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를 만든 사나이 *..역........사..*



<환단고기> 지지자들은 종종 이런 방대한 역사를 일 개인이 날조할 수는 없다고 말합니다. 사실 알고보면 방대한 것도 아니고, 혼자 날조한 것도 아니지요. 또한 이런 날조가 갑자기 툭 튀어나온 것도 아닙니다. 인간이란 본래 무한한 상상력을 지닌 존재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추석특집 블로깅으로 조지 샐머내저(George Psalmanazar; 1679? – 1763)를 소개합니다.

18세기의 이 인물은 런던에 도착해서 자신을 동양의 섬 타이완 출신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사실은 남부 프랑스에서 태어난 것으로 추정되고 있지요. 그는 네덜란드에 주둔한 스코틀랜드 연대의 종군목사인 윌리엄 이니스(William Innes)의 소개장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소개장에는 샐머내저가 예수회에 의해 타이완에서 납치되어 프랑스로 끌려왔고 가톨릭으로 개종하라고 고문했지만 굴복하지 않았으며자신을 만나 개신교인이 되었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습니다.

그는 성공회의 교리문답서를 <타이완어>로 번역한 책을 가지고 왔습니다. 이 시기에 사람들은 타이완이 대체 어디에 붙어있는 섬인지도 몰랐지요.

샐머내저가 타이완에 대해서 지어낸 이야기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 9일의 축제 기간에 매일 2천 명의 소년들 심장을 제단 위에서 태운다. (사람을 이렇게 죽이면 타이완의 사람들은 멸종될 거라는 지적을 받자 샐머내저는 장남은 제외되고 일부다처제라 괜찮다고 답변했습니다.)
- 타이완 사람의 평균 수명은 120세이며 매일 아침 독사의 더운 피를 빨아먹는 풍습 때문에 젊음을 유지할 수 있다.
- 타이완에는 황금과 은이 넘쳐 흘러서 심지어 농촌의 지붕과 벽에도 사용된다.
- 타이완에서는 말과 낙타를 교통수단으로 사용한다.

주교는 이 놀라운 이야기를 듣고 그를 옥스포드에 보냅니다. 타이완어를 가르쳐달라고 했지요. (대체 무슨 강의를 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샐머내저는 자신의 허풍을 책으로 묶어냈습니다.

<일본 황제가 통치하는 타이완 섬의 역사와 지리에 대한 기술 An Historical and Geographical Description of Formosa, an Island subject to the Emperor of Japan>이라는 책이 나왔지요. 책은 바로 베스트셀러가 되고 다음 해에는 재판도 찍었습니다.

샐머내저 책의 삽화 - 대만의 원주민


그러나 대만은 일본의 영토가 아니었으므로 책은 바로 비판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사실 그의 흰 피부도 문제였지요. 하지만 그는 모든 것을 부정했고 재판에서는 그를 비판한 사람들을 비난했습니다.

그는 1728년 중병을 앓은 뒤 자신의 과거를 부정하게 되고 죽기 전에 회고록을 써서 사실을 알리고자 했습니다. 그는 1763년에 죽었고 다음해에 회고록이 출간되었습니다.

샐머내저는 아즈텍, 잉카, 유토피아 등을 참고해서 이야기를 만들어냈지요. 그러니까 이런 일-역사를 만드는 일-은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불행한 것은 그것이 거짓말이라는 게 들통났는데도 그것을 믿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죠.

[참고]
상식의 허실, 리더스다이제스트, 1992 (삽화도 이 책에서 스캔)
http://en.wikipedia.org/wiki/Psalmanazar


덧글

  • ArchDuke 2010/09/21 14:42 #

    필트다운 맨처럼 과학도 you just actived my trap card가 있지 말입니다.
  • 초록불 2010/09/21 14:46 #

    ^^
  • 전직 환빠 Jes 2010/09/21 14:42 #

    그러나 "그분"들은 마지막에 회개했다고 두계 선생과 같다고 주장할 지도 모르죠. 진정한 난독 대마왕
  • 초록불 2010/09/21 14:46 #

    저로서는 샐머내저는 회개라도 했지, 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 Allenait 2010/09/21 14:46 #

    그리고 그렇게만 믿고 싶어하는 신도들이 등장하는데..

    왜 그럴까 모르겠습니다
  • 초록불 2010/09/21 14:47 #

    인지부조화지요, 뭐...
  • luccifer 2010/09/21 14:48 #

    이건 ㅎㄷㄱㄱ와 달랏!
    하는 외침이 들려오는 듯 하는데 이건 그저 착각이겠지요?(제발 착각이길...)
  • 초록불 2010/09/21 14:53 #

    다르긴 하죠 18세기 초에 일어난(본문에 무심히 17세기라고 적은 것 수정) 정보 부재시의 일과 정보가 넘쳐흐르는 21세기의 일을 어찌 비교하겠습니까...^^
  • 월광토끼 2010/09/21 14:53 #

    지들 주장대로라면 환빠들은 '중간계의 역사' 보면 놀라 까무러치겠네요
  • 초록불 2010/09/21 14:54 #

    그런데 그건 안 읽나봅니다. 우리 설정덕후 톨킨 옹의 방대한 세계에 놀러오면 좋을텐데...
  • 전직 환빠 Jes 2010/09/21 15:47 #

    문자까지 죄다 만들었죠. 근데 쟤네는 그걸 또 "가림"토라며 "가리"고 있으니...
  • 스푼맨 2010/09/21 17:32 #

    저도 이 글 읽으며 톨킨 옹이 생각났는데
    인간의 상상력이면 역사를 하나 만들 수 있지요.
    언어, 역사, 지도... 환단고기보다는 훨씬 방대하네요.
  • 마무리불패신화 2010/09/21 15:05 #

    어쩐지 책의 그림이 잉카,아즈텍 쪽을 닮았더니 그쪽을 참고했었군요.


    + <역사>를 만든 사나이 하니 전 헤로도토스인 줄 알고 들어왔습니다. ㅡㅡ
  • 초록불 2010/09/21 15:09 #

    ^^
  • Mr 스노우 2010/09/21 15:26 #

    뭔 강의를 했을지 저도 궁금해지네요
  • 초록불 2010/09/21 16:04 #

    ^^
  • draco21 2010/09/21 16:28 #

    세상은 넓고 괴인은 많군요... ^^: 새삼 창작의 영역이 한발 옆길로 가면 사기가 된다는 사실도 느낍니다. OTL
  • 초록불 2010/09/21 17:41 #

    ^^
  • 소시민 2010/09/21 16:45 #

    대만은 확실히 그 이후에 일본의 식민지가 되니 그 점에서는 예언자라고 인정해도 괜찮을듯

    합니다. (...)
  • 초록불 2010/09/21 17:41 #

    너무 오래 걸렸어요...^^
  • hyjoon 2010/09/21 16:46 #

    사실 비슷한 이야기가 『역사 글쓰기, 어떻게 할 것인가』에 있습니다. (대상이 중국사라는 것이 차이라면 차이지만) '사료의 외적비판'이 가지는 중요성에 대해 말이죠.

    사실 이전에 耿君님이 후지와라 아키라의 『일본의 위서』라는 책에 나온 '위서를 믿는 사람들의 논리'를 번역해 올리시면서 다루어주신 적( http://hyunk02.egloos.com/3612549 )이 있는데, 위서를 믿는 논리 가운데 하나가 '양이 방대해서 사람이 지어냈다고 보기 힘들다'이죠. 『태백산맥』에 대해서 '이 책은 양이 많아서 한 사람이 지어냈다고 보기 힘들어! 그러니까 이건 역사책이야!'라고 하거나, '이건 다른 사람이 전하는 얘기를 받아쓴 것일거야!'라고 말하면 100% 미친놈 취급받을 텐데 '위서가 서술하는 내용이 많아서 위작이라고 보기 힘들다'는 소리가 먹히는 것을 보면 역시나 '믿음'이 무서운 것 같습니다. ㄷㄷ
  • 한단인 2010/09/21 17:03 #

    원피스 작가 오다가 자기는 100권까지 만화를 그리겠다며 엄청난 세계관을 구축하고 있는데 한 10년 연재 더하고 20년 있으면 어디사는 누군가는 '원피스는 역사책이다' 라고 할 기세...ㄷㄷㄷ
  • 초록불 2010/09/21 17:42 #

    그렇습니다. 그 책은 본다 본다 하면서 아직도 못 봤네요.
  • rock bogard 2010/09/21 16:57 #

    저는 셜록 홈즈나 비슷한 시기의 소설을 볼때마다 늘 포스팅같은 사례때문에 걱정되더군요. 여기나온 정보들을 믿어도 되는 걸까라는.... 작가를 100% 신뢰할 수는 없으니.
  • 초록불 2010/09/21 17:44 #

    음... <주석 달린 셜록홈즈>를 보시면 어떨까 합니다.
  • rumic71 2010/09/21 19:20 #

    환단신기를 집필하고픈 욕망이 치솟습니다.
  • hyjoon 2010/09/21 20:07 #

    기왕 하시는 김에 『유기』나 『신집』으로 하시는게.......(밟힌다)
  • 초록불 2010/09/21 20:26 #

    ^^
  • 진성당거사 2010/09/21 19:30 #

    꽤 오래전에 이 사람의 회고록을 새뮤얼 존슨과 관련한 자료를 몇 가지 보던 중에 복사본으로 읽어본 적이 있었죠. 그나마 자기 본명은 밝히지 않고 죽었으니 비밀을 몇가지 무덤까지 끌고 들어가긴 했나봅니다. 아, 참, '타이완'이라기보다는 이 사람의 원래 표현대로 '포르모사'라고 하는 게 적절하지 않을까 합니다.
  • 초록불 2010/09/21 20:26 #

    포모사, 포르모사... 어느 쪽이 맞는지 모르겠네요. 아무튼 영문으로 찾아보면 대만의 다른 이름이라고 나오는 관계로...^^
  • 홍차도둑 2010/09/22 05:05 #

    포루투칼어이기 때문에 포르모사 라고 부르는 것이 맞겠지요.
    포루투칼 선원들이 타이완 섬을 '발견' 하고 '아름다운 섬'이라면서 포르모사 로 부른 것이 시작이라니까요
  • 원샷원킬 2010/09/21 20:33 #

    갑자기 궁금한건데 환단고기는 내적타당성(혼은 논리성)을 갖췄다고 볼 수 있을까요??
  • 초록불 2010/09/21 20:34 #

    http://orumi.egloos.com/3988921
    http://orumi.egloos.com/3989293
    http://orumi.egloos.com/3989940

    위 세편을 보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 원샷원킬 2010/09/21 21:50 #

    리플 감사합니다. 제가 딱히 환단고기를 믿거나 그런건 아니데 그 방대한 량을 어찌 만들었을까 하는 의문을 갖고 있거든요,,, 내적 논리성을 물은건 내용에 상관없이 '잘쓴 글'인가 하는 의문때문에 ㅎㅎ
  • 누군가의친구 2010/09/21 20:45 #

    환빠의 논리라면 대하소설을 개인이 쓰는 것도 말도 안되는 짓이지요.

    하여간 논리적 모순이 참...ㄱ-
  • 초록불 2010/09/21 23:08 #

    ^^
  • LVP 2010/09/21 22:33 #

    한마디로 비디오게임 설정집 만드는 과정입니다 'ㅅ'

    문제는 그 게임은 재미도 없고, 감동도 없고...'ㅅ'
  • 초록불 2010/09/21 23:08 #

    하하...
  • 고독한별 2010/09/21 23:33 #

    해리포터 시리즈도 상당히 분량이 많죠. 그런 고로 역사책... OTL

    이거 응용할 여지가 많네요? (별로 쓸모는 없겠습니다만...)
  • 초록불 2010/09/22 20:29 #

    쓸모는 없겠네요...^^
  • 부정변증법 2010/09/22 00:02 #

    18세기면 이미 타이완은 정성공이 네덜란드 세력을 몰아낸 다음이고, 포루투갈, 스페인에 이어 네덜란드까지 유럽에서도 거쳐간 사람들도 적지 않았을텐데, 저게 통했다니 그저 놀랄 뿐입니다.
  • 초록불 2010/09/22 20:29 #

    놀라운 사기범이죠...^^
  • 들꽃향기 2010/09/22 02:29 #

    정보의 제공자가 제한되는, 그리고 그러한 정보에 굶주리고 흥미를 느끼지만 그들을 포섭할 수 있는 적절한 중간단계의 지식이나 지식인이 적을 때에는, 집단이나 조직이 아니더라도 개인단위에서 정보를 조작하고 위서를 만드는 일은 흔한 것 같습니다. =_=;;

    특히 셀머네져가 활약했던 저 시기는 시아누즈리와 같은 이국풍물에 대한 유럽 사회의 관심과 호기심이 극도로 발전했던 시기였던 만큼, 저런 인물이 부합할 수 있는 사회적 여건도 무시 못할 것 같네요 ㄷㄷ
  • 초록불 2010/09/22 20:30 #

    과연 사회 분위기도 한몫 했겠네요.
  • 순욱문약 2010/09/23 03:41 #

    역사창작가라, 양심을 등가교환으로 날려먹기만 한다면
    충분히 고려해볼 만한 직업이네요.
  • 2010/09/25 00:30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초록불 2010/09/25 01:17 #

    앞서 댓글에도 달았지만 저는 대만 여행기를 쓴 적이 없습니다.
  • 2010/09/25 16:50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초록불 2010/09/25 17:14 #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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