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판 격쟁? *..역........사..*



[한국일보] 박원순 시장 트위터에 민원 쇄도 [클릭]
27일 서울시에 따르면 박 시장이 취임한 10월27일부터 한 달간 시민들이 박 시장의 트위터에 남긴 글은 모두 2만4,530건이며, 이 중 1,422건이 정책 제안이나 민원 관련 글이다.

조선에는 백성이 임금님에게 직접 민원을 제기할 수 있는 방법이 있었다. 신문고라는 것이 그것인데, 상징적인 의미는 있지만 과연 이것이 효율적이었는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많다. 영조는 없어졌던 신문고를 다시 설치했다가 아무나 마구 신문고를 친다고 몇 년 못 가서 결국 없애버리고 말았다.

이보다 임금님에게 민원을 올리는 더 좋은 방법이 있었으니 그것이 격쟁이다(영조는 신문고를 설치한 다음에 격쟁을 하지 못하게 했다). 임금님이 행차를 하는 길에 기다리고 있다가 임금님이 등장하면 꽹과리를 두들겨 시선을 끈 뒤에 민원을 올리는 것.

물론 격쟁이라고 해서 아무 일이나 다 올릴 수는 없다. 본래 네가지 일만 격쟁을 할 수 있었다. 이것을 '사건사四件事'라고 부른다.

1. 형륙급신刑戮及身 : 자신에게 가해진 형벌에 대한 것
2. 부자분별父子分別 : 부자 관계를 밝히는 것
3. 적첩분별嫡妾分別 : 처첩을 가리는 것
4. 양천분별良賤分別 : 양민과 천민을 가리는 것


이것 이외의 일로 격쟁을 하면 강집되거나 형벌을 받거나 귀양을 갔다. 본래 격쟁은 당사자가 해야 했지만 영조는 자손, 아내, 형제, 노비가 대리로 격쟁을 할 수도 있게 허용해주었다. 이런 허용 대신 부당한 격쟁에 대한 형벌도 더 강화했다.

정조는 사건사에 더해서 백성이 고통스러워 하는 일에 대해서 격쟁할 수 있도록 조건을 넓혀주었다. 특히 정조는 사도세자의 묘로 행차하는 일이 잦았는데, 이때마다 백성들이 격쟁을 했다. 어떤 이는 한 가지 사안을 가지고 일곱 번이나 격쟁을 하기도 했을 정도.

이런 덕분에 정조 때 4천 건이 넘는 격쟁이 있었다고 한다. 평균적으로 보면 한 번 행차할 때 70건 정도의 격쟁이 있었다는 이야기란다. 정조는 이런 격쟁을 적극적으로 검토했다.

하지만 신문고(정조는 대궐 안에 신문고도 그냥 두었다)와 격쟁은 그 남용이 항상 문제여서 대신들이 늘 없애자고 주청하곤 했다.

정조 15권, 7년(1783 계묘 / 청 건륭(乾隆) 48년) 1월 18일(경술) 2번째기사

“신문고(申聞鼓)와 쟁(錚)을 치도록 법을 만든 것은 백성들이 억울한 사정을 펴지 못할까 염려해서입니다. 그런데 요즘 들어서 간사한 백성들의 사기가 날로 늘어나 하찮은 일이라도 대뜸 멋대로 위에 알리고 있습니다. 여러 도에 특별히 주의시켜 쟁을 쳐서 조사하는 일은 힘써 명확히 조사하여 잗단 폐단을 막게끔 하소서.”
하니, 비답하기를,
“이 일은 일례로 지킬 수만은 없다. 엄중히 막으면 아랫사람들의 사정을 알릴 수 없고 그렇다고 너무나 풀어놓으면 간사한 폐단이 더욱더 늘어날 것이다. 조정에서 안팎의 유사에게 맡겨 사실을 캐내어 처결하도록 하되, 갑자기 처결하는 유사에게는 각기 해당된 법을 적용하게 하면 어찌 두 가지가 다 타당성이 있지 않겠는가? 이로써 거듭 주의시키도록 하라.”
하였다.


하지만 정조는 그 폐단이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제도를 없애려 하지 않았다. 적절하게 그 폐해를 감안해서 활용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트위터도 똑같은 문제를 지니고 있을 것이다. 정조와 같은 운영의 묘를 잘 살려가기 바란다.

덧글

  • 누군가의친구 2011/12/02 00:32 #

    물론 박원순이 그럴 능력이 있는지는 좀더 지켜는 봐야겠습니다만, 그동안의 행적을 보면 개인적으로는 '기대<우려<절망' 이라서 말입니다.(...) 사실 개인적으로 저게 일회성 쇼로 끝날 가능성을 더 높게 보고 있습니다.(...)
  • 초록불 2011/12/02 00:39 #

    격쟁은 형벌을 받을 위험이라도 있었지만 트위터는 그럴 위험도 없으니 좀 우려스럽습니다.
  • 로자노프 2011/12/02 00:36 #

    그러고 보니 순조 때는 어린 증손자보고 격쟁 시킨 적도 있죠. 뭐 어쩔 수 없는 사정이 있었지만.
  • 초록불 2011/12/02 00:39 #

    자손이 조상을 위해서 대리하는 경우에 해당하죠...^^
  • 역사관심 2011/12/02 02:40 #

    적절한 비유십니다.
  • moduru 2011/12/02 06:58 #

    들어주는 흉내라도 내는 것도 올바른 변화라고 봅니다.
  • 허안 2011/12/02 10:19 #

    dit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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