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문헌 연구가 박철상 인터뷰 *..역........사..*



<기획회의> 301호에 고문헌 연구가 박철상 씨 인터뷰가 실렸습니다.

어제 올린 문화재연구소 사업과 관련해서 생각할 수 있는 내용이 있더군요. 몇 구절 인용합니다.

이하영(인터뷰이) : 외침이 잦았던 우리나라 특성상 해외로 유출된 문화유산이 많은데요, 책도 마찬가지겠죠. 해외에 있는 우리 고서들보러 많이 다니셨겠어요.

박철상 : (중략) 최근 환수위 활동에 관심이 높아져 있는데 저는 생각이 좀 다릅니다. 오히려 그들이 연구를 하도록 지원을 해주는게 낫다는 생각입니다. 우리나라 학자들도 거기 가서 연구하도록 해주고요. 예로부터 조선이 5대 사고를 둔 데는 이유가 있죠. 환란이 나더라도 하나는 살아남으라는 겁니다. 해외에 있어서 관리와 보존, 연구가 더 잘 될 수도 있는 거 아닐까요. 일본의 국보 북송본 <통전>은 세계적으로 귀중한 문화유산입니다. 고려 숙종과 조선조 세종의 도장이 찍혀져 있어요. 거란과 북송을 거쳐 조선으로 왔던 책입니다. 만약 이 책이 한국에 있었다면 지금 남아있지 못했을 겁니다. 일본에 있었다는 게 사실 다행한 일입니다. (중략)

이 : 우리나라 사람이 쓴 것, 우리나라에서 출판된 것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 읽히고, 우리의 손을 거쳐간 책까지 다 우리 책의 범주에 넣고 연구를 한다면 그 범주가 어마어마하게 넓어질 것 같습니다.

박 : 우리나라에서 건너간 중국책은 보면 금방 알 수 있습니다. 그런 책들은 당연히 우리 책 범주에 넣고 연구를 해야 합니다. 하지만 중문학 연구자들조차도 연구대상으로 삼지 않는 것 같습니다. (하략) - 기획회의 301호, 108~109쪽


지난 번 포스팅에서도 몇 분이 지적한 것처럼 단지 회수하는 것이 최선은 아닙니다. 잘 보관할 수 있는 곳에 우리 문화재가 있고, 그것을 통해서 우리 문화를 해외에 알릴 수 있는 기회로 삼는 것도 중요한 일이라고 하겠습니다.



관련 되는 내용만 땄는데, 이번 인터뷰에는 고문헌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가 많았습니다.

덧글

  • 2011/08/09 20:26 #

    참 중요한 부분을 지적하신 듯하네요.

    사람들이 무슨 문화재가 국외에 있으면 득달같이 달려들어서 약탈이니 뭐니 내놓으라고 ;;;

    유연한 사고가 필요하지 않을까 합니다.
  • 번동아제 2011/08/09 20:58 #

    "일본에 가서 다행"이라는 표현은, 가정적 전제를 깔고 있는 발언이라 동의할 수 없지만...저도 기본적으로 "어디에 있냐"는 것보다는 "온전히 보존할 의지와 능력이 있는가"와 "연구자가 필요할 때 적절한 수준까지 접근 가능한가"라는 두가지가 더 중요하다고 봅니다.

    국내에 있는 문헌이나 유물 중에도 연구자들에게 제대로 접근을 허용하지 않는 것들이 많습니다. 유물이나 문헌 보호를 위해 어느 정도의 제한은 불가피하다고 생각되지만 그림이 포함된 책을 필사만 허용하면서도 영인본을 출간하지도 않으면 그야말로 피를 토하고 싶은 심정이죠.

    군사분야 유일본 중에서는 아예 개인 소장자가 움켜 쥐고 영인이나 촬영 허용은 커녕 열람 자체도 거부하는 문헌도 많습니다. 이런건 그냥 생각하지 않는 것이 정신 건강에 유리하죠.

    외국에 있는 문헌이라도 영인본 출간을 허용해 준다거나, 통신~고려 시대 문헌 중 각필 여부 등을 확인하기 위해 원본 자체를 조사할 필요가 있는 경우 원본 접근을 허락해 준다면 해당 문헌이 어디 있는지는 부차적인 문제일 수도 있습니다.

    문헌 외에 일반적인 동산 문화재의 경우에도 국내 박물관에 준하는 수준으로 연구를 위한 접근만 허용한다면 유물이 어디에 소장되어 있는지 여부는 부차적인 문제죠.

    사실 병인양요 등 무력 충돌의 결과 점유가 이전된 사례, 일제 강점기 때 비정상적인 경로로 유출된 사례 등 반환을 요구할 수 있는 근거가 있는 경우는 반환을 요구해야겠지만...구한말의 문헌 유출 등 정상적인 매매로 넘어간 문화재도 많은 마당에 차분한 경위 조사도 없이 외국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반환"부터 입에 올리는 것은 성급한 면도 있습니다.

    반환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해외 유출 문화재의 현황을 파악하는 것이고, 그 다음 중요한 것은 일단 온전히 보전할 수 있도록 우리가 적절한 수준의 지원을 하는 것이고, 그 다음에는 이와 연계해 연구자들이 적절한 수준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것입니다. 반환은 그 다음에 유출 경로를 조사한 후에야 제기할 수 있는 문제입니다.
  • 초록불 2011/08/09 21:06 #

    네, 말씀하신 바 현황 파악이 어제 포스팅한 내용에 속하지요. 위 인터뷰 중에 말씀하신 내용과 유사한 이야기도 간략하게나마 나옵니다.

    - 국가도서관에 있는 거라도 정리가 돼야 하는데 아는 사람이 없고 규장각 도서도 봉해 놓아 책을 보기만 더 힘들어졌습니다. (109쪽)

    개인이 움켜쥐고 연구도 허락하지 않는 심산은 대체 무슨 연유인지... 전에 포스팅한 적도 있지만 그런 의미에서 <국학 자료 문화콘텐츠 소재뱅크 구축 사업>과 같은 일이 더 많이 빨리 이루어지기를 바라게 됩니다.
  • 번동아제 2011/08/09 21:24 #

    국립중도나 한국학 연구원의 장서각은 디지털화가 제대로 되서 공개하고 있는데, 말씀하신 것처럼 서울대 규장각은 디지털화가 왜 그리 느린지 답답합니다.

    디지털화도 영인본이 없거나 규장각 소장 유일본 등 연구자들의 접근이 제한되는 문헌 위주로 디지털화를 해야하는데 엉뚱하게 오프라인에서도 손쉽게 구할 수 있는 문헌들 위주로 디지털화를 하고 있더군요. 내부 사정을 자세히 모르지만 규장각은 왜 디지털화를 하는지, 무엇이 급한지 기본적인 문제 의식이 부족하다고 보입니다.
  • 초록불 2011/08/09 21:33 #

    저는 문제가 뭔지 아는 것부터 모든 일의 해법이 시작된다고 생각합니다. 번동아제님 같은 연구자들이 계셔서 참 다행입니다...^^
  • 번동아제 2011/08/09 21:40 #

    저도 학술지에 여러 차례 논문을 쓰고, 학회 세미나에서 발표자나 토론자로 나선 적도 몇 번 있지만 기본적으로 연구자라고 표현하기에는 적절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군사사 분야가 워낙 특수하다보니 관변 언저리에 있는 저 같은 사람도 공부에 끼어드는 것 뿐이죠.
  • 초록불 2011/08/09 22:04 #

    잘 알겠습니다...^^
  • hyjoon 2011/08/10 10:31 #

    번동아제/ 규장각은 일부 자료를 pdf 파일로 만들어 공개하고 있는데, 프로그램이 참 뭐같아서 공유를 할 생각이 있는지 의심이 듭니다. (...)
  • 누군가의친구 2011/08/09 22:38 #

    회수도 회수지만 문화재 훼손은 정말 큰일날 일인지라 말입니다. 해외에서 회수를 거부하는 곳에서 드는 핑계도 저런 사유인지라 말이죠.
  • 초록불 2011/08/09 22:41 #

    그 관계로 슬픈 이야기를 좀 들은 바 있습니다. 쩝...
  • 역사관심 2011/08/10 01:28 #

    생각하던 부분 중 하나입니다. 환수할 (분명 환수해야할 정당성이 있는) '문화재'는 환수하는게 옳은 방향일테지만, '연구'에 관해서 범위를 국내에 존재하는 우리 자료만 가지고 하는 것은 분명 스스로 한계를 정하는 어리석은 짓이겠지요.

    어제 포스팅에서도 언급하셨듯, 가장 중요한 것은 우선 '파악'과 그쪽과의 접촉을 통한 접근성의 개방일 것입니다.
  • 2011/08/10 06:13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초록불 2011/08/10 11:07 #

    적절한 마인드를 가진 사람들이 더 많이 늘어나야 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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