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진경 *..역........사..*



아테나에 나온 이 여배우 이야기는 아니다. (어, 그렇다고 바로 나가실 필요는...ㅠ.ㅠ)
중국의 8세기를 대표하는 서예가 안진경顔眞卿.

나는 서예를 중고등학교 때 배웠는데, 중학교 때 선생님은 소헌 정도준 선생님이었고, 고등학교 때는 고방 윤창혁 선생님한테 배웠는데두 분 다 일중 김충현 선생님의 제자였다.

내가 배운 건 한글 서예라 한문은 거의 써보지 못했지만, 대충 흉내만 내보기는 했었는데, 한문 서예는 구양순과 안진경으로 서법이 나뉘었다. 안진경의 글씨체란 아래와 같다. (741년 왕림묘지명 - 안진경의 초기 글씨이다)

나는 구양순체보다 이 안진경체가 더 마음에 들었는데 정갈하고 힘이 있으며 위 사진에서도 볼 수 있는 史자의 삐침과 같은 것이 매우 좋아보였다.

안진경이라는 사람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하나도 없었는데, 오직 글자만으로 마음에 들었던 이름이었다.

안진경(709~785)은 당나라 때 사람이다. 공자의 제자 안회가 조상이라고 하며 <한서>에 주석을 단 안사고顔師古(581~645)의 후손이기도 하다. 열세 형제의 일곱째로 태어나 가난했지만 학문을 중시하는 집안답게 어려서부터 글씨를 익혀, 벽에 황토를 칠하고 나뭇가지로 서법을 연습했다고 한다.

734년 아직 이십 대에 안진경은 과거에 급제해 관직에 나아갔다. 얼마 가지 않아 양귀비의 등장(745년)으로 국정이 어지러워지기 시작했다. 안진경은 강직한 관료였고 그 때문에 간신 양국충에게 미움을 사 평원 태수로 좌천되고 말았다. (유비가 다스렸던 그곳)

평원태수로 가기 전 해, 안진경은 장안 천복사 다보탑비의 비문을 썼다(752년). 사십 대 초반의 그의 깔끔한 글씨(그러나 아직 안진경 고유의 서법은 확립되지 않은 상태라고 평해진다)는 지금까지 남아있다.

안진경이 평원 태수로 있을 때 당나라를 뒤흔든 반란이 일어났다. 안사의 난(755년)이 터진 것이다. 안진경은 사촌 안고경(상산 태수)와 함께 안록산에게 맞섰다. 이들 사촌은 안록산에 맞서 2년이 넘게 싸웠는데 안고경은 아들과 함께 체포되어 처형되기도 했다.

현종은 고선지를 보내 안록산을 막게 했지만 이때 고선지는 안록산에게 패배하여 물러났고, 이 패전 때문에 목숨을 잃었다. 뭐, 이건 그냥 양념으로 한 이야기고...

안록산은 안진경에게 막혀서 산동 진출에 실패했다. 현종의 뒤를 이은 숙종은 안진경을 불러 헌부상서 겸 어사대부에 임명했다. 하지만 강직한 안진경을 껄끄러워한 고관들에 의해 안진경은 곧 지방으로 좌천되고 만다. 그는 중앙조정에 불려오면 언제나 똑같이 강직한 자세를 보였다.

764년 우복야 곽영예가 환관 어조은에게 상석을 내주어 국가질서를 흐트린 일이 있었다. 형부상서였던 안진경은 장문의 항의서한을보냈는데, 지금까지 안진경의 명필 중 하나로 내려오고 있다.

안진경은 일흔이 넘은 780년에 태자소보의 지위에 있으면서 안씨 가문을 위한 가묘비를 찬서했다. 노년의 완숙한 경지에 이른 그의 글씨도 지금까지 남아있다.

782년에는 태자태사가 되었고 이 해에 회서절도사 이희열이 반란을 일으켰다. 평소 안진경을 미워하던 조정의 권신들은 안진경에게 이희열을 설득하라는 명을 내렸다. 안진경은 죽음을 각오하고 이희열을 만나러갔다.

이희열은 안진경을 존경한다고 말했지만 그를 유폐했고 3년이나 감금했다가 결국 교수형에 처하고 말았다. 덕종은 조정을 5일간 쉬게하고 일생을 통해 충성을 다해온 노신의 명복을 기렸다.

예술과 삶이 모두 아름답기가 얼마나 어려운가 생각해볼 때, 안진경과 같은 거인이 있다는 사실이 참 다행스럽다고나 할까.



[추가]
안진경은 갈홍의 신선전에 의거해서 62세(771년)에 <마고선단기麻姑仙壇記>라는 비문을 썼는데, 구양수가 안진경 글씨 중 최고라고 평한 바 있다. (혹시 마고가 우리나라 고유의 무엇이라 생각하는 분이 있다면 얼른 정신 차리시길 바람~)


[추가]
나는 안목이 짧아서 안진경체의 극의는 이 비문(안근례비)이라고 생각하는데, 한 번 감상을...

779년. 그러니까 위의 비문보다도 더 늦은 글씨이다.


덧글

  • 소하 2011/04/20 21:41 #

    예술인의 혼! 아름다운 삶! 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 -> "이글루스 추천" 뺀찌 받았습니다. 전 7일 이내에 추천한 적이 없었는데...
  • 초록불 2011/04/20 21:45 #

    저도 최초 추천은 거부 당할 때가 있던데, 이글루스 추천은 최초 추천을 기준으로 잡는 것일지 모르겠습니다... 두번째 추천부터는 또 가능하더라고요.
  • 초록불 2011/04/20 21:46 #

    어? 그런데 추천되어 있네요...^^
  • 소하 2011/04/20 21:58 #

    뭐 이런 황당한~~~ ㅋㅋㅋ
  • 소하 2011/04/20 22:04 #

    아! 두번 눌러 놓고는 혼자서 뻘짓을 했던 것 같습니다. ~~ ^^
  • 을파소 2011/04/20 22:36 #

    몇년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정조 어제 충무공 신도 비문을 보는데, 그걸 어느 서에가가 안진경체가 잘산 작품이라고 하고 갔다는 걸 그 곳 사람들이 말하는 걸 들었었죠.
  • 고독한별 2011/04/20 22:44 #

    저는 오히려 서예가 '안진경' 선생 얘기인 줄 알고 들어 오려다가,
    탤런트 사진이 보이는 바람에 드라마 얘기인 줄 알고 관두려다가,
    글을 자세히 읽어보니 역시 서예가 안진경 선생 얘기가 맞다는 걸
    확인하고 클릭해서 들어오는 복잡한 사고 과정을 거쳤답니다. OTL
  • 초록불 2011/04/20 22:55 #

    죄송합니다...^^
  • 고독한별 2011/04/20 23:34 #

    죄송하실 게 있나요? 나름 재미있었습니다. (하핫)
  • 누군가의친구 2011/04/20 23:14 #

    필체에서 그의 강직함이 보인다랄까요?
    좋은 시대를 만났으면 명재상이 되었을지도 모르는데 하필 시대가 어지러울때라 고난을 겪었습니다.
  • hyjoon 2011/04/20 23:28 #

    예술과 지조를 모두 갖춘 보기 드문 케이스라고 생각됩니다.
  • 無上之道 2011/04/20 23:31 #

    안진경에'게이'희열을

    으음.......쿨럭!
  • 초록불 2011/04/20 23:36 #

    무슨 뜻인지 모르겠습니다.
  • 無上之道 2011/04/20 23:40 #

    아뇨. 띄어쓰기가 잘못된 부분이 있는데 이 부분이 절묘하게 보여서 말이죠.
    잠깐 일부러 웃기시려고 이런건가 하며 잠시 심각한 고민을...
  • 초록불 2011/04/20 23:40 #

    아... ^^

    수정했습니다.
  • 유유자적 2011/04/20 23:55 #

    안진경도 참 안습인게 중국 서예사에서는 업적을 남겼는데 막상 중국사에서는 딱 두번, 안사때 한번. 사망떄 한번. 뭐 그거라도 있으니 다행일려나... 그리고 안진경도 살아남을생각을 버렸는지 떠나기전에 유서를 써놓고 갔다니.. 원... 고로 노기 개객기.
  • 삼손 2011/04/21 00:13 #

    명필이라는 분들의 글씨를 보면 가끔 이게 활자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정교하면서도 사람의 손끝에서 나왔다는 걸 알 수 있는 인간미가 느껴진단 말이죠.

    ...라고 있어보이는 척 댓글을 써봤자 내가 쓰면 나 말고는 아무도 못 알아보는 자체 암호문급 악필. 이예이![....]
  • 푸른바위 2011/04/21 00:30 #

    첫번째 문장에 괄호안 글이 없었다면 나갔을지도...
  • Allenait 2011/04/21 01:04 #

    전 악필이라.. 이렇게 글씨 잘 쓰는 분들을 보면 사람을 초월한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 초록불 2011/04/21 01:05 #

    저도 악필이어서 서예를 배우게 되었지요. (펜글씨를 배웠어야 하는 건데...)
  • Allenait 2011/04/21 01:08 #

    저도 서예를 배웠습니다. 그래서 한자는 그나마 좀 씁니다. 하지만 한글은...(먼산)
  • 2011/04/21 01:07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초록불 2011/04/21 01:09 #

    그 양반이 서예에 일가견이 있다니 믿어지지가 않는군요.
  • 2011/04/21 01:10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초록불 2011/04/21 01:13 #

    하하, 따져보면 저한테 사숙이 되는 셈인가요... 하긴 저는 명함 내밀 처지는 아니지만...^^
  • 2011/04/21 01:56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Grelot 2011/04/21 01:56 #

    저는 "거침없이 한획!"을 보면서 서도의 꿈을 구고 있슴다!
  • 라쇼몽 2011/04/21 02:11 #

    근데 제 눈에는 안진경 어르신의 글씨가 별로 잘 쓴 거 같지 않아요. 흑흑...
    마치 갓 글자를 배운 사람 같이 되게 어설퍼보이는데 이게 왠일인지...
    물론 제 눈이 잘못된 거라는 건 알지만...--;;;

    도서관 같은 데 가보면 서예 강사 같은 사람들이 멋들어지게 쓴 글들이
    걸려 있는데 솔직히 그게 훨씬 멋있어 보여요.

    딱 한가지 인정할 건 이 어른의 글씨가 정말 수수하고 순진해 보인다는 거...
    그리고 내 안목이 아주 하수라는 거...^^
  • 초록불 2011/04/21 02:19 #

    그럴 수도 있다싶어서 비문 하나 더 추가했습니다...^^

    사실 강사분들 쓰는 글씨가 안진경에게서 나온 것이라고 생각하시면 대강 맞습니다...^^
  • 진성당거사 2011/04/21 06:09 #

    좋은 글 감사합니다. 그런데 저 안진경체 샘플 사진은 어디서 구하셨는지.....
  • 초록불 2011/04/21 13:14 #

    구글신이 보여주더군요.
  • 네비아찌 2011/04/21 07:57 #

    저도 서예가 안진경을 먼저 생각하고 들어왔습죠^^
    삶이 곧았기 때문에 글씨도 곧은 분이라는생각이 듭니다.
  • 한도사 2011/04/21 08:45 #

    안진경체의 주인공이 이런 분 이셨군요. 대단합니다.
    하지만 저는 안진경체가 마음에 안 들어서, 주로 구양순체를 쓰는 바람에...
  • 초록불 2011/04/21 13:15 #

    서체는 취향이지요.
  • 번개맞은고목 2011/04/21 12:15 #

    어머나. 안진경을 이글루포스팅에서 보게되다니 ;;;;;;;;
    5학년때부터 고체로 시작해 궁서를 배우고 궁서에 맛을 들이지 못하여
    중학교 2학년즈음해서 한자로 전향한후 전서, 예서, 해서, 행서까지 공부했습니다.
    전서 예서 비교적 빨리 마치고 이 지겨웠던 해서의 공부기간이 아직 진하게 기억에
    남아있네요. 무엇보다 안진경이 반가운 이유는 제가 거의 5년동안 안진경의 다보탑비와
    안근례비만을 연습했기 때문이에요 ㅠㅠㅠ 구양순은 아시다시피 서법이 전혀 달라서
    나중에 접할수 있었는데 어쨌든 전 구양순보다는 다보탑비를 지겹게 썼어요 ....
    누군지 모르고 그땐 쓰다가 늦게간 대학에 또 어떻게 해서 또 전공을 중국어를 하게되었는데 그때 중국역사의 이해 시간에이분을 알았죠. 왜이렇게 감회가 새롭고 반갑죠 ?
    지금 서른즈음인데 사사는 7년넘게 정도 받고 그 이후엔 개인적인 연습을 해오고 있는데
    게을러서 마땅한 스승님을 아직 못찾았네요. 여하튼 좋네요 이렇게라도 보니 ......
  • 초록불 2011/04/21 13:16 #

    아직도 연습을 해오고 있다니 존경스럽습니다. 저는 붓을 놓은지 사반세기가... (먼산)
  • 한도사 2011/04/21 14:47 #

    안근례비 쓰셨군요. 저도 처음에는 안진경체의 근례비를 썼었지요. 옛날 생각이 나네요.
  • 은백희 2011/04/21 13:51 #

    안진경을 여기서 만나게 되니 너무 반가운 마음입니다.
    저도 서예 동아리에서 안근례비를 쓰고 있어서, 굉장히 친숙하네요.
    개인적으로 잘 맞춰진 느낌의 구양순도 좋아하지만 둥글둥글한 느낌의 안진경을 더 좋아합니다.
    그런데 구양순을 써 본 분들 말씀 들어보면 구양순체가 더 어렵다고들 하시더라구요.
  • 에드워디안 2011/04/21 14:17 #

    남송의 간신재상으로 악명이 높은 진회(秦檜)도 서예가로 유명했다지요. 특히, 宋體字의 창시자가 진회라는 설도 있습니다.
  • 한라곰 2011/04/21 21:46 #

    서예 포스팅을 보게 될 줄이야 ㅠ_ㅠ 제 어머니께서 홀로 서예작가의 길을 걷고 계시기에 더 마음에 와닿는군요. 아시는지 모르겠지만,또 포스팅 내용과 별 관련은 없지만, 한국 서예계는 진짜 막장이라는 인상만 주고 있습니다. 국전이니 한국 예술전이니 모두 유명 선생들의 제자들이 상을 나눠먹고, 심지어 그런 상을 타기위해서 선생이 쓴 체본을 아래에 받치고 위에 종이를 대서 그대로 배끼기도 한다고 하더군요 -ㅅ- 제 어머니가 10년 동안 하나하나씩 상을 받아서 딴 작가 타이틀을 남들은 1년만에 뒷거래로 따는 모습을 보면서 참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ㅠ_ㅠ 하지만 전 그런 제 어머니가 더 자랑스럽군요 ㅎㅎ;;;

    갑자기 와서 왠 뚱딴지 같은 소리만 쓰고 가네요; 그래도 웹상에서 이렇게 집에서 봐왔던 익숙한 글들을 보니 기분이 묘하게 좋네요.
  • 초록불 2011/04/21 22:09 #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제 처이모님도 독학으로 국전에서 입선을 하셨는데, 정말 힘든 과정을 거치셨거든요.
  • 2011/04/22 23:34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초록불 2011/04/24 09:14 #

    그렇군요. 제가 본 두 권의 책에 다 그렇게 나와 있던 탓에...^^;; (개설서 수준의 책은 아니고 일반 교양서 수준의 책이었습니다.)

    말씀을 반영해서 수정해 놓겠습니다.
  • 파랑나리 2011/04/29 14:28 #

    顔氏라면 본관은 모르겠지만 중화의 귀족이죠? 가격家格은 어느 정도 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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