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의 법칙 *..문........화..*



쇼펜하우어의 토론의 법칙 - 10점
아르투어 쇼펜하우어 지음, 최성욱 옮김/원앤원북스


매우 재미있는 책입니다. 이 책은 오로지 논쟁으로서의 토론을 다룹니다. 누가 "정의"의 입장에 있는지는 따지지 않습니다. 이기기 위해서 쓸 수 있는 모든 방법에 대해서 언급하고 있습니다. 왜 그런 기술이 필요한가에 대해서 쇼펜하우어는 이렇게 말합니다.

그것은 바로 인간의 타고난 사악함 때문이다. 인간에게 이런 사악함이 없다면, 즉 인간이 근본적으로 정직하다면, 모든 논쟁은 진실을 밝혀내는 것만을 목적으로 할 것이며, 나와 상대방 중 누구의 견해가 진리에 부합되는가 하는 문제는 전혀 중요하지 않을 것이다. (126쪽)

그러나 인간은 그렇지 않습니다. 실수로 한 말조차도 옳다고 우기는 사람들이 대다수인 것입니다.

머리가 좋고 나쁨에 대해 특히 민감하게 반응하는 인간의 타고난 허영심은 우리가 처음 내세운 주장이 거짓으로 판명되고, 상대방이 옳은 것으로 증명되는 것을 허용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중략) 그들은 신중하게 생각지 않고서 말을 하고, 나중에 자기 주장이 틀렸다는 것을 깨닫고 나서도, 그렇지 않은 것처럼 보이려고 노력한다. (127쪽)

왜냐하면 결국은 내가 옳기 때문에, 나는 틀릴 리가 없기 때문에, 내가 정의의 편이기 때문에... 이런 생각들이 자신의 패배를 인정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죠.

이 때문에 논쟁을 벌이는 사람은 진리가 아니라 자신의 주장을 위해 싸운다. (129쪽)

얼마나 이런 사람들을 많이 보았는지 모릅니다. 논쟁이 시작되면 온갖 잔꾀가 동원되게 마련이고, 논점을 일탈하고, 되도 않는 주장을 갖다붙이고, 피장파장의 오류를 남발합니다. 정직하게 논쟁을 끌고 가는 사람은 죽도록 피곤해지는데, 상대방은 늘 엉터리 논증을 가져다 토론을 산으로 끌고가죠.

우리는 상대방의 잔꾀에 맞서기 위해서, 상대방이 어떤 잔머리를 돌리고 있는지를 알아야 한다. (131쪽)

이것이야말로 지피지기면 백전백승.

토론술은 진리를 찾는 것에는 관심이 없다. 이것은 검객이 결투를 초래한 언쟁에서 누가 옳은가에 대해 전혀 생각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즉 칼로 상대방을 찌르고, 상대방의 칼을 방어하는 것만이 문제가 될 뿐이다. 이것은 토론술에서도 마찬가지다. (132~133쪽)

이 책에서 바로 이처럼 이기기 위해 알아야 하는 토론술의 38가지 방법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중 특히 38번에 나오는 "인신공격"에 대해서는 언급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이 대목을 보면 왜 유사역사학 신봉자들이 걸핏하면 욕설로 도배하는 댓글을 다는지 그 심리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상대방이 탁월한 사람이라 우리가 도저히 이길 수 없다는 생각이 들면, 인신공격이나 모욕, 그리고 무례한 행동으로 공격을 해야 한다. (중략) 인신공격에서는 객관적인 내용을 완전히 무시한 채 논쟁 상대의 인격을 공격의 목표로 삼는다. (114쪽)

인신공격이 애용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이것을 사용하는데는 아무런 지적 능력이 필요없기 때문이죠. 그리고 상대를 옭아매는데도 유용합니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상대방이 어떤 대응기술로 나오느냐 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그가 우리가 사용한 것과 동일한 기술로 맞서면, 멱살잡이나 결투 아니면 명예훼손으로 인한 소송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115쪽)

이러한 경우도 수없이 보아온 것이죠. 상대를 약올리고 모욕해서 상대가 발끈하게 되면, "너 고소!"라고 하는 것들 말입니다.

이런 인신공격을 피할 수 있는가, 라는 질문에 쇼펜하우어는 그럴 수 없다고 말합니다. 논쟁에서 패한 사람은 심한 굴욕감을 느끼기때문에 상대방이 설령 예의바르게 논쟁을 이끌었다고 해도, 자신의 패배를 인정하지 못하는 한 인신공격을 가하게 된다는 것이죠. 그러면 인신공격을 받았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요? 쇼펜하우어는 말합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상대방의 모욕을 완전히 무시해버리는 것이다. 이것은 마치 테미스토클레스가 유리비아데스에게 다음과 같이 말한 것과 흡사한 경우이다. "나를 때리시오, 하지만 내 말 좀 들어보시오." (118쪽)

물론 아무나 이렇게 무시할 수 있는 경지에 오르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쇼펜하우어는 이렇게 충고합니다.

닥치는 대로 아무하고나 논쟁을 벌여서는 안 되며, 자신이 잘 알고 있고, 결코 이치에 맞지 않는 주장을 하지 않으며, 어쩔 수 없이 그랬을 경우 매우 창피하게 여길 만큼 충분히 이성적인 사람들하고만 토론을 해야 한다. (118~119쪽)

솔직히 말해서 제가 토론을 제한하고 있는 이유도 바로 위의 내용과 동일합니다. 쇼펜하우어는 이렇게 말하죠.

지적인 능력이 비슷한 사람과 토론하고, 또한 상대의 주장을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과 토론하라. 즉 자기 주장의 부당함을 인정하는 고통을 참을 수 있는 사람하고만 토론하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사람은 백 명 중에 하나도 되지 않으니, 그 나머지 사람들이 떠드는 것을 그냥 내버려두라고 말합니다.

일일이 간섭하고 싸움을 걸지 말라는 것이죠. 쇼펜하우어의 말은 신랄합니다.

왜냐하면 무식하다는 것은 인간의 권리이기 때문이다. (120쪽)

이 책에는 엉터리 논쟁을 하는 사람들의 온갖 속임수가 파헤쳐져 있습니다. 인터넷 키워를 자처하는 사람들이라면 마땅히 읽어보아야 할 책이지요. 다만 논술에서 좋은 점수를 따려고 하는 사람이라면 읽지 않는 것이 나을 것 같습니다...^^



덧글

  • BrNe 2010/06/15 20:46 #

    나중에 읽어봐야지
    ㄴ...논술따위
  • 소년H 2010/06/15 20:51 #

    인간, 저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구나. 란 사실을 일깨워줬죠.

    어떤 의미, 키워들의 교과서 (...)
  • 2010/06/15 20:51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들꽃향기 2010/06/15 21:45 #

    그러고보니 저거 콘사이즈 판으로 쇼펜하우어의 논쟁에서 이기는 법 20여가지라는 제목으로 나왔던 기억이 납니다. ㄷㄷ
  • 연이랑 2010/06/15 21:52 #

    이책...^^목차만 봐도 정말 재밌겠다고 느껴지더라고요.
  • 고독한별 2010/06/15 22:13 #

    재미있는 책 같네요. 좋은 책을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
  • Niveus 2010/06/15 22:15 #

    이 책은 정말 진리가 잔뜩 담겨있는책이죠(...)
    키워라면 한번쯤은 정독해야할 책입니다 OTL
  • 야스페르츠 2010/06/15 22:20 #

    이, 이것은 키워들의 바이블!!! 진짜 한 번 읽어봐야겠군요. ㅎㅎ
  • 액시움 2010/06/15 22:46 #

    2년 전에 sonnet이라는 분께 추천받고 읽었는데 그대로 데꿀멍;
    읽더라도 바로 실행에 옮기기가 몹시 힘들더군요.; 습관을 완전히 뜯어 고쳐야 해서;;
  • 초록불 2010/06/15 22:53 #

    사실 제일 중요한 것은 포스팅에 쓴 마지막 대목들입니다...^^
  • 소시민 2010/06/15 22:50 #

    역시 무시가 최고로군요...
  • 초록불 2010/06/15 22:53 #

    정답입니다.
  • ArchDuke 2010/06/15 23:03 #

    let it be. 지혜로운 쇼펜하우어씨의 교훈을 들었습니다
  • hyjoon 2010/06/15 23:26 #

    엉터리 논쟁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아주 좋은 표본이군요. 좋은 책 소개 감사합니다 ^^
  • 위장효과 2010/06/16 07:43 #

    과연 키워계 지존 쇼펜하우어 선생이시군요.
  • 개발부장 2010/06/16 09:47 #

    저것을 이글루에서 실현하고 계신 분이 초록불님 말고 한 분이 더 있죠.
    두 분은 성인이십니다-_-
  • 초록불 2010/06/16 11:02 #

    어느 분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저는 물론 성인(成人)이죠. 투표권이 있는... (후다닥)
  • 선화 2010/06/16 16:48 #

    책 본문도 재밌고 초록불님이 덧붙이신 코멘트도 재밌네요 "누가 "정의"의 입장에 있는지는 따지지 않"는다는 관점도요. 올여름에 시간도 많겠다; 읽어봐야겠어요!
  • 초록불 2010/06/16 16:57 #

    책은 얄팍해서 금방 읽을 수 있습니다...^^
  • blakparade 2010/06/16 17:50 #

    이거 갖고 있는데(고속도로 휴게소에서 3000원주고 샀던...;;) 너무 야비해서 못 써먹겠더라구요...;;
  • 초록불 2010/06/16 18:13 #

    문제는 이런 기술을 쓰는 야비한 사람들이 많다는데 있지요. 알아두는 것은 방어를 위해서도 좋습니다...^^
  • 예니체리 2010/06/16 18:07 #

    유사역사학을 비판하는데 역사뿐만 아니라 철학도필요해서 철학책보는데 좋은책 추천해서 감사합니다. (답글도 감사...) 유사역사학을 비판하려면 저책말고도 포스트모더니즘 사상가들 책도 좋지않을까요? (미셸푸코나 료타르같은 철학자들) 어차피 유사역사학자들 포스트모더니즘(탈근대) 싫어하시는 분들이에요 (유사역사학자들 과연 하버마스이론은 따라오고 비판하는공?) 되는대로 철학책도 사봐야겠어요 ㅇ;ㅇ <푸코의 광기의역사 읽기어려운 고등학생 ㅇ;ㅇ>
  • 초록불 2010/06/16 18:13 #

    쇼펜하우어 식으로 말하자면 권위에 의지하고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게 만들기에는 좋을 듯...
  • 시나브로 2010/06/16 18:14 #

    매우 읽어보고 싶지만, 논술 점수가 내려갈까봐서... 읽기 무섭습니다.
  • 2010/06/17 02:29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초록불 2010/06/17 09:28 #

    알아두어야 할 기술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사실 이 책에 나열된 "비열한" 방법을 사용하는사람들이 실제로 꽤 있기 때문이죠...^^
  • 소하 2010/06/19 11:58 #

    재밌는 책이네요. 펼치면 금방 빨려 들어갈 것 같습니다. 좋은 정보 감사드립니다.
※ 로그인 사용자만 덧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