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슈비츠의 권투시합 *..역........사..*



1.
우리는 아우슈비츠에 있었다 - 타네우슈 보롭스키 / 정보라 역


원고가 처음 왔을 때부터 책이 나올 때까지 1년 반이나 걸렸네요. 굼벵이 출판사 하는 일을 잘 기다려준 정보라 작가에게 감사를...^^

이 책의 저자는 폴란드 사람으로 대학생 신분으로 독일 침공에 맞서 레지스탕스 활동을 하다가 체포되어 아우슈비츠에 끌려가지요. 그곳에서 보고 들은 이야기를 종전 후에 소설로 썼습니다.

책을 편집하다가 한 대목에서 매우 흥미를 느꼈습니다.

아우슈비츠에서 권투시합이 행해졌던 것이죠.

오후에 권투 시합을 보러 바쉬라움(세척장)이 있는 거대한 막사로 갔어. 가스실로 가는 수송대가 처음에 출발점으로 사용했던 그 곳 말이야. 강당 안은 천장까지 사람이 꽉 들어찼지만 요란을 떨며 우리를 안으로 들여보내줬어. 커다란 대기실에 링을 설치했어. 천장에서 조명이 비치고, 심판(주목해, 올림픽에서 폴란드 쪽 심판이었어)과 국제적인 명성을 떨치는 권투 선수들이 등장하지. 하지만 오로지 아리안이어야 해. 왜냐하면 유대인은 입장 금지니까. 그리고 매일매일 몇 십 개씩 이빨을 뽑아내던 사람들이, 그 중 몇몇은 이빨이 하나도 남지 않은 사람들이, 쵸르텍이나 함부르크 출신 발터, 그리고 수용소에서 훈련받아서 사람들이 말하듯 거물로 성장한 어떤 젊은 청년에게 열을 올리는 거야. - 우리 아우슈비츠에서는..., 183쪽

저 이야기에 등장하는 쵸르텍은 실존인물입니다. 정보라 작가는 자세한 주석을 달아놓았습니다. (아래 내용은 주석 + 이것저것 조사한 내용 포함입니다.)
쵸르텍의 15세 때 모습


안토니 쵸르텍(Antoni Czortek 1915–2003)은 폴란드의 전설적인 영웅입니다. 저는 이 소설을 볼 때까지 전혀 알지 못한 이름이었지요. 열네살부터 권투를 시작했던 쵸르텍은 1936년 베를린 올림픽에 밴텀급 선수로 참가하기도 했습니다. 1회전에서 프랑스 선수에게 이겼으나 2회전에서 남아공 선수에게 졌다는군요. 1939년 유럽 아마추어 복싱 선수권에서 은메달을 따기도 했으며 폴란드 챔피언을 세차례나 역임했답니다. 독일이 폴란드를 침공한 뒤에 레지스탕스 활동을 하다가 다리에 총을 맞고 1943년 체포되었습니다. 독일군은 그가 유명한 권투선수라는 것을 알고는 아우슈비츠에 보내서 권투시합에 내보냈습니다. 이 광경을 작가 보롭스키가 보았던 것이죠.

쵸르텍은 아우슈비츠에서 총 15회 시합을 했습니다. 그 중에 나치 친위대원과 붙어서 날려버린 사건도 있었다는군요. 나치는 마지막 시합 때 쵸르텍을 협박했다고 합니다. 쵸르텍이 이기면 처형할 작정이었다고 하는군요. 그 상대가 위에 나온 함부르크 출신 발터라고 합니다.

쵸르텍은 아우슈비츠에서 살아남아 1949년 폴란드 전국 챔피언십에서 우승했고, 그 후 후진 양성에 힘썼다고 합니다.


지난 22일 노르웨이에서 일어난 극우 인종주의자에 의한 학살을 보면 역사로부터 과연 우리가 무엇을 배우는가, 라고 생각하게 되고 마음이 어두워집니다. 이 소설책에는 아름다운 시를 노래하던 한 학생이 어떻게 죽음에 무감각해지고 강자들에게 짓밟히면서 어떻게 약자들을 괴롭히게 되는지가 잘 나타나 있습니다.

하지만 타데우슈가 남긴 시처럼 우리에게는 희망이 있으리라 믿어봅니다.

자유로운 친구들이여! 감옥의 노래로 여러분에게 작별을 고한다.
내가 절망 속에 떠나는 것이 아니라는 걸 여러분이 알 수 있도록,
내 뒤로도 사랑과, 내 시와, 여러분이 살아있는 한,
친구들의 기억이 남아 있으리라는 걸 나는 아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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