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인삼 편에 이런 말이 있다.
이시진이 말하길 "10월에 씨를 거두고 봄을 기다려 씨 뿌리는데 채소 심는 법과 같다."고 하였으니 중국의 가종법家種法은 이미 우리나라보다 앞섰다.
이시진(李時珍:1518∼1593)은 중국 명나라때 학자로 1596년에 이 사람이 쓴 책, 본초강목本草綱目이 간행되었다. 위 말은 그 책에 나오는 말. 그럼 인삼 재배법은 우리가 중국에서 배워온 것일까?
또한 그냥 옛날부터 인삼은 개성 주변에서 재배가 시작되었다고 들었는데, 이 책에는
근래 수십년 동안 산에서 나는 것이 점차 줄고 집에서 재배하는 법이 영남에서 시작되어 국내에 두루 퍼져 가삼家蔘이라고 부르는데 산에서 난 것과 구별하기 위해서이다.
라는 말이 나온다. 인삼 재배는 영남에서 시작된 것일까?
2.
조선 시대에 이미 토마토를 길렀다는 것을 알고 살짝 놀랐다.
한자로는 이렇게 쓴다.
번시蕃枾. 다른 이름으로는 유월시六月枾라고 한다. 번시라고 부르는 이유는 토마토가 티벳에서 온 것이었기 때문에 붙인 이름이라 한다. 티벳은 서번西蕃, 토번吐蕃이라고 불렀다. 여기서 '번蕃'자를 가져온 것이다.
임원경제지는 일부 번역이 되어 있습니다. 토마토가 실린 책은 이것.
![]() | 임원경제지 만학지 1 - ![]() 서유구 지음, 박순철.김영 역주/소와당 |
덧글
아, 이름 좋네요. 번시는 반시하고 발음이 좀 비슷하니까. 서번시/토번시, 유월시. 그렇게 썼으면 좋겠는데..... 하지만 이미 토마토가 정착했으니 무리겠죠.
인삼이야기는 흥미롭네요~.
蕃枾외에 西红柿도 사용되었는데 蕃이 꼭 토번을 지칭하는지는 의문입니다.
현재 중국에서는 蕃茄로 부르고 있고 일본에서는 중국에서 전래되었다는 이유에서인지 唐柿
라고 불리기도 했다는군요. 임원경제지에 어떤 이유에서 그렇게 실린 것인지 궁금해집니다.
그리고 토마토가 식용으로 본격 재배되기 시작한 것은 19세기 말 이후 입니다.
그렇다면 군방보에서의 西蕃은 토번이라 보기 힘들 것 같습니다.
이 부분에서 서유구가 혼동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참고로 중국의 국어사전에서 蕃茄의 蕃은 타국, 이민족을 뜻한다고 하며
또 다른 예로 蕃薯를 들고 있습니다.
감자,고구마 역시 중남미 원산이고 유럽을 거쳐서 토마토와 비슷한 시기에
중국에 전해진 것입니다.
그리고 서유구는 군방보를 옮겨놓았을 뿐이니까 혼동을 했다면 현대 번역자들이 혼동을 했다는 이야기가 되겠지요.
아무튼 감자등을 蕃薯라고 했고, 구아바를 番石榴 라고 했다거나 하는 것을 보면
명대에 蕃이 단지 토번만을 가르키는 것은 아니지 않았나 여겨집니다.
그리고 우리나라로 넘어오면서 그 부분에 대한 이해부족으로 저런 실수가 있었을 듯 합니다.
그리고 저는 번역자가 실수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 이유를 설명하려면 포스팅 하나 써야할 판이니, 더 궁금하신 점이 있다면 저 책을 읽어보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해당 권의 고구마 항목을 참고하시면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이게 맞다면 1941년 이후가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