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조와 후계자 *..역........사..*



왕조의 흥망을 결정하는 것은 3대째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러니 북한의 왕조는 이제 결판이 날 때가...)

그런데 왕조의 경우는 후계자 결정이 항상 문제가 됩니다.
왕이 후계자를 결정하면 그만인데 뭐가 문제일까요?
후계자가 결정되면 레임덕이 생기는 게 문제입니다.
후계자는 다음 세대의 왕이지요. 따라서 일찌감치 눈도장을 찍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바글댑니다.
그리고 그건 왕의 권력을 약화시키는 계기가 되고요.

따라서 일찌감치 후계자를 정해도, 너무 늦게 후계자를 정해도 문제가 되지요.
더구나 전근대 시대의 왕이란 언제 갑작스레 죽을지도 모릅니다.
진시황만 해도 제대로 유언을 남기지 못하고 죽는 통에 3대째에는 나라가 망했지요.
(뭐, 2대째에 이미 다 말아먹은 거지만...)

따라서 후계자를 결정하는 것은 참 어려운 문제였습니다. 후계자가 정해진다 해도 골키퍼 있다고 골 안 들어가냐 식으로 흔드는 일이 잦았고...

이 문제에 대한 획기적인 대안을 만든 사람은 청의 옹정제였습니다.
옹정제 자신도 이런 후계자 결정전에서 참 어려운 길을 걸어왔지요.
옹정제의 아버지 강희제는 일찌감치 무려 20대 때 황태자를 세웠는데, 위에서 이야기한 것같은 문제가 발생해서 폐태자...
그랬다가 다시 재옹립... 그리고 또 폐태자... 이러다가 마지막 순간에서야 옹정제를 지목하고 꼴까닥 했거든요.

옹정제는 이런 소모적인 일을 막아야 한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다음과 같은 방법을 개발했습니다.

건청궁 옥좌 위에 있는 정대광명이라 쓰인 액자 뒤에 후계자의 이름을 적은 작은 상자를 놓아둡니다. 황제가 죽었을 때만 개봉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이 상자 속의 이름은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는 것.
마음에 안 드는 짓을 하면 후계자는 수시로 바뀐다는 것.

이것이야말로 무한경쟁시스템 안에 황자들을 집어넣는 획기적인 방안이었습니다!
황제가 되려면 알아서 열심히 공부하고 효도하고 "착한" 사람이 되어야 했던 것이죠.
(종학 따위는 비교도 안 됨!)

오늘날의 민주주의 선거 제도도 이와 비슷하죠. 국민의 마음에 드는 사람이 대권을 차지하는 겁니다.
(그, 그렇긴 해도 선거일 전 180일 기념으로 쓴 듯한 뭔가 억지스러운 결론이다...^^;;)


핑백

  • 下载网 2012-06-25 17:18:53 #

    ... 초록불의 잡학다식 : 왕조와 후계자 ... more

덧글

  • 2012/06/22 14:19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긁적 2012/06/22 14:21 #

    천재적인 발상이군요 (...)
    -_-b
  • 놀자판대장 2012/06/22 14:27 #

    그리고 후계자들은 잘 보이기 위해 끝임없이 자기계발을 하고...!
  • Ezdragon 2012/06/22 14:31 #

    뭐 조선의 태종 같이 선양 하고도 사실상 실권을 틀어쥐고 있는 경우도 있지만 그건 제도로 어떻게 될 문제가 아니라 그 본인이 똑똑해서 가능한거였죠. 일본 같은 경우 헤이안 시대 때 상황이라는 기이한 형태로 그걸 제도화시키기도 했지만 그건 애초에 상황이 왕이고 덴노가 세자인거나 마찬가지였을 뿐더러 결국 둘 사이의 갈등이 무사들의 시대를 불러오기도 했으니.
  • 2012/06/22 14:34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sharkman 2012/06/22 14:47 #

    서두를 읽고 '옹정제'와 '건륭제'이야기로 이어지겠거니 했는데 역시나...
  • Warfare Archaeology 2012/06/22 14:53 #

    저도 예전에 옹정제에 대한 책을 보면서...참 대단한 양반이다~싶었는데...어떻게 보면 굉장히 쉬운 방법인 것 같은데 왜 이전에는 아무도 안 했을까? 라는 생각도 들었답니다. ㅎ 만주족이 갖고 있는 특유의 성정 때문에 가능한 것인지도~~
  • 지크프리드 2012/06/22 14:57 #

    과연 그런 발상이었군요.'ㅅ'
  • 잠꾸러기 2012/06/22 15:19 #

    종학은 세종의 놀이터 같아요.
    공부도 할만한 사람에게 시켜야죠.ㅎ
  • 셔먼 2012/06/22 17:13 #

    옹정제의 인생경험이 잘 반영된 선출방식이군요.;
  • 푸른화염 2012/06/22 17:23 #

    저 방식은 심지어 강희-옹정-건륭 연간의 일부를 다루고 있는 무협에서도 소개가 되긴 했지요. 저는 저 얘기를 처음 본게 '군림천하'라는 무협 드라마에서였습니다.(그 드라마에서는 저걸 강희제가 했는데 옹정제가 강희제 병중일 당시에 바꿔치고, 강희제를 암살하는 것으로 나오지요. -먼산-) 하여간- 재미있는 방식인 것만으 확실한거 같습니다. ㅎㅎ
  • 마에스트로 2012/06/22 19:54 #

    옹정이 천재였던 걸까요? 아무리 봐도 왕조 중에서 청만큼 대단한 왕조가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 잠본이 2012/06/22 21:24 #

    시리즈 영화도 보통 3편에서 운명이 갈리죠(읭?)
  • 고독한별 2012/06/22 22:52 #

    TV 애니메이션도 일단 3화까지 보겠다는 사람들이 많아서 그런지,
    종종 3화가 중요한 갈림길로 여겨지더군요. (3이라는 숫자에 역시
    뭔가 있나 봅니다!)
  • young026 2012/06/23 02:30 #

    그런데 북쪽에 저 말을 비추어 본다면 실질적으로는 김일성이 1,2대를 다 했고 3대째가 김정일이라고 봐야 할 듯합니다. 그리고 김정일의 대에서 확실히 기울어지기도 했죠.
  • 초록불 2012/06/23 11:21 #

    태조왕, 장수왕, 영조 등등 김일성보다 오래 집권한 사람도 많잖아요...^^
  • young026 2012/06/23 17:02 #

    단순히 재위(?) 기간을 가지고 얘기하는 게 아니라, 초대의 역할이 창업, 2대가 체제 구축 및 정비라고 볼 때 그까지가 모두 김일성에게 해당하는 게 아니겠는가 하는 말입니다. 대충 반대파를 숙청하고 유일체제를 확립한 50년대 말~60년대 초까지를 창업기라고 보면 김정일의 시대를 후계자 확정 때까지 올려잡아도 그건 20년이나 뒤의 일이죠. 또한 김정일이 통치 체제를 안정화하고 발전시키는 데에 그다지 기여한 게 없고 집권기 대부분을 위기관리에 소모했다는 걸 봐도 김정일을 일반적인 왕조의 2대에 놓고 보기는 좀 어렵지 않나 싶습니다.
  • 초록불 2012/06/23 17:30 #

    김일성 치세를 분류하는 데 사용할 수는 있겠지만 뭐라 해도 왕조의 대수는 인적 교체를 기준으로 하는 게 맞죠.
  • bravebird 2012/06/23 10:54 #

    멋진 제도였죠. 그렇지만 오래가질 못했죠. 그 방식으로 황위를 이어받은 건륭만 해도 그 태자밀건법을 사용하지 않았다고 하니까요.

    저는 옹정제에 관심을 가지면서부터 청조사를 좋아하게 되었을 만큼 옹정제를 높이 평가해요. 능력에 성실성에 청렴함까지 뒷받침된 멋진 개혁군주였죠. 그렇지만 그 자신이 아니면 도저히 계속해나갈 수 없는, 황제 한 사람의 능력과 성격에 크게 의존하는 제도들을 많이 만든 게 사실입니다. 후대는 그걸 계속해나갈 수 없었고요. 그 점이 아쉽지요.

  • 초록불 2012/06/23 11:18 #

    건륭제는 태상황이 된 거라 그렇긴 한데, 가경제와 도광제도 밀건법에 따라 후계를 정했지요.
  • bravebird 2012/06/23 12:01 #

    오, 여태껏 그 점은 모르고 있었네요. 깜짝 놀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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