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관련 옛날 이야기 *..자........서..*



1.
나는 1988년에 처음 PC를 구입했다. 200만원 들었는데, 5.25인치 플로피 드라이브 2개 달린 XT. 640램(1메가바이트도 아니고...), 무려 20메가바이트 하드디스크까지 단 놈이었다.

처음 썼던 워드프로세서는 보석글. 삼보에서 나왔던 놈으로 위지윅이 되지 않는 워드. 위지윅이 되는 워드로 처음 쓴 것은 아래한글 1.1버전이었다.

여기에 135컬럼짜리 도트 프린터까지. 프린트 한 번 하면 공장 저리가는 소리가 나서 밤에는 프린트 하기 무서울 정도였다. (옆 집에서 항의 올까봐.)

아무튼 당시 대세는 보석글. 대학 앞에는 보석글로 작성한 문서를 레이저프린터로 뽑아주는 서비스를 하는 가게도 있었다.

2.
컴퓨터 게임은 케텔이나 천리안에서 받을 수도 있게 되지만, 1980년대에는 아직은 동네 컴퓨터 점에서 사는 게 빨랐다. 그곳에서 파는 것도 불법복제품이었다는 것이 안습. 대개 5백원에서 천원 정도 받았다.

3.
88년에 도트 프린터로 프린트해서 리포트를 내면, 싫어하는 교수님이 있었다. 타이프라이터로 타자 쳐서 낼 때는 아무 말씀도 안 하던 분이 컴퓨터로 내면, 성의가 없어 보인다는 등 투덜거려서 깜놀.

4.
90년대 초반에는 홍대 미대 다녔던 친구한테서 PC로 출력한 그림은 인정해 주지 않기 때문에 출력하고 나서 그걸 보고 손으로 다시그려야 했다는 말도 들었다. 이게 불과 몇 년 지나지 않아서 그래픽 프로그램들을 학원에서 배워오라는 소리로 바뀌기도.

5.
사학과 리포트를 만드는데 제일 곤란한 것은 한자 문제. 당시에는 한자가 4천여자만 지원되었기 때문에 대부분의 한자는 손으로 써야 했다. 하지만 10포인트에 맞춰져 있는 프린트물에 한자를 적어넣어려면 그건 그것대로 골치 아픈 일이었다. 더구나 없는 한자라는 게 대개 복잡한 모양이었으니까.

6.
당시에는 널리 쓰였던 디베이스 같은 프로그램은 이제 어떻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90년대 초반에 형은 SPSS를 며칠씩 돌리곤 했는데, 아마 같은 분량이 요즘은 몇 분만에 가능해지겠지.

7.
분명 PC는 수십 배, 수백 배 빨라진 모양인데, 과연 컴퓨터가 빨라진 만큼의 효과를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일까? 여전히 컴퓨터는 로딩 시간을 필요로 하고, 마우스와 키보드의 입력에 반응하는 시간은 그게 그거처럼 보인다. 텍스트 기반에서 그래픽 기반으로 바뀐 것뿐. 말하자면 컴퓨터는 빨라져도 내 타자 실력은안 빨라졌기 때문일까?

각종 가전제품의 발달로 여성들이 가사에서 해방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신화처럼 전해져왔는데, 실제로 여성들이 가사에 쓰는 시간 자체는 거의 줄어들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본 적이 있다. 컴퓨터 역시 마찬가지일까?


덧글

  • vermin 2011/02/19 18:15 #

    타자실력이 문제인듯
  • 초록불 2011/02/19 18:18 #

    타자는 전성기 때보다 더 못 치는 것 같아요.
  • 위장효과 2011/02/19 18:32 #

    디베이스 III+까지는 당시 최고의 제품이라 불리웠는데, 그 다음번인 디베이스 IV는 몇 년전 IT업계 역사상 최악의 제품 20 중 하나로 뽑히기도 했었죠(거기에 들어간게 아이오메가 집드라이브, 리얼플레이어등등...) 그러고는 시망...
    그때만 해도 쿼트로프로니 폭스프로같은 물건들도 많았는데 90년대 후반 이후 오피스 97-엑셀, 엑세스등이 천하통일하기 시작하더군요.

    저희 동네도 학회 발표하려면 슬라이드 만들고 작업할 게 많았는데, 90년 이전 선배님들만 해도 도화지에 각종 철자판 구입해서 하나하나 붙인 다음 이걸 다시 카메라로 찍고 현상소에 맡겨서 슬라이드용으로 현상한 후에 학회당일에 가져가곤 했습니다. 그러니 오자 하나만 나와도 난리가 났죠. 그러더니 90년대 중반 저희 일할 때는 파워포인트로 제작한 다음 그걸 다시 현상소에 보내서 슬라이드 제작한 다음에 여전히 슬라이드 철컥대면서 돌렸는데 USB 메모리가 널리 보급되면서 슬라이드는 아예 학회장에서 퇴출되고 각자 USB메모리 들고 와서 제출하면 학회공용컴에 저장한 다음 프로젝터 사용하는 식이 됐습니다. 그러더니 어느 순간 자기 노트북 가져와서 USB 케이블에다 프로젝터 연결한 다음 직접 발표하는 데 또 일반화...아니면 학회 홈피에 파일 올려서 등록한 다음 당일 발표한다던가...
    발표내용에도 동영상을 첨부하는 경우가 부쩍 늘어났고요. 요즘은 파워포인트 작업하면서 동영상 첨부하는 것, 그리고 자신이 찍은 동영상 편집 정도는 다들 쉽게 합니다.
    직접 작업하는 것은 별로 차이가 없는데 그 사이에 전달하는 방법은 상당히 편해졌습니다. 제가 인턴때만 해도 교수님이나 선배님이 학회지에 실을 논문을 들고 학회 편집위원장-다른 학교 교수님-찾아가서 전달하던가 우편으로 부쳐야했는데 요즘은 아예 인터넷 투고만 받습니다.
  • 초록불 2011/02/20 01:31 #

    쿼트로 프로... 거기까지 써봤군요. 폭스프로는 써보지 않았고...

    파워포인트 꾸미기도 싫어하는 저는 확실히 구세대인 듯 싶군요.
  • Niveus 2011/02/19 18:36 #

    아마 그 SPSS 작업 요새 하면 몇분은 커녕 2-3초안에 다 할겁니다.
    제가 전공공부 시작하던 2004년에 비해 2008년 4학년 수업당시 할때 시간이 25%수준까지 줄어들더군요;;;
    머신파워의 업그레이드는 대량작업시와 고해상도 작업등 무거운 작업에선 확연히 느껴집니다.
    ...단순 워드작업이나 그런거에선 별 차이없겠지만말이죠 -_-;;
    저도 저때부터 PC라는걸 썼던지라 감회가 새롭군요.
    저때 저희집이 산건 하드가 없었거든요(...OTL)
  • 초록불 2011/02/20 01:33 #

    하긴, 캐드 파일을 eps 파일로 변환시키다가 걸핏하면 맥이 뻗어버리고, 변환 작업에만 하루종일 걸렸던 생각을 하면, 참 빨라지긴 했네요.
  • Allenait 2011/02/19 18:38 #

    1. 어렸을 때 집에 있던 286 AT 컴퓨터가 생각나는군요. 그래픽카드가 허큘리스 흑백었고..

    7. 그러고 보니 컴퓨터가 발달되자 더 이상 종이문서를 쓸 일이 없을 거라는 이야기를 본것 같습니다만 지금은 오히려 종이가 더 많이 쓰이는것 같군요..
  • 초록불 2011/02/20 01:33 #

    컬러 프로그램들을 simcga로 돌리면서 컬러모니터 있으면...하고 군침 흘렸던 기억이 나네요.

    아이패드 장만하고 나서는 프린트가 확실히 줄었습니다.
  • 怪人 2011/02/19 18:52 #

    어린 마음에 BASIC 배워보겠다고 친척형을 따라다닌 기억이 나네요.
  • 초록불 2011/02/20 01:34 #

    엉뚱한 베이직 책을 사가지고 피씨에서 돌리려다가 망했던 기억이 나는군요.
  • 이네스 2011/02/19 19:48 #

    SPSS 작업 무진장 빠라졌습니다. ㅠㅠ
  • 초록불 2011/02/20 01:34 #

    ^^
  • Reg Teddy 2011/02/19 21:37 #

    예전에 학창시절 SPSS 돌려놓고 커피한잔 마시던 기억이나네요.... 동영상 같은거 편집할때는 자기 전에 렌더링 걸어놓고 한숨 자고 일어나면 한 70%정도 되어 있었죠.. 학교가서 아침수업 듣고 오면 다되어 있었다는...(그러다 중간에 오류나거나 잘못편집되면 포풍눙물이...)
  • 초록불 2011/02/20 01:35 #

    3D 렌더링을 일주일씩 걸어놓았던 생각도 나는군요.
  • 무명병사 2011/02/19 21:53 #

    1. 펜티엄 133이 제대로 접해본 첫 컴퓨터였습니다. 그 날 이후로 사블에 미쳤습니다(...).

    3. 그것은 설마 열폭...?

    7. 오늘의 신제품이 내일의 구닥다리가 되는 판국이 참 묘합니다;;
  • 초록불 2011/02/20 01:35 #

    3. 설마요. 손으로 쓰기를 바랐던 것뿐이겠지요.
  • 원샷원킬 2011/02/19 22:44 #

    저 제가 사회복지 배우면서 spss를 접했는데 이 프로그램이 그렇게 오래된건가요? 내가 배운 그거랑 다른건가??
  • 초록불 2011/02/20 01:35 #

    좀 됐지요.
  • 比良坂初音 2011/02/19 23:20 #

    가사에 쓰는 시간이 줄어들진 않았지만 대신 체력 소비가 줄어들었지요(...)
    특히 세탁기는 정말 위대한 물건입니다(.....)
  • 초록불 2011/02/20 01:36 #

    체력 소비라... 정말 그렇겠네요. 저 어릴 때는 다듬이질도 해야 했으니...
  • sharkman 2011/02/20 00:33 #

    바벨2세에 보면 바벨2세가 정보국 국장과 부국장을 바벨탑으로 데려가서 컴퓨터를 소개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그래서 제가 그걸 보고 '인간이 만든 것보다 100억배 나은' 컴퓨터란 과연 어느정도일까 하고 계산해 본 적이 있습니다.
  • 초록불 2011/02/20 01:36 #

    계산 결과는...
  • sharkman 2011/02/20 07:57 #

    바벨 2세가 연재된 것이 1971년이고, 이 해 인텔이 설립되어 최초의 CPU인 4004를 발표했습니다. 당시 4004의 속도는 108Khz였다는 군요. 물론 IBM의 메인 프레임을 고려해야 하지만 일단 가정용CPU와 비교했을 때, 현재 제가 오버 클럭한 CPU가 3.8Ghz로 작동하니까 단순한 클럭 스피드만으로 40년간 35200배쯤 빨라진 셈입니다. 아주 장수한다면 죽기전에 100억배 빠른 바벨탑 클래스의 CPU를 가정에서 사용할 수 있을지도. 물론 이것은 모두 탁상공론이지만.
  • summerlight 2011/02/20 01:19 #

    좀 다르게 생각해보자면, 컴퓨터로 하려는 일들이 빠른 속도로 복잡하고 다양해지고 있죠. 이를 표현하는 이 쪽 업계의 유명한 어구 중 하나로 Writh라는 양반의 "Software is getting slower more rapidly than hardware becomes faster." 라는게 있습니다 (...)
  • 초록불 2011/02/20 01:36 #

    그런 점도 있겠네요.
  • young026 2011/02/20 17:03 #

    Wirth 아닌가요.^^;
  • 찬별 2011/02/20 21:01 #

    88년도에 저 정도 사양이 고작 200만원밖에 안 했다니...
    제가 88년도에 IQ 2000을 샀던 걸로 기억하는데
    본체, 모니터, FDDx2를 구비하려면 대략 80만원 정도 들었던 것으로 기억이 나거든요.
  • 초록불 2011/02/20 22:11 #

    고작이라니... 무시무시한 가격이었다능... 대학 등록금이 아마 80만원 정도였을텐데...
  • SCV君 2011/02/20 23:20 #

    컴퓨터를 구입하신 날짜가 제가 태어나기 전이라 뭐라 꺼낼 말이 없네요;;
    저는 처음 산 컴퓨터가 133MHz, 32MB RAM이었던것 정도는 기억이 납니다. 4.몇 GB짜리 HDD도 있었던 것 같네요.
    초등학교때는 전부 5.25인치 플로피 디스켓을 썼는데, DOS를 잘쓰는 친구가 한명 있어서 신기하게 구경했던 기억도 있습니다.
    뭔가 꽤 오래된 것 같은데 20년 전이네요. 아, 그리 짧은 기간도 아니려나요..;;
  • 초록불 2011/02/20 23:32 #

    5.25인치 드라이브는 아직 가지고 있기도 하고, 예전에 XP에 연결했을 때, 잘 작동할 뿐만 아니라 윈도우 안에 아이콘도 만들어져 있는 것을 보고 감탄하기도 했지요. 그후 컴퓨터 바꾸면서 5.25인치용으로 유일하게 가지고 있던 케이블을 같이 내다버리는 통에 이제는 연결할 수 없게 되었지만...
  • 슬픈눈빛 2011/02/21 00:20 #

    제 첫 홈PC는 삼성의 매직스테이션2 였는데 OS로는 MS-DOS 6과 Windows 3.1 이 제공되었었죠.

    그런데 그당신 윈도우라는게 도스에 그림 입혀놓은, 종료만 잘못해도 부팅거부를 해버리는 녀석이라.

    지뢰찾기나 그림판가지고 놀때를 제외하곤 DOS만 신나게 썼던거 같네요.

    그당시 스펙이 486 CPU에 8MB RAM(...) 500MB HD(...) 2x CD-ROM에 5.25/3.1 Disc 군요.

    지금은 핸드폰도 저것보단 낫겠죠...ㅠ
  • 루드라 2011/02/21 13:43 #

    전 1993년 150만원 주고 산 486DX 33Mhz+120메가 하드 디스크+4M 램이 제 첫 PC였네요.

    다만 DOS의 기본 메모리 설정이 570k 가량밖에 안 되어 있어서 못 하는 게임이 여러 개였습니다. 잘 아시겠지만 당시에는 기본 메모리 600K 안 되면 안 돌아가는 게임이 여러 개였죠. 근데 역설적으로 기본 메모리 설정이 저 따위로 되어 있는 바람에 저거 해결하면서 제 컴퓨터 실력이 엄청 늘었습니다. 당시엔 DOS의 메모리를 관리할 줄 알면 파워유저 소리를 들었죠. ^^;

    다만 처음 edit 명령을 알아내기까지가 너무 힘겨웠습니다. 저걸 알아야 메모리 관리를 할 수 있었으니까요.
  • 할배 2011/02/22 07:21 #

    1. 아.. 저의 첫 PC와 거의 동일한 스펙이군요.. ^^
    제 경우 하드는 나중에 달긴 했지만... 20메가짜리.. ㅋㅋㅋ
    달면서 debug로 로우포맷 해주던 때가 엇그제 같은데...
    이미 20년이 훌쩍 지났군요.. 좀 있으면.. 4반세기.. orz...

  • 새벽안개 2011/02/24 15:41 #

    7. 컴퓨터는 속도가 빨라지면 때맞추어 OS 랑 어플리케이션이 비대해지고, 하드 용량이 커지면 데이타가 급속히 늘어나는 현상이 있지요. ㅎㅎㅎ 마치 '붉은 여왕'의 말처럼 컴퓨터를 계속 성능이 좋은 것으로 업그레이드 하지 않으면 예전에 무난히 돌아가던 프로그램도 잘 안돌아가게 되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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