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루함과 선의 *..만........상..*



좌백님의 소설 <금전표> 후반부에는 특이한 상황이 연출된다.

무당의 도사가 주인공인 용유진을 붙잡으려 하는데, 이때 소림의 고승인 사대금강(네 사람의 승려)이 끼어들어서는 "용유진을 죽여서는 안 된다"라고 말한다. 죽이지 않고 그를 제압할 수 있는가 물어보는데 무당의 도사는 용유진의 무공이 높기 때문에 둘 중 하나는 크게 다칠 것이라 답한다. 그러자 사대금강은 그래서는 안 되므로 필요하다면 자신들이 개입할 것이라고 말한다. 여기서 개입이란 용유진이 다치는 상황에서 그를 구할 것이고, 용유진이 불리해서 달아날 상황에서는 그것을 제지할 것이라는 뜻이었다.

이 이야기는 용유진을 앞에 두고 전개된다. 마치 산적떼가 붙잡혀온 가련한 사람 앞에서 그의 가혹한 운명에 대해서 이야기 하는 것 같다. 그 자리에 있던 사파의 인물들은 무당과 소림의 고수가 협공을 가하겠다는 이야기를 우아하게 돌려서, 가식적으로 이야기하고 있다고 여긴다. 하지만 용유진은 이들이 진심으로 대화하고 있음을 안다.

무당 도사는 사대금강의 제안을 진지하게 고민한 다음 용유진에게 허락을 구한다.

"그렇게 하십시오."
용유진은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소림화상과 무당도사의 행동에서 위선을 느낀 것이 아니라 오리려 그들이 닦은 수행에 무서움을 느끼고 있었다. 한 사람이 몇십 년 동안 한정된 공간에서 일련의 독특하고도 체계적인 생각을 하는 사람들만 만나며 살았다면 그 방식의 사고방식이나 발상은 상상도 할 수 없게 될 수도 있다. 소림사나 무당파의 도관과 같은 곳이 그런 곳이다. - 좌백, 금전표, 시공사,2000, 230쪽


이런 일이 소설 속에서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현실 세계에서도 얼마든지 이런 경우를 만난다. 다행히 오늘날 이런 위험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날 수 있는 길은 네트워크 사회로의 진입에 그 열쇠가 있다고 생각한다.

네트워크 사회는 상호연관된 결절의 집합으로 이루어지므로, 사회구조의 균형을 무너뜨리지 않고도 혁신을 꾀할 수 있는 역동적이고 개방적인 체계이다. - 마뉴엘 카스텔, 김묵한 역, <네트워크 사회의 도래>, 한울아카데미, 2003

자신들만의 특수한 공간에서 맺어지는 관계가 아니라 다른 조직, 다른 공간의 사람들과 만날 수 있는 네트워크 상의 관계가 외곬수로 빠지게 되는 것을 막아줄 수 있다. 인간에 대한 더 깊은 이해를 가져올 수 있게 될 것이다.

고양이와 강아지가 서로 싸우는 이유는 의사 소통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라는 말이 있다. 종이 다른 생명체에서만 의사 소통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어떤 특정한 상황에 놓인 사람은 그 상황에 의해서만 사람을 본다. 그야말로 "맹목"이라 하겠다. 하지만 그것이 그들에게 "선의"가 없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어떤 "선의"는 선의가 아님을 모르는 것일 뿐이다. 슬프게도.





덧글

  • exnoy 2011/01/16 01:51 #

    자신들만의 특수한 공간에서 맺어지는 관계가 아니라 다른 조직, 다른 공간의 사람들과 만날 수 있는 네트워크 상의 관계가 외곬수로 빠지게 되는 것을 막아줄 수 있다. 인간에 대한 더 깊은 이해를 가져올 수 있게 될 것이다.

    -> 다르게 생각해 보면 되려 인터넷에서 자기하고 비슷한 사람들만 찾아가서 노는 탓에 되려 더 폐쇄적이고 외곬수적인 방향으로 사람이 변할수도 있지 않을까요. 물론 그러지는 말아야 하겠습니다만, 요새 현실을 생각해 보면 인터넷 때문에 되려 말이 안통하게 된 사람들도 제법 되지 않는가 싶습니다.
  • 초록불 2011/01/16 01:54 #

    돈키호테에 나오듯이, 말을 물가에 끌고 갈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말이 물을 마시지 않는다면어쩔 수 없는 것이지요.
  • 怪人 2011/01/16 02:02 #

    작가 분은 다르지만
    김용 어르신의 『신조협려』에 나오는 양과의 곽정 황용 부부와의 생활도
    비슷한 상황이 아니었나 싶군요.

  • 2011/01/16 03:23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초록불 2011/01/16 11:31 #

    그렇군요... 괜찮습니다...^^
  • 별빛수정 2011/01/16 19:48 #

    사람은 자신에게 연결된 끈 같은 것이 없으면 살아갈 수 없다는 생각을 가끔 하는데... 네트워크 역시 자신에게 연결된 끈이 될 수 있는 것 같네요^^
  • 초록불 2011/01/16 22:31 #

    그렇습니다. 생명줄이 되고 안 되고는 자기 하기에 달린 문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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