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블일지 *..역........사..*



1892.11.14 왕비의 생일축제

오늘은 참 즐거운 날이었다. 이곳의 가을 날씨는 마치 고향의 인디언 서머처럼 상쾌하다. 오늘은 한국의 경축일로 왕비의 생일날이다. - 매티 윌콕스 노블, <노블일지>, 강선미, 이양준 역, 이마고, 2010, 38쪽


저 날짜는 양력이므로 당연히 명성황후의 본 생일은 아니다. 음력으로 환산하면 9월 25일이 된다. (음력 환산은 한국천문연구원에서 제공하는 음양력 변환툴을 이용했음)

이 책에는 여러가지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있다. 저자인 노블은 상당히 성의있는 관찰자라고 생각한다.

1893.10.10 코가 잘린 여인

여성병원에는 현재 부정을 저질렀다는 이유로 남편에게 코와 손가락이 잘린 한 여성이 입원해 있다. 메리 커틀러 박사는 이 여성에게 코를 새로 만들어주기 위한 수술을 하려고 애쓰고 있다. 우리 선생님은 이러한 일이 흔히 벌어지는 정죄라고 말했다. 때때로 죽이기도 하지만, 죽이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이렇게 큰 고통을 주거나 신체적 기형을 징벌로 준다는 것이다. - 위 책, 62쪽


2010년에 코가 잘린 여인으로 전세계의 주목을 받았던 아프가니스탄의 일이 떠오르는 일화다.

3.1운동에 대해서는 매우 자세한 이야기들이 적혀 있다. 그 중 두 대목을 옮겨본다.

1919.3.28 자유를 위한 독립전쟁

평양에 있는 우리 홀기념병원과 서울의 세브란스 병원에는 처참하게 칼에 베인 환자들이 매일 이송되고 있다. 세브란스 사람들은 그 옆 자리에 있는 교회를 임시 병원으로 사용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병원의 병실과 복도는 부상자로 득실거린다. 어제 세브란스에서 60장의 침대 시트와 많은 붕대를 요청하는 비상전화가 왔다. 우리 적십자사 부인들은 관대하게 응했다. 루들로 박사에게 방금 들어온 환자가 있으니 급히 오라는 전갈이 왔다. 그 남자는 머리부터 눈썹 위까지 칼에 베었는데 미국 인디언들과의 전투 시절을 떠올리게 했다. 그의 몸에도 여러 군데 칼에 베인 상처가 있었다. 물론 그 남자는 죽었다. 그들은 맨손으로 단지 "자유, 우리에게 자유를!"을 외쳤던 사람들이다. - 위 책, 251쪽


1919.3.30 가짜 한국인

요즘은 밤에 한국인이 거리를 걷기만 해도 경찰에게 매를 맞는다. 지난 사나흘 동안은 밤에 데모가 없었다. 그러나 한국인 행세를 하는 일본인들이 거리로 나가 한국인들만 보면 "만세!"를 외쳤다. 그가 한국 사람인 줄 알았던 사람들이 따라서 "만세!"를 외치면 그들을 때리고 체포하고 투옥했다. 어젯밤 거리를 걷던 사람들 가운데 만세를 부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세 명이 살해됐으며 많은 사람들이 다쳤다. - 위 책, 255쪽


노블일지 1892~1934 - 10점
매티 윌콕스 노블 지음. 강선미 & 이양준 옮김/이마고


덧글

  • 누군가의친구 2012/04/06 03:22 #

    그러저나 코 이야기를 보니 어째 그런 행위는 가부장적 문화가 강한 곳에서 나타나는 공통적 현상 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 sharkman 2012/04/06 07:22 #

    가짜 한국인 이야기를 들으니 기만과 뒤통수는 물건너의 종특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 행인1 2012/04/06 08:36 #

    마지막 이야기는 왕년에 종종 이야기되던 '프락치'를 연상케 하는군요.-_-;;
  • 셔먼 2012/04/06 17:44 #

    누가 황국신민 아니랄까봐 치사하고 야비한 방법은 잘도 써먹는군요. ㄱ=
  • 꿈꾸는소 2012/04/06 18:37 #

    으아앙ㅇㅇㅇㅇㅇㅇㄹ 지름신 소환은 자제좀!!!!
  • draco21 2012/04/06 21:44 #

    ..... 참 사악한 짓 이래저래 골라서 했군요. 저러고 죽였다니. 뱀 같은 자들..
  • 진성당거사 2012/04/06 22:13 #

    노블 일지를 원문으로 볼 수 있으면 좋겠군요. 번역본이야 그냥 보기에는 편하지만 아무래도 오역의 문제도 있고 뉘앙스 문제도 있으니까요. 여하튼 소개 감사합니다. 이 사람 이름과 일기 얘기는 군데군데에서 많이 봐왔지만 이렇게 책이 나오니 반갑습니다.
  • 초록불 2012/04/06 23:44 #

    미국 쪽 도서관을 뒤지면 볼 수 있지 않을가요? 저는 이런 검색은 약해서...
  • 초이스 2012/04/09 13:24 #

    흥미로운 책이다. 함 읽어봐야겠다.
  • 초록불 2012/04/09 17:22 #

    노블일지를 비롯해서 구한말 외국인의 기록들은 문화-풍속 등에 대해서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은데?
  • 초이스 2012/04/10 09:49 #

    그렇지 않아도 구한말 자료를 요즘 뒤질려고 생각중이다. 현대에서 벌어지고 있는 각종 문화형상들이 어디에서 출발했는지 좀 살펴보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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