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개발하던 어느 옛날 이야기 *..자........서..*



게임 컨셉을 제출했다.

담당자에게서 연락이 왔다.

"초록불님 시나리오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꼭 개발하고 싶은데, 문제가 좀 있어서..."
"아, 뭔가요?"
"이 게임이 재미있을까요?"

아, 이 무슨 식당 들어와서 사장한테 여기 음식 맛있나요, 라고 묻는 행위인가.

"아니, 그러니까 어떤 재미 요소가 있는지에 대해서 여쭙는 건데..."
"그건 첫 장에 다 적혀 있는데요."
"네, 물론 그렇긴 한데 그게 잘 이해를, 그러니까 높은 분들한테 이해시키기가 좀 어려워서..."
"네?"
"그러니까 결제권한이 있는 분들 말이죠. 그 분들한테는 어떤 게임이 성공했는데, 그건 이러이러한 요소 때문이다. 우리 게임에는 그런 요소가 있다, 이런 식으로 말씀드려야 되기 때문에..."

"다른 게임에서 재미 본 걸 똑같이 만들면 그 게임이 팔리겠습니까?"
"그, 그렇긴 하죠. 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물론 유사한 걸 만들고 새로운 재미를 추가할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그렇게 해도 초점은 '새로운 재미'에 있는 거지요."
"하지만 완전히 새로운 것이라면 그게 성공한다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습니까?"

"지금까지 컴퓨터 게임의 역사에서 대박을 친 것들은 완전히 새로운 것이었지요. 그걸 모르시나요?"
"어? 어... 무, 물론 저는 압니다만, 높은 분들은 그런 걸 모르죠."

목구멍이 포도청이 아니었다면 그만 뒀어야 하는 이야기였지만... 나는 이 게임은 당시 성공한 모모 게임과 뭐뭐 게임과 저저 게임의 장점을 혼합한 것이라는 설명서를 만들어줘야 했다.

기술력이 모자라는 것이 아니라 상상력이 모자라 제품이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는 것을 보면 안타깝다. 왜 미래를 바라보지 않고 익숙한 것만 찾아다니는가?

공자는

溫故而知新 可以爲師矣
옛 것을 익히고 새 것을 알면 가히 스승이 될 수 있다 - 논어, 위정편


라고 말했는데, 우리는 옛 것을 익히고 답습하는 것 이외의 일은 하려고 하지 않고 있는 건 아닌지 의심스럽다.


덧글

  • 회색인간 2010/11/16 13:39 #

    뭐 임마? 가 절로 나오는 대사군요....저러니 울나라 게임이 만날 해외서 털리죠.
  • 比良坂初音 2010/11/16 13:41 #

    .............으하하하하하-_-;;;;;
    예전에 서풍의 광시곡 음악 작곡자 분에게 들은 얘기가 생각나네요;;
    음악 만들어달라고 의뢰하면서 어떤 곡이 필요한지는 커녕
    몇곡이 필요한지조차도 말 안해주더라더군요;;;;
  • ArchDuke 2010/11/16 13:43 #

    이건 진짜 뭐 임마 소리 나올...
  • 초록불 2010/11/16 13:44 #

    이런 일 많았지요. 대사 녹음한다고 성우한테 보낸 스크립트에 아무 지문 표시 없이 대사만 적혀서가곤 해서... 개그도 진지한 톤으로 녹음 된다든가...-_-
  • 원심무형류 2010/11/16 15:05 #

    갑자기 하프1편 더빙이 이해 되버렸어요
  • ArchDuke 2010/11/16 13:43 #

    ㄱ-.....세상에
  • 게드 2010/11/16 13:45 #

    저게 문제는 지금도 그렇다는거...;;
  • 허안 2010/11/16 13:50 #

    지금 게임업계에 있는 사람으로 말하자면 그 반대측면도 있습니다. 새로운 것 남이 안한 것만 추구하다보니 기존의 성공한 요소를 빼버리는 태도지요. 사실은 말씀하신 유사한 것을 만들고 새로운 재미를 추구하는 것이어야 하는데 남이 했다고 무조건 빼는 쇄국주의도 존재하거든요.
  • 초록불 2010/11/16 13:55 #

    완전히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것보다는 안전하게 새로운 요소를 가미하는 것이 좋을 때가 있지요.

    이 글에서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새로운 것'이지요. 본질은 하나도 다르지 않은데 악세서리만 바꿔놓고 새 것인 양 행세하는 걸 보다가 쓴 글이라서요...^^
  • 치이링 2010/11/16 14:16 #

    솔직히 말씀드리면 어떤 정황인지 정확히 몰라서 잘 모르겠군요.

    그 게임에 감이 안와서 그렇게 말했을 가능성이 높으니깐요.

    그렇게 생각하면 전형적인 돌려말하기에 가까워서.
  • 초록불 2010/11/16 14:32 #

    지금도 별 이름이 없는데 그때는 완전 듣보잡이었으니 내가 어려워서 이야기를 돌릴 필요도 없고 시나리오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연락할 필요도 없었겠지요...^^
  • 소드피시 2010/11/16 14:18 #

    돈 투자 하는 사람은 검증된 투자 요소를 원합니다. 그러면서 또 레드오션은 기피하죠. 후...
  • 2010/11/16 14:44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건강한하체 2010/11/16 15:19 #

    그러니까 개발자는 야근이라니깐요?
  • danny 2010/11/16 16:24 #

    기획자는 그저 높으신분들의 이해를 돕는일과 받아적는 일을 하는 리모콘일 뿐...
  • Allenait 2010/11/16 17:34 #

    뭐. 어쩌라구.


    ...라는 생각이 바로 떠오르는군요
  • 만슈타인 2010/11/16 18:11 #

    허... 오함마가 손에 쥐어지는 순간 참...
  • ecotary 2010/11/16 19:16 #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파라다이스 2권에 보면 비슷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 게임 개발자가 아닌 시나리오 작가라는 점이 다를 뿐...
  • 원샷원킬 2010/11/16 20:11 #

    전 절망선생 짤방에 눈길이 가네요,,제가 절망선생 진짜 왕팬입니다. 국내에서는 극우작가로 몰리던데 그런거 떠나서 일단 재미있고 아이디어가 좋습니다 ㅎㅎ
  • 초록불 2010/11/16 20:14 #

    아, 저는 그냥 짤방으로 돌아다니는 걸 써먹은 것이라 내력은 잘 모릅니다...^^
  • 파랑나리 2010/11/17 14:21 #

    원샷원킬//줄거리와 내용 구석구석이 무식과 편견과 경멸감으로 점철된데다가 작가 본인도 무식과 편견에 휩싸여 있거든요. 언제 만화책 후기에서 대만인이 일본인을 친절하게 대해준다고 한국을 욕하는데 이 사람은 일본왕족이 대만사람들을 학살한 것과 우서 의거에서 일본이 얼마나 잔인한 탄압을 했는지, 그리고 대만사람을 철저히 세뇌시켜서 북한사람이 김일성 숭배하듯이 대만원주민들이 "천황"을 숭배하게 만들었습니다. 이것만 안다면 작가도 함부로 한국을 모욕하지 못할 겁니다.
  • 초록불 2010/11/17 14:25 #

    호, 그런 내력이 있군요. 짤방은 하나 만드는 게 낫겠네요. (어쩌다 제작을 합니다.)
  • BeNihill 2010/11/16 22:02 #

    이러한 높으신 분들의 딜레마는 정말 분야를 가리지 않고 벌어진다는 느낌이 듭니다.
    (그리고 죽어나는건 밑의 실무자와 원천소스 공급자.
    하긴 차라리 실무자와 공급자가 속이 편한 면도 있긴 합니다만...)
  • Kelynn 2010/11/19 10:04 #

    다리따윈 장식입니다 높으신 분들은 그걸몰라요(이거시 바로 건담드립)
  • 문경원 2011/02/22 17:52 #

    절망선생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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