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를 안 하는 게 최고 *..역........사..*



이원익의 호는 오리. 그래서 오리 정승이라고 불립니다. 물론 꽥꽥 우는 그 오리는 아니고... 梧里라고 씁니다. 아마 오동나무 있는 마을에서 태어난 모양...

키가 작은 걸로 유명하고, 이순신이 위기에 빠졌을 때 열혈변호한 것으로도 유명하죠. (이런 이야기는 을파소님을 위해 남겨두고...)

오리 정승이 은퇴한 것은 무려 여든. 임진왜란과 인조반정과 이괄의 난과 정묘호란을 모두 겪어낸 노재상이었죠.

그가 은퇴하였을 때의 일입니다. 촌로들과 산기슭에 앉아 한담을 나누고 있었죠. 길가로 지나가던 사람들이 이원익을 알아보고 다들 말에서 내려 존경을 표하는데, 한 사람만 말에서 내리지 않고 그냥 지나쳐갔습니다. 심지어 이원익의 하인이 말에서 내리라고 하였으나 듣지를 않았죠.

분한 하인이 달려와 잡아서 벌을 주어야 한다고 말했는데, 오리 정승은 고개를 저었습니다.

"건드리지 말게. 신분이 낮은 사람들은 사대부가 어려워 말에서 내리는 법인데 저자가 굳이 내리지 않는 걸 보니, 장차 뭔 일이 나도 날 것이야. 시비를 재빨리 판단하지 못하는 사람과는 상대하지 않아야 하네."

그 사람은 얼마 후, 골목을 지나다가 말에서 떨어지는 바람에 목이 부러져 죽었습니다.

이 이야기를 전하는 화자는 교훈을 이렇게 말하고 있죠.

옛사람들이 앞일을 내다보고 작은 분노를 참음이 이와 같았다.







네, 뭐 그렇다고요.

덧글

  • 파랑나리 2012/06/26 21:13 #

    옛 사람의 슬기에 탄복합니다.
  • sharkman 2012/06/26 21:15 #

    이황과 이기 이야기가 생각나는군요.
  • 초록불 2012/06/26 21:26 #

    이황과 이기?

    뭔가 오타가 있을 듯합니다.
  • 셔먼 2012/06/26 21:25 #

    역시 벽에겐 무관심이 약이죠.
  • 야스페르츠 2012/06/26 21:42 #

    분노는 참기 쉽습니다. 근데 놀려먹고 조리돌리고 싶은 생각은 참기 어렵네요. (응?)
  • 초록불 2012/06/26 21:45 #

    크흑...

    뭐, 저도 종종 그 유혹에 졌습니다...
  • 계원필경 2012/06/26 21:50 #

    사실 오리정승께서 살생부(?)에다가 이름을 적으셔서 그게 발동되어...(데스노트냐!!!)
  • 초록불 2012/06/26 21:55 #

    그, 그렇다면 풍신수길이 죽은 이유가 바로... (두둥!)
  • 무명병사 2012/06/26 22:14 #

    오리정승을 존경하던 저승사자의 분노....
  • 영정양 2012/06/26 23:03 #

    막가는 건달놈은 부처님도 어쩌지 못한다고 했는데 모진놈은 상대할 필요가 없죠. 그저 피하는게 상책입니다. 말귀가 통해야 상대를 하죠. 거기에 잘못 건드리면 스토커 처럼 달라드니 난감하죠.
  • 해색주 2012/06/27 00:18 #

    저도 가끔은 도발만 해놓고 정작 댓글은 무관심으로 응대한 적이 있습니다. 저분처럼 고귀한 뜻은 아니고, 상대하기 귀찮아서였습니다.
  • 雲手 2012/06/27 00:27 #

    아니 왜 사람들 빈번히 다니는 길가에 앉아서 번거롭게 말에서 내리게 했다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여기 은퇴한 정승 있으니 알아서 모셔라' 하는 순간인데 알아서 모시지 않는 자는 하인이 냅다 달려가 '너 왜 감히...'까지 하는 장면이라니. 게다가 무시하고 그냥 간 사람이 낙마해 죽었다는 말까지 여유롭게 하는 장면은 좀 섬칫하군요. 옛날 조선시대 사람들의 사고방식은 저로서는 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 초록불 2012/06/27 08:57 #

    현대의 시선으로 옛날 일을 보면 확실히 이 이야기는 이상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마치 지하철을 탔는데 노약자 석에 불한당 같은 젊은 친구가 떡 하니 앉아있어서 비키라고 말하였으나 무시하고 있을 때, 굳이 시비 걸지 말라고 말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옛날 마을이라는 것은 사람들이 뻔히 아는 수준일 것이고 따라서 촌로들이란 그 동네 어르신들이라 오리정승이 아니라 누가 있어도 그 시절에는 말에서 내려 예의를 표하는 것이 당연했던 것이죠. 당연했던 일이니 야단을 치는 것도 당연한데도 오리 정승이 그런 권한 행사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 이 이야기의 초점입니다...^^
  • chatmate 2012/06/27 10:46 #

    저도 雲手 님과 같은 생각을 했습니다.
  • 雲手 2012/06/27 12:41 #

    초록불님이나 오리대감에게 시비거는 것은 아닙니다. 단지 이야기의 초점은 접수가 됩니다만 그 근저에 깔린 신분의식이나 사고방식(저친구 사고날거야.. 라고 확신한다면 차라리 붙잡아다 주의라도 주는게 인간적이지 않을까요? 요즘 중국사람들이 별유한사라고 남의 일에 참견하는 것 꺼린다는 해외토픽이 종종 나옵니다만 그 고전적 사례가 될까요?)은 수십년 평등주의 교육받은 사람이 접수하기는 어렵다는 말입니다.
  • 초록불 2012/06/27 13:41 #

    옛 이야기에서 새로운 관점을 획득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죠. 좋은 말씀이라고 생각합니다.
  • 아빠늑대 2012/06/27 02:19 #

    얼래?

    앞에서까지 볼때는 "대쪽같은 선비가 사회에 걸렸다" 라거나, 모함에 말려들었으나 고개를 숙이지 아니하여 형을 당하고 나중에 복권되다... 뭐 그런걸 생각했는데 .... 말에서 떨어져 목이 부러지다니... 뭔가...
  • 초록불 2012/06/27 08:58 #

    그런 종류의 이야기도 많지만 그건 그것대로 어떤 대화가 오가는 상황이어야 가능하죠. 이건 그냥 몽니 수준의 이야기입니다...^^
  • 누군가의친구 2012/06/27 02:31 #

    결말이 ㅎㄷㄷ 하군요;;
  • 초록불 2012/06/27 08:58 #

    ^^
  • 놀자판대장 2012/06/27 08:54 #

    흠 이게 사실이라면 좀 무섭군요;
  • 초록불 2012/06/27 08:59 #

    오리 정승이 내버려두라고 한 것까지는 사실일 수 있죠. 죽었다는 이야기는 지어서 붙인 것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 01410 2012/06/27 10:23 #

    오리 정승을 요즘 정부에서 띄워주는 분위기더군요. 의도야 어찌 되었건 이런 역사속의 인물이 네임드가 되는 건 좋은 일인 것 같습니다. (이원익대감 정도면 네임드 아니냐고 할 수도 있지만 맹사성만큼 유명하진 않잖아요...)
  • 초록불 2012/06/27 10:28 #

    그런 분위기가 있었군요. 전혀 몰랐습니다...^^
  • draco21 2012/06/27 13:33 #

    숨겨진 역사의 진실은.. 알고보면 80노구의 정승님 손으로 직접 목을.... (후다닥~)
  • 초록불 2012/06/27 13:42 #

    허걱...
  • 붉은잎 2012/06/27 14:31 #

    제목만 보고 유사역사가를 대상으로 하는 줄 알았던.. (딸꾹)
  • highseek 2012/06/27 22:54 #

    예수가 무화과나무를 저주했던 사건이 떠오르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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