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관은 어떠해야 하나? *..역........사..*



우리나라에서 근면 성실한 군주로 세종대왕을 능가할 사람은 없을 것 같습니다.

열심히 한 인물로 얼른 머리에 떠오르는 사람이 제갈량입니다. 사마의는 공명이 사소한 일까지 다 살피고 먹는 것은 적으니 곧 죽을 것이라 예상하기도 했죠. 우리 주변에서도 이런 사람들을 간혹 봅니다. 워크홀릭이라고 부르는 사람들이죠. 그런데 이런 사람들은 대개 다른 사람을 부릴 줄 모르기 때문에 사서 고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난 번에 이야기 나온 옹정제도 세종대왕 류입니다. 자정 넘게 상소문을 다 읽고 일일이 답변을 다는데, 그러고도 새벽 4시에는 일어납니다. 군주의 자리에 있으면서 어디 놀러간 적도 없습니다. 하루 놀면 다음날은 일을 두 배로 해야 하는 거죠. 지방 총독이 자기가 부하일까지 챙겨야 하느라 너무 힘들다는 하소연을 한 적이 있는데, 옹정제는 넌 같은 건물에 있는 부하 일 챙긴다고 힘들다고 하냐? 난 전국의 총독들 일을 챙겨야 하는데, 어디서 찡찡대냐고 핀잔을 주기도 합니다. 옹정제는 시간이 너무 부족해서 보고서에 뻔한 칭송의 문장 따위는 쓰지말라고 말할 정도였습니다. 아까운 내 시간 갉아먹지마!

하지만 사실 이렇게 부지런하고 유능한 상관을 모시면 밑에선 죽을 노릇이죠. 더구나 밑에서 하는 일을 하나하나 감독하려고 들면 밑에서는 피곤해지고, 결국은 소심해지고 맙니다. 그래서 제일 좋은 상관은 유능하고 게으른 상관이라는 말도 있는 거죠. 상관이 수하에게 권력을 적절히 나눠주지 않으면 조직은 붕괴하게 마련입니다.

공자는 이런 말을 합니다. 편하게 의역합니다.

"군자 밑에서 일하기는 쉽지만 군자를 만족하게 만들기는 어렵다. 올바른 방법(매뉴얼대로, 혹은 사리사욕없이)으로 일하지 않으면 군자는 기뻐하지 않는다. 군자는 부하의 재능에 맞춰 일을 준다. 반면 소인 밑에서는 일하기는 어렵지만 만족하게 만들기는 쉽다. 정당하지 않은 방법을 사용해도 일만 처리하면 기뻐하기 때문이다. 소인이 일을 시킬 때는 완전할 것을 요구한다."

말하자면 군자는 부하의 재능에 따라 일을 주고 정도에 맞춰 일을 하기를 바랄 뿐이지만(그러다 실패해도 어쩔 수 없죠), 소인은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그 일을 완수하기를 바란다는 것이죠.

옛날 만화영화를 보면 악당 두목이 일을 실패한 부하를 펑, 터뜨려 죽이는 일이 흔히 나오는데 이거야말로 전형적인 소인의 행태입니다. 이런 점으로 보면 수십 번 실패를 했으나 아수라 백작의 목숨을 부지시켜 준 헬박사는 군자... (어라, 결론이 이상하다... 후다닥)

덧글

  • 잠꾸러기 2012/06/23 11:27 #

    공명은 상대방이 몇배나 되는 대군이니까 항상 시달려야 했던게 아닐까요?ㅎ
    그래서 결국 제명대로 못산것 같고....

    마지막 결론은 공감이 되면서도 왠지 이상야릇합니다.ㅎㅎㅎ
  • 초록불 2012/06/23 11:29 #

    성격 문제죠. 남이 한 건 양에 안 차는...
  • sharkman 2012/06/23 11:44 #

    촉의 고질적인 인재부족도 크게 한몫을 했지요.
  • 누군가의친구 2012/06/23 13:02 #

    사실 제갈량 사후에도 장완, 동윤등 인재들도 과로사 합니다.(...)
  • shift 2012/06/23 23:36 #

    인재풀의 압박
  • 아빠늑대 2012/06/23 11:39 #

    의외로 군자가 많군요, 마징가의 헬박사도 그렇고, 몬타나 존스의 제로경도 항상 실패하면서 예산과 시간부족을 이야기 함에도 안짜르고 써주는걸 보면...크크
  • 초록불 2012/06/23 13:17 #

    여기서 사실 다른 캐릭터를 그리기에는 시간과 인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하면...

    동심파괴자가 되는 거겠지요?
  • 정열 2012/06/23 12:04 #

    헬박사처럼 많은 기회를 주는 상사는 정말 만나기 어렵죠.
  • 초록불 2012/06/23 13:16 #

    성인군자임에 틀림없습니다!
  • 셔먼 2012/06/23 12:53 #

    제로경도 시간과 예산은 따로 주지 않지만 끝까지 부하를 데리고 다니는 걸 보면 마음이 찡해지더군요.
  • 초록불 2012/06/23 13:18 #

    여기서 사실 다른 캐릭터를 그리기에는 시간과 인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하면...

    동심파괴자가 되는 거겠지요? (2)
  • 比良坂初音 2012/06/23 13:00 #

    프리더도 좋은 상사입....
  • 초록불 2012/06/23 13:16 #

    프리더는 아닌 듯한 생각이...
  • 누군가의친구 2012/06/23 13:05 #

    사실 삼국지에 나오는 촉만 하더라도

    제갈량, 장완, 동윤등이 업무처리로 인해 거의 과로사 하죠.(...)

    어찌보면 제가 촉빠인 까닭은 유관장 삼형제의 의리나, 관우, 장비, 조운의 무용이 이닌 위 인물들의 고난에 눈물이 나서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ㄱ-
  • 초록불 2012/06/23 13:17 #

    그러니까 오래 살려면 일을 멀리 해야 합니다... (어라?)
  • 천하귀남 2012/06/23 13:21 #

    뛰어난 상관이 언제까지 일할수 있는건 아니고 그 사람이 떠나는것도 고려하긴 해야지요.
    과로사를 면하려면 적절한 권한 위임은 필수라는 교훈인듯 합니다.
  • 초록불 2012/06/24 10:07 #

    권한이라는 게 참 넘기기도 힘든 문제기는 합니다...^^
  • SKY樂 2012/06/23 14:13 #

    밴드오브브라더시 8편이었나.. 거기서 무능한 중대장때문에 죽어나가던 자신의 옛 중대원들을 보고 대대장인 윈터스가 직접 총을 들고 뛰쳐나가려니까 상관이 "그리하려면 계급장 떼고 해라"라는 식으로 얘기하죠.
    직접 일을 처리하는 유능한 리더라는 모습은 보기좋은 광경이긴 하지만, 조직이 제대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무능할지라도 그런 부하들을 부릴줄 아는 것이 리더의 본 역할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물론 이게 어려우니까 좋은 상사라는 것이 드물겠지요.
  • 초록불 2012/06/24 10:09 #

    무능하게 여겨지는 부하가 사실은 자기 적성에 맞지 않는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그렇게 보이는 경우도 있더군요. 과거에 회사도 직원도 염증을 내는 상황 가운데 들어가서 동기부여를 해주고 업무 프로세스를 바꿔준 결과 근면성실한 직원으로 변화하는 일을 만든 적도 있습니다...^^
  • 부여 2012/06/23 14:15 #

    오늘의 교훈 / 좋은 상관은 게으르고 유능한 상관.
    부지런하고 유능하면 부하들이 죽어납니다? 이순신이나 제갈량이나 옹정제처럼?

    ...대신 나라를 구할 순 있죠.
  • 초록불 2012/06/24 10:09 #

    아이쿠... 이건...^^
  • 놀자판대장 2012/06/23 14:34 #

    아이고 헬박사님 ㅜㅜ
  • 초록불 2012/06/24 10:10 #

    헬박사의 실패는 사실...

    왜 기계수를 하나씩 보냈느냐...라는데 있죠.
  • 大望 2012/06/24 15:43 #

    기계수를 하나씩 보낼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예산의 압박과 조직내 알력 때문이라는 설이 우세합니...
  • 류즈이 2012/06/23 15:41 #

    중간관리직은 어렵네요....음?
  • 초록불 2012/06/24 10:10 #

    어렵습니다...ㅠ.ㅠ
  • 영정양 2012/06/23 16:39 #

    만슈타인의 분류가 생각나네요. 리더는 게으르고 똑똑한 자가 적격이라 해죠. 부지런한 리더는 본인의 개성이 조직원의 개성을 마비시켜 본인 유고시 곧 잘 조직의 붕괴로 이저지죠. 유연한 조직은 다소 소모적이고 느릴 수 있으나 기실은 훨신 안정되고 경제적인 조직이지요.
  • 초록불 2012/06/24 10:10 #

    유연한 조직이라는 말씀이 참 좋군요.
  • 무명병사 2012/06/23 18:34 #

    그런 의미에서 유미 교수님도 훌륭한 상ㄱ..........(샤샤샥)
    저런 상관 밑에 있으면 아주 피곤합니다. 특히 오지랖이 넒으면 더더욱.
  • 초록불 2012/06/24 10:11 #

    부하의 공을 가로채기도 하죠...
  • rumic71 2012/06/23 18:47 #

    헬 박사는 아수라 남작이 실패를 거듭할 때마다 라이벌을 영입하는 방법을 사용했지요. (브로켄 백작이나 피그맨 자작 등등...)결국 아수라는 열받아서 바토스 섬을 뛰쳐나가 고곤 대공에게 매달려 차입경영을...(응?)
  • 초록불 2012/06/24 10:11 #

    라이벌 영입까지 봐준 횟수만 해도...

    쓰다보니 아수라백작을 거대화 시켰을 때, 아수라백작의 본심이 드러난 장면이 생각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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