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자와 강자 *..만........상..*



행복한가, 라고 물었을 때,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위쪽을 보며 저러지 못해 행복하지 못하다고 말하는 경우가 많다. 그럴 때면 아래쪽을 보면 너보다 못한 사람이 많다고 이야기해주는 사람이 있는데, 대개 듣는 사람에게는 전혀 위안이 되지 못한다. 아래쪽을 봐서 뭐하게, 라고 말한다.

본래 행복이라는 것이 주관적인 것이라서 자기 기준에서 행복한지 안 한지가 결정이 나는 것이지, 그게 비교로 결정나는 것이 아니다. 즉 위를 보고 있다고 생각되는 사람 역시 그것이 자기 기준이 그곳에 있기 때문에 위를 보는 것이라서, 아래쪽을 보라는 말은 초점을 잘못 맞힌 말이 되고 마는 것이다.

자신을 약자로 생각하는가, 강자로 생각하는가도 마찬가지 이야기다. 지난 번 끝장토론에서 한나라당 의원은 나꼼수가 강자라는 것을 부각시키기 위해 노력했고, 나꼼수 측은 그렇지 않다라고 말하고 있었다. 강자가 되면 입지가 약해지기 때문이다.

이것은 인간 심리의 미묘한 면인 것 같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위치를 약자에 두고 싶어하는 것 같다. 그리고 그보다 못한 위치(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그것이 오히려 "잘난 척"이거나, "위선"이거나, "상황 파악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으로 여겨진다.

그런데 이 기준은 원래 천변만화하는 것이어서, 각각의 기준이 어디 있느냐에 따라 상황이 완전히 달라진다. 쉽게 블로그를 놓고 이야기해본다면, 이글루스 자체가 변방의 오지인지라 여기서 좀 알려진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소리가 나오고, 한편으로는 그 변방의 오지에서도 알려지지 않은 나는 뭔데, 라는 소리도 나올 수 있는 것이다. 이때 두 사람의 준거 기준이 다르므로 누가 틀렸다고 이야기할 수가 없다. 그리고 그 기준을 강제로 통합할 어떤 당위성도 없다. 다만 그런 두 사람이 의견을 나누게 될 때, 각각의 기준에 대한 논의를 건너뛰어버린다면 논의의 한 축이 빠진 채 삐걱거릴 순간이 올 수도 있다.

이런 이야기를 하려던 것은 아닌데, 쓰다보니 삼천포...

왜 사람들은 자신의 위치를 약자의 위치에 놓아 동정심을 유발하려고 할까? 왜 자신의 위치가 강자로 인식되면 불편해 할까?

그리고 인간들은 왜 강자를 혐오하고 불신하는 것일까?

끝장토론에서 한나라당 의원이 계속 관철하고 싶었던 것은 나꼼수는 강자이기 때문에 규제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국가권력을 장악한 한나라당에서 "일개" 팟캐스트"에 대해서 "강자" 지정을 하는 것을 보며 웃음이 나올 수밖에 없기는 했는데, 그거야 내 입장이고 아마 진실로 그들이 강자라고 생각하고, 따라서 규제해야 한다고 느끼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물론 여기에서 강자 논의는 "언론"이 대중사회에서 "강자"라는 인식이 있기 때문에 나오는 것이다. 이 점에 대해서는 이번에는 논하지 않는다.)

사실 인류는 강자를 배제하고 보통 사람들이 세상을 이끌도록 계속 노력해왔다. 왕정에서 민주정으로 옮겨간 것은 바로 이런 변화를 축약해서 설명할 수 있는 사건이라 하겠다.

그렇지만 인류 역사의 획기적인 발전은 또한 "강자"에 의해서 이루어져왔다. 이런 인지부조화적인 상황에 우리는 놓여있다. 때문에 강자의 힘을 인정하는 한편, 강자의 힘을 묶어둘 필요 또한 느끼고 있는 셈이다. 이 안에서 적절한 자리매김이 과연 가능할까?

개개인의 경우로 다시 논의의 초점을 내린다면, 현재 우리 사회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자기 자신에 대한 자긍심을 갖는 일이라 하겠다. 강자도 약자도 아닌, 그런 상대적인 개념이 아닌 - 자기 자신을 올곧이 바라보는 자세를 취하지 않는 한 이 문제에 대한 해결의 단초조차 잡지 못할 것이다.

알고보면 참 오래 전에 이미 성인들이 다 하신 말씀이다. 천상천하유아독존이라 하지 않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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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파리13구 2011/12/14 11:08 #

    저는 메이저도 마이너도 아닌, 이글루스 블로그계에서 프랑스 소식을 전하는 것으로 알려진 파리13구라는 블로그를 운영합니다. ^^
  • 초록불 2011/12/14 11:34 #

    자신을 약자의 위치에 놓으면 과도한 공격성이 표출되지요. 파리13구님의 블로그는 좋은 블로그의 한 예라 할 수 있겠습니다.
  • 야스페르츠 2011/12/14 11:20 #

    적절한 자긍심은 꼭 필요하겠지요. 그게 지나쳐서 가카나 강용석 의원처럼 되면 문제겠지만... ㅎㅎ
  • 초록불 2011/12/14 11:34 #

    그 양반들은 자신을 올곧이 바라보는 게 아니라는...
  • 넞2006 2011/12/14 11:29 #

    강자를 혐오하고 불신한다고 보기보다는 두려워한다는게 옳은 말이겠지요. 적어도 저 한나라당 의원 입장에서는 말이지요.
  • 초록불 2011/12/14 11:36 #

    음, 같은 의미로 썼습니다만, 확실히 뉘앙스가 다르게 느껴지네요. 떠오르는 생각을 마구잡이로 써서 좀 더 다듬을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 누군가의친구 2011/12/14 11:50 #

    견제와 균형은 그런 가운데서 전형적인 원칙이긴 합니다만, 나꼼수는 균형과는 거리가 멀어서 말입니다.ㅎㅎ
  • 초록불 2011/12/14 12:03 #

    이 글은 나꼼수에 대한 글은 아니고 강자와 약자를 보는 입장에 대한 예시로 사용되었을 뿐입니다.강자는 규제받아야 한다는 점이 우리에게는 상식적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점이지요.
  • Cicero 2011/12/14 12:38 #

    영화 '굿 나잇 앤 굿 럭'에서 묘사된 대세를 장악한 메카시즘앞에 당당했던 CBS방송사 직원들 모습이 생각납니다.
  • 초록불 2011/12/14 15:32 #

    영화를 보지 못해서 어떤 모습인지 모르겠네요...^^
  • Cicero 2011/12/14 16:35 #

    일부 씬을 캡쳐해놓았습니다.

    http://flager8.egloos.com/2827281
  • 漁夫 2011/12/14 12:52 #

    본래 행복이라는 것이 주관적인 것이라서 자기 기준에서 행복한지 안 한지가 결정이 나는 것이지, 그게 비교로 결정나는 것이 아니다.

    =========================

    주관적이란 말은 맞습니다. 단 '비교'도 많은 경우 결정적인 기준들 중의 하나라는 점은 언급하고 싶네요.
  • 초록불 2011/12/14 15:33 #

    네, 사실 이렇게 짧게 쓸 글은 아닌데, 며칠째 머릿속에서 뱅뱅 돌고 있어서 정리를 한다고 좀 거칠게 써놓고 말았습니다.
  • 검투사 2011/12/14 13:06 #

    동북아시아의 약소국이라는 대한민국의 국민은 동남아시아 출신들을 무시하지요.
    그들이 "가난한(약소한) 나라의 사람들" "배울 게 없는 자들"이라서 말이죠.

    아울러 지금은 우리가 중국에 대해 "약소국의 비애"를 느끼지만,
    20년 전 한중 수교 때에는 "우리는 중국에 비해 경제대국"이라면서 아저씨들이 온갖 진상짓을
    중국에서 부려댄다는 소식이 연일 신문을 장식하던 것도 생각나네요.
  • 초록불 2011/12/14 15:35 #

    검투사님 말씀은 이 포스팅과는 별개로 여러가지 생각을 더 하게 만들어주는군요. 위에 어부님도 말씀하셨지만 상대성 자체에 매몰되어 있는 경우에 대해서도 좀 더 언급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 2011/12/14 13:27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초록불 2011/12/14 15:31 #

    저는 어제 피곤해서 일찍 자는 바람에 백분토론을 못 보았는데, 우연히도 그 주제와 연결이 되게 되는군요. 안 그래도 다른 분에게도 비슷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 2011/12/14 17:00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초록불 2011/12/14 17:44 #

    애완반려동물밸리에 올리기는 한 거니?
  • 아니 2011/12/15 18:14 #

    네! 밸리에도 올렸어요
    추천감사드려요ㅜ.ㅠ 오늘 한분하고 연락닿았어요
  • 2011/12/14 23:13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초록불 2011/12/14 23:58 #

    넌 잘해낼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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