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갸 했으니 거겨 하는 글 *..시........사..*



교육 문제에 대해서는 되도록 목소리를 줄이는 편인데, 이유는 간단하다. 답이 없기 때문이다.
아니, 다시 말하자면 답은 아는데, 그 답을 실현할 방법이 없다. 없다고 하니까 너무 부정적이다. 어렵다. 어렵다로 고치자.

답은 무엇인가? 경쟁 구도를 철폐하는 것이다. 어떻게? 아이들의 교육 선택권을 늘리고 재능을 개발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통해서. 그런데 그러면 서울대 가느냐? 대기업에 취업해서 4천만원 이상의 연봉에서 스타트하는가?

취업, 그리고 학벌. 이 두가지는 쌍생아처럼 같이 붙어 다니는데 이 구조를 깨뜨릴 수 없다면 교육에서 어쩌니 저쩌니 하는 것이 사실상다 의미가 없다.

누군가가 아이들이 아니라 교사를 경쟁시켜야 한다고 한 모양이던데, 우리 사회에서 좋은 교사는 좋은 학교에 진학시키는 사람일 뿐이다. 아닌가? 조중동에서 전교조 교사 많은 곳에서 일류대 못 보낸다고 자료 발표하면 그게 사실이 아니고 더 많이 보내고 있다고 받아치는데, 이미 받아친다는 점에서 같은 논리 안에 있다는 걸 증명할 뿐이다.

그러니, 이런 시스템에서부터 탈출하는 것이 답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대안학교를 보내거나 아예 홈스쿨을 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렇게얼마나 할 수 있을까 하는 현실적인 문제 사람들이 너무 얼굴을 돌리고 있는 것 같다.

아이들도 사회의 구성원이다. 시험을 치고 성적이 나온다. 아이들보고 학교 성적이 나빠도 괜찮다. 건강하게 자라면 된다. 책 많이 읽고사고력을 기르렴... 같은 이야기가 그대로 먹힐 것 같은가? 아이들은 자연히 친구와 자신의 성적을 비교하고 좌절하기 십상이다. 어디 학교 친구하고만 비교할 것 같은가? 집에 삼촌이나 이모가 놀러와도 동일한 현상에 처한다.

"공부 잘 하니?"라고 친척 어른들이 묻고, OO이는 이번에 전교 1등 했다더라 따위의 말이 나온다. 아이는 상처받는다.

학습지 교사들이 학습지 거부할 때 하는 말이 있다. "이거 안 하면 나중에 아이에게 원망 듣습니다."

자신이 다른 친구들보다 열등하다고 느끼게 된 아이는 자연스레 핑계거리를 찾게 된다. 왜 난 더 좋은 학원에 보내주지 않았느냐, 왜 아무 짝에 도움도 안 되는 이런 책을 읽으라고 했냐, 난 이미 틀렸다, 이제는 사회에서 열등한 존재로 남을 수밖에 없게 되었다와같은 말을 하기도 한다. 겉으로 표현하지 않는 경우에도 속으로 우리집은 가난해서 나는 이미 계급적으로 성공과는 멀어졌다고 여기게 되는 경우가 많다.

아이들을 학원에 보내서 밤 12시, 새벽 2시까지 공부 시키는 것만이 부모의 허영이 아니라, 아이를 놀게 만드는 것도 똑같이 부모의 허영이라는 지적을 받게 마련이다. 그런 지적을 주위에서건, 아이에서건 똑같이...

살면서 많은 사람들을 보고 겪었다. 일류대 출신들도, 지방대 출신, 전문대 출신 할 것 없이. 아이들도 많이 보았다. 명문 사립, 외고, 일반고, 대안학교 등등. 어떤 대략적인 특성이 없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 사람들마다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쉬 알 수 있다.

때문에 나는 내가 이러저러한 길을 가고 있다고 해서 다른 사람들도 나처럼 사교육을 멀리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이런 문제는 정말 일률적으로 이야기하기 어렵다. 나는 직업의 특성상 집에 있는 시간이 매우 많았고, 그만큼 아이들과 같이 지낼 수 있는 시간이 많았다. 하지만 노동시간이 OECD 최고의 국가, 그리고 살아남기 위해서는 근무시간 기록에 남지 않는 술자리를 겸해야 하는 대한민국의 직장인 아빠들이 아이들과 나처럼 시간을 보낼 수는 없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근무시간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주5일 근무가 정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큰 관련이 없어보이는 것 같지만 사실 노동시간과 노동강도는 가정을 파괴하고 있기 때문에 주목받아야 한다. 집으로 돌아온 아빠는 피곤하다(직장 생활하는 엄마도 마찬가지). 쉬어야 한다. 그래야 아이를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아이가 자신과 같은 삶을 살지 않으려면 더 공부를 잘해서 상위그룹에 들어가야 한다. 그렇지 못하다면 자신과 같은 인생을, 아니 자신보다도 못한 인생을 살 것이 분명해보인다. 아이를사교육 시장에 더 밀어넣는다.

우리는 이런 악순환 속에 있다. 아이를 보고 있으면 눈물이 나는 사십대 가장들이 얼마나 많은지 나는 알고 있다. 그 아이들을 고통 속에 넣으면서, 고통 속에 넣는 길 이외에 대체 무엇이 있느냐고 내게 반문할 때, 나 역시 해줄 말은 없다. 그 반대편의 길 역시 고통스럽기는 별반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부모가 제대로 지도해 줄 수 없다면 교사는 이미 반대편 길에 서 있지도 않는데, 아이 혼자 불안에 떨어야 하는 셈이다. 이것을 이겨낼 수 있을까?

내가 바로 그 일반적인 흐름을 따르지 않았기 때문에 그 역풍이 얼마나 큰지 알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나는 또한 이 반대편에 노출되지 않은, 나와 같은 생각을 갖고 실천하는 사람들이 보이지 않을뿐 생각보다는 더 많이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의문을 종종 갖곤 한다. 이것이 중세 시절 이슬람 공격에 쫓긴 유럽인이 동방에 있는 기독교도를 바라는 그런 헛된 기대가 아니었으면 좋겠다. (불필요한 오해가 없게 추가해서 말하자면 나는 공교육을 아주 망해먹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아이에게 죽어라 공부시키지 않을 뿐, 공부를 아예 팽개치게 하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반대편이라는 말에 아예 뒤돌아서 있는 것이라 생각하지는 말아주기 바란다.)

앞으로 가는 것도 뒤로 가는 것도 어렵다면, 대체 그래서 어쩌라는 거냐고 묻는다면, 이 모든 것을 위해서 노력해야 한다고 이야기할 수밖에 없다. 시지프스는 바위를 밀어올린다. 우리도 언젠가는 바위를 정상에 올려놓을 수 있다고 희망을 가지고 밀어올리는 수밖에 없겠다.



덧글

  • 김슷캇 2010/07/09 21:40 #

    노예 감독관을 경쟁시키면 노예는 더 고생하겠죠;
  • 초록불 2010/07/09 21:46 #

    맞는 말씀입니다.
  • 사발대사 2010/07/09 21:42 #

    초록불님 말씀대로 현실은 답이 없지만 자식들에게 관심을 가져주고 애취급 하지말고 자기와 동급의 인간으로 생각하고 현실을 있는 그대로 얘기해주는 것 만으로도 애한테 엄청나게 도움이 될겁니다.
  • 초록불 2010/07/09 21:47 #

    그렇겠지요. 이런 이야기를 이론적으로 좀더 정치하게 할 수 있으면 좋을텐데, 역시 이럴 때는 공부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제 본질은 소설가니까... 뭐...)
  • Charlie 2010/07/09 21:43 #

    결국 엄마 친구 아들이 문제인 것입니다..
  • 초록불 2010/07/09 21:47 #

    엄친딸도... (후다닥)
  • 네비아찌 2010/07/09 22:01 #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할지 초보 아빠는 답답하네요 ㅠ.ㅠ
  • 초록불 2010/07/09 22:06 #

    인간은 무엇으로 사는가? - 사랑으로. (톨스토이)
  • 뗏목지기™ 2010/07/09 22:21 #

    문제가 교육 자체에 있는 게 아니라, 학벌과 취업에 있다는 의견에 공감합니다.
    생각하면 정말 한숨만 나는 문제...
    십수년 전에 내가 학교를 다닐 때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고...
    앞으로 우리 아이가 학교를 다니게 될 때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게 너무 안타깝네요.
    말씀처럼 계속해서 바위를 밀어올려야겠죠.
    그것조차 멈추면 정말 아무것도 없을 테니까요.
  • 초록불 2010/07/09 22:22 #

    공감에 감사 말씀 드립니다.
  • J H Lee 2010/07/09 22:34 #

    교육이 아니라 사회를 고쳐야 한다는데 공감합니다.

    교육을 아무리 고쳐봤자 학벌 구조나 취업 문제 때문에 반드시 그것을 공략하는 메타교육적인 방법이 나오기 마련이죠.


    그걸 어떻게 바꾸느냐 하면..


    물같은걸 끼얹나?
  • 초록불 2010/07/09 23:25 #

    ㅠ.ㅠ
  • 2010/07/09 22:55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초록불 2010/07/09 23:25 #

    참 어렵습니다.
  • 2010/07/09 23:46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초록불 2010/07/10 10:09 #

    어쩌면 인간 본성의 문제일지도... (먼산)
  • Allenait 2010/07/09 23:48 #

    진짜 사회를 고쳐야 하는 문제인데.. 이게 어려우니 문제로군요
  • 초록불 2010/07/10 10:10 #

    참 많은 부분이 서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더더욱 힘든 것 같습니다.
  • 2010/07/10 00:09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초록불 2010/07/10 10:10 #

    네, 맞습니다.
  • Mr 스노우 2010/07/10 00:48 #

    무언가 잘못되어 있다는 것,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것은 너무나 명확히 보이는데 그 해결방법은 똑똑히 보이지 않으니 그게 답답한 것 같습니다.

    말씀하신 학벌과 취업이라는 한국사회의 절대진리, 그로 인한 경쟁구도가 분명 문제인데 이걸 어떻게 깨뜨려야 할지는 참 막막하군요.
  • 초록불 2010/07/10 10:11 #

    학문을 하는 분들이 더 많은 대안을 제시해야 하겠지요. 지금은 어디로 가야할지조차 막막할 때가 많아서...
  • 월광토끼 2010/07/10 02:18 #

    사회구조와 정서를 송두리째 뒤엎지 않고서는 이 문제는 해결 불가능합니다. 그리고 구조와 정서를 송두리째 뒤집는건 에일리언 인베이젼이라도 발생하지 않는 한 불가능한 일이고.
  • 초록불 2010/07/10 10:12 #

    참 어렵습니다. 정서라는 단어가 와 닿는군요.
  • 스푼맨 2010/07/10 02:35 #

    미국 의료 보험 개혁보다 더 어려워 보이는건 제 착각이 아니겠지요.
  • 초록불 2010/07/10 10:12 #

    더 어려울 것 같습니다.
  • 장미 2010/07/10 04:06 #

    한국 사회가 많이 개방되었으면 좋겠다는 단상입니다. 지정학적, 문화적, 경제적, 그리고 다른 많은 면에서 말이지요...
  • 초록불 2010/07/10 10:12 #

    좋은 말씀입니다. 저도 "개방"에 해답의 단초가 있지 않을까 생각하곤 합니다.
  • 소시민 2010/07/10 08:00 #

    말씀대로 한국 사회가 변화하지 않는 이상은 어떤 방법을 써도 교육문제는 풀어나갈 수 없을듯

    합니다.워낙 난해한 문제이기 때문에 진보나 보수나 교육 제도 수정이라는 지엽적인 방법에만

    매달리고 있죠. 그리고 이는 무한 반복... 꿈도 희망도 없죠 OTL
  • 초록불 2010/07/10 10:13 #

    어떻게든 판도라의 상자를 사수해야...
  • 2010/07/10 10:00 #

    교육학을 저번 학기에 들었는데 교수가 학생은 어린아이라 생각하면 가르치기가 매우 쉽다고 고대평가하지 말라고 저에게 알려주더군요.

    이 분을 어떻게 해야할까요 --;;
  • 초록불 2010/07/10 10:13 #

    그, 글쎄요... 후배들에게 피해가라고 전해주세요.
  • 지우아타호네 2010/07/10 11:25 #

    다들 집단적으로 쫄아있다는 신해철씨의 인터뷰가 생각나는군요...
  • 초록불 2010/07/10 15:01 #

    Don't panic!
  • catnip 2010/07/10 13:07 #

    사교육 상향평준화란건 그 끝이 보이질않는 무한상승궤도라는 느낌이라서 말이지요.
    일단 공부하는 재미를 만들어주는 그런 교실이 되어야 할텐데...
  • Ya펭귄 2010/07/10 13:46 #

    음...

    하고싶은 일을 재미있게 하면서 돈도 잘 벌 수 있는 세상'... 과 유사할 듯 합니다....
  • 초록불 2010/07/10 15:02 #

    모순어법이죠...^^
  • catnip 2010/07/10 15:16 #

    역시 모순쪽에 해당하는 생각인걸까요...ㅠㅠㅠㅠ
  • 초록불 2010/07/10 15:18 #

    본래 인간의 이상이라는 것이 다 모순이죠, 뭐...
  • Ya펭귄 2010/07/10 13:44 #

    시지프스의 바위굴리기는 적절한 비유는 아닐 듯 합니다...

    현대의 시지프스들은 최소한 두 가지 면에서 다른데...

    하나는 횬대식 시지프스들이 머무는 산은 정상이 없고 비탈만 있는 산이라는 것이고...

    두번째는 정상의 위치에는 신경 쓸 필요 없이 다른 시지프스들보다 높이 굴려올리기만 하면 된다는 점일 듯 합니다.......


    .....


    그런데 횬대식 시지프스가 좀 더 막장일 듯한 생각이 들기 시작하는 건........ㅡㅅㅡa....

  • 초록불 2010/07/10 15:03 #

    인순이 <거위의 꿈> 틀어드립니다...^^
  • 광한지 2010/07/10 18:40 #

    인식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봅니다.

    이제 초-중-고등의 학교 내부 문제는 더 이상 그들만의 내부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시민들이 인식해야 하지요.

    학벌은 초-중-고등의 문제가 아니니까요.

    대학입시 체제를 아무리 바꾸고, 특목고를 없애고, 학원을 없애고, 과외를 단칼에 없애도 학벌 체제가 있는 이상 특목고-학원-과외의 부활은 명약관화, 그 자체!

    교육 문제를 고민하려면 학생들의 꿈이니 일제고사니 교원평가니 하는 것으로 고민하는 것보다도 학벌체계의 약화 방법을 고민하는 편이 더 효율적이고 미래지향적이라고 봅니다.
  • 초록불 2010/07/10 20:44 #

    공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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