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오프라인 (2) *..만........상..*



속도와 다중성은 온라인 인간관계의 특징을 보여준다.

PC통신 시절, 아직 온라인은 모두의 것이 아니었다. 컴퓨터의 수는 아직 부족했고, 모뎀은 그보다 더 부족했고, PC통신에 들어오는 사람들은 더더 부족했다.

하지만 현상 자체는 그 크기가 다를 뿐 현재와 다를 것이 없다. 사람들은 자신의 의견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생각을 글로 잘 바꿀 수 있는 사람은 인기가 있는 사람이 되었다.

그리고 언론이 이곳에 주목했다. 평범한 개인의 의견이지만 언론이 포장을 해주면 그것은 단지 개인의 의견이 아닌 것으로 변한다. 이 현상 역시 규모만 바뀌었을 뿐, 지금도 여전하다. 아니, 지금이 그 시절보다는 좀 더 여론에 가깝게 변화했을 것이다. (엄밀히 말하자면당시에도 기자가 자신의 견해를 뒷받침할 자료를 PC통신에서 발견했을 뿐이다.)

사람이 얼굴을 마주하지 않아도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은 분명 많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경험이었다. 모든 사람들이 펜팔을 하지는 않았으니까. 글을 통해서 의견을 주고받는다는 것은 참 신선한 경험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착각이 시작되었다.

온라인의 익명성은 사실 참 얄팍한 것이다. 그것은 불투명한 유리창과 같다. 누구든 깨뜨릴 수 있는 것이지만, 그렇다고 아무나 함부로 깨뜨리지는 않는 "경계"이다. 이 경계를 깨버리겠다고 마음 먹는 것은 참을 수 없는 분노에서 기인하고, 그 분노를 부르는 것은 그 막이 강철과 같다고 생각하고 도발하는 어리석은 인간의 행태이다.

유리창을 깨면 깨는 사람도 다치기가 십상이다. 그런 위험을 굳이 무릅쓰지 않으려는 사람들이 훨씬 많고, 그 때문에 이런 행태는 제지 없이 이어지기가 대단히 쉽다. 면전에서 이야기하면 따귀는 아니더라도 침이라도 맞을 이야기를 태연하게 내뱉을 수 있게 된 곳. 그래서 이곳은 현실과 다르다고 생각하게 된 곳이 온라인 세상이다. 그러나 별로 다르지 않다.

사람에게는 사적인 영역이 존재한다. 그곳에서 사람들은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직장에서 위엄있고 존경받는 근엄한 중역도 집에 돌아가 갓난 손자에게 재롱을 부리는 "경쾌발랄한" 사람이 될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근엄한 그와 우스꽝스러운 그가 다른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다. 누구를 대하는가에 따라 사람은 얼마든지 그 모습을 변형시킬 수 있는 존재다.

온라인의 불투명한 막은 그 사람의 본성을 엿볼 수 있는 창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창 바깥의 사람들은 "원칙적"으로 그의 본성을 볼 수 없다. 그 불투명한 막에 비치는 모습을 보는 사람은, 바로 당신 자신이다.

그 불투명한 막이 자신을 보호해준다고 믿어서, 혹은 그 불투명한 막이 자신을 지켜주지 못할 것이라고 믿어서 자신의 행동이 달라진다는 것은 불행한 일이다. 온라인이건 오프라인이건 타인을 대하는 관계는 동일한 것이다. 그것은 사적인 영역이 아니다. 가족과 혹은 자기 자신만이 가지는 프라이버시의 영역이 아니라는 것이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이야말로 색즉시공, 공즉시색의 세계다.

인간들의 관계는 인류가 발생한 이래 참 많이 변화해왔다. 세계는 계속 좁아지고 있다. 사상과 이념(종교 또한)이 사람들을 묶기도 했다. 주님 앞에서 평등하거나, 만국의 노동자가 단결하거나 그게 그거인 거다. 그리고 교통수단과 통신수단의 발달이 세계를 계속 좁혀왔다. 오늘날에는 세계가 실시간으로 묶였다. 이런 움직임은 더더욱 가속화 될 것이다. 아직 이런 획기적인 통신수단이 들어가지 못한 지역도 존재하니까.

그것은 새로운 인간관계를 만들어내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것은 기존의 인간 관계의 확장에 불과하다. 더 빨리 의사를 주고받으면서 그 속도만큼, 더 많은 사람들과 소통할 "여유"를 우리는 가지게 된 것이다.

접촉에 걸리는 시간이 짧아질수록 접촉할 수 있는 대상이 늘어나는 것인데 - 수학을 잘 한다면 이런 것을 수식으로 깔끔하게 표현할 수도 있겠지만 - 그것을 "새로운" 관계라고 착각해온 것이 온라인 커뮤니케이션이다.

좀 더 할 말이 남긴 했지만, 사실 하고 싶은 이야기는 다 한 듯. 이 생각을 좀 더 익혀보아야하겠다.




-- 아, 보낼 밸리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인문 밸리가 있었구나.

덧글

  • Allenait 2010/11/10 22:55 #

    네. 정말 온라인의 익명성은 참 얄팍한 것이더군요..
  • 淸嵐☆ 2010/11/11 00:06 #

    SNS가 유저들 스스로 실명을 비롯한 오프라인 정보를 쉽게 온라인으로 끌어내게 하는데다 스마트폰 등으로 온라인 상태가 컴퓨터를 벗어나 실시간의 영역으로 들어오면서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구분을 더욱 의미없게 만드는 현실이 오히려 원래 있어야할 온라인의 형태를 잡아가고 있는 거라 생각되네요.
    익명 공간이 완전히 사라지진 않겠지만 언젠가 익명성이 그런 시절도 있었지 싶는 유물로 추억되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네요.
  • 초록불 2010/11/11 01:05 #

    좋은 말씀입니다. 컴퓨터라는 온라인 커뮤니티 도구와 휴대폰이라는 온라인 커뮤니티 도구가 갖는차이가 또 속도와 다중성, 그리고 익명성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거죠.
  • 소드피시 2010/11/11 15:50 #

    익명성이라... 어떤 의미에서는 예비군도 그렇지 않은가요.
  • 초록불 2010/11/11 16:00 #

    어떤 의미에서는 그럴지도...
  • 파랑나리 2010/11/13 18:51 #

    통신과 교통이 발달해서 접촉하기 더욱 쉽고 빨라졌지만 정작 사람들 사이에서 마음의 장벽은 더 두꺼워진 듯 합니다. 가령, 그리스의 예술이 석굴암 본존불까지 흘러간 것과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같은 설화가 마케도니아에서 신라까지 퍼진 것을 보면 교통도 통신도 열악한 고대인이 이렇게 소통할 수 있는 것이 놀랍습니다. 아마도 마음의 장벽이 엷어서겠죠. 그러나 2ch같은 곳을 보면 오늘날 인터넷으로 빠르게 멀리 있는 존재와 접촉할 수 있지만 상대에 대한 혐오감,경멸감,우월감은 더욱 심해지는 기묘한 현상을 볼 수 있습니다. (여기는 혐한들의 집결지입니다. 한일공동월드컵이 개최되고 한국인이 목숨 걸고 지하철 취객을 구한 일이 두 번이나 되고, 한류열풍이 불고 있지만 혐한들은 그럴수록 더욱 굳게 단결하여 더 악랄하게 한국을 헐뜯습니다.)

    소통하기는 더욱 쉬워졌지만 마음의 장벽은 더욱 두꺼워진 이 시대의 역설을 어찌해야 해결 할 수 있을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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