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상에 대하여 *..문........화..*



기획회의 307호는 중대한 문제를 다루고 있다. 정리한다, 한다 하면서 시간이 없어 미뤄왔는데, 일단 요약이라도 하기로 한다.

최재봉 한겨레 기자는 문학상을 이렇게 설명한다.

문학상은 크게 두가지로 나눌 수 있다. 신인을 대상으로 한 것과 기성 작품에 주는 것.

정확한 지적이다. 이 문제가 왜 중요한지는 후술하기로 한다.

최재봉 기자는 신인공모전의 현상을 이렇게 지적하고 있다.

비극적이게도 상의 종류가 늘고 상금 액수가 커지는 만큼 작품의 수준이 덩달아 올라가지는 않는다. 해마다 문학상의 관문을 통과해 나오는 신인들의 장편 가운데 그 이름과 상금 액수를 감당할 만한 작품이 과연 몇 편이나 될지에 대해서 나는 매우 회의적이다. (중략) 신인 대상 장편문학상을 운영하는 쪽은 대체로 출판사들이기 십상이다. 신문사가 주관하는 문학상의 경우에도 상금을 지불하는 것은 수상작을 책으로 내는 출판사들이다. 그들이 말로는 한국문학의 발전이라는 목표를 내세운다고 해도 실제로는 다소 높은 '사전 인세'를 통해 양질의 원고를 입도선매하려는 것이라는 사실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바다.

최재봉 기자는 기존 문인들에게 주어지는 문학상에 대해서도 비판을 가한다. 이 비판은 본 포스팅과는 큰 상관이 없지만 역시 정리 차원에서 말해본다.

문단 내의 이너 서클의 존재. 문단 권력에 의한 낙점. 수상작에 대한 낯 뜨거운 칭찬. 그리고 작가들의 눈치보기.

작가들은 그런 비평의 눈치를 보며 그들이 요구하는 작품을 생산하는 데에로 내몰리지 않을 수 없다. 시대가 요구하고 대중이 원하는 작품보다는 주류 비평가들의 입맛에 맞추는게 그들로서는 급선무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해서 몇 개의 주요 문학상을 수상한 작가는 문단의 이너 서클로 진입하고, 나이와 경력이 쌓이면 그 자신이 주요 문학상의 심사위원을 맡으며 문단 권력의 일부가 된다.

이쯤 되면 "비평"이 무슨 문제인가, 싶을 것이다. 주례사 비평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비평은 그저 좋은 말이나 하는 형태로 변했다. (뭔가 더 심한 말이 있었는데 기억이 나지 않는다.)

비평에 대해서는 전성욱 문학평론가가 이야기하고 있다.

지금 비평은 고독한 판단의 작업이기는커녕 자기를 뽐내는 현란한 기예이거나 유력한 타자와 인연을 맺어 입신출세하는 방편이 되었다. 동시에 그것은 기득권 유지의 장이 되거나 상업출판의 후견인 노릇을 하고 있다. 특히 문학상은 저 이상한 문학공동체를 공고하게 하는 일종의 파벌 잔치의 한 이벤트처럼 되어보였다. 이 부끄러운 이벤트에서 어떤 비평가들은 역시 부끄러운 말들로 자기 진영의 작가들을 상찬하기에 바쁘다.

역시 내게는 크게 중요한 문제는 아니지만 고명철 문학평론가는 동인문학상을 거론하며 문언유착에 따른 폐해를 이야기한다. 표절작 의심이 되는 작품에 대한 수상, 표절 논란이 벌어진 작가에게도 뻔뻔하게 수상하는 행태에 대해서 비판을 가하고 있다.

변정수 출판 컨설턴트의 이야기에는 주목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 변정수는 문학상의 문제에 대해 여러 이야기를 한 뒤에 이런 이야기를 한다.

쉽게 말해 '이미 발표된(즉, 책으로 출간된) 장편소설'을 대상으로 하는 상이 있다면, 그건 두말할 나위 없이 '순수하게' 문학적 성과에 대한 아무 조건도 대가도 없는 '사회적 경의'의 표현일 것이다. 사실 언필칭 '상'이라면 그래야만 한다.

나는 오래전부터 장르소설에 대한 상 - 즉 기출간된 작품을 평가하는 상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상을 제정하는 것은 내 오래된 꿈이다. 하지만 능력도 부족하고 인맥도 부족하여 아직 이 꿈을 실현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기회는 기다리는 자에게 온다고 하지 않았던가. 잘 하면 내년에는 작은 결실을 거둘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할만한 일들이 있어서 기대를 걸고 있는 중이다.

장성규 문학평론가는 등단 제도가 가진 함정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등단에 맞춰 세팅된 작품이 수상함으로써 결국은 똑같은 성향을 가진 사람들만 문단에 있게 하는 "죽은 문단의 사회"가 만들어졌다고 말한다. 신인이 등단하는 두 가지 제도 - 신춘문예와 문예지를 통한 등단에 대해서도 비판하고 새로운 등단 루트가 있어야 한다고 말하는데, 나는 이것은 문제를 잘못 진단한 것이라고 본다.

문단이라는 것을 놓고 그 틀에서 생각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작가가 되는 길(등단이 아니라)에는 다른 방법이 있다. 출판사를 통해 책을 내는 것이다. 나 역시 그렇게 해서 책을 내고 있고 거의 모든 장르소설작가들이 이런 길을 걸었다. 등단이라는 울타리를 치고 자기들끼리 그 안에서 생기는 권력을 차지하고 있는 현 구조가 바로 위에 언급한 문제의 근원이라고 나는 본다.

김봉석 대중문화평론가는 <장르문학에 무지한 장르문학상>이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대체로 장르판에 있다면 다 아는 이야기들이다. 물론 모르는 사람들이 더 많을 것이므로 나름대로 유용한 정보가 될 것이다. 특히 너무나 당연한 다음과 같은 이야기는.

제대로 된 당선작을 내려면, 장르문학에 정통한 심사위원을 위촉해야만 가능할 것이다.

가령 초초초망작인 <진시황 프로젝트>를 뽑은 심사위원들을 보자. 장르소설가는 한 명도 없다. 장르소설에 대한 평론을 하는 사람은 하나도 없으니까 당연히 없다. 대체 어떻게 기준을 잡고 심사를 했을지 알 도리가 없다.

변정수의 말처럼 이미 나온 작품에 대한 평가를 하는 상이 없다면 (나오키 상이 그런 상이다.) 장르소설이 자리를 잡기는 난망하다. 나는 예전에도 장르소설에는 뛰어난 천재들이 등장해서 일세를 풍미하다가 대가 끊긴다는 말을 한 적이 있는데, 앞서 쌓아올린 성과가 계승되는 장치를 만들지 못하기 때문에 우리는 항상 처음부터 일을 다시 하고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김봉석은 답이 안 보인다, 라고 말하는데 답이 안 보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는 것을 알아주면 좋겠다.




덧글

  • 회색인간 2011/11/17 16:28 #

    생각도 싫은 흑역사죠 진시황 프로젝트 ......
  • 초록불 2011/11/17 20:27 #

    정말 말하기도 싫은 작품(?)이죠.
  • 객관적진리추구 2011/11/17 17:11 #

    누군가의 친구님께서 주최하는 마지막이 될수도 있다는 역밸 모임에 참석하실건가요??ㅠㅠ
  • 초록불 2011/11/17 20:28 #

    저는 <역사 속으로 숑숑> 마감 작업 중이라 아무래도 시간이 나지 않을 것 같습니다.
  • 보헤미오 2011/11/17 18:17 #

    헉...진시황 프로젝트가 그렇게 망작인가요??? 사... 사기 전에 알아서 다행이다...
  • 초록불 2011/11/17 20:28 #

    30쪽을 읽고 덮었어야 하지만...

    까려고 인내심을 가지고 끝까지 읽은 뒤에...

    석달 열흘치는 깔 거리가 있다는 생각에 까는 것을 포기했습니다.
  • 2011/11/17 18:25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초록불 2011/11/17 20:29 #

    동감입니다...ㅠ.ㅠ
  • 한빈翰彬 2011/11/18 00:19 #

    이상문학상은 이미 출판된 글들을 대상으로 하나요? 잡지에 실린 것들에게 수여하긴 하던데.
  • 초록불 2011/11/18 00:29 #

    네, 발표작을 대상으로 합니다.
  • Hayyam 2011/11/18 02:09 #

    아.. 진시황 프로젝트.. 지인에게 추천받아서 사서 쟁여놓았다 몇 달 뒤에 읽어보니 이건 뭐.. 반품도 못하는 애물단지가 됐네요 ㅠㅠ 그냥 어디 도서관에 기부해 버릴까..
  • 초록불 2011/11/18 10:01 #

    이걸 추천하신 분이 있다니 놀랍습니다...
  • 니룬 2011/11/18 09:48 #

    익숙한 이름이 보여서 놀랐네요. 전성욱 선생님은 장르문학이나 오덕오덕(...)에 상당히 관심이 있어보였습니다. 그 본인이 배운 것은 주류문학의 논법이지만, 장르의 시선으로 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느끼는 걸까요.
  • 초록불 2011/11/18 10:12 #

    그분은 장르소설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않았습니다...^^;;
  • 니룬 2011/11/18 12:01 #

    아아. 학교 이야기에요. (...) 저번 학기에 저 선생님 수업을 들었던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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