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혜화상비에 대한 일고찰 *..역........사..*



흔히 낭혜화상비라고 부르는 이 비의 정식 명칭은 <성주사낭혜화상백월보광탑비(聖住寺郞慧和尙白月葆光塔碑)>입니다.

요즘은 세상이 좋아져서 한국금석문종합영상정보시스템 [클릭]에 가면 전문과 번역문을 모두 볼 수 있죠.

특히 이 비석은 골품제와 관련하여 거론될 때가 많습니다. 이 대목 때문입니다.

(대사의) 법호(法號)는 무염(無染)으로 달마대사의 10대 법손(法孫)이 된다. 속성(俗姓)은 김씨(金氏)로 태종무열왕이 8대조이시다. 할아버지는 주천(周川)으로 골품(骨品)은 진골이고 한찬(韓粲)을 지냈으며, 고조부와 증조부는 모두 조정에서는 재상, 나가서는 장수를 지내 집집에 널리 알려졌다. 아버지는 범청(範淸)으로 골품이 진골에서 한 등급 떨어져서 득난(得難)이 되었다. [나라에 5품이 있는데 성이(聖而), 진골(眞骨), 득난(得難) 등이다. (得難은) 귀성(貴姓)을 얻기 어려움을 이야기한 것이다. 『문부(文賦)』에서 ‘혹 구하기는 쉽지만 얻기는 어렵다’고 말한 것을 따서, 6두품의 수가 많지만 귀성이 되기는 제일 낮은 관등[一命]에서 가장 높은 관등[九命]에 이르는 것과 같음을 이야기한 것이다. 그러니 4, 5품은 말할 필요도 없다].
法號無染於圓覺祖師爲十世孫俗姓金氏以武烈大王爲八代祖大父周川品眞骨位韓粲高曾出入皆將相戶知之父範淸族降眞骨一等曰得難(國有五品曰聖而曰眞骨曰得難」言貴姓之難得文賦云或求易而得難從言六頭品數多爲貴猶一命至九其四五品不足言)
- 최연식 역


"득난"이라는 용어는 6두품을 가리키는데, 이 비문에서 처음 언급된 것입니다. 그 말은 3세기 후반 중국 서진의 문인이었던 육기陸機의 저서 <문부文賦>에 나오는 비유였습니다. (궁금하신 분은 가서 읽어보세요. 文賦 [클릭] 본래 <문부>에서의 뜻은 이런 것이었습니다.

或本隱以之顯,或求易而得難。
근본은 감추되 드러나게 하고 평이함을 구하되 그 뜻은 어렵게 얻는다.


이것은 심오한 문장을 쓰는 요령이지요. 결국 낭혜화상비의 "득난"이란 최치원이 자신의 글재주를 자랑한 대목이라 하겠습니다. 본론으로 돌아가겠습니다.

고대한문은 비교적 쉬운 편이지만 해석이 그렇게 만만하지는 않습니다.

말한 것을 따서, 6두품의 수가 많지만 귀성이 되기는 제일 낮은 관등[一命]에서 가장 높은 관등[九命]에 이르는 것과 같음을 이야기한 것이다.
從言 六頭品數多 爲貴 猶一命至九


이 부분의 해석도 그렇습니다. 여기에서 보면 6두품이 "귀성"이 되는 것은 관리가 가장 높은 관등까지 올라가는 것만큼 어렵다라는 이야기가 됩니다. 이때 "귀성[貴]"을 "진골"이라 해석하면 6두품이 진골이 되는 일이 원칙적으로 가능한 일이라는 해석도 가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미 앞에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言貴姓之難得
귀성을 얻기 어렵다는 것[難得]을 말한다.


위 말은 "曰得難" 다음에 적힌 것으로 득난에 대한 주석입니다. "득난이란 것은 귀성을 얻기 어렵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라는 뜻입니다. 우리가 여기에서부터 알 수 있는 것은 "귀성"이 진골일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이미 "득난"의 설명 앞에 나라에 있는 5품을 설명하면서 진골이 등장했기 때문입니다. 사실 이런 일은 너무나 명백해서 따로 설명할 필요가 없습니다. 귀성은 육두품이 되는 귀한 성인 것이죠. 이로써 우리가 명백하게 알 수 있는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신라는 "성姓"에 따라 신분이 결정되는 사회라는 것입니다.

위 문장을 매우 전향적으로 해석한다 하여도 5두품이나 4두품, 즉 두품 신분들이 최상위 두품인 6두품에 오르기가 매우 어렵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사실은 이런 전향적인 해석도 사료가 뒷받침 되지 않으면 만사도루묵입니다. (여기서 분명히 생각해야 할 것은 "득난"이라는 말은 최치원의 현학성 멘트였다는 점이죠...)

여기서 지적할 것은 위 비문의 해석이 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이 해석은 다음과 같이 하는 것이 올바르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육두품이라 부른다. 숫자가 많을수록 귀한데 마치 일명에서 구명에 이르는 것과 같다.
從言六頭品 數多爲貴 猶一命至九


즉 6이라는 숫자가 4나 5보다 많은 숫자(큰 숫자)이므로 귀하다는 의미로 해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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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족]
다 써놓고 보니 모님이 촌철살인을 해놓은 것을 발견...
아, 저렇게 간략하게 써버려야 하는 건데... OTL...


덧글

  • 들꽃향기 2011/01/30 23:21 #

    이 문제를 전미희 선생님의 역을 들어 설명했더니, 자신의 주장을 호도하고 있다며 권리침해 신고를 하더군요. ^^;;
  • 초록불 2011/01/30 23:32 #

    특이하군요.
  • DreamersFleet 2011/01/30 23:22 #

    소행의 생각은 이러합니다.
    六頭品數多爲貴猶一命至九

    이게 재밋는게 비문인 것 같습니다.

    六頭品數多爲貴 이렇게 하면 분명 ==> 육두품이 귀해지려는 사람이 많은데 라 해석이 되는데

    단지 뒤를 보면
    六頭品XX爲貴猶一命至九
    만일 두글자가 빠졌다면 가볍게 그냥 육두품이 귀하게 되는것이 일명지구와 같다.

    되지만 역시 數多가 있기 때문에 그렇게는 안되지요.
  • 초록불 2011/01/30 23:34 #

    귀하와는 이야기할 생각이 없다고 이미 말한 바 있습니다.
  • 루치까 2011/01/31 00:34 #

    전미희 선생님은 낭혜화상의 계보가 왜 진골에서 떨어졌는지에 대해서도 설명한 부분이 있더라구요. 아마 내일 올리게 될 제 포스팅에는 그 부분이 주제가 될 것 같습니다.
  • 초록불 2011/01/31 00:38 #

    좋은 포스팅 기대하겠습니다. 논문도 찾아보면서 이야기해야 하는데, 인간이 게을러서 그러기가 쉽지 않군요. (도서관이 멀다는 핑계를 댑니다...)
  • hyjoon 2011/01/31 09:47 #

    그냥 보이는대로 풀어놓기만 하는게 다가 아니죠. 위를 보니 어김없이 제왕적 독법을 구사하는군요.

    '신라는 신분이동이 자유로운 사회였다'

    라는 결론을 미리 내려놓고 글을 읽으니 뭐가 통할리가 있겠습니까. (....)
  • DreamersFleet 2011/01/31 09:57 #

    다 좋은데. 그럼 그대가 한 번 해석해 보시죠.
  • hyjoon 2011/01/31 09:59 #

    나는 댁같은 벽과 상대할 만큼 시간이 남아도는 잉여는 아님 ㄳ
  • 초이스 2011/01/31 16:27 #

    위의 문장은 여러모로 생각해볼 여지가 많다고 보입니다. 우선 오품이라고 해놓고 3개밖에 들지 않은점, 從자의 의미와 言자의 의미를 잘 새겨야 한다는 점 등에서 그렇구요. 최치원의 문장이 한문 문법에 들어맞지 않은게 많아서.. 전체 흐름을 보아야하는데... 전 두품의 문제보다는 姓의 문제가 더 중시된 내용이라고 보입니다.
  • 초록불 2011/01/31 16:47 #

    나도 저 비석의 문장 자체가 좀 이상하긴 해. 성을 문제로 본 것도 나와 의견이 같군...^^

    최치원은 어쩐지 일부러 이상하게 문장을 쓴 것 같은데... 뭐, 알다시피 내 한문 실력이 빤해서 깊이 파고들지는 못하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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