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지망생에게 현실을 알려주는 소설 *..문........화..*



지난 밤 써놓았던 마지막 문장은 그렇게 끝을 맺고 있었다. 어제까지 쓴 것은 원고지로 열 장이 안 되는 분량이었고, 시간은 일주일이 걸렸다. 이따위 것을 쓰는 데 일주일이나 걸렸다니, 점점 늘어가는 자괴감이 내가 이제 글쓰기를 그만두려는 가장 큰 이유이다.

...

소설이 작가 자신을 위한 것이라면 충만감이 들어야 할 텐데,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한없이 나락으로 떨어지는 기분이 든다. 역시 작가라는 건 소설 안에 개입하면 낭패를 볼 수밖에 없는가 보다.

...

소설을 쓰려면 기억을 잠재우고 냉정해져야만 한다. 그러나 컴퓨터 앞에 앉으면 모니터에서 유령처럼 스멀스멀 왜곡된 기억들이 기어나와 내 몸을 타고 오른다. 나는 그것들을 어떻게 조합해야 하는지 완전히 잊어버렸다. 과거의 혼동된 기억과 완성되지 못한 이야기들은 산산히 흩어지고 결국, 현재만 남게 된다. 멍하니 앉은 현실, 지금의 나 말이다. 소설에서 가장 필요없는 그것만 남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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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딱 자살이라도 하고 싶다. 소설 쓰느라고 죽겠다. 아주. 마감 시간도 넘겼는데 어떡해야 하는지 도통...
그럼, 쓰지 마. 앓는 소리 하지 말고. 누가 요즘 소설 읽고 쓴다고 청승 떨고 앉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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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겐 소설을 쓰지 못한 완벽한 이유가 반드시 있어야만 했다. 필연적인 이유를 만들어내야만 했다. 현실에서의 나는 서사를 다룰 때와 마찬가지로 거짓말을 해서라도 플롯의 완성을 꿈꾼다. 그냥 안 써져서 쓸 수 없었다고 말하면 될 것을 솔직하지 못하게 자꾸 그럴듯한 포장지로 감싸려고만 한다.

...

나는 행복한 작가를 본 적이 없다. 소설은 충족이나 낭만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닌 결핍이나 불합리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이런 부조리에 대한 욕망을 다루는 것은 인간으로서 불행한 일이다. 부조리함의 해결에 대해, 즉 욕망하는 것에 대해 아는 것이야말로 가장 불행한 일이기 때문이다.

...

소설 마감을 못하겠어. 뭐 쓸만한 얘깃거리 없냐? 나 완전 똥줄이 탄다, 지금.
만날 하던 거, 그냥 하지 그려. 너 잘 하는 거 있잖여.
뭐? 내가 잘하는 거 뭐?
나는 다급하게 그를 재촉한다. 잊고 있었던 뭔가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몇 죽여. 그냥.










지금 읽고 있는 모 작가의 소설 중 몇 구절.

이 책은 리뷰를 "반드시" 올릴 것 같다. (언제?)



자, 이 작가가 누군지 아시는 분?

맞추시면 작가한테 이야기해줄 수는 있다. (퍽퍽!)

덧글

  • Sanai 2011/07/21 00:29 #

    으아, 공감된다.(...)
  • 초록불 2011/07/21 00:47 #

    ㅠ.ㅠ
  • 유유자적 2011/07/21 00:29 #

    흠 왠지 최근 언론사에서 상 타신 모분이 떠오르기는 한데.. 쿨럭
  • 초록불 2011/07/21 00:45 #

    상복이 없는 작가입니다.
  • 동굴아저씨 2011/07/21 00:36 #

    ...
    잠깐 땀좀 닦고요...
    왜 자꾸 눈가에 땀이 맺히지?
  • 초록불 2011/07/21 00:46 #

    ㅠ.ㅠ
  • 일후 2011/07/21 00:42 #

    이거 너무 현실적인데요? 가끔 드는 생각을 그대로 텍스트로 옮긴 듯한 가슴을 후벼파는 소설이군요;;
  • 초록불 2011/07/21 00:47 #

    너무 현실적이어서 수핖로 분류해야 하지 않는가 하는 생각이...
  • LVP 2011/07/21 00:44 #

    아이고 아이고 내는 처자들 묘사할때마다 손발이오그라들고대뇌주름이자동으로펴지며심장박동수가기하급수적으로상승해서 저래보기라도 해봤으면 좋겠어요 ;ㅅ;
  • 초록불 2011/07/21 00:47 #

    파이팅! (먼산)
  • 2011/07/21 00:51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1/07/21 00:56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초록불 2011/07/21 01:04 #

    오호...

    아닙니다.
  • 초록불 2011/07/22 22:48 #

    http://orumi.egloos.com/4603423 에서 확인하세요.
  • 다루루 2011/07/21 01:39 #

    마지막 말을 보고서 마X다라던가 우X부X라던가 떠올랐지만 그 사람들은 시나리오 라이터지 소설가는 아니군요. 스X븐 킹 원작의 영화 샤X닝이 떠오르지만 그건 관계 없다고 믿을래요.
    아무튼 소설가 지망생이라 왠지 읽어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꿈을 부순 다음에 그 꿈을 다시 조각조각 맞춰봐야죠. 저 퍼즐 맞추는 거 좋아해요. 이예이. (아무 생각 없음)
  • 초록불 2011/07/21 01:50 #

    일단 이 양반의 국적은 한국입니다. 제가 스티X 킹과 같은 사람에게 뭘 전달할 수 있을 리가 없으니... (먼산)
  • 초록불 2011/07/22 22:49 #

    http://orumi.egloos.com/4603423 에서 확인하세요.
  • 카라준 2011/07/21 02:12 #

    저는 딱..세번째 문단이 가슴에 와 닿네요. '-'
    매번 느끼는게 저거인지라.
  • 초록불 2011/07/21 02:14 #

    더 재미있는 구절이 몇 개 있는데, 타이핑 치기 좀 길고, 그것만 떼어놓으면 이해할 사람도 적을 것같아 안 적었습니다만... 나중에 기회가 되면 읽어보세요.
  • 카샤피츠 2011/07/21 03:19 #

    출판사가 개떡칠을 하면서 받아먹기 스킬을 시전하니
    가속도 안 붙어서, 재능 없는 놈들만 벽에 똥칠하다 죽는 꼴이지. 킥킥

    씨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으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초록불 2011/07/21 10:09 #

    무슨 뜻으로 다신 건지 잘 모르겠지만 말씀이 너무 과격합니다. 저와 이렇게 대화할 사이는 아니시죠?
  • 카샤피츠 2011/07/22 04:21 #

    저 발상의 근원 가지고 드립치다 보면,

    대략 이 정도 헛소리를 내뱉을 수 있습니다. 라고
    무식한 티 내는 거죠.
  • 고독한별 2011/07/21 07:37 #

    그래도 저런 현실 속에서 열심히 노력하시는 초록불님 같은 분들께서
    계시기에 언젠가는 이런 현실을 바꿀 날이 오리라 믿습니다. ^^;
  • 초록불 2011/07/21 10:06 #

    말씀은 대단히 감사합니다... 그런데 핀트가 좀 안 맞는 생각을 하신 것 같습니다...^^
  • 고독한별 2011/07/21 17:12 #

    그... 그런가요? 나름대로 멋진 말을 해야지 하고 썼는데, 핀트가
    안 맞았나 보군요. 하하하, 죄송합니다. ^^;
  • 초록불 2011/07/22 22:48 #

    죄송할 일은 아닙니다. 달아주신 댓글의 뜻은 잘 알고 있습니다.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 2011/07/21 08:54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초록불 2011/07/21 10:02 #

    아이쿠, 아닙니다.
  • 초록불 2011/07/22 22:49 #

    http://orumi.egloos.com/4603423 에서 확인하세요.
  • Allenait 2011/07/21 09:20 #

    아... 왠지 씁쓸하군요,,,
  • 초효 2011/07/21 11:40 #

    최근에 나온 '마감무림'이라는 무협을 보면 아주 적나라하지요.
  • 2011/07/21 12:01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초록불 2011/07/22 22:47 #

    아닙니다...^^

    http://orumi.egloos.com/4603423 에서 확인하세요.
  • 차원이동자 2011/07/21 12:31 #

    피부로 스며드는 독약을 먹은 듯한 기분이군요... 씁쓸하면서도 슬픕니다
  • 보리차 2011/07/21 16:11 #

    피부로 스며드는 독약이라 하시니 경피 흡수만으로도 사람을 죽인다는 제초제 그라목손이 떠오르는군요. 그러고 보니 초록불 님께서 발췌하신 내용도 그라목손 같다는 느낌입니다. 읽고 나니 호흡이 가빠지고 폐 섬유화가 일어나는 것 같아요.ㅠㅠ
  • 치이링 2011/07/21 14:58 #

    역시 소설가들은 우는 소리도 고급스럽군.
  • 2011/07/21 19:49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초록불 2011/07/22 22:47 #

    아닙니다...^^

    http://orumi.egloos.com/4603423 에서 확인하세요.
  • 한빈翰彬 2011/07/22 00:06 #

    문체만 보고 저는 김경욱 씨 찍어보렵니다. 본문 글보다 더 건조하긴 하지만 제 견문이 짧아서리...
  • 초록불 2011/07/22 22:4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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