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부격차, 연대, 사랑 *..만........상..*



마이클 샌델은 <정의란 무엇인가>(이창신 역, 김영사, 2010)에서 이렇게 말한다.

빈부격차가 지나치면 민주 시민에게 요구되는 연대의식을 약화시킨다는 사실이다. 왜 그럴까? 불평등이 깊어질수록 부자와 가난한 자의 삶은 점점 더 괴리된다. 풍족한 사람들은 아이들을 사립학교에(또는 부유한 교외 지역의 공립학교)에 보내고, 그 결과 도심 공립 학교에는 대안이 없는 가정의 아이들만 남는다. 학교 뿐 아니라 다른 공공제도나 시설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일어난다. (위 책, 368쪽)

이런 현상은 어떤 결과를 낳는가?

이때 두 가지 악영향이 나타나는데, 하나는 재정문제이고, 또 하나는 시민 의식 문제다. 우선 공공서비스를 더이상 이용하지 않는 사람들이 납세를 꺼리게 되면서 서비스의 질이 떨어진다. (위 책, 368쪽)

이런 예는 이런데서 찾을 수 있다.

[민중의소리] 오세훈 "세금으로 등록금 대주면 고졸은 동의하겠냐" [클릭]
오세훈 서울시장이 '세금으로 등록금 대주면 고졸이 억울하다'는 취지로 반값등록금에 반대 의사를 밝혔다. 오 시장은 1일 오후 2시 숭실대학교에서 100여명의 학생들을 상대로 열린 강연에서 '반값등록금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학생의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오세훈의 이야기는 빈부격차에서 "빈"에 해당할 수 있는 "고졸"을 대고 있으니 예가 반대가 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혜택이 없는 복지를 반대한다는 점에서는 동일한 이야기가 된다. 또한 이 이야기는 무상급식의 예에서도 찾을 수 있다. 부자들은 무상급식을 이용할 필요가 없으므로 이에 대한 부담을 늘리는 일에 반대한다는 논리는 샌델이 이야기하는 것과 동일한 이야기가 된다. 이런 예는 노인들에게 무료지하철 이용권을 주는 예에서도 찾을 수 있다. "나는 부자인데, 내가 왜 무상으로 지하철을 타는가"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뉴스 찾기 귀찮아서 생략...-_-;;)

샌델이 말하는 두번째 악영향을 보자.

둘째, 다양한 계층의 시민들이 서로 만날 수 있는 곳에 학교, 공원, 운동장, 시민회관 같은 공공시설들이 들어서지 않는다. 한때 사람들이 모이고 시민의 미덕을 가르치는 비공식 학교 구실을 했던 공공시설이 눈에 띄게 줄어든다. 공적 영역이 비어버리면 민주 시민의식의 토대가 되는 연대와 공동체 의식을 키우기 어려워진다. (위 책, 368쪽)

이 대목은 착잡한 이야기였다. 우리나라에 이런 "미덕"을 기를만한 공공시설이 있었는지 매우 의심스러웠기 때문이다. 우리동네의 대표적인 공공시설인 도서관이 생긴 것도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내 어린 시절에는 학교 말고는 개천 옆 부지 정도가 놀 수 있는 공간이었다. 나는 외국의 동화책을 읽으며 작은 손수레에 책을 빌려서 집으로 가는 아이들을 얼마나 부러워했던가.

시민공동체에서 연대의식은 매우 중요하다. "연대의식"이라는 말에서 빨갱이 냄새를 맡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는데, 이것은 건전한 시민사회를 이루기 위한 아주 기초적인 이야기에 불과하다. 우리는 매우 대단한 이상주의자(사실은 이런 이상주의자는 그냥 가식덩어리일 가능성이 더 높다)가 아닌 다음에야 가까운 사람들의 불행을 더 크게 느끼고, 먼 곳의 사람들의 불행은 중요하게 느끼지 못하게 되어 있다.

쉽게 말하자면 친구가 헛소리를 하면, "야, 그런 거 아니야"라고 말하게 되지, "저새끼 병신이래요"라고 동네방네 나발 불고 다니진 않는다는 것이다. (만일 그러고 다닌다면 친구가 아니니까 얼른 관계를 끊어라~)

쌍방간의 이해는 연대의 핵심사항이다. 이해하지 못하는 삶들은 서로에 대한 존중을 가져올 수 없다. 지나치게 원론적인 이야기지만 인간이 자연계에서 살아남은 이유는 서로 협력했기 때문이다. 이 협력-연대의 근간은 신뢰이고, 신뢰는 상대에 대한 이해에서 시작한다. 구태의연한, 뻔한 이야기지만 그래서 상대에 대한 가장 깊은 이해 - "사랑"이 가장 위대한 가르침이 되는 것이다.

덧글

  • dunkbear 2011/06/18 10:15 #

    임대아파트를 이웃으로 둔 아파트 단지의 일부 주민들이 벌이는 추태만 봐도
    연대의식이란 게 오래 전에 실종되었음을 알 수 있더군요. 자기 손에 쥘 가능
    성이 있는 지도 모를 땅값에 미쳐서 말입니다.
  • 초록불 2011/06/18 10:19 #

    우리 사회에서 연대의식의 약화는 결국 동일한 이익을 가진 계급(여기에 지역, 학연 등이 갈래를 짓겠지요)에 의한 갈등으로 귀착되리란 생각에 씁쓸합니다. 공동체 의식을 함양하는 일을 방관하고 무한경쟁으로 내몬 결과를 지금 맛보고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 比良坂初音 2011/06/18 10:40 #

    후......다섯살 훈이 저새퀴는 진짜....-_-
  • Niveus 2011/06/18 11:40 #

    어디서 봤는지 기억이 가물거리는데 이런 얘기가 있었던게 기억납니다.
    '대다수의 사람은 여유가 있어야만 타인에게 상냥해지거나 관용을 발휘할수 있다'
    ...확실히 점점 더 대한민국 사회는 타인에게 좋게 대하기 힘들정도로 팍팍해지고 있죠 OTL
  • 초록불 2011/06/18 13:37 #

    곳간에서 인심 난다...는 속담이 있지요.
  • _tmp 2011/06/20 12:37 #

    이러니 저러니 해도 지금이 단군 이래 가장 곳간이 풍족한 시대라고 봅니다.
    이처럼 인심이 흉흉한 데는 곳간 이외의 문제가 있지 않을런지.
  • asianote 2011/06/18 11:57 #

    뭐 오세훈 시장님께서는 수십억 재산을 가지신 분께서 두 딸의 대학교 등록금을 지불하는데 허리 휘는줄 아셨다 말씀하셨으니 일반 서민의 마음을 이해하기는 난망한 노릇이라고 저는 생각했습니다.
  • 역사관심 2011/06/18 13:25 #

    쉽게 말하자면 친구가 헛소리를 하면, "야, 그런 거 아니야"라고 말하게 되지, "저새끼 병신이래요"라고 동네방네 나발 불고 다니진 않는다는 것이다. (만일 그러고 다닌다면 친구가 아니니까 얼른 관계를 끊어라~)
    > 매우 와닿습니다.
  • 역사와 정치의 상생 2011/06/18 13:31 #

    한국경제신문이 마이클 샌델에게 아주 저주를 퍼붓던데... 그것도 한번도 아닙니다.

    저런 이야기들을 많이 해서 그런 거겠죠?
  • 초록불 2011/06/18 13:38 #

    그럴 수 있겠네요.
  • young026 2011/06/18 15:50 #

    그런데, <왜 도덕인가?>의 출판사가...-_-;
  • 초록불 2011/06/18 16:55 #

    young026님 / 어라, 정말...^^
  • 누군가의친구 2011/06/18 18:41 #

    그런데 자본주의가 발전하면 발전할수록 빈부격차가 커지는건 어쩔수 없이 감수해야 하는 것이 아닐런지요? 물론 그 부작용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은 필요합니다만 말입니다.
  • Nickea 2011/06/18 19:06 #

    자본주의가 발전한다고 빈부격차를 감수해야 할 이유는 없다고 봅니다. 실제로도 자본주의의 발전과 빈부격차의 상관관계는 신자유주의가 위세를 떨친 최근 20년 정도가 아니면(그것도 미국, 영국 등 신자유주의 노선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던 나라에서만 극심할 뿐) 별로 유의미한 관계를 보여주지 않습니다.
    자본주의 200년 역사를 통해 보면 빈부격차는 자본주의가 발전하면서 오히려 줄어드는 경향을 보이다가 최근 20년 사이에 늘어나는 경향을 보인다고 할 수 있습니다.
  • 초록불 2011/06/19 09:12 #

    댓글로 말할만한 것이 아니긴 합니다만... 근본적으로 빈부격차를 줄일 수 있다면 줄이는 것이 좋은 사회가 되겠지요. 그런데 이때 더 잘 살기 위해 노력하는 근본 동인 자체가 줄어들게 되면 그 사회가 정체 - 퇴보하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는 문제가 생기겠지요. 저는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휴머니즘에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이 역시 지나치게 이상적인 생각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을 겁니다.
  • 我田引水 2011/06/18 22:26 #

    샌델 교수의 공공선의 정치론이 기존의 당위위주의 동일한 취지의 주장과 다른점은
    성숙한 시민사회라는 기치를 이뤄야 하는 실제적인 이유까지도
    적시를 한다는 점이라고 이해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당위만을 반복하는 기존의 주장들에 비해 설득력이 높지요.

    그런데 그 실제적인 이유들조차도 부자들에게는 이점이 없는 것들이죠.
    그러니 부자들은 저런 공공선의 정치론에 매력을 느끼지 못할 것이고
    그것의 실현을 위하여 주머니를 열지도 않을거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또한..
    공공선이라는 것이 존재한다하더라도 그것이 모두의 공공선일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모두가 공공선의 실현을 주요한 가치로 삼아야 한다는데 동의할것이라고 생각하기도 어렵습니다.
    (샌델교수의 전제에 대한 이의제기인 셈이죠)

    사실 공공선 또는 공익이라는건 너무 모호한 말입니다.
    실제로 공공선의 실현을 위해서는 이를 뒷받침할만한 법적 권리와 의무가 정해져야 하는데
    전제가 모호하니 후자 또한 그 대상과 내용이 명확해지기 어려워 언제나 논란만이 가중되곤 하죠.

    오히려 샌델교수의 저서 자체는 샌델교수가 생각하는 훌륭한 도덕정치 모델에 의미가 있다기보다
    도덕적 정치적 논란이 나쁜것이 아니고 우리에게 필요하며 진지하게 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 초록불 2011/06/19 09:14 #

    다소 뜬금없이 들리실 수 있겠습니다만, 저는 프랑스대혁명 시기에 귀족이 보낸 편지를 떠올리곤 합니다. "농민들을 야만 상태에 내버려둔 댓가를 치르고 있다"라는 내용이었지요. 사회 안전망의 구축은 장기적으로 보아 부자들에게도 이득이 되는 행위라고 봅니다. 여기에 저는 인생이란 것이 - 인생의 행복이라는 것이 "돈"에 의해서 달성되는 것이 아니라는 "원론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역시 댓글로 설명하기는 좀 무리인 것 같습니다...^^
  • 역사관심 2011/06/19 12:55 #

    我田引水 > 도덕적 정치적 논란이 나쁜것이 아니고 우리에게 필요하며 진지하게 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 저도 동의합니다. 책을 읽어보지 않아서 님의 다른 부분은 동의/이의제기가 어렵지만, 적어도 이 부분은 동의합니다. 작년에 이 인문서적이 베스트셀러 1위로 꼽힌것만 해도 아주 큰 영향력을 (좋은쪽으로) 한국사회에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대박 나는 법' 종류의 책이 1위를 하던 2000년대초반에 비하면...
  • 我田引水 2011/06/19 12:57 #

    같은 책을 읽더라도 생각이 달라지는 것은 당연한거죠 뭐..

    어떤 사람들에게는 인생의 행복이 "돈"에 의해 달성되는 것이더군요.
    실제로 그런 사람을 보기도 했구 말입니다.
    저 또한 돈에 목숨거는 사람은 아니지만(그렇다면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지 않겠지요 ㅋ)

    그런 사람들이 존재한다는것 ,
    그런 사람들의 그러한 가치관을 뭐라 할 권리가 제게 없다는 것을 생각해본 적이 있습니다.

    사회안전망구축의 사회안정적 효과 자체에 대해서 이론을 달 필요는 없겠지만,
    '어디까지인가'(사실 이게 핵심이겠죠?)에 대해서는 그 이해에 따라 너무나 달라질수 밖에 없습니다.
    부자들이 과연 어디까지가 적절하다고 동의를 할까요?

    가치관에 따른 정치적 관점의 차이를 우리사회는 다수결을 통해서 궁극적으로 해결지으니
    사실 결론은 간단하게 날지도 모르죠.
    부자들이 반대하건 말건 서민이하 가난한 이들이 정치적 힘을 모아 행사한다면 말입니다.
    저 또한 제 자신의 이익을 위하여 투표를 할것이니 결과적으로는 같은 편?에 서게 될 것이구요.

    허나 그것이 과연 정당한 것인가에 대해서는....글쎄요 ㅎㅎ^^;
  • 2011/06/19 01:54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초록불 2011/06/19 09:20 #

    몇가지 적어보았는데, 아무래도 댓글로 이야기하기는 부적절하군요. 저는 과거에 썼던 판타지소설에서 대마왕의 가장 큰 무기를 거론한 바 있는데 - 그것은 분열입니다...^^

    그리고 분열을 이겨내는 우리편의 무기는 신뢰...였지요.
  • Warfare Archaeology 2011/06/19 19:13 #

    빨리 이 책에 대한 서평을 써야겠습니다.

    1번 다 읽었는데, 지금 초록불님 글 보니 기억이 가물가물...

    암튼, 좋은 글 잘 봤슴다~쩝~
  • _tmp 2011/06/20 12:39 #

    예를 들어 '나는 기차 안타는데 왜 철도에 돈 붓냐' 내지는 '애 안낳는 싱글들이 왜 보육지원을 주장하느냐' 같은 소리까지 있습니다. 그 주장의 정당성이 마치 '나는 장군님이 살려주실 것이므로 국방비 필요없다'와 동레벨임을 자각하지 못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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