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Q이야기12 - 국가의 탄생 3 *..역........사..*



환Q가 말했다.

"국가에 대한 문제는 마음이 너그러운 이 몸이 일단 접어두기로 하지. 하지만 너도 이것만은 부정하지 못할 거야. 혈족으로 구성된 집단들이 한 부족을 이루고 한 국가를 이루며 살아갔던 역사적 사실말이야."
"으잉? 그게 무슨 소리야? 혈족이 어땠다고?"
"혈족이 부족으로 발전했다가 국가가 되는 거잖아! 이 바보야!"
"아닌데?"
"아니긴 개뿔이 아니야! 이게 또 너그러운 사람 속을 긁어놓네."

그래서 말해주었다.

"네가 알고 있는 건 혹시 부족국가, 부족연맹국가 뭐 이런 거 아니냐?"
"그게 뭐!"
"그걸 '부족국가설'이라고 하는데 역사학계에서 폐기된지 십만년은 된 이론이야. 원래 19세기 모건의 <고대사회>라는 책에서 나온 이야기로 해방 후에 손진태 등이 주장했지."
"손진태면 이병도가 밀어낸 훌륭한 역사학자잖아!"
"그건 니 망상이고... 아무튼 '부족국가설'은 씨족, 그러니까 니가 금방 혈족이라고 한 것과 마찬가지야, 그 씨족이 모여서 부족 사회를 이루고 부족 사회가 여럿 모여서 부족연맹을 이루고 부족연맹이 발전해서 고대국가가 된다는 이론이지."
"훌륭한 이론이구만."
"뭐, 60년 전에는 그랬을지도. 하지만 국가라는 건 혈연적인 지배 관계를 벗어난 지연적인 개념이야. 우리나라에서는 1973년에 김정배가 이런 낡은 이론에 대해서 비판을 시작했지."
"흥! 썩은 식민사학자가 또 나타났던 모양이군."
"김정배는 '군사회 - 부족사회 - 치프덤'의 고대사회 발전단계를 제시했어."
"군사회? 군대사회란 말이냐? 하여간 제정신이 아니야."
"군사회란 양식채집단계의 20~25인의 무리 단계를 가리키는 말로 구석기 시대에 해당하지. 치프덤 단계에 도달하면 계층분화가 일어나서 고대국가로 발전하게 되지. 계층분화가 왜 중요한지는 지난 번에 배웠지?"
"훗, 그따위를 기억할까 보냐?"
"그럼 다시 찾아보도록. 김정배는 이런 이론을 바탕으로 기원전 3~4세기에 이미 국가가 성립되었다고 이야기했어. 한편 천관우-이기백으로 '성읍국가' 이론도 등장했지. 권력자가 성을 쌓고 이 성을 거점으로, 즉 지연을 바탕으로 권력을 행사한 것을 성읍국가로 본 거야. 성읍국가는 서양의 도시국가와 유사한 것으로 생각하면 되는데, 이 성읍국가를 바탕으로 영토를 확장한 영토국가가 생겨난다는 것이지. 성읍국가들은 청동기를 바탕으로 등장했다고 생각했고."
"아으, 또 그 놈의 청동기! 너희는 지긋지긋하지도 않냐?"
"그런 걸 지긋지긋하다고 생각하면 역사학을 공부하지 않는 게 좋아."

환Q가 발끈했다.

"누구 좋으라고! 슬그머니 날 역사학에서 빼돌릴려고 하는 음모를 꾸미고 있군!"
"음모는 너나 좋아하는 거고. 80년대에 들어서서는 이종욱이 새로운 이론을 내놓았지. 이종욱은 치프덤을 추장사회라고 불렀어."
"푸하하! 추장사회라고? 여기가 서부시대냐? 뭔 놈의 추장!"
"미안하지만 '추장'이라는 말은 <삼국사기>에도 나오는 말이야. 한자로는 '酋長'이라고 쓰지."
"그거 영어 아니었냐?"
"으이구. 이종욱은 추장사회, 군장사회, 국가로 보았는데, 국가 단계에서는 소국-국가로 나누어보고 있고, 소국은 이기백의 성읍국가에 대응하는 개념이라고 할 수 있어."
"성읍국가면 그냥 성읍국가라고 하면 되지, 소국은 또 뭐냐? 하여간 겉멋이 들어서 쓸데없이 복잡한 것만 좋아해."
"겉멋이 든 것이 아니고 소국의 경우 성이 필요조건이 되지 않기 때문에 정확한 개념을 부여하기 위해서 성읍국가라고 부르지 않는 거야."
"피식, 그럼 소국은 뭐 정확한 개념이냐? 소국이면 중국, 대국도 있겠네?"
"그런 부분이 있지."
"아싸, 봐라, 봐라. 이제 한계를 인정하는군, 너희는 다 엉터리야."

다시 말해주었다.

"미안하지만 정확한 개념의 문제에 대해서 학계가 논의 중이라는 이야기야. 한편 노태돈은 부체제설이라는 새로운 국가형성이론을 만들었지. 이런 부분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어차피 너에게 무리일 거야."
"아쭈, 날 무시하는 거냐? 니들의 한심한 이론 따위는 척 들으면 아니까 말해, 말해."
"고대국가가 완성되기 전에 여러 '부'들이 연합하여 국가를 이루고 있었다는 것이 부체제론으로 이 상태에서 발전해서 중앙집권이 강화된 고대국가가 되었다는 이야기지."
"뭐, 뭐냐? 그게..."
"이외에도 학계에서는 국가형성에 대해서 여러가지 가설들이 나와 있어. 다만 네가 알아야 하는 건 씨족, 부족, 부족연맹, 국가와 같은 건 고릿적에 폐기된 이론이라는 걸 알면 되는 거야."
"뭐, 뭐야!"
"청동기시대에 치프덤 단계를 거쳐서 초기철기 시대에 초기국가(성읍국가, 소국 등)가 되고 철기 시대에는 정복국가가 되는 것이 사회의 발전 단계이고 국가가 형성되는 순서야. 알겠니?"

환Q는 버럭 소리를 질렀다.

"알 게 뭐야!"



위 내용은 주로 이 책을 참고했습니다.

김정배 편저, 한국고대사입문, 신서원

덧글

  • 대도서관 2010/07/31 18:32 #

    오랜만의 환Q군요.
    과연, 최초의 국가는 저렇게 만들어졌던건가요...초기 국가 형성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었는데-_-;
  • 초록불 2010/07/31 18:44 #

    다 제가 게을러서...

    최초의 국가 형성에 대해서는 지금도 많은 논의가 있지요. 특히 최근에 발전이 많이 이루어졌습니다. 연구성과들이 정리되려면 아직 몇 년 더 걸릴 것 같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나태 2010/07/31 18:40 #

    쭉 읽으면서 느꼈는데 여기 나오는 환Q는 실제 환Q에 비하면 순한 것 같습니다
  • 초록불 2010/07/31 18:42 #

    ^^
  • 네리아리 2010/07/31 19:10 #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미친듯이 복잡하군요. ㄱ-
  • 초록불 2010/07/31 22:20 #

    환Q와 이런 논의가 어려운 이유를 보여주기 위해서 좀 이야기를 꺼내보았습니다...^^
  • 怪人 2010/07/31 19:17 #

    혈족 개념이 웃기는게, 까놓고 말해서

    1:1 의 부부관계, 이 쪽은 우리 친척 저 쪽은 너네 친척 이라는게 성립됬던가요 ? (피식)

    말 그대로 같은 지역에 살면서 서로가 알고 지내는 수준이었을 텐데...(흠..)
  • 까마귀옹 2010/07/31 20:33 #

    1.개인적으론 '혈족'에 대한 '환Q'의 집착이 '순혈주의'와 연결이 된다고 생각합니다만.

    2. 위에 怪人 님이 말씀하신 걸 보고 생각한게, 에당초 '혈족'의 범위에 대한 규정이 문화마다 너무나 다양하지 않습니까? 부부 관계만 해도 일부일처제,일부다처제,일처 다부체로 나뉘고, 친족도 형제 자매 만 인정하는 것부터 사돈의 팔촌까지(?) 인정해버리는 경우까지 있질 않나, 게다가 여기에 종교나 계급 문제까지 섞이면...카오스가 생겨버리죠.종교가 다르다는 이유로 혈족으로 인정하지 않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3.계급의 분화와 국가 체제의 형성에 대해 공부하다 보면 가끔 'ㅅㅂ.공산주의와 아나키즘이 왜 등장한지 알겠다.'란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계급이 생기고, 신분 의 구분과 차별이 생기고, 지배와 피지배가 생성되고, 결정적으로 모든 악의 근원-빈부 격차가 생기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후. (제가 사회주의에 관심을 가지게 된 처음이자 결정적인 이유가, 바로 이 원시 공산주의의 해체와 계급 생성 부분이거든요.물론 이후 '문명' 자체에 대해 생각이 뻗치자 머릿속은 카오스. 빈부 격차 없애자고 원시시대로 돌아갈 수도 없고..)
  • 초록불 2010/07/31 22:22 #

    그래서 과거에 안호상은 역사학계가 원시공산주의를 가르친다고 좌익이라고 공격하기도 했습니다.
  • 파랑나리 2010/11/11 13:39 #

    초록불//사이비역사학자들이 안 되니까 지금도 인터넷에서 판치는 비열한 매카시즘(좌빨개드립)을 쓰기도 하는군요. 이 녀석들의 수준을 잘 알려주는 일화입니다.
  • 쿠웨이트박 2010/07/31 21:29 #

    http://totosoro.egloos.com/3386552

    이 사람 글보고 대박 뿜었는데, 여기서 또 뿜고 가네요.
    잘 읽었습니다.

    PS.

    저 사람 글에 댓글 달았는데 역시 삭제하네요.
    저 인간이랑 백 뭐시기랑 킹제 뭐시기 글만 필터링할 수 있다면
    정말 바랄 게 없겠습니다.
  • 초록불 2010/07/31 22:23 #

    크롬을 쓰면 필터링하는 프로그램이 있더군요...^^
  • ArchDuke 2010/07/31 21:41 #

    요즘도 학교에선 부족국가 배우던가.....가물가물하네요
  • 초록불 2010/07/31 22:24 #

    안 배웁니다.
  • Allenait 2010/07/31 21:44 #

    오랜만에 보는 환Q로군요
  • 초록불 2010/07/31 22:24 #

    제가 게을러서...
  • hyjoon 2010/07/31 21:47 #

    군사회가 군대사회냐는 말에서 뿜었습니다. 푸히힛^^
  • 초록불 2010/07/31 22:24 #

    ^^
  • LVP 2010/07/31 22:23 #

    한동안 안나온 줄 알았는데, 또 왔근영 'ㅅ';;;
  • 초록불 2010/07/31 22:24 #

    다음에 또 오겠지요...^^
  • Mr 스노우 2010/07/31 22:44 #

    2학년때 한국고대사 수업 들을때 엄청 헷갈려하면서 외웠던 기억이 나네요 ㅎㅎ
  • 초록불 2010/07/31 22:45 #

    저 부분이 저는 개인적으로 참 궁금한 부분이었는데, 의외로 잘 정리된 책을 찾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 NoLife 2010/08/01 00:39 #

    대학 시절 정치제도사 시험 문제에 고대국가형성이론들에 대해 기술하라는 문제가 나왔는데 부족국가론 외엔 도무지 기억나는게 없어서 홀라당 말아먹은 아픈 기억이 떠오르는군요(...)
  • 초록불 2010/08/01 09:59 #

    저런...
  • 2010/08/01 09:14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초록불 2010/08/01 09:59 #

    개그군요. 인터넷에서 아마츄어도 못 이기면서...^^
  • 한단인 2010/08/01 09:36 #

    으음.. 고대국가 형성 담론에서 인류학 얘기가 진행되다보면 이 개념하고 저 개념하고 햇갈려서 환장할 지경인 경우가...

    저는 도시국가론하고 읍제국가론하고 차이점 설명해놓은 중국사 개설서 보면서 참 이게 뭔가.. 하는 혼란감에...(어?)
  • 초록불 2010/08/01 10:00 #

    아직도 논란의 여부가 많은 분야인 것 같습니다.
  • 지크 2010/08/01 11:43 #

    환Q가 귀엽군요(?)
  • 회색인간 2010/08/01 22:05 #

    진짜 환독에 비하면 환큐는 귀여운 종족이죠. ㅋ
  • 파랑나리 2010/11/11 13:41 #

    혹시 킹JamesBible이 풍Q인가요? 블로그 첫 화면만 봤는데 환빠,개독빠,일빠를 다 갖춘 사람 같더군요.(하나도 갖추기 어렵고, 하나만 갖추어도 곤란한데 그걸 다 갖춘 분이라니 놀라워요.)
  • 초록불 2010/11/11 13:55 #

    그렇게 불리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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