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현의 자유 *..문........화..*



1.
볼테르의 유명한 격언, "나는 당신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지만, 당신이 말할 자유를 위해서는 함께 싸우겠다."는 말은 참 지키기 어려운 말이다.

2.
영화 <래리 플린트>에서는 이런 대사가 있었다. "나는 쓰레기다. 나 같은 쓰레기도 보호 받을 수 있다면 여러분은 더 잘 보호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는 종교지도자를 어머니와 간음했다고 자기 잡지에 실어서 기소당한 상태였다. 그는 승소했다.

3.
우리는 잘못된 확신에 대해서 비난할수도, 조롱할수도 있다. 하지만 그 발언 자체를 금지시켜서는 안된다. 이것이 바로 진정한 표현의 자유다. 국가보안법을 폐지해야 한다고 말하는 근거이기도 하다.

잘못된 확신 - 말하자면 환단고기를 철석같이 믿는다 할 때, 그것을 이유로 그 사람을 "처벌"할 수는 없다. 만일 그 사람이 그 확신에 의해 다른 사람을 폭행했다면 그것은 "위법"이고 따라서 "처벌" 받아야 한다.

우리는 때로 우리의 "확신"에 의해서 명백하게 잘못된, 그리고 유해하다고 생각되는 주장을 하는 것을 보곤 한다. 그러면 지극히 당연하게 그런 엉터리 주장이 횡행하는 것에 대해서 분노하고 잘못된 사실이 대중에게 확산되지 못하게 막고 싶어진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상대방의 주장을 물리적으로 막아서는 안 된다. 그가 잘못된 사실을 믿고 있는 것은 "과오"이다. 하지만 과오는 범죄가 아니고, 따라서 과오를 처벌하는 것은 부당하다. (존 B 베리*, 사상의 자유의 역사, 바오출판사, 2005, 261쪽 - 원서가 작성된 해는 1914년이다.)

* 영국의 역사학자.고전학자.문헌학자이다. 1861년 아일랜드 모나헨에서 태어나 포일 대학과 트리니티 대학에서 역사학을 전공했으며, 1883년부터 9년간 트리니티 대학에서 현대사 교수를 지냈다. 1902년 케임브리지 대학 역사학 교수로 부임해 1927년 운명할 때까지 일했다. 에드워드 기번의 <로마제국쇠망사>의 편집자이기도 하다.

4.
우리 사고의 틀은 권위주의 정부의 교육 아래 이루어져서 표현의 자유에 대해서 잘못된 인식을 갖게 되는 것 같다. 나 자신도 이런 결론에 도달한 것은 얼마 되지 않는다.

존 B 베리는 압제에 의해 표현의 자유가 억압받는 원리를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압제를 옹호하는 자들은 아마도 이렇게 응수할 것이다. 잘못된 사적 신념에 대한 처벌이 부당하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유해하다는 확신이 서는 그런 신념의 유포를 금지하는 것은 부당하지 않다고. 즉 그러한 신념을 간직하고 있다는 이유가 아니라 그 신념을 공표한다는 이유로 처벌하는 것은 부당하지 않다는 것이다. (위 책, 261쪽)

존 B 베리는 그래서는 안된다고 말하는 것이다. 즉 신념을 공표하는 것으로 처벌받아서는 안 된다. 그런데 우리는 흔히 약자를 보호하는 관점에서 이런 이야기를 즐겨 해석한다. 사회주의 이념을 가지고 그것을 책으로 내거나 해서 불이익을 당하는 일은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그런 것. 그런데 마찬가지로 국가보안법을 옹호하거나 유신을 찬양하거나 하는 행위도 역시 표현의 자유에서는 보호받아야 하는 권리에 속한다는 사실은 인정하지 않으려 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다.

여기서 주의해야 할 것은 그것이 권리라는 말이, 그런 주장이 정당하다거나 비난해서는 안 된다는 말과 동일하지 않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는 점이다. 존 B 베리의 말을 더 들어보자.

사회적인 관습과 제도, 그리고 방식을 새로운 요구와 상황에 부합하도록 재조정하기 위해서는, 그것들을 점검하고 비판할 수 있음과 동시에 가장 비대중적인 견해 - 일반적인 정서에 아무리 거슬리는 것이라도 - 를 표현할 수 있는 무제한의 자유가 반드시 존재해야 함이 분명하다. (중략) 순전히 인간의 능력 범위 내에서 확보될 수 있는 정신적, 도덕적 진보의 최고조건이 있다. 그것은 바로 사상과 토론의 완전한 자유이다. (위 책, 265쪽)

5.
1858년 영국 정부는 폭군을 살해하는 것은 합법이라는 학설 유포에 대해서 소송을 걸었다. <자유론>을 쓴 밀은 이에 대해서 다음과같이 주장했다.

"윤리적 확신의 문제에 관한 한 아무리 부도덕하게 여겨지는 학설이라도 그것을 표현하여 논의할 수 있는 완전한 자유가 보장되어야 한다." (위 책, 266쪽)

그리고 불온한 주장이라 해도 그 주장이 직접적으로 범죄에 대한 선동을 담고 있지 않는 한 그런 주장을 했다는 이유로 범죄에 대해서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는 것이 밀의 주장이었다.

6.
표현의 자유에 있어서 상스러운 표현을 사용하는 것은 허용될 수 있는가, 없는가? 존 B 베리는 그 역시 허용된다고 이야기한다. 1911년에(앞서 말했지만 이 책은 1914년에 쓰인 것이다) 영국에서 신성모독행위로 기소된 사람들이 있었다. 이 사람들은 상스럽고 저속한 용어로 기독교를 비난했다는 이유로 구속되었다. 존 B 베리는 이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말한다.

(재판부는) 교육받지 못한 사람들이 자신들이 아는 유일한 방식으로 말하는 것은 제지하면서, 동일한 내용을 교육받은 사람들이 훨씬 더 효과적으로 훨씬 더 교활하게 말할 때에는 아무런 제재도 가하지 않는다. (위 책, 270쪽)

그렇다면 상대방이 자신을 향해 욕을 해도 "표현의 자유"니까 용납해야 하는 것인가? 이 문제는 범주가 다르다고 보아야 할 것 같다. 표현의 자유가 상대를 욕할 자유는 아니니까. 우리나라의 명예훼손 규정에 완전히 동의하지는 않지만, 공인이 아닌 특정 개인의 존엄을 침해하는 문제를 같은 잣대로 잴 수는 없을 것이다.

7.
존 B 베리는 이런 예를 들어보인다.

카리스마 넘치는 종교 지도자가 등장하여 종말이 곧 온다고 말하고 모든 생업을 중단하고 종말에 대비하라고 말한다. 사람들은 그에게 복종하고 사회는 마비될 지경에 이른다. 그러나 교주가 법을 위반하지도 않고 법을 위반하라 선동하지도 않았다면 그의 말을 막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자유의 시계를 거꾸로 돌림으로써 초래되는 해악은 어떤 망상의 유포로 인해 발생하는 일시적인 해악이 제 아무리 크다 하더라도 그 모든 해악을 능가한다. (위 책, 268쪽)

사상의 자유의 역사 - 10점
존 B. 베리 지음, 박홍규 옮김/바오


흥미가 있는 분들은 구매하셔도 좋을 듯.



[추가]
인문사회 밸리는 태그만으로 가기 때문에, 인문사회 밸리에 보내는 글은 다른 밸리에도 보낼 수 있군요. 이중으로 밸리에 보내는 첫사례인듯.

[추가]
파리13구님이 유럽에서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사례에 대한 글을 올려주셨네요. 참고하면 좋겠습니다.

[프랑스]표현의 자유에도 한계가 있으니...(1) [클릭]

핑백

  • 블로거가 바라본 앰네스티와 인권(9월 3주) | Amnesty HumanLog (Beta) 2010-09-27 16:00:08 #

    ... 표현의 자유 ... more

  • 초록불의 잡학다식 : 표현의 자유와 언론사 입장들 2010-12-29 11:19:59 #

    ... 세하지 않아서 그렇겠지요...라고 믿기는 솔직히 좀 어렵군요. 표현의 자유에 대해서 저는 두 권의 책을 소개한 바 있습니다. 아레오파기티카 - 표현의 자유 [클릭] 사상의 자유의 역사 [클릭] 읽어본 적이 없는 분이라면 일독을 권합니다. 이번 헌재의 결정에 대해서 언론사들도 일제히 사설을 통해 자신들의 입장을 발표했습니다. 언론이야말로 표현의 자유 ... more

  • 초록불의 잡학다식 : 표현의 자유와 일베 2013-05-23 11:52:20 #

    ... 유명한 격언, "나는 당신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지만, 당신이 말할 자유를 위해서는 함께 싸우겠다."는 말은 참 지키기 어려운 말이다. - http://orumi.egloos.com/4463538 표현의 자유 [클릭] 미네르바 판결 당시 보수 언론들은 일제히 표현의 자유를 제한해야 한다고 입을 열었는데, 현재까지는 일베 사이트 문제에 대해서 아무런 ... more

덧글

  • ArchDuke 2010/09/11 04:03 #

    하지만 슬프게도 인간이란 폭력이란 유혹에 대해서 아주 약하지요
  • 초록불 2010/09/11 10:01 #

    그렇지만 그것을 자제하는 것이 인간이기도 하죠...^^
  • 만슈타인 2010/09/11 04:33 #

    좋은 책에 감사드립니다. 하지만, 대화하다가 뭘해도 안되는 상대를 만난다면... -_-;; 참 윗분 말대로 유진스토너 부르고 싶은 충동이..
  • 초록불 2010/09/11 10:01 #

    일독할 가치가 있는 책입니다. 이 책 이후 일어난 반인권적인 사태들을 생각해도...
  • 2010/09/11 05:50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초록불 2010/09/11 10:02 #

    그렇기 때문에 사상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획득해야 하겠지요.
  • Hwoarang 2010/09/11 07:06 #

    표현의 자유에 대한 고민이 돋보입니다. 말씀하신대로 정의를 위해서 자유를 통제하는 것에 우리는 많이 익숙해졌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렇게 말하는 것을 듣는 것에 말입니다. 그러나 표현의 자유와 같은 기본적인 자유를 통제하는 것이 진정으로 정의를 위한 것이 아님을 깨닫는 것이 민주주의를 향한 혹은 진정한 정의를 향한 첫걸음이 될 것 같습니다. ^^ 잘 읽었습니다.
  • 초록불 2010/09/11 10:02 #

    고맙습니다.
  • dunkbear 2010/09/11 09:11 #

    6번의 경우는 도대체 '상스럽다'는 기준의 모호성도 문제가 되겠더군요.
    기준을 잡겠다고 해봐야 결국 불분명할 수 밖에 없을테니 말입니다...
  • 초록불 2010/09/11 10:03 #

    그것이 단순히 감정의 배설이 아니라면 광범위하게 허용되어야 하겠지만, 우리는 뭔 말을 해도 명예훼손-심지어는 국가단체도 명예훼손을 들먹이는 시대에 있으니...
  • _tmp 2010/09/11 09:16 #

    6. 그런데 근래 범람하고 있는 '일부러 상스럽게 표현하기'에 대해서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의 의문을 받기도 합니다. 물론 그들이 '조롱이나 비난을 받으면서도 표현의 자유 자체는 가지듯', 우리도 조롱이나 비난의 표현의 자유(?)가 있는 셈이고, 그들의 표현의 자유를 제약하는 건 아니겠지요.
  • 초록불 2010/09/11 10:06 #

    저 역시 천박한 표현들을 보면 눈살이 찌푸려집니다만, 배운 게 그것밖에 안 되어서 그렇게밖에 쓸수 없는 것이라면 불쌍하게 여겨야하겠지요...^^

    이 문제는 요즘 계속 고민하게 되는 "악의"라는 문제와 같이 고민하게 됩니다. 말하자면 악플과 표현의 자유 사이의 경계는 어디인가, 라는 문제인 셈이죠.
  • hyjoon 2010/09/11 09:34 #

    솔직히 사상과 표현의 자유만큼 골치아픈 고민거리도 드물겁니다...
  • 초록불 2010/09/11 10:06 #

    ^^
  • Mr 스노우 2010/09/11 10:34 #

    확실히 표현의 자유라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물론 표현의 자유가 비난받지 않을 자유와 동의어는 아니겠지요.
  • 초록불 2010/09/11 10:39 #

    네, 그 차이도 잘 모르는 사람들이 참 많더군요.
  • Allenait 2010/09/11 10:48 #

    6. 그러고 보니 표현의 자유와 비난받지 않을 자유를 같은 것으로 아는 사람들이 꽤 되더군요.

    어쩌면 저도 무의식중에 그러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 초록불 2010/09/11 11:05 #

    비난을 받지 않을 자유...라는 것은 아마도 행복추구권과 같은 것이 아닐까 싶네요. 비난과 비판 사이의 경계가 모호하기 때문에 그런 자유가 있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네요.
  • 누군가의친구 2010/09/11 10:56 #

    물론 자유를 빙자한 폭력은 경계해야 겠지만 말입니다.
  • 초록불 2010/09/11 11:05 #

    폭력은 그 자체로 범죄니까요.
  • 도르래 2010/09/11 12:14 #

    제 생각과 정확히 일치하는 포스팅 내용들이군요. 어떤 생각이나 사상이 명백하게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다면, 단지 사상이 불온하다는 이유로 처벌받아선 안된다는 것 말이죠.

    딴지거는건 아니고, 맨 처음 인용된 볼테르의 명언이 사실 볼테르가 한 말이 아니란 글을 인터넷 어디선가 읽어본 기억이 있습니다. 누구 말이 맞는지 잘 모르겠다는..
  • 초록불 2010/09/11 22:28 #

    아, 그런가요. 그러고보니 저도 출전이 어딘지 잘 모르겠네요.
  • 소시민 2010/09/11 22:19 #

    전 표현의 자유는 무제한에 가까워야 된다고 생각하지만 행동의 자유는 어쩔수 없이 제한될수

    밖에 없는 경우가 분명 존재할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머리로 생각할수 있는걸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는것은 기만이라고 여길 분들도 분명 있을지라... 어렵네요. 행동의 자유의 제한은

    역사적으로 실패가 입증된 사상에 국한되어야만 한다는 원칙이면 대다수가 동의할만하다고

    볼수도 있겠지만... 역시 많은 논의가 필요할듯 싶습니다.
  • 초록불 2010/09/11 22:29 #

    행동의 자유란 당연히 "남의 코 끝에서 주먹이 멈추는 것"을 가리키겠지요...^^
  • 2010/09/12 03:45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초록불 2010/09/12 09:26 #

    답답하지요.
  • historyjs 2010/09/12 04:36 #

    행동도 표현 가운데 하나겠지요. 둘을 개별적인 개념으로 볼 수는 없을 듯 합니다.

    많은 분들께서 알고 계시겠지만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어느 개인이 서울광장에서 '쥐새끼를 죽이고 싶다' 떠들어도 자유가 제한 받을리는 없겠지만, 대통령 앞에서 흉기를 소지하고 같은 내용으로 떠든다면 분명 공권력에 의해 제한을 받아야겠지요. 이것이 쉬운 예가 아닐런지?

    베리의 이 책은 박홍규 선생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이미 두 차례 번역됐는데, 저는 1975년에 문고판으로 번역된 책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문고판 역자는 이 책을 자유주의적 입장이라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글을 보면서 '이 책이 자유주의적 입장이 아니라면?'이라는 상상도 좀 해 본 적이 있어서 웃음이 나기도 했죠. 참고로 이 책이 출간된 1975년은 유신헌법 반대 자체를 금지하고 있는 긴급조치 1호가 시행된 이후더군요. 뭐.. 그냥 그렇다구요. ^^;
  • 초록불 2010/09/12 09:27 #

    옛날 책을 가지고 계시는군요...^^
  • 석두 2010/12/29 00:46 #

    주최는 정확히 모르겠는데, 고등학교에서 행사하는 원탁토론대회의 3차 소주제가 언론의 자유이고, 대주제가 표현의 자유와 한계여서 네이버 들렀다가 구글에다가 정보를 찾다가 온건데...

    토의용 자료와 사상을 찾은건 물론이고, 저에게 새로운 사고의 영역을 가져다 주는 글인 것 같네요. 아직 고등학생이라 그런지 우물 안 개구리지만, 제 궁극적 삶의 목표가 사회개혁인만큼 표현의 자유에도흥미가 있거든요 ㅎㅎ 저는 우선 언론이 올바르게 여론을 형성해주고 다수의 의견이 현재 상황과 다른방향으로 모이면 사회개혁이 용이할꺼라고 생각해서..

    덧글이 순간 샜군요 ㄷㄷ; 저는 기존에는 '6.25는 북한의 통일전쟁이다'라고 주장해서 처벌 논란이 있었던 사례를 보고, 사실 좀 혼란스러웠거든요. 지금 남북이 아직 휴전중이기 때문에 적국인데, 적국의 행동을 기존 관점보다 더 좋게 해석하는게 옳은지 의문이 있었어요. 그런데 이 글을 보고나니까, 그것에 대한 비난은 자유지만 처벌할 수는 없는 거군요. 이 글이 무조건 옳은지는 전 잘 모르겠지만요 히히... 글보고 감동해서 주저리주저리 덧글쓰고 갑니다~
  • 초록불 2010/12/29 01:00 #

    저 자신이 강정구 교수의 통일전쟁론에 대해서 다소 신랄하게 비판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그의 생각이 어찌 잘못되었는가라는 문제와 그에게 발언할 자유를 법으로 봉쇄하는 문제는 전혀 다른 것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 로그인 사용자만 덧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