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이 아닌 꿈을 꾸는 사람들 *..만........상..*



40대 가장이 있다. 회사에서 짤리지 않기 위해 기를 쓰고 회사를 다닌다. 더 오래 일하려고 하고, 타의 모범이 되고자 한다. 집을 사면서 빌린 4억 원 빚을 꼬박꼬박 갚아나가려면 절대 짤려서는 안 된다. 아이들 대학 등록금도 걱정이다. 아니 그보다 대학을 보내는 것이 걱정이다. 학원금지시대라 대학을 돈 들이지 않고 간 자신은 행운아였다고 생각한다. 꼬박꼬박 돈이 드는 운동은 그만 뒀다. 동네 뒷산 오르는 걸로 대신하기로 한다. 책 읽는 건 사치다. 시간도 없고 돈도 아깝다. 그래도 어디선가 허리띠를 더 졸라매야 할 것 같다.

40대 주부가 있다. 철철이 새옷을 사고 싶고, 새 백도 갖고 싶고, 새 구두도 신고 싶지만, 여유가 안 된다. 그보다는 아이 학원 하나를 더 끊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신에게 투자하는 것은 죄 낭비 같고 아이를 위해서 사는 것이 보람된 인생이라 생각한다. 아이가 버젓이 이 사회의 일원이 되게 해주는 것이 자신이 부모로서 당연히 해야 하는 의무라 여긴다. 가끔 나는 왜 사는 걸까, 라는 생각을 한다. 유명 탤런트가 광고하는 비싼 화장품 가게 앞에서.

10대 청소년이 있다. 학교에서 공부하고 학원에서 공부하고 집에 와서는 인강을 듣는다. 자꾸 들으면 그저 기억되는 것일까, 생각한다. 부모가 자기 교육비를 벌기 위해 뼈빠지게 일하고, 이것저것 죄 아끼며 산다는 것을 잘 안다. 그러니까 학원에 나가주는 것이다. 부모한테 그거라도 해줘야 하는 것 같다. 피곤하고 졸립고 재미도 없다. 짜증은 머리 끝까지 차오른다. 모두 나를 위한다는데, 나는 왜 불행한 것인지 화가 나서 견딜 수가 없다.

가정의 구성원들이 모두 불행하다. 모두 서로를 위해서 사는데 모두 불행하다. 대체 왜 이렇게 된 것일까? 그야말로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로 점철되어 있다"는 상황이다.



나는 때로 친구들에게 말한다. 사교육을 끊으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고. 하지만 친구들은 말한다. 너 대단하다. 하지만 너 뭘 믿고 그러냐?

나도 모르겠다. 나는 믿는 것 같은 것은 없다.

덧글

  • 한도사 2011/12/01 10:37 #

    사교육 끊으면 된다는 말씀에 저는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만약 나중에 자식을 낳는다면, 사교육 안 시키고 그냥 놀게 냅둘 생각입니다. 놀다가 위기감을 느끼거나 공부하고 싶어지면 하겠지요...

    부모가 할 역할은 미래의 비전을 보여주고 목표설정을 해 주는 것 뿐이라고 생각해요.
  • 초록불 2011/12/01 10:40 #

    한도사님이 능히 그럴 분이라 생각은 하지만 미혼남은 발언해봐야 안 먹힙니다...^^
  • Ya펭귄 2011/12/01 10:54 #

    오, 집 자가로 가지고 계시고 아직 직장도 안짤리고 계속 다니시네요... 행복하시겠어요.

    오오, 학원 하나 더 끊어줄 여유가 계시는군요..... 행복하시겠어요...

    오오오, 부모님께서 학교도 보내주시고 학원비까지 빵빵하게 대주시는군요..... 욜라 행복하시겠어요...



  • 초록불 2011/12/01 11:24 #

    외부에서는 그렇게 이야기할 수도 있겠죠. 제가 보기에는 그렇지 않습니다.
  • Ya펭귄 2011/12/01 11:57 #

    아니, 전혀요... 내부에서 보기에도 그럽니다...

    직장에서 짤리고 몇년동안 빌빌대면서 근근히 버티는 상황을 옆에서 지켜본 입장이기에,
    언제 짤릴지, 혹은 업황이 바뀌어서 다른 곳으로 가게될지 안가게 될지도 모르는 현재의 개인적인 상황을 두고도 '아직은 안짤리고 유지중이라는' 것만으로도 최소한 작은 행복은 느낄 수 있더군요...

    짤릴지도 모른다는 확률 자체가 불행의 원천이라면 직딩질이 근본적으로 불행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즉 요구사항 자체가 너무 높아요.
  • 초록불 2011/12/01 11:59 #

    짤릴지도 모르는 게 불행의 원천이라 생각해서 쓴 글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렇게 읽힐 수도 았겠네요.
  • 월광토끼 2011/12/01 11:02 #

    L'enfer est plein de bonnes volontés et désirs ... 라고 하지요.

    정말, 모두가 서로를 위해 사는데도 불행하고, 꿈 아닌 꿈을 이루고 나서도 행복이 찾아오지는 않으니 정말 어찌해야 할까요. 하루하루 연명하고 끼니를 잇는 것만으로도 벅차했던 시대보다 더 살기 좋아졌으니 행복한 것이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말입니다.
  • 초록불 2011/12/01 11:29 #

    한숨...
  • marlowe 2011/12/01 11:16 #

    처음에는 거부감을 느껴도 유용하면 (상대적으로) 빨리 받아들이는 게 미국의 장점인 듯 합니다.
    헐리우드 영화에 대해 조건반사적으로 '미국식 영웅주의'운운하는 평론가들이 많은 데,
    어쨌거나 인재를 존중하고 제대로 대우하는 문화는 배웠으면 좋겠어요.
  • 초록불 2011/12/01 11:23 #

    위에 다셔야 하는 댓글인데 밑에 달렸네요...^^;;

    이 영화를 미국식 영웅주의라고 하다니... 참 비비꼬인 사람들이군요...^^
  • 슈타인호프 2011/12/01 11:25 #

    초록불님처럼 사는 게 소망입니다;;
  • 초록불 2011/12/01 11:52 #

    아니, 저도 이런 제 방식이 어떤 결과를 빚을지 알 수가 없습니다... 생각할수록 답이 없는데, 그저 제가 생각하는 최선을 다한다고 여길 뿐입니다.
  • 카미유실크 2011/12/01 11:45 #

    초록불님의 글 중 가장 와닿네요. 베끼고 바탕화면에 깔아둔 뒤 컴퓨터 할때마다 읽어야겠습니다.
  • 초록불 2011/12/01 11:52 #

    고맙습니다.
  • 객관적진리추구 2011/12/01 12:53 #

    힘을 내십시요!!!
  • 초록불 2011/12/01 13:14 #

    저야 뭐, 즐겁게 살고 있죠...^^
  • 루드라 2011/12/01 13:25 #

    역시 미혼자는 뭔 말 해봐야 안 먹히니......-_-
  • 쇼코라 2011/12/01 13:29 #

    정말 학창시절 저런 동급생들 보면 얼마나 불쌍하던지. ㅠㅠ
    지금 생각해보면 저희 부모님의 적당한 방임주의(사교육 강요는 안 하지만 자식들 배우고 싶다고 하는건 배우게 해 주시던. 어린이 영어 같은건 권유는 하셨지만 어디까지나 이런게 있다는 정보 제공이지 할지말지는 본인의 판단에 맡기셨고요.)가 고맙게 느껴지더라고요.
    침대밑에 숨겨뒀던 '쫌 야한 만화책'을 비롯한 서브컬쳐 취향에 대해서만은 속이 좁은 분이셨지만 말이죠.(-_-);;;
  • 야스페르츠 2011/12/01 15:38 #

    미래가 두려워지는군요. ㅎㅎ
  • 파파게노 2011/12/01 21:45 #

    불행이죠. 답이없는.. 문제점 많은 답안은 대규모 68 봉기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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