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회의 303호에 서양미술사학자 노성두 박사 인터뷰가 실렸다.
인상적인 대목이 나와서 적어놓는다.
한 번은 독일에서 택시를 탔는데 운전석 옆에 의학서적이 대여섯권 있기에 의대생이 아르바이트를 하는가 싶어서 물어봤더니 그게 아니고 집사람이 피부병이 있어서 관련 서적을 좀 보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어떤 문제의 해답을 책에서 찾으려는 태도가 일상화 되어 있는 거죠. 지하철 역에서 나오면 바로 도서관이 있어요. 부모가 쇼핑하다가도 짐 맡겨놓고, 아이 맡겨놓고 책 볼 수 있는 환경이 돼 있죠. 그렇게 평생 공부하는 문화가 있는데 우리는 어릴 때 집중적으로 공부한 다음에 평생 책을 멀리 해요. 교육과정이 너무 길기 때문일 거예요. 길뿐 아니라 지루할만큼 반복학습을 하지요. 전 국민이 똑같은 상식을 갖게 되고. - 기획회의 303호, 114쪽
이 이야기로부터 꺼낼 수 있는 함의는 끝도 없다. 오늘날 우리는 책을 안 읽는 시대를 겪고 있다. 이렇게 된 원인에는 참으로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다. 영상 시대의 도래. 여가 시간에 즐길 수 있는 콘텐츠의 증가 - 스마트폰의 등장과 같은... 결국은 한정된 시간을 어떻게 쓸 것인가라는 문제에 부딪쳐 있는 셈이다.
그리고 빨리, 답변을 찾기 위해 우리는 네이버 지식인에 의존하고 있는 것. 의학 정보를 왜 책을 뒤져 찾는가, 라고 말할 사람도 많이 있을 것이다. 네이버에서는 전문가들도 다 답변을 달아주는 것을, 이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시간이 지나 낡은 지식이 된 책은 더 위험할 수도 있다는 생각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사실은 그런 모든 것이 인터넷에서 찾는 답변에도 존재한다는 것은 생각하지 않을 수도 있다. 문제는 문제의 해답을 찾는 방법에 대해서 훈련이 되어 있지 않다는 점에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인생에서 어떤 고민에 빠졌을 때, 나는 책을 본다. 그게 더 빠르고 더 좋은 해답을 - 나 혼자 생각하고 고민하는 것보다 - 준다. 그것은 데이타베이스에서 찾을 수 없는 답변을 내게 준다.
하지만 접근성이라는 면에서, 그리고 무질서함 속에서 무엇을 찾아내야한다는 점에서 책은 인터넷 검색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동네에서 책방이 하나둘 사라지면서 책을 볼 수 있는 아나로그적 환경이 하나둘 제거되면서 책의 몰락은 이미 예정되어 있었던 셈이다.
애초에 책을 볼 줄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문제에 부딪치면 책을 보라"는 말은 공허한 외침이 될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외부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런 면에서 이번 호에 실린 김학원 휴머니스트 대표의 글이 아픈 곳을 찌르고 있다 하겠다.
우리나라에서 역사전문편집자가 얼마나 있는지 그 현황을 알면 정말 놀랄 일입니다. 1년에 역사 분야의 신간들이 수백 종 이상이 쏟아져 나오는데, 경험과 역량 있는 역사 전문 편집자는 열 손가락 꼽기 힘들어요. (중략) 그런데 우리나라 단행본 출판에서는 전문가가 없어요. 아무나 막 하는 겁니다. 예를 들어 단행본 출판 분야에서 지리 전문 편집자는 단 한 명도 없어요. 교과서나 참고서 출판에는 있는데 단행본출판계에는 없어요. - 기획회의, 117, 121쪽
90년대 초반에 역사 지리책을 하나 만들어야 한다고 모 출판사 편집장에게 말한 적이 있었다. 그때 편집장 가라사대, "그런 일을 누가 할 수 있겠어?" (그래도 결국은 사계절에서 몇 권 나왔는데...)
장인 정신을 가진 비전을 세운 편집자가 부족하다는 이야기인데... 참 안팎으로 힘들다.
하긴 무슨 일이 안 그렇겠는가마는...
인상적인 대목이 나와서 적어놓는다.
한 번은 독일에서 택시를 탔는데 운전석 옆에 의학서적이 대여섯권 있기에 의대생이 아르바이트를 하는가 싶어서 물어봤더니 그게 아니고 집사람이 피부병이 있어서 관련 서적을 좀 보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어떤 문제의 해답을 책에서 찾으려는 태도가 일상화 되어 있는 거죠. 지하철 역에서 나오면 바로 도서관이 있어요. 부모가 쇼핑하다가도 짐 맡겨놓고, 아이 맡겨놓고 책 볼 수 있는 환경이 돼 있죠. 그렇게 평생 공부하는 문화가 있는데 우리는 어릴 때 집중적으로 공부한 다음에 평생 책을 멀리 해요. 교육과정이 너무 길기 때문일 거예요. 길뿐 아니라 지루할만큼 반복학습을 하지요. 전 국민이 똑같은 상식을 갖게 되고. - 기획회의 303호, 114쪽
이 이야기로부터 꺼낼 수 있는 함의는 끝도 없다. 오늘날 우리는 책을 안 읽는 시대를 겪고 있다. 이렇게 된 원인에는 참으로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다. 영상 시대의 도래. 여가 시간에 즐길 수 있는 콘텐츠의 증가 - 스마트폰의 등장과 같은... 결국은 한정된 시간을 어떻게 쓸 것인가라는 문제에 부딪쳐 있는 셈이다.
그리고 빨리, 답변을 찾기 위해 우리는 네이버 지식인에 의존하고 있는 것. 의학 정보를 왜 책을 뒤져 찾는가, 라고 말할 사람도 많이 있을 것이다. 네이버에서는 전문가들도 다 답변을 달아주는 것을, 이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시간이 지나 낡은 지식이 된 책은 더 위험할 수도 있다는 생각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사실은 그런 모든 것이 인터넷에서 찾는 답변에도 존재한다는 것은 생각하지 않을 수도 있다. 문제는 문제의 해답을 찾는 방법에 대해서 훈련이 되어 있지 않다는 점에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인생에서 어떤 고민에 빠졌을 때, 나는 책을 본다. 그게 더 빠르고 더 좋은 해답을 - 나 혼자 생각하고 고민하는 것보다 - 준다. 그것은 데이타베이스에서 찾을 수 없는 답변을 내게 준다.
하지만 접근성이라는 면에서, 그리고 무질서함 속에서 무엇을 찾아내야한다는 점에서 책은 인터넷 검색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동네에서 책방이 하나둘 사라지면서 책을 볼 수 있는 아나로그적 환경이 하나둘 제거되면서 책의 몰락은 이미 예정되어 있었던 셈이다.
애초에 책을 볼 줄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문제에 부딪치면 책을 보라"는 말은 공허한 외침이 될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외부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런 면에서 이번 호에 실린 김학원 휴머니스트 대표의 글이 아픈 곳을 찌르고 있다 하겠다.
우리나라에서 역사전문편집자가 얼마나 있는지 그 현황을 알면 정말 놀랄 일입니다. 1년에 역사 분야의 신간들이 수백 종 이상이 쏟아져 나오는데, 경험과 역량 있는 역사 전문 편집자는 열 손가락 꼽기 힘들어요. (중략) 그런데 우리나라 단행본 출판에서는 전문가가 없어요. 아무나 막 하는 겁니다. 예를 들어 단행본 출판 분야에서 지리 전문 편집자는 단 한 명도 없어요. 교과서나 참고서 출판에는 있는데 단행본출판계에는 없어요. - 기획회의, 117, 121쪽
90년대 초반에 역사 지리책을 하나 만들어야 한다고 모 출판사 편집장에게 말한 적이 있었다. 그때 편집장 가라사대, "그런 일을 누가 할 수 있겠어?" (그래도 결국은 사계절에서 몇 권 나왔는데...)
장인 정신을 가진 비전을 세운 편집자가 부족하다는 이야기인데... 참 안팎으로 힘들다.
하긴 무슨 일이 안 그렇겠는가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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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쉽지 않습니다. 쉽지 않은 이유는 대단히 뻔한 건데... 기회가 되면 다음에 포스팅할지도...
책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라고 봅니다. 역사분야만 해도 도대체 얼마
많은 지뢰를 피해야 하는 지... 고르기가 겁날 정도입니다. ㅠ.ㅠ
역사분야만 봐도 좀비 영화를 보는 느낌이 들어요.
(초록불님같은 분이 계셔서 위안이 됩니다만...)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문제이긴 한데, 한국처럼 전문가의 말을 무시하는 나라가 없는듯 합니다. 객관적으로 그 분야를 평생 접하고 연구하는 전문가의 말보다 그 전문가를 까는 (말로 까는 것은 참으로 쉽죠) 비전문가를 더 신뢰한다는.. 그래서 좋은 책들은 사라지고 그러니까 읽을 책이 없고 악순환이죠.
가령 지난 유아밸리 백신음모론자같은 일은 책의 영향이 컸지요.ㄱ-(해당책 리뷰들도 아주 찬향일색이었고...ㄱ-)
사실 집에 무슨 문제가 생겨서 조금 수리를 하려 해도 겁이나서 손이 안가는데 youtube 보면 온갖 수리장면이 동영상으로 죽 나오니 못한다는 말이 안 나오지요.
사람들이 자기가 '자주적'으로 무언가를 할 생각보다는 누가 옆에서 떠먹여주기를 바라는 거 같습니다.
물론 그게 훨씬 편하긴 하지만...
첫째로는 누군가는 먹여주기 위해 떠줘야 한다는 문제가 있고,
둘째로는 떠먹여주는 것만 먹다 보면 자기가 원하는 걸 못 먹는다는 문제가 있죠.
웃기는 건 요새 애기들은 떠먹여주는 것만 먹다 보니까 지가 원하는 게 안 오면 화를 내더라고요.
아, 인터넷에서 루이 20세에 대해서 찾았는데 없어! 나 안해!!
그때마다
'니가 루이20세에 대해서 찾으면 너는 공부가 되어 좋고, 다른 사람도 떠먹을 게 생겨서 좋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