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가의 사명 *..역........사..*



빅토리아 시대의 역사가들은 과거를, 대영제국이 세계를 다스리는 영광스러운 현재에 이르기 위한 필연적 과정이라고 너무나 자주 묘사했다. 프랑스, 독일, 러시아, 미국의 역사가들도 자국의 이야기를 위해 그같은 짓을 많이 했다. 그들의 책은 서사시처럼 영웅, 악당, 흥미진진한 사건들로 가득하다. 영국의 저명한 역사가 마이클 하워드(Michael Howard)는 말한다.

"그런 역사는 어려운 시기에 우리를 지탱해주기는 하지만 '보육원 역사(nursery history)에 지나지 않는다."

하워드는 역사가들의 올바른 역할은 국가의 신화에 도전해 그것을 타파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런 각성은 성숙한 사회 속에서 성장하고 성숙한 사회를 구성하는데 필수적인 요소이다. 서방 자유주의 사회와 전체주의 사회(공산주의, 파시즘, 가톨릭 권위주의)의 차이에 대한 올바른 정의는 바로 이것이다. 자유주의 사회에서는 정부가 국민을 책임감 있는 성인으로 대하는 반면 전체주의 사회에서는 그러지 않는다." - 마거릿 맥밀런, 역사사용설명서, 공존, 2010, 61쪽




(역사가들이) 과거에 대한 확고한 신념과 신화를 의심하는 성과를 내놓으면 흔히 엘리트주의자나 허무주의자라는 비난을 받는다. 아니면 "현실세계"라는 가상 장소와 동떨어졌다는 비난을 받기도 한다. 근대사의 경우에는 노블 프랭클랜드가 그랬듯이, 현장에 없었다면 의견도 가질 수 없다는 소리를 듣기도 한다. - 위 책, 68쪽



"우리를 즐겁게 해주는 전문적인 역사학이 필요한가? (중략) 우리를 즐겁게 해주는 물리학은 필요하지 않은가?"

하지만 역사가는 과학자가 아니다. 역사가가 자신이 연구하고 있는 바를 대중에게 쉽게 이해시키지 않으면 다른 사람들이 그 공백을 메우려 몰려들 것이다. 정치 지도자나 여타 지도자들은 자기 목적을 위해 역사를 너무나 자주 오용하거나 악용하고도 대가를 치르지 않는다. 우리 나머지 사람들이 그들에게 맞설 만큼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대중이 읽고 즐기는 역사서의 대부분은 아마추어 역사가들이 썼다. 그중 일부는 훌륭하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못하다. 나쁜 역사서는 복잡한 이야기 가운데 일부분만 들려준다. (중략)

나쁜 역사서는 충분한 근거도 없는 현상을 대충 일반화하고, 부합하지 않는 거북한 사실들은 무시해버린다. (중략)

전문 역사가들은 자기 영역을 그렇게 쉽게 넘겨줘서는 안 된다. 그들은 역사의 모든 풍부함과 복잡성 안에서 과거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향상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또 저기 바깥의 대중 영역에 있는 편향되고 틀리기까지 한 역사서에 맞서 싸워야 한다. 만약 그렇게 하지 않으면 그들은 우리의 지도자와 여론형성가들이 역사를 악용해 거짓 주장을 강화하거나 어리석은 불량 정책을 정당화하는 것을 용납하게 된다. - 위 책, 56~59쪽





덧글

  • exnoy 2011/01/21 00:00 #

    하지만 역사가는 과학자가 아니다. 역사가가 자신이 연구하고 있는 바를 대중에게 쉽게 이해시키지 않으면 다른 사람들이 그 공백을 메우려 몰려들 것이다. 정치 지도자나 여타 지도자들은 자기 목적을 위해 역사를 너무나 자주 오용하거나 악용하고도 대가를 치르지 않는다. 우리 나머지 사람들이 그들에게 맞설 만큼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사실 과학 분야도 저럽니다(....) 사이비 과학자는 사이비 인문학자들보다 머릿수가 적긴 하지만...
  • 초록불 2011/01/21 00:46 #

    역사학에서 사이비를 상대하는 것은 과학에서 사이비를 상대하는 것보다 확실히 더 어려운 것 같습니다. 물론 저도 과학을 잘 모르니까 쉽게 생각하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 雲手 2011/01/21 01:44 #

    동감입니다. 얼마전 황모씨 같은 사례가 바로 그런 것이지요.
  • 천년용왕 2011/01/21 14:34 #

    황모씨 사건처럼 과학처럼 증거가 확실한 분야에서 조차 저러는데, 인문학은 오죽하겠는가 라는 말도 가능하겠죠.
  • 뿌아종 2011/01/21 21:37 #

    이분.. 환빠 상대 하는게 얼마나 힘든지 모르시는거 같네요 ㅜㅜ
  • 들꽃향기 2011/01/21 00:17 #

    '보육원 역사'와 같이 중간중간에 적절한 비유와 정의가 백미이군요 ㅎㅎ 역시 글을 쓰려면 이렇게 써야 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ㄷㄷ
  • 초록불 2011/01/21 00:46 #

    좋은 책입니다.
  • Allenait 2011/01/21 00:19 #

    보육원 역사라. 공감이 가는ㄱ누요
  • 초록불 2011/01/21 00:46 #

    ^^
  • 소하 2011/01/21 00:32 #

    싸우자 ! ! ! ~~~ ㅋㅋㅋ
  • 초록불 2011/01/21 00:47 #

    파, 파이팅...

    하지만 저는 아마추어니까 빠질랍니다. (먼산)
  • Mr 스노우 2011/01/21 00:37 #

    보육원 역사. 정말 정곡을 찌르는 적절한 비유인것 같습니다 ㅎㅎ
  • 초록불 2011/01/21 00:47 #

    ^^
  • 역사 까면 즉사 2011/01/21 00:43 #

    박노자가 '거꾸로 보는 고대사'를 써서 맞서 싸우는 중이죠. 언제 그 책에 대한 감상평도 써주시면 안될까요? ㅋ
  • 초록불 2011/01/21 00:47 #

    아직 보지 못했습니다.
  • 파랑나리 2011/01/21 10:30 #

    한겨레 21에 실은 것을 바탕으로 쓴 책 말이군요. 한겨레에서 떠기리 글을 실어서 논쟁 뜨니가 접다가도 박노자가 유사사학 타파를 위해 쓴 글을 한겨레 21에 싣는 걸 보면 좀 알쏭달쏭 합니다.
  • 번동아제 2011/01/21 00:53 #

    사실 "이럴 가능성도 있고, 저럴 가능성도 있는데 현재 단계에서는 사료적 근거가 불투명하므로...." 이런 소리 보다는 "내가 진짜임. 저 놈들은 악당이어서 거짓말하고 있음. 참을 수 없음" 같은 글을 보는게 읽는 재미는 있죠. 이른바 유사역사학류가 통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구요. 물론 그 재미가 정확성과 전혀 무관하다는게 문제지만...


  • 초록불 2011/01/21 00:56 #

    정답입니다. 말씀하신 내용은 <사이비역사의 탄생> 6장 흥분한 교수들:<블랙 아테나> 논쟁에서도 잘 드러납니다.
  • 2011/01/21 01:46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초록불 2011/01/21 09:44 #

    아이쿠, 감사합니다. 번역은 제가 한 게 아니어서...^^
  • 고리아이 2011/01/21 02:53 #

    2011년
    초록불님의 힘차고도 아름다운
    서술을 기대할게영^_^))
  • 초록불 2011/01/21 09:51 #

    고맙습니다.
  • 파파라치 2011/01/21 07:48 #

    예전에 누가 창조론에 대해 한 말이 기억납니다. "믿음은 당신을 바꿀 수 있고 드물게는 세상을 바꿀 수 있다. 그렇지만 결코 사실을 바꿀 수는 없다"
  • 초록불 2011/01/21 09:51 #

    명언이네요.
  • J H Lee 2011/01/21 09:18 #

    과학계에서도 유사한게 진화론 논쟁이죠.

    옛날 일을 짚어보는 학문이라는 점에서는 역사와 유사할지도 모르고, 일부에서는 진화론이 소위 말하는 식민사학처럼 취급되기도 합니다.

    다윈이 언제적 사람인데 다윈을 까고 앉아 있어요.
  • 초록불 2011/01/21 09:52 #

    사이비과학, 유사과학도 제발 발을 못 붙이는 세상이 되기를 바랍니다.
  • 행인1 2011/01/21 09:27 #

    [역사가가 자신이 연구하고 있는 바를 대중에게 쉽게 이해시키지 않으면 다른 사람들이 그 공백을 메우려 몰려들 것이다.]

    -> 역사벨리를 보면서 절감하고 있는 중입니다...
  • 초록불 2011/01/21 09:52 #

    21세기가 역사가와 대중이 만나는 세기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 강희대제 2011/01/21 09:33 #

    잘 읽었습니다.
  • 초록불 2011/01/21 09:52 #

    고맙습니다.
  • hyjoon 2011/01/21 10:00 #

    "역사가가 자신이 연구하고 있는 바를 대중에게 쉽게 이해시키지 않으면 다른 사람들이 그 공백을 메우려 몰려들 것이다."

    그래서 제가 종종 하는 생각이 하나 있죠. 진리의 상아탑은 대중을 밝히는 등대의 역할을 할 때 진정한 가치가 있다고.
  • 초록불 2011/01/21 11:07 #

    그렇습니다.
  • 파랑나리 2011/01/21 10:31 #

    사기꾼은 까야 제 맛입니다. 유사사학자보다 더 재미있게 그들을 까는 글을 써야 합니다.
  • 초록불 2011/01/21 11:08 #

    그래봐야 책은 안 팔린다는... (먼산)
  • 파랑나리 2011/01/21 13:52 #

    왜 제대로 된 책은 안 팔리고 쓰레기는 불티나게 팔려서 자라나는 새싹들을 오염시킬까요?
  • 잠본이 2011/01/21 22:12 #

    원래 몸에 좋은 약은 입에 쓰고 불량식품이 더 맛있거든효(...)
  • 파랑나리 2011/01/21 22:24 #

    계몽만이 살 길이네요.
  • 잉여 2011/01/21 10:42 #

    자위적 역사관이 지배하는 게 우리나라의 현 실정이죠
  • 초록불 2011/01/21 11:08 #

    걱정스럽습니다.
  • 2011/01/21 10:45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주코프 2011/01/21 11:45 #

    깊이 동감합니다..고맙습니다..^^
  • 초록불 2011/01/21 13:27 #

    고맙습니다.
  • lovepool 2011/01/21 14:50 #

    이글루스 모바일 버전에서 우연히 들어와 재밌게 읽었었는데...
    이제사 글 남기고 갑니다.. 여전히 폰으로 하는 블로깅은 불편하네요. 펑~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크롤 박박 내려가면서 끝까지 읽었네요.. : )
  • 초록불 2011/01/21 15:11 #

    고맙습니다...^^
  • 에라이 2011/01/21 15:21 #

    원래 진짜 사실을 까발리는 게 더 재밌는거 아닐까요

    고로 되지도 않는 책들의 실체를 까발리는 게 더 재밌죠

    그리고 국가의 신화 역시 실체가 까발라져야 제맛입니다잉



    ...제 취향이 이상한걸까요OTL
  • m1a1carbine 2011/01/21 15:47 #

    사실 까발리는게 더 좋은거 맞습니다.

    하지만 증거가 있는거랑 멋대로 우기는건 그 격이 하늘과 땅차이죠
  • 에라이 2011/01/21 17:27 #

    증거가 없으면 까발리는거라고 할 수도 없겠죠

    그냥 혼자만의 공상과학sf...으하하
  • 칼슈레이 2011/01/21 20:12 #

    위대하신 날으는 스파게티 괴물이 다 해결해주실...(으잉?!)
  • 누군가의친구 2011/01/22 00:11 #

    왜곡을 사실이라고 하는 행위는 천벌을 받을 행위죠. 그렇기 때문에 역사는 정직하게 가르쳐야 하는 겁니다.
  • morgoth 2011/01/22 10:37 #

    물론 환빠는 비난해야겠지만 그래도 신화를 그냥 지나칠수없는게 예를 들어서 하왕조와 은왕조를 들수 있겠죠 아시다시피 두왕조는 신화로 인식되어있었는데 은허발견과 이리두유적 발견으로 그 실체가 드러나는것을 보니 물론 환빠처럼 그렇게 민족주의적으로 가자는 애기는 아니고 이와 같은 예를 보아서 신화는 100%거짓이라고 보기는 성급한 판단같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나라도 대대적인 발굴작업을 해야되는데 아쉽게도 그게 거의다 중국에 있으니;; 그래서 환빠라는 괴상한 집단까지 나오고 참 슬픈 새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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