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펜 *..역........사..*



아는 분은 아시겠지만 저는 오랫동안 아이들 글을 보아왔지요. 그래서 오늘 직업 기질을 발휘해서 빨간펜 선생님 노릇을 해볼까 합니다. 논술을 앞둔 분들이라면 다소 도움이 될지도...

예문을 보시지요. 좋은 예문을 제공한 글쓴이에게 감사드립니다. 다만 본인은 읽기 싫을 것이니 읽지 마시기 바랍니다. 이건 뒤에 나오는 말이지만 글쓴이 본인이 한 주장입니다. 자신이 한 주장을 자신이 지키면 되겠지요.

아주 좋은 예문입니다. 단 하나도 제대로 된 부분이 없어서 정말 100% 이용이 가능하네요.

먼저 a를 봅시다.

a에 나오는 말은 유사역사학에 대해서 "강단 사학자"가 관심이 없다는 말입니다. "강단 사학자"라는 말은 역사학 교수를 가리키는 "유사역사학 신봉자"들의 말이지요. 이런 용어를 차용하고 있는 것을 보면 위 글의 작성자가 전혀 중립적 위치에 있지 않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위치고 뭐고를 떠나 사실 관계를 확인도 하지 않고 마구잡이로 내지른 주장이라는 게 문제입니다.

한영우 교수의 비판
한홍구 교수의 비판
정옥자 교수의 비판
송호정 교수의 비판

제 블로그 안에서만도 이렇게 여러 교수들의 비판을 찾을 수 있습니다.

b를 봅시다.

글쓴이는 유사역사학을 비판하는 사람들이 "강단에 서 있는듯한 착각"을 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예시가 전혀 없습니다. 자신의 추측을 사실인 것처럼 주장하고 있지요. 이런 자세는 감점 요인이 됩니다.

c도 동일한 오류를 범하고 있습니다.

중립적인 척 하기 위해서 "식민빠"라는 말을 쓰는 사람들을 비판하고 있습니다만, 그런 말을 쓰는 사람들이 "식민빠"라고 부른다고 해서 그 사람을 "강단에 선 사람"으로 생각하는 경우는 본 적이 없습니다. 이에 대한 예시도 물론 대지 않고 있습니다. "식민빠"는 식민주의 역사학을 따르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강단에 서는 사람"에 한정되어서 사용되는 말이 아닙니다. 단어의 뜻을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적용해서는 안 됩니다.

d를 봅시다.

주어인 "그들"이 누구를 가리키는지가 모호합니다. "식민빠"라 부르는 사람들은 "강단 사학자"가 아닐 것이므로 "그들"은 "환빠"라 부르는 사람들만을 가리키는 것이 될 것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보면 바로 위에 걸리는 "주고 받는다고 해서"가 문제가 됩니다. 위에 있는 문장은 "그들"이 "환빠", "식민빠" 양쪽에 걸리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이런 논리적 모순을 일으키는 문장을 만들면 안 됩니다.

d의 네모 부분에 있는 "강당"이라는 말은 "강단"의 오타일텐데, 만일 오타가 아니라 정말 "강당"을 뜻하는 것이라면 더 문제가 되지요. "강단"에야 설 수 없겠지만, "강당"에애 왜 못 서겠습니까? 따라서 오타가 분명하지요. 글을 쓴 뒤에는 이런 오해를 남기지 않게 오타를 살피는 것이 좋습니다.

그럼 이제 두번째 예문을 봅시다.

이번 예문도 버릴 것이 없군요.

a는 자신의 주장을 강화하기 위해 예시로 든 것입니다. a 예문의 적합성은 따질 필요도 없는데 그것은 예시를 통해 강화하고자 하는 주장인 b가 엉터리이기 때문입니다. 대학에서 역사학을 공부하지 않았다는 이유를 가지고 "아마추어리즘"이나 "환빠"라고 부르는 사람은 없습니다. 이글루스 역사밸리에 좋은 글을 올리는 분들 중에 여러 분이 사학과를 나오지 않은 분입니다. 중학생 유저도 있는데 누구 하나 그분의 글을 가지고 "아마추어리즘"이니 "환빠"니 하고 부르지 않습니다. 이런 논증을 허수아비 치기의 오류라고 부릅니다.

c는 이 글을 쓴 사람이 학문의 세계를 모른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격려"는 힘을 내라고 응원하는 것을 가리킵니다. 잘못된 지식을 전달하고 사람들을 오도하는데 그것을 "격려"하라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 이야기지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글을 쓴 사람은 d에서 사람들이 욕을 하는 것은 감정적인 이유밖에 없다고 적었습니다. 욕은 감정이 격분해서 나오는 것이 맞지만 어떤 욕이건 이유가 있게 마련입니다. 감정이 격분하게 된 이유를 따지지 않고 그 결과를 가지고 감정만 거론하고 있다는 것은 글쓴이가 현상을 얼마나 피상적으로 대하고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다른 이유가 있는지를 따져보는 자세를 가지는 것이 좋겠습니다.

e 역시 적절한 예시가 붙지 않은 채, 주의 주장만 가지고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더구나 e와 f 사이에 "오히려"라는 말을 쓰고 있는데, "오히려"는 앞뒤 문장이 연관이 있을 때 사용할 수 있는 부사입니다. 대학에서 역사 공부한 것을 자랑하는 것과 댓글을 통해서 새로운 정보를 주는 것은 "오히려"로 이을 수 없습니다.

세번째 예문을 봅시다.

이 예문에도 "오히려"를 잘못 사용하고 있습니다. 글쓴이는 "오히려"를 무척 좋아하는데 단어를 정확하게 사용하지 못하면 아니 쓰는 것만 못하다는 것을 명심하면 좋겠네요.

a에서 글쓴이는 남을 글 쓰지 못하게 하는 것은 "그릇된 소유욕"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주장을 합니다. "그릇된 소유욕"이라는 말은 아무 논증 없이 평지 돌출한 말입니다. 뭔가 있어보이는 것 같지만 아무 의미도 없는 이런 말을 끼워넣는 것은 아주 좋지 못한 글쓰기입니다. 절대적으로 피해야 합니다.

a에서 남을 글 쓰지 못하게 한다는 것이 구체적으로 어떤 행위인지가 명시되지 않았는데, 그 부분은 b에 나타나 있습니다. 그런데 그 이유가 엉뚱하기 짝이 없습니다. "환빠니 식민빠니 나누는 것"이 다른 사람의 글 쓸 권리를 빼앗겠다는 의미라고 합니다. 글을 쓰지 말라고 말하는 것도 아니고, 글을 쓰지 못하게 신고하는 것도 아니고 단지 "주장"한다는 것이 다른 사람의 글 쓸 권리를 빼앗는 것이라는 주장은 성립할 수 없지요.

c에서 글쓴이는 또 다시 자신의 추측에 의거해서 다른 사람들을 비난하고 있습니다. 이런 것을 인터넷 용어로는 "광역도발"이라고 부르지요. 아주 좋지 못한 태도입니다.

이상으로 오늘 빨간펜 수업을 마칩니다.





[추가]
아참, 한마디 추가합니다.

저는 "환빠"라는 말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이 말은 부정확한 개념과 비하의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유사역사학, 유사역사가, 유사역사학 신봉자 혹은 추종자라는 말을 사용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마감해야 하는데 빨간펜 수업이나 하고... 일하러 가자...-_-;;


덧글

  • 2011/11/18 00:51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초록불 2011/11/18 00:54 #

    요 위에 한줄평 있다...
  • Allenait 2011/11/18 01:17 #

    역시. 이것이 내공의 힘이군요
  • 야스페르츠 2011/11/18 01:21 #

    으허헣... 이런 걸 보고 나면 내 글은 과연 괜찮을런지 두렵습니다. ㅋㅋㅋ
  • Niveus 2011/11/18 01:25 #

    이것이 바로 전설로만 듣던 첨삭지도! -_-;;
  • 2011/11/18 01:29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초록불 2011/11/18 10:16 #

    할 말이 없지요.
  • 크핫군 2011/11/18 08:56 #

    .... 저기 첨삭된 글을 보고 이해 못하면 지는건가요;;;
  • 초록불 2011/11/18 10:14 #

    아, 어려운 가요...
  • 크핫군 2011/11/18 10:14 #

    아뇨 제말은 예문;;;;
  • 초록불 2011/11/18 10:15 #

    ^^
  • 2011/11/18 16:07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초록불 2011/11/19 10:20 #

    그나저나 축하합니다...^^

    앞으로도 좋은 글 부탁합니다.
  • 보헤미오 2011/11/18 17:09 #

    '사학과를 나오지 않은 사람들 중 좋은 글을 올리는 사람'이 저였으면 좋겠다는 망상을 해 봤...(으어어 도망가자)
  • 초록불 2011/11/19 10:22 #

    보헤미오님은 일단 글을 올립니다...
  • 보헤미오 2011/11/19 14:50 #

    00번 교육생, 발끝 모읍니다... 웃지 않습니다... 피티팔번준비합니다...
    보헤미오 교육생... 글을 올립니다...

    "유... 유겨억...!"

    아... 갑자기 왜 이런 상관도 없는 악몽이... 짬이 덜 빠졌나 봅니다...
  • 누군가의친구 2011/11/18 18:18 #

    그런데 웃긴건 저건 트랙백이나 덧글 불가능합니다.ㄲ 하긴 취직하라며 드립치고 잠수탄 이후 닉네임 바꿔서 등장한 이후 달라진건 닉네임뿐인듯 합니다. 편협한 학문적 자세가 결여된 사고는 1월이나 지금이나 달라진게 없습니다.(뭐 그때 XXX 박물관 3일 갔다왔으니 명도전 잘안다와 지금의 괌에 갔다왔으니 미국을 잘 안다는 소리를 보면 달라진게 없으니 뭐..ㄲ)
  • 초록불 2011/11/19 10:23 #

    내가 해봐서 아는데...의 후계자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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