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래 커피 생두를 볶는 장면부터 시작하면 좋겠지만 그건 다음 포스팅으로 미루고...
오늘 아침부터 머리가 아파서 커피를 한 잔 마시기로 했습니다. 그러는 김에 맨날 뒤로 미루던 사진도 한 번 찍어보기로 했지요.
영광스럽게 선택된 커피는 콜롬비아 수프리모.
예전 스타벅스에서 원두를 사다 먹던 시절에는 제일 좋아하던 콜롬비아산 커피입니다만, 아프리카산 커피들에 맛을 들인 이후에는 그저 그런 커피로 취급하고 있죠. 맛이 순하고 부드러운데, 거칠고 신 맛이 나는 아프리카산 커피에 비하면 새색시 같은 여린 맛을 낸다고나 해야 할까요.
수프리모는 생두가 좀 큰 편입니다. (좋은 거 볶고 남은 것들이라 상태가 메롱입니다.)

그래서 볶는데 팝핑이 일어날 때까지 좀 시간이 걸리죠. 그렇다고 불을 세게 놓으면 타버리는 일이 생기기 때문에 성질이 급한 사람들(바로 제 처가 그렇습니다)은 볶기가 어렵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사실 다른 분들은 수프리모가 더 볶기 쉽다고들 해요.

커피 생두는 볶으면 크기가 커집니다. 어느 정도가 되느냐 하면...

작은 생두를 볶으면 크기 차이를 더 잘 느낄 수 있는데 그것도 커피 볶는 포스팅 할 때로 미뤄두죠.
이제 원두를 갈아야겠지요? 옛날에는 스타벅스의 그라인더를 썼는데, 요새는 수동으로 합니다. 유명한 동화 <호첸플로츠>에 보면 할머니가 쓰는 커피 가는 기계(커피밀)에 음악이 나오게 만든 이야기가 나오죠. 그럴만도 한 것이 갈 때 소음이 생각보다 큽니다.

커피밀 상단에 있는 커버를 열고 커피를 넣은 다음 상단 손잡이를 돌려서 커피를 갑니다. 위에 있는 나사를 조종해서 커피의 굵기를 조종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커피를 가는 동안 100도씨 넘게 끓인 주전자의 물을 식혀야 하죠.

이렇게 온도계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커피 주전자의 주둥이가 긴 것은 드립을 할 때 물 굵기와 양이 일정하게 나오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냥 멋은 아닙니다.

빨리 식으라고 뚜껑을 열어두기도 합니다. 커핏물은 80도에서 78도 사이에서 가장 좋다는 군요.

이건 다 갈린 커피 모양입니다.

커피 가는 기계 안에는 이렇게 톱니가 있습니다.
아, 참... 드립을 위한 장치를 보여주는 걸 잊었군요.

이 고리에 융으로 만든 필터를 겁니다. 필터는 아내가 융 천을 사다가 직접 만들었습니다.

융 필터를 끼운 다음 그것을 사다리꼴 원통으로 만들어진 받침대에 올리고 밑에는 서버를 놓습니다. (저 받침대는 커피가게 연 사장님이 직접 만드신 겁니다...^^;;)

드리퍼의 전체적 모습은 이렇습니다.

좌측 상단에 있는 보온병에는 처음 끓인 물이 들어있는데, 잔을 데우는데 씁니다.

자, 이제 갈아놓은 커피를 융 필터에 붓습니다.

커피 가루를 잘 흔들어서 평평하게 만들어줍니다.

이제 커피 가루를 부풀립니다. 이때는 커피 가루만 부풀리고 드립이 되면 안 됩니다.



위 세 장의 사진을 보면 커피가 마치 빵 부푸는 것처럼 부풀어오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부풀어오른 커피는 잠시 후에 크랙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이때 서버에 뜨거운 물을 200ml 부어놓습니다.

그리고 1차 드립을 합니다. 첫 추출이죠. 섬세하게 가는 물줄기를 내야 합니다.

50원 동전만한 크기로 가운데 부분에 잘 붓습니다.

커피 추출액이 서버로 떨어지게 되지요.

가운데에 구멍이 뻥...

추출이 끝나면 2차 드립을 합니다. 1차 드립보다는 굵은 물줄기가 나옵니다.

가운데서 시작해서 원을 그리며 4~5차례 물을 붓습니다.

이렇게 해서 100ml의 커피를 추출했습니다.

느낌에 따라 3차 드립을 하기도 합니다. 이건 감이라서...
그리고 2인용 커피로 만들기 위해 다시 100ml의 물을 추가합니다.

융 필터는 미리 준비해둔 잔으로 옮깁니다. 추출 뒤에 나오는 물은 쓴 맛을 보태기 때문에 드립이 끝나면 바로 치우는 것이 좋습니다.

이제 잔에 따르면 됩니다.

완성된 커피가 강하면 다시 물을 약간 부어도 괜찮습니다.

마시다가 조명을 바꿔서 한 컷 더 찍어봤습니다.

[추가]
사실 저는 드립에 대해서 잘 모릅니다. 받아만 마시기 때문에...
아내가 뭔가 틀렸다고 지적하면 수정할 수도 있습니다...^^;;
[추가2]
욕 진창 먹고 몇가지 수정했습니다. 제일 중요한 수정은 1-2-3차 드립 부분. 커피를 불리는 건 드립이 아니라고... (에구구구)
덧글
너도 마시고 싶다고 와이프를 조르면 될 거야... (먼산)
멋지네요..!
다만 부풀리는 과정을 생략하면 모두들 알아챕니다. ㅠㅠ
전 제가 직접 볶아먹은지 3년쯤 됐습니다(...)
진짜 커피 드립하시는 분들 대단하신듯..//
저희 엄마도 드립을 좋아하시는데 저는 저희 엄마나 님처럼 섬세하질 못해서
그냥 머신에 안착했지요^-^
아직 무서워서 커피를 직접 볶는 것 까지는 도전을 못해봤는데
원두를 사서 직접 그라인딩해서 내려 먹는것과 갈아진 원두를 사서 내려먹는
커피의 맛은 다르더군요^^
콜롬비아 수프리모 제가 제일 좋아하는 커피에요. 제일 처음 산 원두여서도 그렇고,
신맛이 없으면서 달콤한 향잉 참 좋더라구요^-^
핸드드립의 오묘함은 같은 원두라도 그걸 어떻게 내리느냐에 따라 천차만별이기에 자신만의 커피를 내릴 수 있다는 점에 있죠. 콜롬비아 같은 중남미 원두는 마일드와 스모키함이 두드러지고 아프리카 원두는 과일의 신맛과 꽃향기를 맛볼 수 있는데, 핸드드립을 계속 하다 보면 이런 차이를 느끼고 즐길 수 있어 전보다 많은 분들이 취미로 배우시고들 합니다.
하지만 그러다보면 입맛이 까다로워 진다거나, 원두나 커피 용품에 들인 소소한 비용들이 쌓이고 쌓여 허리가 휠 수 있는 부작용(?)들이 있습니다...ㅠㅠ
상병때 옆 생활관 선임이 초대를 해서는 TV서랍에 포트와 몇몇 기구를 꺼내더니 커피를 끓여주시더군요. 그런 커피는 처음 마셔본것도 그렇거니와 어떻게 기구들을 반입했을까라는 생각이...(...)
융필터는 관리하기도 사용하기도 어려운데 정성이 느껴집니다. :)
원두 이름도 하나도 모릅니다. ㄷㄷ....이게 커피 고수의 커피 마시는 법인가?!
본래 커피전문점에서 쓰던 중고인데 싸게 구입했습니다...^^
모르신다 말씀하셔도 저렇게 정성 들인 커피라니- 아내분이 행복하시겠어요!
다음엔 더치 커피에 도전하실 차례입니다.
직접 볶는 건 좀 귀찮기도 하고 난이도도 좀 있어서 전 선호하지 않습......
원두를 한번 태워먹고 나니까 눈물이 나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