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훈의 지조론 *..만........상..*



조지훈의 [지조론]을 다시 읽었다. 1960년 3월. 4.19를 앞둔 그 깜깜한 시절에 쓰인 명문.

새삼 감탄스러운 것은, 이 글은 사람들을 가르고 분류하는 듯하면서도 사실은 최대한 많은 사람을 모으기 위해 애쓰고 있는 글이라는 점이다.

지난날에 다소 과오가 있다한들, 오늘날 대의에 나선다면 당신들에 대한 평가는 달라질 것이다, 라고 조지훈은 역설한다. 그리고 깜깜한 날, 깜깜함에 절망하여 꺽이려는 사람들에게 소인기少忍飢(조금만 굶주림을 참으라)하라고 외친다.

특히 이위경의 행적을 까발린 "소인기" 대목에 있는 이 이야기는 언제나 무릎을 치게 한다.

궤짝을 뜯어 땔감으로 쓰려다 젖을 찌르고 만 아내의 비명. 그리고 돌아와 이위경이 가난이 죄라고 탄식했을 때,

그 탄식을 듣고 선비 하나가 일어서며, 가난이 원순 줄 이제 처음 알았느냐고 야유하고 간 뒤로 그 선비는 다시 그 집에 오지 않았다.

그 이유는 이러했다.

그 때 그 친구의 말이, 자네가 새삼스레 가난을 탄식할 때 나는 자네가 마음이 변한 줄 이미 알고 발을 끊었다고 했다.

세상과 불화하는 길을 택한 이상 가난은 피할 수 없는 것이다. 그것을 탓할 때 환경을 바꾸기 위해 변절할 수 있음을 내다보았다는 말.

아, 이 글이 나온지 50년. 반세기가 지났는데 우리는 지조있는 사람을 몇이나 알고 있는가? 오늘날 지사가 있는가?


조지훈 지조론 전문 [클릭]

핑백

  • 역사는 변하고 만다 : 한국현대사 속 정의(正義)에 관한 단상 한 토막 2010-09-20 13:58:47 #

    ... 성 없이 남의 뒤에 숨기를 부끄러워 하지 않는 세태가 당연하다는 듯이 받아들여진 시대가 있었다. 바로 조지훈의 <지조론>이 통렬하게 비판한 세태였다.(초록불님의 지조론 소개글)역사학자 서중석은 이러한 암울한 세태가 한국사회를 지배하게 된 연유를 친일파(특히 유명한 악질 인사들)가 해방 후에도 살아남아 오히려 권력을 쥐게 되었기 ... more

덧글

  • hyjoon 2010/09/04 00:01 #

    참으로 곧은 길은 굽어보인다고, 이런 얘기를 보면 종종 생각이 납니다.......
  • 자유로픈 2010/09/04 13:40 #

    잘 읽었습니다. 날이 밝기 직전의 가장 어두운 때에 사람들의 마음이 많이 흔들리는 것일지도 모르겠네요...
  • 2010/09/05 01:43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로그인 사용자만 덧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



유사역사아웃

2017 대표이글루_history

구글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