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 활쏘기 신화와 중화주의 신화론 비판 *..역........사..*



이 책은 발간사에서 책의 성격을 이렇게 밝히고 있다.

또한 <동북아 활쏘기 신화와 중화주의 신화론 비판>은 한국을 비롯하여 중국, 몽골, 일본 그리고 시베리아 등 동북아 각 지역에서 나타나는 활쏘기 신화의 유형과 성격을 분석한 것입니다. 이 책은 이 문화소의 동북아적 보편성과 지역적 변형 등을 밝힘과 동시에 고대 동이족의 문화영웅인 예羿가 중국의 대표적인 활쏘기 영웅 신화의 주인공으로 탈바꿈한 모순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중략) 이와 같은 일련의 연구 성과물들은 비단 우리 학계뿐만 아니라 앞으로 중국 학계의 편향된 역사관을 시정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 믿고 있습니다. - 이평래 외, <동북아 활쏘기 신화와 중화주의 신화론 비판>, 동북아역사재단, 2010, 5쪽

똑같은 물이라도 뱀이 마시면 독이 된다는 이야기가 있다. 이런 책도 유사역사학 신봉자들이 읽으면 어떻게 오독하게 될지 다소 걱정스럽기도 하지만, 이 책의 내용은 소개할 필요가 충분히 있어서 감히 요약해보기로 한다. 특히 이 포스팅에서 이야기하는 것은 "이유진(고려대), <누가 왜 예를 말하는가> - 동이의 예에 관한 중화주의 신화론 비판"이 되겠다.

위 서문에서 이미 오독을 했을지 모르겠는데, 이유진은 논문의 서두에 논문의 성격을 이렇게 밝히고 있다.

이를 위해 우선 문헌기록에 나타나 예 서사의 이질성을 살펴본 뒤, 예 신화의 분화와 변천에 작동한 '중국신화의 역사화'라는 메커니즘을 분석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신화의 역사화'와 '역사의 신화화'라는 이질적 담론 속에서 예가 어떤 양상으로 말해지고 있는지 펼쳐 보일 것이다. 이러한 분석에 이어서 궁극적으로 '동이東夷의 예'라는 서술 전략이 얼마나 문제적인지를 논하고자 한다. - 위 책, 208쪽

일단 예에 대해서 간략하게 말해보자.

어느날 하늘에 열 개의 해가 떠올라 지상은 지옥으로 변해버렸다. 너무나 뜨거워서 아무도 살 수 없게 된 것이다. 이에 천제가 예를 보내 해를 없애라고 명했다. 예는 열 개의 화살을 가지고 가 해를 없애버렸다. 이때 다행히 화살 하나를 치워버려 하늘에 해가 하나만 남게 되었다는 그런 신화다. 그런데 해는 천제의 아들들이었고 천제가 바란 것은 해를 죽이는 것이 아니었다. 이 때문에 예는 천상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되었다.

그런데 이런 신화는 <산해경>, <초사>, <회남자>, <좌전> 등에 시대, 인물 등이 각기 다르게 묘사되고 있고, 어떤 곳에서는 신화, 어떤 곳에서는 역사로 기술된다. 이런 모순 때문에 동명이인설, 원조 모방설 등의 설명이 존재해 왔다.

그런 신화 속의 예가 역사 속의 예로 바뀐 것은 "하상주단대공정" 때문이다. 전해져오는 사실을 신화와 전설을 역사로 둔갑시킨 것이라 여겼던 의고파로부터 벗어나고자 시작한 "하상주단대공정"에서는,

후예나 소강에 관한 이야기는 당시 하왕조의 발전 과정에서 부족간의 치열한 다툼의 실상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지, 결코 후대 사람들이 날조한 것이 아니라고 볼 수 있다. - 위 책, 225쪽

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예를 역사인물이라고 주장한다면, 신화영웅으로서 등장하는 예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바로 이와 관련해서 주목해야 할 것이 '신화의 역사화'와 대척점에 놓인 '역사의 신화화'라는 가설의 등장이다. - 위 책, 226쪽

역사의 신화화라는 가설에 따르자면, 역사인물이었던 예가 신격화 된 것이다. 창진창[常金倉]은 "소위 신화의 역사화란 본래 존재하지도 않는 억측"이라고 주장하였는데, 그는 역사인물인 예가 전국시기 방사方士들에 의해 신격화되었다고 하였다. - 위 책, 226쪽

이런 주장은 지금까지 중국이 쌓아왔던 의고파의 노력을 해체하는 것이다. 현재 이런 주장을 하는 중국학자들은 서양의 학문이 중국 신화를 더럽혔다는 식의 인식을 보이고 있다.

'예'는 '동이'였다는 데는 신화 주장자와 역사 주장자의 견해가 일치한다. 그런데 여기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예를 동이의 신화인물로 간주한 쑨쭤윈[孫作雲]은 이렇게 말한다.

쑨쭤윈의 주장에 의하면, 활을 잘 쏘았다고 말해지는 동명과 주몽은 동일 인물로서 태양의 아들이자 하백의 외손자인데, 백명·봉몽·예 역시 태양을 토템으로 여기는 동이로서 태양의 아들이며 하백과 관련이 있다. - 위 책, 232쪽

이유진은 주석을 통해 쑨쭤윈의 주장을 이렇게 설명한다.

"예와 봉몽은 모두 동이"라는 주장은, 결국 "伯明=逢蒙=朱蒙"이라는 구도를 통해 동명이나 주몽에 관한 서사 역시 중국 역사의 일부로 포섭할 수 있다는 것임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 위 책, 232쪽 (주)51

이유진은 이 대목에서 이렇게 묻는다.

중국 학술계의 공식적 입장에서 예가 동이라고 하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또한 한국 학술계에서 예가 동이라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 위 책, 233쪽

이제 이 대목에 제발 주의해 주기 바란다.

중국 학술계의 담론에서 동이는 어디까지나 '우리 중국'의 동이를 가리킬 뿐이다. 한편 한국 학술계의 담론에서 동이란 '우리 고조선(혹은 부여, 고구려)'의 뿌리와 맞닿아 있는 그 무엇이다. 따라서 '동이의 예'에 관하여 중국과 한국의 학술계가 펼쳐내는 담론은 '동상이몽'일 수밖에 없다. - 위 책, 234쪽





자, 여기서 어제 포스팅한 병맛 대결의 업그레이드 버전을 만나게 된다.

2009년 10월 23일에 '한중일 공유문화의 탐색과 전략 - 지속과 발전'이라는 주제로 열린 '제1회 한중일문화 국제심포지엄'의 내용이나온다. 이 심포지엄의 4부 주제가 무려 '동아시아와 치우문화'였다. 이에 대해서 중국측에서 뉴린제[牛林杰], 우리나라에서는 진태하가 발표를 했다 한다. (이 심포지엄은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참여한 국제행사였다. 인사말을 이어령이 했을 정도.)
여기에서 뉴린제는 "중화민족의 치우가 주변국으로 확산된 것"이라는 시각으로 중국 이외 국가의 문화를 보고 있는데, 이런 점은 진태하도 마찬가지이다.

진태하의 <치우천왕에 대한 연구>에서도 동일한 수렴과 확산의 메커니즘을 찾아볼 수가 있는데, 뉴린제의 '중화민족'이라는 코드가 진태하에게서는 한민족인 '동이'라는 코드로 전환되었을 뿐이다. "세계4대문명 발상지의 하나인 황하 문명은 결코 중국 한족의 문명이 아니라 우리의 조상인 동이족의 문명이라는 분명한 사실史實을 새로이 깨달아야 할 것"이라는 진태하의 주장은 많은 논란의 여기자 있는 것이 사실이다. - 위 책, 236~237쪽

이유진은 이렇게 말한다.

동이를 중화민족의 일부로 간주하는 중국 측 시각과 동이를 한민족과 중첩시키는 한국 측 시각이 만나게 되면, 그야말로 소통할 수 없는 '동상이몽'의 논의가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소호小昊가 치우의 후예이고 동이 집단에 속한다는 중국학자의 주장을 '한민족 동이의 치우'라는 논거로 날것 그대로 끌어다 쓰는 식의 우를 범해서는 안 될 것이다. - 위 책, 237쪽

그러나 이미 그러고 있음...OTL...

진태하가 논거로 삼은 중국학자인 쩌우쥔멍[鄒君孟]이 궁극적으로 말하고자 한 것은, 동방 소호문화를 위주로 한 대문구 문화는 중원과 동이의 양대 집단이 융합된 결정체로서 '화하족' 문화의 보배라는 것이다. 이를 통해 알 수 있듯이, 담론의 전체적인 맥락을 무시한 단장취의는 결국 왜곡된 논의를 조장한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선행되어야 한다. - 위 책, 237쪽

그러니까 진태하는 중국 학자가 위대한 중국 운운하는 글에서 한구절 떼다가 써먹었다는 이야기인데, 우리는 이미 이런 예를 무수히 많이 보아왔다. 명도전에 대한 장박천의 견해 일부만 떼다가 써먹는 거라든가...





이 논문에서 유사역사가들이 신봉하는 푸쓰녠[부사년], 쉬쉬성[서욱생]의 정체(?)가 까발려지고 있는데, 그 점은 다음 포스팅에서 정리하도록 하겠다. 다만 이와 관련해서 마지막 결론 부분은 옮겨놓도록 하겠다.

이상에서 살펴본 것처럼 예수셴과 예자오옌은 문학적 복원을 통해 예 서사를 복원하고자 하였으며, 리쉐친·쑨쭤윈·푸쓰녠·쉬쉬성 등은 예의 역사적 실재를 밝히고자 하였다. 담론의 헤게모니를 장악하고 있는 이들에 의해 예는, 중화민족 영웅서사시의 주인공인 예,중화민족 고대사의 한 단계를 장식했던 예로 확고하게 고정되었다. 그러나 아니 바로 그렇기 때문에 "동이의 예가 중화민족의 예인가?"라는 문제제기는 더 절실하게 필요하다. 그것은 '동이'라는 개념을 중화민족의 테두리에 가두고 그 역사와 신화까지 전유하고자하는 패권적 폭력에 대한 문제제기이기 때문이다. - 위 책, 246쪽

동북아 활쏘기 신화와 중화주의 신화론 비판 - 10점
이평래 외 지음/동북아역사재단





[사족]
내 동화작품인 <역사 속으로 숑숑>에는 후예와 항아가 등장하는데, 수 년 전에 구상했을 당시에는 이런 문제가 없었다. 항아 신화와 관련된 것은 고구려 고분 벽화에도 등장한다. 달 속에 두꺼비가 그려진 고분 벽화가 여럿 있다. 이 신화는 동아시아 전반에 널리 퍼진 것으로 - 그 점은 이 책이 충실히 증명해주고 있다 - 그 점에서 보편적 인간성에 대한 모티프로 이 신화를 가져온 것이다. 신화마저 신화로 남을 수 없는 세상... 입맛이 쓰다.



덧글

  • 누군가의친구 2011/02/02 13:34 #

    그리고 적절한 영걸전 짤방이 돋보입니다.ㅋ
  • 삿갓이요 2011/02/02 13:39 #

    잘 읽고 갑니다. ^^
  • LVP 2011/02/02 14:12 #

    활이란 게 인류역사상 총포류가 완전도입되기전까지는 공통된 무기인데, 거기에 무슨 괴랄한 가치부여를 하는 것부터가...-ㅅ-

    ※아니 그럼 쟤들말대로면 총쏘는 현대인들은 다 야만인인가 -ㅅ-^?
  • ArchDuke 2011/02/02 14:16 #

    초반까진 좋았으나...
  • 야스페르츠 2011/02/02 14:21 #

    이건 마치.. 그리스신화를 두고 로마의 것인지 그리스의 것인지를 가리려 싸우는 것 같은 모습입니다. ㅡㅡ;;
  • lafcadio Hearn 2011/02/02 15:21 #

    어이쿠 맙소사
  • luccifer 2011/02/02 16:14 #

    장담컨데 지칭하고 싶지도 않은 그 분(?)들은 100% 이해 못하거나 오독할 겁니다.
    그리고 전 이런 장담이 너무 짜증납니다 OTL.....
  • 초록불 2011/02/02 16:15 #

    안팎의 어려운 환경 속에서 올바른 길을 걸어가는 학자들을 응원합니다.
  • 원샷원킬 2011/02/02 16:52 #

    본문에 나오는 우리중국 동이와 한만주쪽의 동이가 다르다는건 뭘로 알 수 있나여?
  • 초록불 2011/02/02 18:18 #

    http://orumi.egloos.com/3959839

    이 포스팅을 참고해 주세요.
  • 들꽃향기 2011/02/02 17:03 #

    으잌 영걸전 짤방을 이용하신 새로운 글쓰기 시도이십니까. ㄷㄷ 말씀대로 예가 동이이니 운운하면서 부화뇌동하는 유사역사학 무리들은 정말 중국의 공저엥 맞서는 동북아재단 선생님들의 등에 데고 화살을 날리는 이들이란 생각밖에 ㄷㄷ
  • 초록불 2011/02/02 18:19 #

    사실 "당장 목을 쳐라!"와 같은 강한 짤방들이 있는데 이번에는 쓰지 않았음요...^^
  • hyjoon 2011/02/02 19:06 #

    마지막에 '왔다 간거 다 알고 있으니 의심 좀 해보라'는 짤방을 추가해 주십시오.(응?)
  • 초록불 2011/02/02 19:41 #

    다음 편에서 부사년과 서욱생을 깐 뒤에 쓸까 합니다...^^
  • lafcadio Hearn 2011/02/02 19:22 #

    궁금증이 생겨서 질문좀 하나 해볼까합니다.

    해양생물을 이용해 이득을 얻는 지상생물 이야기는 남방계라고하는데, 이 활로 하늘의 무언가를 쏘아 떨어트리는 이야기는 북방계라는 걸 본적이 있는데 이게 맞나요? 기억이 가물거려서요.
  • 초록불 2011/02/02 19:42 #

    신화에 대해서는 자세히 모릅니다. 다만 위 책을 보면 중국 학자들은 태양을 쏘는 행위를 남방계 신화라고 "우기고" 있다고 합니다. 자세한 것은 위 책을 보시는게 더 좋을 것 같습니다.
  • 을파소 2011/02/02 20:29 #

    소호小昊가 치우의 후예이고 동이 집단에 속한다는 중국학자의 주장을 '한민족 동이의 치우'라는 논거로 날것 그대로 끌어다 쓰는 식의 우를 범해서는 안 될 것이다.

    - 하지만 안 그럴리가 없죠.
  • 초록불 2011/02/02 20:35 #

    심지어는 서양의 SOHO도 소호라고 말하는 판이니...
  • kiekie 2011/02/02 20:31 #

    아시아의 신화나, 특정 아이템(물고기, 까마귀 등)들을 "남방/북방계"로 나누는 것을 꽤 자주 보았는데요. 여기서 말하는 남방/북방계는 각각 어느 지역을 뜻하는지 궁금해요. 확실한 경계선이 있는 것인지.. 초록불님께선 왠지 알고 계실 것 같아 여쭙니다:-)
  • 초록불 2011/02/02 20:37 #

    저는 이 분야에 지식이 얕아서 딱히 뭐라고 이야기하기가 애매합니다. 위 책에서도 어느 정도 이야기는 나오는데 신화 전체를 다루는 것은 아니므로 섣부르게 정리하기가 어렵습니다.
  • 아인베르츠 2011/02/03 00:19 #

    저는 조조군의 장수중에서 조인을 장료 다음으로, 그러니까 두번째로 마음에 들어하는 장수인데, 최후가 좀 (많이) 안습이었다는 이유만으로 등한시 당하는게 슬픕니다.
  • 萬古獨龍 2011/02/03 00:39 #

    그저 안구에 습기만....
  • Niveus 2011/02/04 19:55 #

    ...그냥 다 포기하고 싶어지는 심경입니다;;;
  • 파랑나리 2011/04/06 00:10 #

    신화를 신화로 내버려두지 않는 더러운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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