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든 우든 나의 조국 *..만........상..*



나는 군국주의적 분위기 속에서 자랐고, 그 뒤로는 날마다 나팔 소리를 들으며 따분한 5년을 보냈다. 그래서인지 지금까지도 국가가 울려퍼질 때 일어서서 부동자세를 취하지 않으면 왠지 신성모독이라도 범하는 기분이다. 물론 유치하기는 하지만, 나는 너무 '계몽'되어서 가장 일상적인 정서도 이해하지 못하는 좌파 지식인처럼 되느니 그런 식의 훈육을 받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정작 혁명의 순간이 다가왔을 때 움찔하며 물러서는 이들은 국기를 보고 '한 번도' 가슴이 두근거려본 적이 없는 바로 그 사람들인 것이다.




이로써 입증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블림프 대령의 뼈에 살을 붙여 사회주의자를 만들 수 있다는 점, 어떤 유의 충성심이 다른 유의 것으로 변모할 수도 있다는 점, 어수룩한 좌파들이 아무리 싫어한다 해도 애국주의와 군사적 가치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있으며 그것을 대체할 만한 것이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는 점 정도일 것이다.




















P.S.
이 글은 1940년에 <1984>의 작가 조지 오웰이 쓴 에세이다. (조지 오웰, 나는 왜 쓰는가, 이한중 역, 한겨레출판, 2010, 84~85쪽 발췌)

위 글에 나오는 블림프 대령에 대해서는 이준님의 다음 포스팅을 참고하기를.
직업군인 캔디씨 이야기-블림프 대령의 삶과 죽음에 대한 잡설(스포일러 있음), 전시 선전물을 중심으로 [클릭]


덧글

  • 진성당거사 2010/11/18 21:18 #

    조지 오웰은 언제 읽어도 너무 공감갑니다.
  • 초록불 2010/11/19 09:18 #

    ^^
  • 피식 2010/11/18 22:17 #

    그래서 잃지 말아야 하는 것은 초심인 것 같네요.
  • 초록불 2010/11/19 09:18 #

    언제나 자기 자신을 돌아보아야 하겠지요.
  • Allenait 2010/11/18 22:50 #

    역시 오웰은 대단한 사람이로군요..
  • 초록불 2010/11/19 09:18 #

    기회가 되면 전문을 읽어보시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 Niveus 2010/11/18 23:12 #

    오웰은 정말 대단한 사람입니다.
    다른작품도 그렇고 연도 지우고 적당히 이름 바꾸면 요새도 통용될 내용들이라는게 참;;;
  • 초록불 2010/11/19 09:18 #

    인간에 대한 깊은 통찰력을 지녔던 것이죠.
  • 치이링 2010/11/18 23:27 #

    무언가에 대해 고민하고 있으면, 이미 그에 대해 명쾌한 답을 내어놓은 사람들이 있군요.
  • 초록불 2010/11/19 09:19 #

    도움이 된 것 같아 다행입니다.
  • 소드피시 2010/11/19 11:35 #

    '상대적이면서도 절대적'이네요. 오웰 아저씨는 정말 대단합니다.
  • 꽃부리 2010/11/19 16:24 #

    어찌보면 예나 지금이나 인간이 그다지 진화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아서 비극적인 느낌도 드네요. 물론 진화가 반드시 더 나아진다는 걸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요.
  • 위장효과 2010/11/20 11:15 #

    조지 오웰은 진정한 천재였죠. 그런 통찰력은 아무에게서나 볼 수 있는 게 아니니.
  • 山田 2010/11/24 05:22 #

    그렇지만 조지 오웰의 에세이에서 군사주의와 애국적 가치의 존재증명을 찾는다는 것도 참 애매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만...
  • 파파라치 2010/11/24 09:13 #

    박노자는 스칸디나비아의 사회주의를 말하면서 민족주의와의 "타협"을 사회주의의 변질인양 이야기하던데, 저로서는 민족주의와 사회주의의 공존이 전혀 이상하지 않습니다. 내셔널리즘만큼 사회적 연대의 기초로 작용하기 용이한 감정이 또 있을까요. 계급적 유대라는 것이 얼마나 허약한지는 1차 대전시 인터내셔널의 붕괴로 이미 드러났습니다. 국가 권력을 매개로 하지 않은 사회주의라는게 가능하다고 생각하지도 않고요.
  • 빛둥 2010/11/24 10:43 #

    그래서 1차대전이 터졌을때 인터내셔널은 붕괴되었고, 각 나라의 노동자들은 자국의 승리를 의심하지않고 앞다퉈 전장으로 나갔었죠. 이런 거 선동도 쉬우니 정치적으로 이기기도 쉽고...

    하지만 그 결과는 오직 잿더미뿐. 승자조차 남은 게 없었죠.

    뭐, 이걸 어쩔 수 없다고 보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그래도 뭔가 바꿔보자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그러니 서로 폄하는 하지 말고, 각자 원하는 대로 총들고 나가 싸우든지, 수동적으로 국가가 시키는 거나 하든지, 적극적으로 반대해서 감방에 가든지 하기로 하죠... 그게 공평하게 보입니다.
  • 유카 2010/11/24 12:08 #


    아 조지 오웰을 잊고 있었습니다.

    아마도 책장에 동물농장과 1984가 꽂혀있을텐데..
    초록불님 덕분에 다시 읽어봐야겠습니다 :)
  • 초록불 2010/11/24 12:10 #

    두 책 다 훌륭하죠.
  • 래리 월터스 2013/08/23 23:53 #

    '나는 귀여니를 읽으며 자랐고, 그 뒤로는 귀여니를 그녀의 비판자들로부터 변호하면서 5년을 보냈다. 그래서인지 지금까지도 인터넷 소설을 비판하는 글들을 보면 왠지 신성모독이라도 목격하는 기분이다. 물론 유치하기는 하지만, 나는 너무 '계몽'되어서 가장 기초적인 이야기의 즐거움도 이해하지 못하는 독자가 되느니 차라리 이런 식의 독서 경험을 쌓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정작 문학사의 한 장이 새로 쓰이는 순간이 올 때 그 곁을 지킬 이들은 어린 시절에 책장을 넘기며 가슴을 졸여보았던 이들일 것이다. 이로써 입증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초보적인 수준의 이야기 글을 통해서 문학에 대한 애정을 형성할 수 있다는 점, 어수룩한 계몽주의자들이 아무리 싫어한다 해도 그런 이야기 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있으며 그것을 대체할 만한 것이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는 점 정도일 것이다.'

    귀여니는 그냥 극단적인 예로 들어본 거고, 실제로 제가 저랬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 초록불 2013/08/24 08:34 #

    그럴 수도 있겠자요. 제가 귀여니 작품을 읽어본 것이 없어서 더 이상의 코멘트는 불가능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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