 #

    영국의 체벌이라는 이야기만 들으면 언제나 핑크 플로이드의 The Wall이 생각나는군요.
  • LoneTiger 2010/06/14 00:04 #

    죽은 시인의 사회 라던가?
  • 사발대사 2010/06/14 01:21 #

    이름도 기억나고 책도 찾았습니다. ㅜ.ㅜ

    http://www.aladdin.co.kr/shop/wproduct.aspx?ISBN=8901037882
  • 초록불 2010/06/14 08:35 #

    로알드 달 소설의 기괴함이 어디서 비롯됐는지 알 것 같은 기분입니다.
  • 마무리불패신화 2010/06/13 19:30 #

    ㄷㄷㄷㄷ 쩌네요.


    체벌은 어느 정도 필요한가 봅니다.
  • 초록불 2010/06/13 19:49 #

    저는 체벌 반대론자입니다. 이런 악동들에게도 체벌이 가해지지 않았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 까마귀옹 2010/06/13 19:38 #

    <꼬마 니콜라>에 나오는 악동들의 패악질(?)을 능가하는 애들은 <맹꽁이 서당>의 학동 밖에 없을 듯하네요... '초딩'의 장난질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항상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 ArchDuke 2010/06/13 19:51 #

    그래도 훈장님은 무한의 회초리가 있었다지만 ;ㅅ;
    한번은 집안 가족들 몽땅 시켜서 두들겨 팬 적이 기억나네요;
  • JOSH 2010/06/13 21:07 #

    일본에서 유토리 교육에 대해 불만을 말하는 것 처럼,
    프랑스에서도 2000년 전후에 많이 나온 말이
    '좌파가 우파를 길렀다' 이죠.

    구습대로 아이들을 엄하고 혹독하게 기르는 교육이 아니라
    아이들을 인격체로 보아 존중하며 기르는 교육이 몇십년간 이루어진 결과로
    어른들을 무서워하지 않고 절제가 없고 되례 타인을 존중하지 않는
    이기적인 사회인들이 길러지고 있다고 하는 논지였습니다.
  • 스카이호크 2010/06/13 21:25 #

    그런데 제한된 시간에 많은 학생들을 끌고 가려면 약발이 빨리 받는 제재수단이 필요한지라...

    체벌하면 폭력적이라고 까고, 점수를 깎으면 비인간적이라고 까고, 하나하나 붙들고 앉아 설득하자니 또 다른데서 찧고 까불고(...)
  • 보리밭 2010/06/13 21:40 #

    블로그를 보면서 초록불님이 체벌 문제에 무척 관심이 많으신 것 같습니다. 어릴 때 좋지 않은 기억이라도 있으신건지. 아, 저는 초록불님의 견해에 동의하는 사람이고 시비를 거는 건 아니고요, 궁금해서요.

    저도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체벌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소개하신 내용 중에 눈을 부릅뜨고 야단치는 것, 교실 뒤에 세워두는 것, 방과후에 남기는 것들은 저도 쓰는 방법이네요. 서양에서도 그런 방법을 쓰고 있었다니 참 재밌네요. 한편으로는 사실 이런 방법이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는 저는 판단하기가 힘들군요. 물론 가르치는 직업이라는 것이 진득하게 대화하고 오랫동안 참고 기다리는 작업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나라같이 뭔가 빨리 성과를 내거나 변화를 이끌어내기는 바라는 분위기에서 쉽지 않은 일인 것 같습니다. 게다가 우리나라 학부모들이나 관리자들은 체벌을 통해서라고 학급을 확 휘어잡는 교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무척 많아서, 저같은 교사들이 난감할 때가 참 많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서커스 조련사가 말한 '교사라는 직업을 선택할 용기가 없어요'라는 말은 여러가지 것들을 생각하게 합니다.

    쓸데없는 말을 너무 많이 늘어놓았네요. 앞으로 좋은 글 계속 부탁드립니다. 늘 재밌게 잘 보고 있습니다.
  • 초록불 2010/06/13 21:42 #

    어린 시절에는 별 거 없고요.

    http://orumi.egloos.com/2536366
    http://orumi.egloos.com/2538844
    http://orumi.egloos.com/2540384

    이 정도 보시면 될 거 같습니다.
  • rumic71 2010/06/13 22:38 #

    니콜라 시리즈를 보면 체벌을 마구 하고 싶어지니 문제입니다.
  • 시스 2010/06/13 23:00 #

    헉...저 시리즈를 좋아하는데 그 생각까지는 못하였네요^^

    한 번 생각해볼 거리네요.

    잘 보고 갑니다.
  • 초록불 2010/06/13 23:04 #

    시간 나면 등장인물들에 대해서도 포스팅 해볼까 합니다...^^
  • 괄약근의함성 2010/06/13 23:24 #

    어떠한 목적을 이루기 위해 폭력이라는 수단을 인격을 형성해나가고 있는 과정에 있는 학생들에게 쓰는 것은 절대로 배제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초록불 2010/06/14 08:35 #

    그렇습니다.
  • 루치까 2010/06/13 23:54 #

    다른 형태의 벌, 그러니까 반성문을 쓴다거나 무슨 동사변화를 30번 써온다거나 그런 벌은 본 것 같은데 그러고보니 육체적인 체벌은 없었군요. 그동안 68혁명 이전 프랑스의 초등교육이 굉장히 엄했다는 사실 정도만 인지하고 있었는데 생각보다 놀랍네요.
  • 초록불 2010/06/14 08:35 #

    저도요...
  • 선화 2010/06/14 00:57 #

    1960, 70년대에 이미 아이들의 인격을 존중해주는 분위기가 사회 전반에 형성돼 있었다는 게 놀랍고 부러운 일이네요..
    저도 체벌에 반대하고 거부감이 심합니다. 체벌을 받아서 생긴 멍들을 엄마가 못 보게 감추면서 농담처럼 학교 가기 싫다는 말을 하곤 했던 당시의 일들을 잊을 수가 없어서 말이죠 저에겐 체벌이나 학교 폭력이나 다를 게 없었다는 -_-; 체벌을 함으로써 아이들을 굴복시키는 게 효과적인 지도방법이라고 착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 초록불 2010/06/14 08:36 #

    네, 공포에 의한 효과라는 것을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 2010/06/14 04:59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초록불 2010/06/14 08:36 #

    ㅠ.ㅠ
  • 위장효과 2010/06/14 08:22 #

    하지만 라틴계 언어의 동사변화란 게...(제가 배운 건 독일어였습니다만 접속법 들어가서 GG)우리같으면 차라리 몇 대 말고 말지 생각이 날 거 같습니다. "직설법과 접속법으로 해오세요."...
  • 초록불 2010/06/14 08:36 #

    모국어로 쓰는 사람은 우리와는 좀 다르지 않을까요...^^
  • 시스 2010/06/14 16:48 #

    꼬마 니콜라의 생활이 당시의 시대가 반영된 것일까요
    아니면 작가가 이상적으로 생각한 아이들의 생활일까요^^a

    요새 서양사특강으로 프랑스현대사를 들으면서
    어릴 적에 재미있게 보았던 모 님의 모 책을 통해
    만들었던 프랑스에 대한 이미지가 박살나는 터라서요^^;
  • 초록불 2010/06/14 17:15 #

    사실 저도 그 점이 궁금하긴 합니다. 하지만 체벌이 일반화 되어 있었다면 체벌로 일어나는 일들을 일화로 삼지 않았을리 없을 겁니다...^^
  • 사쿠라아카리 2010/06/14 17:36 #

    먼저 합의하에 적절한 규칙을 정하고 안전한 체벌무기로 안전한 부위에

    안전하게 때리는게 좋을거같은데요 ... 무엇보다 생각이 건전해야 되겠죠 ...
  • 초록불 2010/06/14 17:41 #

    안 때리는 게 제일 좋습니다.
  • 들꽃향기 2010/06/14 20:58 #

    "선생님은 지금 군대를 훈련시키고 있는 게 아니란 말입니다."

    이 말은 비단 비고등교육과정에서의 학교가 아니라, 대학, 회사에서도 들려주고 싶은 말이네요. =_=;;
  • 초록불 2010/06/14 23:18 #

    그렇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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