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덕선생전 *..만........상..*



연암 박지원은 일찍이 이덕무와 엄행수의 사귐에 대해서 글을 남긴 바 있는데, 그것이 바로 예덕선생전穢德先生傳이다.

이 글에서 이덕무는 진실한 벗을 사귄다는 것은 이런 것이라고 말한다.

깊이 사귀면 체면 같은 것을 볼 것이 없고 진실하게 사귀면 특별히 죽자 사자 할 것이 없다. 오직 마음으로 벗을 사귀며 인격으로 벗을 찾아야만 도덕과 의리의 벗이 된다. 이렇게 사귀는 벗은 천년 전의 옛 사람도 아득히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요, 만 리의 거리도 소격한 것이 아니다.

이덕무가 이런 말을 한 것은 엄행수가 똥을 치는 똥장군이었기 때문이다. 제자가 어찌 그런 더러운 인간과 벗을 할 수 있느냐고 항의하자 그런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지 말라는 이야기였다.

물론 매우 좋은 말이고, 진실된 사귐을 위해서는 꼭 필요한 자세라 하겠다. 하지만 그것은 진실된 벗일 때 가능한 이야기다. 사실, 오늘날에는 이 말보다 더 중요한 말이 그 앞에 있다.

이덕무는 그저 사람끼리 듣기 좋은 말만 해주면서 벗인양 구는 것은 그릇된 것이라고 말한다. 이 역시 당연한 말이다. 그러나 오늘날은 전근대와는 달리 복잡다단한 인간관계 속에 놓여 있다. 진실한 벗만을 챙기고 만나고 할 것 없이 우리는 수없이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 그 사람들과는 어떻게 지내야 할 것인가?

서로 흉금을 털어놓을 수 있는 진실된 벗을 만나는 것은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그것은 한순간에 불꽃처럼 영혼의 울림을 통해 꽃보라처럼 찾아올 수도 있고, 저 먼 길을 돌아 집 앞에서 발견하게 된 파랑새처럼 올 수도 있다.

그러나 이상적으로 모든 사람을 사랑하겠다고 말해도, 그것은 사실 114 안내원이 "사랑합니다, 고객님"이라고 말하는 것과 별 다를 바 없는 이야기다. 사람을 대하는 데는 경중이 있을 수밖에 없다.

바로 이 점에서 이덕무의 저 말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가려운 데를 긁는 데도 도가 있다. 등에 손을 댈 때에는 겨드랑이에 가까이 가지 말고, 가슴을 만질 때에는 목을 건드리지 말아야 하는 법이다.

상대와 말을 하지 않겠다면 몰라도, 상대와 말을 하겠다고 한다면, 바로 위에 이야기한 도를 지키며 말을 해야 하는 것이다. 자신은 도를 지키지 않고, 벗도 아닌 주제에 거침없이 무례하게 쳐들어와서는 오히려 상대를 보고 예의가 없다는 소리를 하는 경우를, 인터넷 세상에서는 정말 자주 본다.

넷 상에서 사귀어도, 물론 진정한 벗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진실한 벗을 만나면 만 리를 소격하지 않는다 하지 않았는가?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목과 겨드랑이를 건드리지 말아야 하는 것이다. 불행히도 요즘 세상에는 처음부터 목과 겨드랑이를 노리고 들어와서는 그저 가려운 곳을 긁어주려 했을 뿐이라고 이야기하는 후안무치한 사람들이 많다. 참 많다.



덧글

  • hyjoon 2010/09/04 22:39 #

    마지막에서 왜 슬퍼지는 겁니까......ㅜㅜ
  • 초록불 2010/09/05 11:04 #

    그냥 많을 뿐...
  • Allenait 2010/09/04 22:49 #

    진짜 참 많군요... 씁쓸해집니다
  • 초록불 2010/09/05 11:04 #

    네... 자주 눈에 보이죠.
  • Mr 스노우 2010/09/04 22:59 #

    정말 참 많은 것 같습니다. 어디든 지켜야 할 선이라는 것이 있는 것인데...
  • 초록불 2010/09/05 11:04 #

    안 지켜도 좋으니 "나의 함정 카드에 걸렸구나" 같은 소리는 안 했으면 싶어요.
  • sharkman 2010/09/04 23:03 #

    일본의 격언이지만 '가까운 사이에도 예의'라는 말이 있죠.
  • 초록불 2010/09/05 11:05 #

    ^^
  • 누군가의친구 2010/09/04 23:27 #

    하필 개인적으로 알고 지내는 어느 네이버 이웃 블로거의 덧글 관련 포스트를 읽고 이 포스트를 읽은 터라 심하게 공감합니다.
    그 블로거의 NDS 게임 관련 포스트에 '나같이 불법다운 하면 거지같이 돈 안버리는데'라고 누군가 중2병 스러운 덧글을 단 덕에 분노의 포스팅을 볼수 있었습니다.(...)
  • 초록불 2010/09/05 11:05 #

    거지는 돈을 안 버리는데...
  • Marcus878 2010/09/05 18:34 #

    꼭 그런 소리 하는 사람치고 통장에 돈 넘치는 경우가 없더군요.
  • 2010/09/05 01:46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초록불 2010/09/05 11:05 #

    회자정리, 거자필반... (먼산)
  • 2010/09/05 20:30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초록불 2010/09/05 20:54 #

    누구를 지칭하시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 2010/09/05 22:06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초록불 2010/09/05 22:09 #

    사람은 변할 수 있는 존재이지만, 변하는 것이 쉽지 않은 존재이기도 하죠. 변화시킬 수 없는 존재는 "벽"이지요. 물론 "벽"도 깊은 애정을 가지고 계속 만져준다면 언젠가는 변하게 되겠습니다만, 애초에 애정이 없으니 그럴 필요도 없겠지요.
  • 2010/09/07 05:15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초록불 2010/09/07 08:53 #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사람은 발전하는 법이죠.
  • catnip 2010/09/08 10:26 #

    누가누가 뻔뻔한가하는게 요즘은 대세.......면 안되겠지요..;
  • 초록불 2010/09/08 11:08 #

    안 되지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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