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7일 *..자........서..*



7월 17일은 더 이상 빨간 날이 아니다. 하지만 99년도에 이 집으로 이사 올 때는 빨간날이었다.

아직 집이 채 다 지어지지 않은 상태였지만, 중도금 지급을 위해서 전세를 빨리 빼야만 했기 때문에 무작정 이사를 들어왔다. 집 주변 사방에는 비계가 쳐져 있었다. 마루에서 자고 일어나보니 일꾼들이 마당을 오가고 있는 상황...

첫 해를 잘 지내고, 둘째 해부터 보일러가 말썽을 부렸는데, 7년이 지나고나서야 보일러가 고장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집 지으면서 건축설계한 동창 녀석이 사진을 왕창 찍어간 뒤에 잡지에도 실리고 했다지만, 그 잡지도 못 봤고 사진도 손에 없다는... 몇 해 지나서 필름이라도 보내면 내가 알아서 뽑겠다고 했으나, 끝까지 뽑아주겠다고 구라를 치고 말았음. 포기.
10년차에는 지붕의 일부가 무너지는 사고로, 연재고료 다 털어넣어서 지붕을 수리했다. 어제 쏟아진 폭우에도 멀쩡하니 잘 고쳐진 모양.

마당에 잔디는 어떻게든 살려보려고 했지만 결국 실패. 아내는 요즘 돌만 보면 집어와서 마당을 돌로 덮고 있는 중.
제일 비싸게 주고 샀던 벚나무는 사자마자 죽은 것 같았는데, 다행히 양갈래 가지 중 하나는 살아나서 안도를 시키더니, 우리가 원래 사고자했던 "벚나무"가 아니라 겹벚꽃이 피는 "산벚나무"라는 사실에 OTL...
그외에도 여러나무를 죽였음.
그러나 현관에 심겠다고 했을 때 감독을 펄쩍 뛰게 만들었던 "가로수용" 회화나무는 정말 잘 자라고... 심지어 땅에 떨어진 열매에서 또 나무가 자라나 쑥쑥 크는 중. - 다 뽑아버려야 하는데...

벌레와 같이 살게 된 탓인지, 큰 애는 무서워하는 벌레가 거의 없다. 오늘 어떻게 들어왔는지 모를 민달팽이 셋을 다 수거해서 마당에 놓아주는 일을 아무렇지도 않게 처리. 어제 자전거 타고 오다가는 습기찬 날씨에 좋다고 나왔다가 보도 블럭에서 길을 잃은 지렁이도 잡아서 수풀 속에 넣어주었다. (우엑)

1999년 세계의 종말이 오면 집 지은 게 억울해서 어떡하냐는 농담을 하며 시작한 이 집 생활.
이곳에서 단편 <축생>을 쓰고, 그 단편이 길을 열어서 첫 소설책을 출간했고, 그후 지금까지 창작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이층에 따로 독립한 서재를 만들어서 조용히 작업을 할 수 있게 된 것이 창작에는 제일 큰 도움이 된 것 같다. 다만 이 방은 우리집에서 제일 덥다는 게 문제...

습기가 조금 많은 것이 문제긴 하지만, 4년에 한 번 꼴로 하수구가 막혀서 쌩돈이 나가는 일이 있긴 하지만, 단단하게 땅속에 뿌리를 박고 있는 이 집이 나는 마음에 든다. 


덧글

  • 2010/07/17 02:02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초록불 2010/07/17 09:10 #

    아, 고맙습니다. 찾아오시면 드렸을 텐데...^^
  • 2010/07/17 02:41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초록불 2010/07/17 09:10 #

    이동식이라니... 검색, 검색...^^
  • draco21 2010/07/17 02:49 #

    아파트 사는것과 달리 이래저래 손보고 생각할 것이 많군요. 으으음..
  • 초록불 2010/07/17 09:12 #

    네, 대신 매달 관리비를 안 내도 되고...

    아래층에서 시끄럽다고 올라오는 일도 없고...
    날짜 맞춰서 단체로 재활용품 내놓는 "부역"도(그리고 반상회도) 없습니다...^^
  • 할배 2010/07/17 06:01 #

    음.. 지렁이도 싫어하시나보네요.. ^^
    전 퍼드득 거리며 날라드는 새도 아닌 것(?) , 이나 한덩치 자랑하는 민당팽이 말고는 딱히 무섭게 느껴지진 않는데...
    사는 동네가 퍼드득 거리는 놈은 기후 탓이지 보기 힘들지만, 민달팽이는 꽤 자주 봅니다.
    어렸을 적 보던 민당팽이는 진짜 쬐그만 놈들이어서 별로 무서운게 없었는데...
    이 동네는 땅덩이가 커서 그런지 이녀석들도 한 덩치하는데 도저히 옛날에 보던 그 물건이라고 보기 힘들 정도로 커요. 요전에 거의 제 손목 끝에서 가운데 손가락 끝까지 크기의 오동통한 놈을 본적이 있는데.. 갑자기 소름이 쭉 끼치더군요... -_-
    그에 비하면.. 지렁이 정도는 아주 애교지요.. 측은해 보이기도 하고.. ^^
  • 초록불 2010/07/17 09:13 #

    헉... 민달팽이가 그만한 크기면 정말 무섭겠는데요...
  • catnip 2010/07/17 12:48 #

    시골서 자라다보니 그런것에 대한 거부감이 아주 희박한 저이지만 아무리 그래도 지렁이는 차마....

    제헌절인구나, 하면서 토요일이다보니 빨간날의 의미가 퇴색되었다..라고 생각하다가 이 글보고서야 다시금 깨달았네요.
    제헌절은 더이상 빨간날이 아니군요..정말.ㅠㅠ
  • 초록불 2010/07/17 17:57 #

    헌법 정신 따위는 뭐... (먼산)
  • 예니체리 2010/07/18 17:19 #

    제헌절,식목일이 빨간날이라서 약간은 짜증이나네요 4월하고 7월 1번은 고등학생인 저에게 좀 쉬는날을 좀 줘야하는디...... 집이야기가 나와서 말입니다. 저희집에는 이사올때 담벼락에 빨건벌래(진딧물인가?)천국 그리고 애벌래는 기본이고 예전에는 지네 10~20마리 깔려있었는데 지금은 안보이네요 몆주전에는 날개달린 개미가 안방바닥에 10마리 깔려있어서 잡고 방충망 고치고... 그리고 곰벌레도 마당까지는 5~10마리 있었는데 다음날에는 다 죽고 냄새독하게 나고 (우왝) 요즘은 모기가 많이 들어와서 고생입니다.
    (이 주제와는 관련없는말-이유립하고 문정창의 조선유교회나 이런 친일행적은 어디서 구할수 있을까요?)
  • 초록불 2010/07/18 17:35 #

    <만들어진 한국사>를 참조하세요...
  • 예니체리 2010/07/18 17:58 #

    감사합니다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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