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신과 무시 *..자........서..*



살다보면 배신을 당하는 일이 있다. 어려서 나하고만 친한 줄 알았던 누구가 사실은 다른 누구와 더 친하다는 것을 알게 되거나 - 그런데 그것이 배신의 형태로 알게 되면 매우 입맛이 쓰다, 가령 나와 약속을 깨고 뭔가 다른 중대한 일이 있는 척 했던 애가 사실은 다른 애와 놀고 있는 것을 발견한다든가...- 산타클로스가 진짜 있다고 철석같이 말한 유치원 선생님의 거짓말을 알게 되거나.

그러나 나이가 들면서 당하는 배신은 그런 것에 비교할 바가 아니다.

특히 어려움이 가중될수록 배신의 아픔도 커지는데, 그것은 그만큼 더 아쉬운 때에 당하는 것이라 그럴 수도 있다. 차라리 솔직하게 눈앞에서 배반을 선언하고 돌아서면 낫겠지만, 당장 눈앞에서는 면피하고자 안심하라고, 나는 당신의 편이라고 말해놓고 뒤돌아서 적과 손을 잡거나, 중상모략을 하고 다니는 것을 보면 가슴이 쓰라리게 된다.

특히 그런 이중적인 모습은 그에게 보낸 자신의 신뢰가 어리석은 행동이었다는 것을 알려주기 때문에, 지난 시간이 무가치한 것으로 돌변함으로써 더욱 깊은 상처를 남기게 마련이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등 돌아서면 탄로날 거짓말을, 이 좁은 한국 사회에서 - 그리고 대체로는 동일 업계에서는 숨길 수 없으리라는 게 뻔한데도 그런 행동을 하는 것은 한편으로는 바로 그런 지난 세월의 무게 때문일 수도 있다.

그런 무게도 없는 상황에서 그런 속보이는 짓을 하고 있다면 그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그것은 상대가 알거나 말거나 상관없다는 태도이며, 배신이라고 이야기할만한 상황도 아니므로 - 그만큼의 신뢰가 서로 오간 일이 없기 때문에 - 그것은 단순히 무시일 뿐이다. "니깟게 그걸 안다 치고 어쩔 것인데?"라고 당당하게 행동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런데 세상 일이란 언제나 복잡하다. 깊은 관계라고 하기는 그렇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의 신뢰 축이 형성된 상황에서 벌어지는 이런 짓은 대체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 것일까? 그것은 일면 상대가 나를 "그래봐야 어쩔 것이냐"로 보고 있다는 "무시"의 측면이기도 하고, 또는 내가 그런 일을 알지 못할 것이라는 또 다른 측면에서의 "무시"일수도 있다. 후자의 경우는 그 자신이 바보라서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는데, 실제로 이런 바보를 본 적도 있다.

배신과 무시.

둘 다 당하고 나면 기분이 나쁜 것이 사실이지만, 확실히 "무시" 쪽이 더 기분이 나쁜다. 나를 배신한 사람들을 다시 만날 때는 있었지만, 나를 무시한 사람을 다시 만난 적은 없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다만 이 모든 일들도 시간이 어루만진 후에는 추억이 되리라는 것 하나만은 분명하겠다. 푸시킨이 노래한 것처럼.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
우울한 날들을 견디면
기쁨의 날이 오고야 말리니.

마음은 미래에 사는 것
현재는 한없이 우울한 것
모든 것은 지나가는 것이니
그리고 지나가 버린 것 그리움이 되리니.




덧글

  • 굽시니스트 2010/08/24 14:48 #

    아아, 언제나 마음 중심에 선하고 귀중한 자아를 품고 산다면 어찌 그럴 수 있겠습니까.
    마음의 상처가 아픕니다.
  • 초록불 2010/08/24 19:42 #

    언제나 그럴 수 있다면 레알 성인일듯...^^
  • Charlie 2010/08/24 14:52 #

    추억도 참 여러가지인듯 해요.
    어떤 신뢰는 망치로 두들겨도 깨어지지 않지만, 손끝으로 톡 꺼트리기만 해도 깨져버리는 것도 있더라고요. :)
  • 초록불 2010/08/24 19:42 #

    그렇습니다.
  • Allenait 2010/08/24 15:01 #

    진짜 무시 쪽이 더 마음이 아프더군요..
  • 초록불 2010/08/24 19:42 #

    그래서 저는 몇몇 악플러들을 무시하고 있습니다. (먼산)
  • Mr 스노우 2010/08/24 15:26 #

    정말로 무시당할때만큼 기분이 나쁜 경우도 없는것 같습니다. 그런 경험을 당하고 나면 무시당하지 말아야 한다는 일종의 강박관념이 생기는 것 같아요.
  • 초록불 2010/08/24 19:43 #

    그런 경험을 하고 나면, 상대를 무시하는 것이 제일 큰 복수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 검투사 2010/08/24 15:33 #

    초록불 님 같은 분도 무시(그리고 배신)를 당해 치를 떠실 때가 있군요. -ㅅ-

    저야 뭐... 늘 당하는 거라서...
  • 초록불 2010/08/24 19:43 #

    저는 치를 떨지 않습니다. 같이 무시해버립니다. 때로 저는 제가 그런 면에서는 무척 피가 찬 사람이라고 느끼곤 합니다...^^
  • 네비아찌 2010/08/24 15:38 #

    웬지 김연아 어머니와 브라이언 오서 코치 생각이 나는 말씀입니다.
  • 초록불 2010/08/24 19:44 #

    오래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입니다. 두 사람이 상처 없이 헤어졌기를 바랍니다.
  • 야스페르츠 2010/08/24 15:42 #

    무시와 무관심은 Q조차도 두려워하는 것이니... 진정 무서운 것 같습니다.
  • 초록불 2010/08/24 19:44 #

    Q들에게 무시를...^^
  • 치오네 2010/08/24 15:49 #

    상대가 나라도 똑같이 행동할 것이라는 착각에서 그러는 경우도 있더군요. 이것도 일종의 무시일까요?
  • 초록불 2010/08/24 19:44 #

    바보입니다.
  • 들꽃향기 2010/08/24 21:35 #

    저도 배신한 사람은 그래도 '이해득실'을 따져 정략적으로 손 잡을 수 있지만, 무시한 사람은 그냥 관계를 끓는 편인데. 저만 그런게 아니었군요. ㄷㄷ;;
  • 초록불 2010/08/24 22:57 #

    ^^
  • 우리봄이 2010/08/24 22:56 #

    제가 다 마음이 아프네요. 다 떨쳐버리고 건승하시길 빕니다.

    얼마전부터 블로그 돌아다니며 덧글을 달고 있는데 이게 마약같아서 점점 중독되는 것 같군요. 하루라도 관심있는 블로그들 쭉 안들어가 보면 손이 떨리는...

    암튼 최근에 어떤 블로그에 덧글을 달았다가 삭제돼버리는 일이 있었는데 경우는 다르겠지만 무시당했다는 느낌이 들더군요.흑흑.

  • 초록불 2010/08/24 22:57 #

    넵, 고맙습니다.
  • 미르 2010/08/25 00:43 #

    어쩐지 학생인 저로써는 앞으로 겪을 사회생활이 두려워지는데요..
    뭐 학교생활도 사회생활이긴 하지만 특히나 이해득실이 중요할 사회에선 얼마나 혹독할지...
  • 초록불 2010/08/25 10:20 #

    이런 일은 10년에 한 번 생길까말까 하니까 괜찮습니다...^^
  • 2010/08/25 01:27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초록불 2010/08/25 10:20 #

    힘내십시오.
  • pientia 2010/08/25 07:08 #

    저도 그런 일을 겪은 적이 있는데, 살면서 그런 사람들을 여러번 겪다 보면 세상에는 참 다양한 사람이 살고 있구나하고 이해하게 되더라구요. 그리고 상종안해버립니다. 나이를 먹을 수록 뭔가 순수함도 없어지고 마음을 나눌 사람도 점점 사라져 가는 듯해서 안타까워요.
  • 초록불 2010/08/25 10:21 #

    대신에 좋은 사람은 더 깊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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