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엎어 키우기 *..문........화..*



역사의 사기꾼들 - 10점
하인리히 찬클 지음, 장혜경 옮김/랜덤하우스코리아


며칠 전에 우연히 아기를 엎어 키우다가 질식사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아직도 그런 사람이 있다니, 놀라울 뿐이었다. (물론 이야기해 준 당사자가 아기의 부모는 아니었다.)

위 책에서는 한 챕터를 이 문제에 할애하고 있다.

엎어 키우기는 지난 몇 년 동안 그 어떤 주제보다도 격렬한 논의의 대상이 되었다. 1970년대 초 여러나라에서 간호사 및 소아과 의사들이 신생아를 엎어서 키우라고 권고하였다. (중략) 유럽의 겨우 1971년 빈에서 열린 한 소아과 의사 회의에서 엎어 키우기의 장점을 발표한 이후 엎어키우기를 권유하는 대대적인 캠페인이 시작되었다. - 위 책, 149쪽

의사들이 근거 없이 이야기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하지만 근거로 삼은 연구 결과들은 조산아들만을 상대로 실시한 것이었다. 조산아의 경우 엎어 키우면 우유가 위에서 식도로 역류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었던 것이다. 게다가 산통도 드물었고 수의운동 능력도 훨씬 더 발달했다. 또 아이가 잠을 푹 자고 덜 울기때문에 부모에게도 좋았다. - 위 책, 149쪽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뒤통수가 예뻐진다고 엎어 키우기를 권고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우리 아이들 키울 때도 그런 말이 있었지만 나는 반대했다. 그것은 이 책이 이야기하는 바와 같은 이유였다.

대략 이 시점부터 미국에서 영아 돌연사의 숫자가 급증했지만 원인을 찾을 수가 없었다. 몇 년 후 유럽에서도 같은 현상이 일어났다. 증가 폭이 극적이었다. 예를 들어 스웨덴의 경우 신생아 10만 명 당 30명이던 영아 돌연사의 숫자가 1979년에는 배로 증가했고 1990년에는 120명으로 훌쩍 뛰었다. 여러나라에서 비슷한 추세가 목격되었다. - 위 책, 150쪽

대체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전 세계에서 돌연사 급증의 원인을 찾아나섰다. 1985년 영국의 유명 의학 잡지 <란셋>에 홍콩의 돌연사 발생 빈도가 유럽보다 현저하게 낮다고 주장한 논문이 실렸다. 저자는 이 격심한 차이의 원인으로 아이를 엎어 키우는 유럽과 달리 홍콩에서는 거의 뉘어서만 키운다는 사실을 강조하였다. - 위 책, 151쪽

이런 주장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1944년에 소아과 의사 H. 앱랜섬을 비롯해서 1950년에 나온 두 편의 연구서에서도 아기를 엎어 키우기가 돌연사의 주요 원인이라고 주장했었는데, 전혀 주목받지 못했던 것이다.

1987년 네덜란드에서 처음으로 부모들에게 엎어 키우기의 위험성을 알리는 집중 계몽 운동이 시작되었다. 덕분에 1년 안에 엎어 키우는 아이의 비율이 50%에서 19%로 줄어들었다. 동시에 돌연사의 숫자도 40% 줄어들었다. 하지만 이 연구는 대조군 없이 진행되었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1990년과 1991년 영국과 뉴질랜드에서 두 차례에 걸쳐 실시한 연구 결과는 네덜란드의 경우와 비슷하였다. 5년 뒤 노르웨이의 한 연구팀은 몇 년에 걸친 집중적인 계몽 덕분에 엎어 키우기 비율이 64%에서 8%로 줄어들었고 그에 비례하여 돌연사 숫자도 절반으로 줄어들었다는 보고를 내놓았다. - 위 책, 151~152쪽

그리하여 결론이 났다. 엎어 키우기는 아기에게 해롭다.

물론 엎어 키우기만이 영아 돌연사의 원인은 아니다. 이 사건의 교훈에 대해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특히 이 사건은 특정 환자 그룹(이 경우 조산아)에게서 얻은 지식을 무분별하게 전체 영아들에게 적용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였다. - 위 책, 154쪽

덧글

  • Allenait 2011/05/24 23:31 #

    예전에 뉴스에서 한번 엎어 키우지 말라고 했던 것도 같군요. 그러면서 애 뒤통수 못생겨진다고 엎어 키우라는 이야기도 들어 봤었죠..
  • 초록불 2011/05/25 08:51 #

    뒤통수 이야기가 꽤나 유행했죠.
  • 제너럴마스터 2011/05/24 23:50 #

    조카 태어났을때 누님이 조카 뒤통수가 한쪽으로 기울어서 엎어키울려고 했는데 의사가 격하게 반대하더군요. 그래도 조카뒤통수는 정상으로 돌아왔습니다만. 그건그렇고 의사가 엎어키우는거 반대했던 이유를 이제 알것 같군요.
  • 초록불 2011/05/25 08:51 #

    현명한 선택이었습니다.
  • 달산 2011/05/25 00:54 #

    정확히는 엎어 키우기-보다는 엎어서 재우기- 같습니다.^^; 무조건 엎지말라-는 이야기는 아니고요.
    아가를 엎어두는 게 소화나 호흡측면에서 어느정도 이익이 될 수도 있는데, 아기를 내내 지켜보거나 할 게 아니라면 당연히 질식 위험이 있으니까요. 무조건 해롭기만 한 건 아닙니다. 미숙아에게만 적용하는 것도 아니고요.^^;
  • 초록불 2011/05/25 08:50 #

    말씀하신 내용은 본문 인용 중에도 조산아 연구 결과라는 점을 이야기한 뒤에 "게다가" 이후에 나오는 내용에 들어있지요...^^

    이것은 "엎어 키우기"는 번역서에 적힌 내용 그대로 옮긴 것입니다. 아직도 엎어 키우기(든 재우기든)의 위험성을 모르는 분들을 위한 경고 포스팅입니다. 아이들 키우는 입장에서 보면 어느 정도의 이익이 있다고 해서 죽을 수 있는 상태를 용인하게 되지는 않습니다.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시나요?
  • 초록불 2011/05/25 08:52 #

    아, 그리고 위 책에는 돌연사를 부르는 몇 가지 다른 위험에 대한 경고도 들어있습니다만, 본문의 주제와는 관련이 없어서 옮기지 않았습니다.
  • 달산 2011/05/25 15:03 #

    그 이익이 필요한 경우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물론 병원에서야 모니터링 걸고 지속적으로 지켜보면서 엎어두지만요. '조금이라도' 위험한 것을 피하고 싶으시다면 할 수 있는 게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야만 하는 상황이란 게 있는 거죠. 굳이 미숙아가 아니어도요.
    아직 햇병아리라 내공이 많이 모자른 탓에 여기에 대해서 더 이야기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만, 영아돌연사는 지금도 갑론을박이 많은 이야기입니다.
  • 초록불 2011/05/25 17:17 #

    이익이 필요한 경우라면 당연히 달라지지요. 더구나 병원에서 필요로 한다면... 이 포스팅은 머리통이 예뻐진다고 집에서 아무 생각없이 엎어키우는 사람들을 위한 것입니다. 그런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에 위험성을 알리기 위해서 포스팅한 것이고요.
  • 부스스 2011/05/25 14:27 #

    http://news.hankooki.com/lpage/economy/201009/h20100915210111111720.htm
    애기 두상에 관해서는 이런 기사가 있습니다.
    결론:방법이 없다...
  • 초록불 2011/05/25 14:39 #

    그렇군요...^^
  • 아프란시샤아 2011/05/25 17:15 #

    어부바의 업어가 아닌 엎드려의 엎어입니다.
    등으로 업는 것은 문제가 안됩니다.
  • 초록불 2011/05/25 17:18 #

    엎어...라고 써있습니다만...
  • 아프란시샤아 2011/05/25 17:21 #

    아...주인장님의 글에 대한 것이 아니라요...오해가 좀 있었군요^^;;
    아무래도 글을 보시다가 등으로 업는 것으로 오해하시는 분이 있지 않을까 하는 오지랍으로 댓글을 달았는데..
    죄송합니다^^;;;
  • 초록불 2011/05/25 17:59 #

    제가 농담을 다큐로 받은 모양입니다...^^
  • hawk 2011/05/27 13:34 #

    ㅠㅠ우리 아기는 아무리 바로 재워도 스스로 엎어서 잡니다..
    뒤집기 시작하면서 부터 엎어서 자요.
    밤에는 거의 10분에 한번씩 깨서 확인하고 또 확인하고 했었답니다.
    요새는 그나마 스스로 몸을 자유롭게 돌려서 좀 덜합니다만,
    바로 눕혀놔도 자동으로 엎어버리는 울 아기때메
    엄마 아빠의 잠은 항상 부족합니다.

    (그럼에도 머리 뒤꼭지가 안튀어 나와요.힝~ ㅠ)
  • 아프란시샤아 2011/05/27 16:32 #

    스스로 뒤집기가 가능해지면 엎어져서 자도 큰 문제가 없습니다.
    그리고 뒷통수는...100일 이후에는 단단해져서 더이상 변형이 일어나지 않지요...^^;;
  • 초록불 2011/05/28 10:53 #

    저도 우리아기가 갓난아기일 때 늘 걱정이 태산이었지요...^^ 아프란시샤아님 말씀을 보니 좀 안심이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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